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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49화 (148/221)

제149화 - 고대 유적 메트로는 다른 유사한 게임과 비교해보면 판타지 게임 속 ‘던전’이라고 부르면 맞는 것 같다. 아니면 ‘미궁’이라고 부르거나.

지하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돌아다니며, 이계도, 꿈도 그렇다고 현실의 위상과도 같은 위치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치 게임처럼 몬스터가 배치되고, 리젠 되며, 클리어에 온갖 기믹이 있고 심지어 숨겨진 꼼수도 있다.

대신 층을 완전히 클리어하면 보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메트로의 숨겨진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열차는 전 세계 어디로든 퍼져나간다. 구간에 따라 다르지만 그 범위가 매우 넓다.

구대륙, 신대륙, 남대륙, 동방 대륙 등등.

칠해(七海) 전체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였다.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수많은 영성자들이 외부에서 메트로폴로 향한다.

일반인들에게는 수도 인시그니아가 더 좋고 살기좋은 동네겠지만 영성자들에게는 메트로폴이 더 좋고 기회가 있는 장소였다.

그리고 온갖 조직들 중에서도 봉인재단은 압도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10층부터 30층까지를 미리 선점했다.

수많은 영성자들을 고용하고 장비를 구매, 심지어 재단의 집행부대와 봉인물을 투입하기도 했었다.

그 결과, 봉인재단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층에 관해서는 전혀 관리하지 않았다. 1층부터 10층까지는 무주공산.

재단은 교묘하게도 영성자들의 이권 다툼을 이면에서 조율해서 누구도 승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들 이외에 다른 거대 세력이 메트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말이다.

그럼 왜 하필 30층까지만 했는가?

30층 이후부터는 전혀 건드리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31층부터 그 난이도가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높아진다. 게임으로치면 헬난이도 그 이상.

그래서 봉인재단은 그 쯤에서 만족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므로.

샤를에게도 31층 부터는 매우 버겁다. 이제부터 마법 저항, 물리 저항을 떡칠하고 유물 능력에 대한 저항을 가지는 놈들도 나온다.

총이건 주문이건 유물이건 비비기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대신 31층을 클리어하고나면 남대륙 직행이 가능한 열차를 탈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최신형 해군 전함을 타고도 30일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하루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옛날엔 두근두근했는데 말이지.”

메트로를 탐사하고 장비를 파밍하고 마치 알피지 게임하듯 메트로를 뚫는 재미가 있었다. 재단의 감시를 피해서 10층부터 30층까지 클리어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었고.

근데 이미 다 깼다. 공략법이고 뭐고 이제 눈감고도 깰 수 있는 고인물의 경지에 올라버리게 된 것이었다.

-옛날에도 여기 왔었다는 거야?

-그래, 그랬지.

여긴 확실한 공략법이 존재하는 게임 속 던전 같은 곳이었으니까.

-아, 그립구만. 방송키고 영성자 아닌 캐릭터 골라서 팬티만 입고 달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방송은 모야?

-그런 게 있단다. 라디오 같은 거.

-아하!

파기나레코르도 라디오를 본 적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아직 TV도 개발이 안 됐네. 이거 선점해두면 꿀 오지게 빠는 것이 아닐까? 브라운 관을 연구하는 회사를 인수해서…….

‘아, 아니지. 정신 차려.’

샤를은 고개를 돌렸다. 유산을 물려받은 이후로는 모든 마인드가 사업에 집중되어 있었다. 저번에 그린 헛츠라는 휴게소 사업도 그렇고 말이지.

정신차려라. 31층은 정석대로 공략하려면 목숨을 걸어야하는 곳이다.

샤를은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1층부터 깰 필요는 없다. 30층까진 재단의 협력을 얻을 수 있으니.

메트로폴 30층에는 특이하게 생긴 바위 두 개가 있다. 이 바위 두 개에 물을 뿌리면 중앙으로 떨어질 수 있는 조그만 구멍이 나온다.

여기가 31층으로 진입하는 꼼수 루트 하나였다.

“으, 좀 비좁긴 한데.”

