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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45화 (144/221)

제145화 - 샤를은 상대가 상상 이상의 강적이고, 상태가 좋지 않은 유스티나와 모리가 끼어든 것에 일말의 불안감을 느꼈다.

운명 조작 주문의 부작용일까? 플로나만 있었어도 이 난관을 타개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새로운 인물이 나타난 것을 파악한 알료샤는 눈을 돌려서 상대방의 의도와 힘을 가늠하는 듯 했다.

“어딜 봐?!”

플로나가 빠르게 달려들어서 알료샤를 내려찍었다. 알료샤는 가위검을 들어서 양 손으로 손잡이를 붙잡고 내려치는 대검을 막아냈다.

이 긴급한 상황에 모리는 잠깐 당황한 듯 보였으나 곧바로 자신의 바이올린을 꺼내들었다.

‘기억하자. 샤를님께서 가르쳐준 선율을 말이야.’

여태까지 언급은 거의 없었지만 샤를은 그동안 모리를 가르쳤다.

‘제자’라는 것은 단순히 무명 교단 내부의 계급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질과 능력을 입증한 사람을 말한다. 동시에 샤를에게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하기도 했고.

사람의 개성은 영성자의 능력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그중에 모리는 샤를이 준비한 몇몇 트레이닝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능력을 극한을 단련했다.

에세나가 상대방이 정신에 간섭하는 능력을 단련했다면 모리는 악기를 무기로 만드는 능력을 단련했다.

음악을 듣는 자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능력부터, 음파를 무기로 사용하는 방법까지.

모리의 바이올린에서 음악이 들리자 알료샤는 순식간에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질량이 늘어난 건 아니었다. 이상할 정도로, 몸이 느려진 것 뿐이었다.

채 마무리하지 못한 반쪽만 남은 백기사의 검격이 쏘아지고 무언가 움직이려고 하면 플로나가 간섭해서 방해한다. 거기다 자체적인 디버프까지.

알료샤는 눈을 돌리면서 어떻게 해야하지 계속 고민했다.

‘이게 이렇게 되나?’

샤를은 갑작스러운 모리의 난입이 이런 식으로 전개 된다는 것에 감탄을 느끼면서 총을 들어서 적의 빈틈을 노렸다.

백기사를 더 유지하기에는 영성이 벅차기 때문에 샤를은 곧 백기사를 완전히 소환해제 시켰다. 백기사는 곧이어 수많은 나비들로 분산된다.

급작스럽게 전투가 진행된다. 이 점에서 일단 이 사건의 부외자였던 유스티나는 난감함을 느꼈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사람들. 유스티나는 이미 그들을 알고 있었다. 한 때 적으로 만났었지.

‘저 여자는 그 철퇴 들고 다니던 미친년이잖아?’

식물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지.

유스티나는 비록 계몽주의자의 탄환에 머리를 지배당하고 있었더라도 그때의 기억이나 감각이 어느 정도는 남아있었다.

저 뒤의 남자. 샤를 헥센도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녀의 절친인 골레릭의 고용주면서, 그녀의 머릿속에 박힌 탄환을 빼게 만들어준 은인이라고 알고 있었다.

직접적으로 부딪친 기억은 거의 없다. 그 때 자신은 유스티나가 아니라 계몽주의자에게 빙의당해 있었을 때니.

어쨌든 둘을 돕는 걸 보면, 모리 린덴도 그 무명 교단에 속하거나 그 동료가 아닐까?

모리가 분주히 연주를 하면서도 입을 열어 유스티나에게 말했다.

“누나. 저 인형은 위험한 존재에요. 지금 도망치세요.”

“아니, 그럴 순 없어.”

“누나가 영성자인 건 알고 있지만, 자신의 싸움도 아닌 것에 낀 것은…….”

“왠지 그렇게 말하니까 네 말을 듣기가 오히려 싫어지는데?”

유스티나는 싱긋 웃었다. 요즘 침울해져 있지만 그녀는 상당히 활달하고 기분파였다.

만나서 친구가 된 지는 얼마 안 되었고 나이 차이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친구다. 친구가 위험에 처했다는데 나 혼자만 모른 체 하고 도망 칠 수는 없었다.

무명 교단과는 여러 모로 얽혀 있는 게 많기도 했으니까. 일단 머리에서 탄환을 빼내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한다고 생각하니 전투에 참여한다는 것에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스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스티나는 품에 숨겨둔 단검의 개수를 파악했다. 평소에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그녀는 그 상태에서도 일반인이 한 트럭이 덤벼들더라도 죄다 머리를 분리해버릴 수 있는 전직 특수 요원이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유스티나는 모리의 음악을 들으니 설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짜 되네?’

