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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48화 (147/221)

제148화 - 플로나가 곧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자 샤를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고는 노트와 펜을 꺼냈다.

침대 옆에 앉아서 바깥에서 들리는 겨울의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고요히 생각에 잠겼다.

그간 해왔던 것과 앞으로의 일정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노트 맨 윗줄에 줄을 긋는다.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운명 조작 주문을 더 사용할 수 없는 이유.’

샤를은 전투가 끝난 뒤에 운명 조작 주문을 사용해보려 했으나 어째서인지 사용에 실패했다.

고민해보다가, 몇 가지 추측을 했다. 첫 번째는 아직 그의 힘이 많이 모자른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석판 3개의 힘을 온전히 흡수하고도 운명 조작을 제대로 사용하기에는 힘들다는 것이다.

두 번째 추측은 바로 운명 조작 주문이 정말 중요한, 생사의 갈림길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주문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알료샤가 가위검을 들고 샤를의 목에다 절단을 박을 때쯤 발동했었으니 나중에도 그럴지도 모른다.

아, 그러고보니 가위검하니 생각했는데, 이번 전투에서 샤를에게도 전리품이 하나 생겼다.

바로 알료샤의 가위검이었다. 트리메스 교수는 알료샤의 심장에만 관심이 있었지, 가위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지배의 권능을 걸어뒀다.

[알료샤의 가위검]

[분류 : 유물]

[개요 : 기원을 알 수 없음. 언제부터인가 알료샤가 가지고 있었다.

능력 : 그림자에 숨어서 보관할 수 있다. 가위의 양쪽을 벌렸다가 오므리면 현실의 일부를 공허로 절단 할 수 있다. 검으로의 내구도는 그다지 높지 않지만 부서져도 그림자 속에 보관하면 복구할 수 있다.

부작용 : 공허에 친숙해진다.]

조지아의 석검 대용품으로 사용하기에는 괜찮을 것 같다. 가위검의 파편 일부만 있더라도 그림자 속에 보관했을 때 검이 재생할 수 있을테니.

‘트리메스 교수와 싸우다보니 스탯이 늘어서 다행이네.’

정신 스탯이 벌써 19까지 도달했고, 지배의 권능의 여유 보관량이 꽤 늘어서 이것저것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운명 조작을 더 사용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추측은 이 정도로 마치기로 했다.

대신 이제 앞으로 무엇에 집중해야 할 것인가 정하는 것만 남았다.

‘어디보자, 앞으로 메트로폴에서 제일 중요한 사건은 뭐지?’

메인스토리에 들어가는 사건, 그중에서도 암흑성도회와 연관 있는 것을 떠올려봤다.

‘암격사가 천사를 강림시키는 사건이 있었지.’

암격사의 소환수인 암천사 하나가 숙주의 몸을 빌어서 지상에 강림하는 사건이 있다. 하지만 그건 시기상 아직 좀 이른 감이 있었다.

‘시기도 이른 데다가, 지금 당장은 메트로폴 대성당 폭파를 진행하다가 성녀에게 계파 하나가 완전히 당했다고 들었어.’

암흑성도회의 거대한 힘 삼 분의 일이 공중으로 날아간 것이다.

‘그러니 당장 시작하진 않을 거다.’

암천사의 소환을 미리 방지할 방법은 없으므로, 이 사건도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고 봐야 옳지만, 시간이 있다.

천사 사건에 줄을 긋는다.

그리고 나머지 줄에 남는 시간을 통해서 해야 할 일들을 적었다.

1. 광명자에 대한 상세한 기록 필요함.

2. 나머지 석판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함. 특히 오스굿에 관한 것.

3. 트리메스 교수에 대해서 파헤쳐야 함.

이 중에서 당장 시급한 것은 3번이겠지만……. 애석하게도 트리메스 교수의 능력 중에 자신에 대한 기록을 지워버리는 능력 때문에 그를 추적하기는 지난한 일이었다.

심지어 마지막으로 도망친 곳도 공허였으니, 어디서 나타나게 될지도 모른다.

샤를은 오랜만에 드레이크와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간 오스굿에 대한 정보는 어디까지 파악했는지 알아볼 생각이었다.

*

라페르테 거리 30호. 므냐시 펍. 샤를은 조금씩 떨어지는 비를 그대로 얻어맞아 미묘하게 젖어있는 코트를 코트 걸이에 걸어두고 자리에 앉았다.

펍 내에 축음기에서 울려 퍼지는 재즈 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한 빗소리와 함께 묘하게 잘 어울린다.