샤를은 바위 중앙에 난 구멍을 보고 혀를 찼다. 몸집이 작은 캐릭터로 플레이 할 때는 이런 게 별로 문제가 안 되는데, 안타깝게도 샤를의 키는 좀 크다.

겨우겨우 몸비틀면서 아래로 떨어졌다.

흙먼지가 정장에 묻어서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다만, 성공적으로 떨어져 내린 것 같다. 위를 바라보니 거대한 천장에 구멍이 난 것이 보였다.

그곳은 서서히 상처가 아물 듯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저 방향으로 되돌아가 수 없다는 뜻이다.

“어디보자.”

이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31층에는 퍼즐 구간이 있다.

퍼즐을 제대로 맞추면 통과할 수 있지만 한 번이라도 틀리면 지옥의 대악마 아스모데우스가 소환되고 케르베로스가 저글링처럼 기어 나오는 구간이다.

‘하지만 꼼수로 진입하면 퍼즐의 답이 처음부터 보이지.’

퍼즐은 동판 조각을 맞춰서 문양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꼼수로 입장하게 되면 뒤쪽에 퍼즐의 정답이 적혀 있다.

샤를은 벽면에 붙어 있는 동판을 이리저리 돌려서 퍼즐의 답을 완성했다.

옆에서 부글부글 끓던 소환진은 가동을 멈춘다.

-이게 뭐야?

-아아……. 이것은 『공략법』이라고 한다.

지옥의 대악마고 케르베로스고 따돌린 샤를은 그대로 계속 진입해 모래가 가득한 공간을 걸어갔다.

고오오오오.

모래가 가득한 공간에는 시각적인 함정이 있다.

마치 유사처럼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도 잘못된 위치를 밟으면 유사처럼 아래로 빨려 들어간다.

하지만 이 유사 아래 쪽에는 단단한 발판이 있는 장소가 있다.

조금 전의 동판에 적힌 문자를 유심히 봤다면 그 동판의 문자 모양과 같은 모양의 발판이 모래 아래쪽에 있는 것을 알 수 있게 되는 기믹이었지만…….

“아아……. 『시시하군』”

워낙 많이 클리어해서 눈감고도 걸어갈 수 있었다. 온갖 빠요엔 짓을 하면서 31층의 퍼즐과 기믹을 클리어하고 난 이후에 샤를은 기어코 31층의 마지막 가짜 함정마저 클리어하고 열쇠를 손에 넣었다.

-쭈인 뭔가 대단한 것 같아!

-아아.

거만하게 고개를 끄덕인 샤를은 오글거리는 주문을 외우면서 열쇠를 벽면에 꽂았다.

“어둠 속의 진실이여 드러나라! 내게 다음의 문을 열어라!”

물론 이것도 기믹이었다. 홈이 있던 벽면은 순식간에 문처럼 변해서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조명이 켜지면서 눈 앞의 무언가가 보였다.

-우와아아.

-아아. 다 와버리고 말았군.

-멋져!

샤를은 이래저래 잘난 척은 그만두기로 하고 열쇠를 자신의 목에 있는 줄에 연결해서 걸었다.

이제 31층은 샤를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 드레이크와 라이스를 부르기 전에 준비를 좀 해야할 필요가 있겠지만.

*

타닥. 타타닥. 타다다다닥.

침묵이 감도는 사무실 안에 타자기 두드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은색의 눈동자, 환한 백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루미너스는 그 모습을 보기만해도 평범한 인간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타자기를 쳤다.

「더글라스 요원 실종에 관한 사건 보고서」

「전개 : 배치된 일반 요원 더글라스가 실종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거기까지만 적고나서 그녀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루미너스는 메트로폴에 경찰국 국장으로 부임하고 난 뒤, 치안청을 비롯한 하위 기관들에 영향력을 행사해야했으므로 그동안 다른 존재에 대해 소홀히 했었다.

더글라스를 관리하는 것은 그 뒤에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글라스는 그녀가 오기 전에 어떤 임무에 들어갔고, 그리고 실종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정황상 살해당했거나 그에 준하는 상태인 것으로 판단되었다.

‘왜 하필? 내가 부임 했을 때?’