발에 힘을 줘서 일어서자, 여태까지 앉은 뱅이였다는 게 거짓말인 것처럼 불쑥 일어설 수 있었다.

“이러면 할 수 있겠어.”

유스티나가 일어서서 자세를 잡을 때쯤, 알료샤는 이곳에 있는 모든 영성자들 중에서 제일 성가신 것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모리인 것을 파악했다.

모리의 힘은 미약하지만 바이올린에서 나오는 선율이 알료샤의 힘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그들 일행의 힘을 북돋아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대로 전투를 벌이다간 위험해질 터. 그 즉시 플로나와 싸우다 말고 몸을 돌렸다.

“어딜가!?”

플로나의 손바닥이 펼쳐지자 알료샤의 발 아래엣 식물들이 급생장해서 그녀의 발을 묶었다. 그러나 알료샤는 자신의 발을 향해서 손가락을 가위 모양으로 만들어서 싹둑 잘라내는 것으로 속박에서 벗어났다.

조금 전에는 샤를과 성배 조각품의 무형의 연결을 끊는 것 정도였지만 성장한 지금은 물리적인 무언가를 끊을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이다.

개화하지 못했던 능력을 점점 더 얻고 있었다. 바이올린 연주자를 죽이면 이대로 승리할 터였다.

그때 앞에 나타난 것이 바로 유스티나였다. 양 손에 쿠크리를 쥐고 있다. 한 손에는 정방향, 다른 손에는 역방향으로 단검을 들고 달려오는 알료샤를 막아냈다.

“?”

알료샤는 자신이 밀리는 것을 보고 이채를 띠었다. 이 정도 능력이면 여태 싸우고 있던 플로나의 능력과 비슷하다. 이런 자가 둘이나 그녀의 앞을 방해하고 있다니, 눈살을 찌푸리면서 분노했다.

알료샤의 눈이 더욱 붉게 빛났다.

“방해자는 모두 제거되리라.”

가위검을 들어서 활짝 편다. 이대로 손잡이를 당기면, 눈앞의 존재도 양단될 것이었다.

“조심해!”

샤를이 다급하게 외치면서 총격을 가했으나 빗나갔다.

가위? 유스티나는 펼쳐진 가위검을 보고 아직 거리가 있음을 알았다. 조금만 더 멀어지면 저 가위의 경로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자 가위검이 싹둑, 하고 공간을 베었다.

유스티나는 베여진 허공을 바라보며서 소름을 느꼈다. 그 검은색 공간. 매일 같이 보는 풍경의 일부분이었다.

계몽주의자의 빙의가 끝난 이후부터 보이던 그 검은 공간을, 상대의 가위검은 인위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모양이었다.

‘이런 식으로 절단하는 건가.’

유스티나는 공허에 친숙했으므로, 가위검이 대체 어떤 원리로 공간을 ‘절단’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본능적으로 그 능력을 이해했다.

쿠크리 두 개를 겹쳐서 마치 가위질 하듯 휘둘렀다. 그 경로상에 걸린 알료샤의 머리카락이 그대로 잘려나갔다.

‘절단’이었다. 알료샤는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가위검으로야 겨우 할 수 있는 것을, 방금 그 여자는 보자마자 흉내냈다.

그 경로에 팔이나 목이 있었다면 위험했겠지.

‘위험해! 위험해!’

알료샤의 직감이 모든 상황이 전부 위험하다고 알리고 있었다. 분명히 샤를의 목을 향해 ‘절단’을 사용할 때 승부가 났다고 판단하고 있엇다.

완벽하게 승리했고 찬탈자에게서 성물을 되찾아 올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이렇게 된 것인지, 알료샤 본인조차 알 수 없었다.

무언가의 수작인가? 그런 건가? 더욱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월등했다. 인간이라는 생물보다 더 강한 신체와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여기서 막히거나쓰러질 리가 없었다.

분노는 힘을 이끌어냈고 욕망은 기계 심장과의 융합을 더욱 가속 시켰다.

심장 부근에서 대충 융합되어 있던 기계 심장이 빠르게 그녀의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보인다. 거대한 힘의 주인이. 불완전하게 붕괴된 신성의 씨앗이 점점 더 복구되는 것을 느꼈다.

이계 너머에서 힘의 편린이 계속해서 주입되고 있었다. 끝없이 신체 능력이 상승하는 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다.