먼저 앉아서 버번 위스키 한 병을 주문했다. 홀짝홀짝 마시는 도중에, 곧 오래간만에 보는 얼굴들이 나타났다.

“이야, 잘 지냈나?”

“허허. 오랜만이군.”

드레이크 박사와 라이스 교수였다. 그들은 여태까지 샤를의 의뢰를 받아서 남대륙으로 갔던 오스굿에 관해서 조사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 서류 가방에서 서류가 삐져나올 정도로 많아 보였다.

바텐더는 두 교수를 보고 늘 그들이 마시던 술을 꺼내서 올려 두었다.

“자네 소식은 들었다네. 가문에 참사가 있었다면서?”

“그렇지.”

유마의 공작으로 인해 대외적으로는 가스폭발 사고로 일가족이 전부 죽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유감을 표한다네.”

드레이크가 말하자 옆에 있던 라이스 교수도 고개를 숙이면서 가볍게 유감을 표했다.

샤를은 자세한 내막을 그들이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고 생각했으므로 가볍게 그 인사를 받았다.

셋은 술잔을 들면서 그간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에 관해 얘기했다.

라이스 교수도 드레이크와 함께 비밀장서고 소속 영성자로 들어갔다.

비밀스러운 지식에 매료된 라이스는 혼자서 영성자가 되는 길을 걷다가, 드레이크와 아미티지의 권유로 비밀장서고 소속 영성자가 되었다고 했다.

뭐, 샤를이 간섭하건 하지 않건 드레이크가 이미 영성자가 된 마당에 그의 단짝인 라이스도 영성자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몇몇 사소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그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일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네가 조사를 의뢰했던 건에 대하여 이제 얘기 좀 해볼까 하는데.”

“나야 좋지. 완수라는 얘기는 듣지 못했으니 아직 전부 찾아내진 못한 것 같은데? 맞나?”

“애석하게도 그렇다네. 미스트위버 비밀장서고에는 없는 서적이 없지만, 그 과정에서 오스굿이라는 사람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어.”

드레이크는 한숨을 내쉬면서 손가락을 들었다. 그러다가 새로운 여급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는 상큼한 미소를 날리면서 눈인사를 했다.

바람둥이다운 태세 전환에 샤를이 속으로 혀를 찼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여급이 답례로 눈짓을 하면서 술을 조금 더 내온다.

드레이크가 그런 사소한 행위 하나하나에 추파를 담는 동안 라이스 교수가 자신의 서류를 하나 꺼내서 열었다.

“일단 최소 5천 년 전의 일들이었으니 추적이 매우 어려웠지. 하지만 우린 몇 가지 조사를 통해서 오스굿이라는 사람을 추적해볼 수 있었네. 키워드는 바로 오실리아라는 이름의 도시야.”

“그건 남대륙에 있는 대도시의 이름이 아닌가?”

오실리아는 남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한 큰 도시였다. 한때 존재했었던 야만 제국 스노히의 수도이기도 했었다.

히스파니아인들이 그 도시를 약탈한 뒤에 식민지배의 초석으로 사용하기 전까진 말이지.

“오실리아는 스노히 제국의 수도였다네. 그런데 그 이름의 기원이 특이한데, 그들이 모시던 여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하는 것이야. 오스구나아아텔.”

“그건 또 처음 듣는데.”

샤를은 고개를 갸웃했다. 남대륙의 여신이라니. 하지만 얼핏 듣기에, 오스굿이라는 이름과 매우 비슷해보였다.

“모를 수밖에. 실제로 오스구나아아텔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도 기록이 거의 없었거든. 우리도 비밀장서고에서 얻은 기록서에서 겨우 찾아낸 거야.”

“이렇게까지 기록이 말살된 여신은 거의 없단 말이지. 나중에 누군가 오스구나아아텔이라는 이름을 지워버리려고 노력한 게 아니라면 말이야.”

그 뒤에, 술을 한 모금 마신 드레이크가 라이스의 말을 받아서 얘기했다.

“이름이 오스굿과 매우 유사하지? 그래서 오스굿이라는 존재가 오스구나아아텔과 같은 존재라고 판단하고 백방으로 찾아봤어. 하지만 비밀장서고 여러 곳을 뒤져도 제대로 된 기록은 안 나오더군.”

라이스는 감자튀김 하나를 집어 먹으면서 그의 뱃살에 있는 기름칠을 유지하는 동안 드레이크의 말을 받았다.

“우리는 몇 가지 가정을 했어. 여신 오스구나아아텔이 사라진 이유에 관해서 말이야.”

“추측해볼 것 하나는 바로 기록이야.”

“기록?”

“몇몇 특수한 기록은 그 자체로도 유물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경우를 아나?”