너무 공교로웠다. 하필 루미너스가 오기 얼마 전에 더글라스가 사라졌고 그리고 죽었다라.

루미너스는 그 즉시 그 사건을 파헤쳤다. 일단 공범으로 잡혔던 밀드레드와 만나서 얘기했다.

밀드레드는 체포 후 이미 재판까지 끝마친 상태였다.

밀드레드는 직접적인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았으나 살인을 방조한 공범이었으므로 3년 형을 선고받고 범죄자들을 넣는 메트로폴 어사일럼에 갇혔다.

밀드레드가 있는 메트로포 어사일럼은 남쪽 부두에서 100m 떨어진 해상에 있는 조그만 섬이자 감옥이었다.

루미너스는 따로 시간을 내서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 면회를 갔다.

밀드레드는 조금 살이 빠져서 홀쭉해보였으나 눈 주변에 다크써클이 있지는 않았다.

“밀드레드 간호사?”

“누구시죠?”

“경찰.”

“경찰? 댁은 아무리 봐도 온실 속에서 자란 부잣집 따님 같이 보이는데.”

밀드레드가 걸쭉하게 말을 내뱉었다. 이제 그녀는 간호사도 뭣도 아니어서 예전의 성격이 드러났다.

그의 동생이 죽고 난 이후 감옥에 갇힌 이후로, 구빈원에서 생활하던 시절의 말투로 돌아갔다.

루미너스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

“뭐, 됐고,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담배랑 거래하자고.”

가지고 있던 럭키 세븐이라는 상표명의 담배를 하나를 꺼낸 루미너스가 탁자 앞에 두자 밀드레드가 손을 뻗었다.

“이야, 아가씨 같이 보이는 사람이 담배는 독한 거 피네?”

담배에 손이 닿기 전에 루미너스가 밀드레드의 손목을 덥썩 잡았다.

“내가 알고 싶은 건 섀터 섬 내부에서 일어난 모든 일입니다. 하나도 남김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좋아, 말해주지.”

밀드레드는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지어서 루미너스에게 얘기해주었지만 손목을 잡은 손은 여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진짜 얘기를 하는 게 좋을 거에요. 난 당신의 형기를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늘려줄 수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에요.”

“협박이야?”

“3년 살고,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다른 죄목으로 체포되어서 또 감옥에 들어가고 싶진 않겠죠?”

물론 불법적인 방법이지만, 루미너스에게 그런 권한은 충분히 있었다. 밀드레드는 혀를 찼다.

그녀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개인주의적인 성격이 강했던 그녀가 3년형을 선고받고 얌전히 복역하고 있는 이유는 더글라스에 대한 미안함과 동생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말해서 3년 이상이나 있을 이유는 없다는 뜻이었다.

‘나도 살아야지. 이름 정도는 팔아야겠다. 음. 일단 그 친구부터 팔까.’

“샤를 헥센이라는 탐정을 알아?”

“샤를 헥센?”

루미너스가 흥미를 보이자 밀드레드가 입을 열었다.

타닥타닥. 타닥.

회상을 끝낸 루미너스는 보고서 작성을 종료했다.

메트로폴은 MI7에서는 마경이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이곳에 들어와서 멀쩡한 요원이 없었으니까.

어쨌든 루미너스는 밀드레드에게서 섀터 섬에서 일어난 사건의 내막을 어느 정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4개의 사이비 교단이 서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명 교단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명교단의 교세는 근래에 들어 너무나도 커졌다. 무명교단은 크로포드 시장과 유착해서 벌이는 윈즈 강 다리 사업부터 시작해서 온갖 곳에 손을 뻗고 있다.

심지어 루미너스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경찰국 내부에도 무명교의 신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루미너스는 샤를 헥센이라는 존재의 이름을 주시 대상의 최상층에 올렸다.

“아무래도 직접 만나봐야 할 것 같은데.”

잠시 뒤에, 비서 한 명이 사진을 하나 가져 왔다. 탐정 자격증을 발급할 때 찍어둔 사진으로, 샤를 헥센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루미너스는 메모 첩에 샤를의 사진을 올려두고 압정으로 고정해뒀다.

이 샤를 헥센이라는 자가 메트로폴의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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