희열감과 고조감이 알료샤의 몸을 뒤덮었다. 이로서, 그녀의 창조자가 맡았던 조각구원회의 교주 직위를 계승할 것이다.

2대 조각구원회 교주로!

탕!

그런 그녀의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녀의 미간을 꿰뚫은 단 한발의 총성 때문이었다.

아, 알고리즘 오류, 생각이 어렵다. 머리가 아파진다. 두개골 내부 파손율 상승. 지금도 상승중. 부서진 부분이 너무 많아, 이제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겨우 성공했군.”

샤를은 겨우 알료샤의 뒤통수를 쏴버릴 수 있었다. 너무 빨라서 원거리에서 저격할 수 없었고, 해수 두꺼비의 힘을 받아서 근접한 상태에서나 겨우 조준해서 쏴댈 수 있었다.

전부, 플로나나 유스티나가 시선을 끌어줘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샤를님! 대단해!”

“너무 띄워주지 마라.”

플로나가 눈을 반짝이면서 소리쳤다. 샤를은 고개를 가로 젓고는 일단 쓰러진 알료샤의 가슴에서 기계 심장을 빼내야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내버려두면 기계 심장은 알료샤를 재생시켜버릴 수도 있다.

그때였다. 주변의 공간이 이질적으로 변했다.

“뭐, 뭐지?”

“물러서!”

사람들이 당황해하는 동안, 샤를은 알료샤에게서 멀어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외쳤다.

유스티나는 하늘로 손을 가리켰다.

“저, 저기를 보세요!”

“음!?”

공간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오직 검은색만 보이는 공간이 드러났다.

샤를은 그 공간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바로 ‘공허’였다.

석판이 주인에게서 회수 될 때나 가끔 드러나던 그 공간이다.

저 공간은 계몽주의자가 말하는 세계의 ‘진짜’ 모습이기도 했다. 물론 그들의 주장이 맞다는 가정이라면 말이지.

그 공허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마치 창문을 깨고 나온 사람처럼, 한 남자가 등장했다. 머리에는 페도라 모자를 쓰고 정장차림을 한 말끔한 신사였다. 조금 기른 머리카락을 뒤로 묶었다.

얼굴은 매우 동안이었고 선한 인상에 안경을 쓰고 있었다.

“어라. 이런 결말이 아니었을텐데 말이죠.”

샤를은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보슈 백작 부인의 로켓에서 발견한 사람. 그리고 재단에서는 그를 프로메트 트리메스 교수라고 가르쳐줬다.

그리고 샤를의 괴테의 만년필을 들고 훔쳐 달아난 도둑이자 이번 사건의 흑막이기도 했다.

“오랜만입니다. 아니면,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말해야할까요? 샤를 헥센.”

“……!!!”

샤를은 눈을 크게 뜨면서 놀랐다. 프로메스 교수의 그 말에 샤를은 모든 논리적 인과와 추리를 뛰어넘어서 무언가 깨닫게 만들었다.

전부터 의문점이 있었다. 이 의문은 그간 샤를 자신이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여겨서 간과해왔던 사실이었다.

괴테의 만년필에는 지배의 권능이 적용되어 있었다. 이건 이능력으로 구분될 수 있는 권능이다.

유물을 지배하고 샤를의 통제하에 두는 것. 그렇게 함으로 다른 사람은 유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있었다.

그런데 이 트리메스 교수라는 자는 어째서인지 샤를이 지배했던 그 괴테의 만년필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었다.

이게 가능한 사람은, 그 권능을 주었던 사람밖에 없다.

김연수가 빙의하기 전, 샤를은 자신이 가진 자산과 모든 신비학 지식을 총동원해서 지배의 권능을 그와 거래에서 얻어냈던 것이다!

“헤르메스 트리메기스토스.”

그렇다! 그가 헤르메스인 것이다. 인간으로서 신이 된 유일한 존재. 최초의 연금술사, 최고의 마도사, 삼라만상의 탑주, 예언자, 초월한 자. 등등. 온갖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

어째서 잊고 있었을까. 그의 가명에서도 정체를 추측해낼 수 있었을 것이었다. 헤르메스의 또 다른 이름 중에서 프로메테우스의 이름도 있었으니까.

다만, 이계의 심층 깊은 곳에 거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서 도저히 현실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이야, 역시 그 통찰력과 직감. 굉장하군요. 옛 적수와는 달리 제 적수가 되기엔 충분해 보이는군요.”

트리메스 교수가 기이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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