“물론이지.”

이 세상에는 어째서인지 기록을 했을 뿐인데 그것이 유물로 변하는 기이한 일이 종종 일어나곤 했다.

실제로 100년 전에 아문센이라는 영성자가 썼던 남극대륙 탐험기라는 기록은 그 자체로도 유물로 남았었다.

“마찬가지로, 오스구나아아텔이라는 존재에 대한 기록들이 전부 유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는 것이 첫 번째 추측.”

“두 번째 추측은 바로 남대륙의 주신 시문두하가 오스구나아아텔에 관해 지워버렸다는 거야. 이쪽이 설득력이 높지.”

현 남대륙에 넓게 퍼진 것은 시문두하라는 이름의 신앙이었다. 이쪽도 유일신 계통의 신앙으로, 광명교와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럼 오스굿에 관한 정보는 그게 전부라는 거야?”

“애석하게도 말이지. 비밀장서고에 보관된 서적은 많지만, 확실하게 알아내려면 남대륙으로 가봐야 할 필요가 있어.”

그리고 아쉽게도 두 교수는 남대륙으로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당장 2달 뒤 4월부터 새 학기가 시작하니 말이다. 하지만 샤를은 개의치 않고 물었다.

“간다면 어디서부터 찾아볼 생각인데?”

“고아 식민지령 체합타클 국립박물관. 그곳에 고대 스노히 제국의 기록이 적힌 거대한 석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

“다들 두 달 정도는 시간이 남아있는 것 맞나?”

“그렇다네. 근데 왜 그러지?”

“빠르게 남대륙에 갈 방법이 있거든.”

샤를의 말에 드레이크와 라이스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으나, 샤를은 가볍게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안 되지만 말이야. 때가 되면 곧바로 부르겠네.”

*

드레이크와 라이스의 서류를 전부 받아 챙긴 샤를은 일단 저택에 돌아와서 가진 서류를 전부 분석했다.

오스구나아아텔. 이름을 들었을 뿐인데 직감적으로 이게 오스굿의 또다른 이름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석판 조각의 힘을 현실에서 끌어낼 수 있다면, 충분히 여신 행세를 하고도 남지.’

혈족 계승으로 석판을 받은 존재들과는 다르게, 오스굿은 석판 조각의 힘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렘 노인의 제자 중 한 명이었다.

실제 신에게는 미치지 못했겠지만 남대륙에 살면서 제대로 된 문명을 이룩하지 못했던 존재들에게는 신과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실마리 하나가 생겼으니, 샤를은 남대륙에 갈 방법을 만들면 된다.

다음날 일찍 일어난 샤를은 도시 지하에 있는 메트로를 이용하기 위해 미스트위버 대학에서 내려가는 길을 골랐다.

칼튼을 쫓다가 갑작스럽게 들어간 그때와는 다르게, 차분하게 메트로로 내려간다.

1층에 도착하자마자 몇몇 야생의 영성자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어슬렁거리면서 불을 쬐고 있거나, 지하에서 등장하는 신비학적 생물들을 사냥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저 부랑자 같은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저들은 때로는 강도로 돌변하기도했다.

그들을 가볍게 무시하고, 이번에는 메트로의 정거장 근처에 설치된 승강기로 향했다.

지하 30층을 누르자 붕뜨는 느낌과 함께 순식간에 지하 30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띵.

승강기가 열리자마자 승강기 앞에서 대기 중인, 코끼리 가면을 쓴 병사가 총구를 내밀었다.

“정지. 누구냐?”

“샤를 헥센.”

옆에 있던 그 병사의 동료 하나가 서류를 꺼내서 읽어보더니 샤를의 얼굴을 확인했다.

“실례했습니다. 샤를 헥센 주주님. 메트로의 이용권이 있으시군요. 곧바로 메트로를 사용하실 예정입니까?”

“그건 왜 묻지?”

“31층으로 내려가실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31층부터는 매우 위험하므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봉인재단은 메트로의 10층부터 30층까지 이렇게 인력을 배치해서 그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가끔 등장하는 이계의 존재들을 때려잡거나 신비학적 생물들의 표본을 수집하기도 했다.

“그것도 자네가 판단할 바는 아니지. 그렇지 않나?”

“실례했습니다.”

샤를의 말에 병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 말이 맞다. 샤를은 31층 이하로 내려가기 위해 잠시 이 메트로에 도착한 것이었다.

남대륙 직행 메트로가 35층에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되도않는 미궁 탐험을 시작해야겠네.’

다행히도, 샤를에겐 치트가 하나 있었다. 바로 게임 속 지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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