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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29화 (129/221)

제129화 - 하늘에서 또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가 눈에 보인다.

간호사 밀드레드 폴슨을 가둬두고 심문하고 있는 더글라스가 피워댄 독한 담배들이었다.

“그러니까.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말을 해보라는 것이오.”

“…….”

“정말 대화할 생각이 없단 말이오? 이대로 경찰국에 넘겨도 상관없다고?”

“…….”

밀드레드는 무슨 충성심인지 도무지 입을 열지 않았다.

더글라스는 화를 내면서 때려치울까 하면서도, 괴물로 변해버린 시드니가 언제 다시 나타나 그들을 습격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무지 답이 없다. 더글라스는 문밖으로 나왔다. 샤를이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있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다음 날 아침까지 신문하고 있을 테니 샤를이 입을 열었다.

“거기까지 하시고 힘을 빼는 게 좋겠군요. 이제부턴 제가 심문하죠.”

“자네가? 또 그 초능력 같은 걸 사용할 생각인가?”

시드니에게 붙잡혀 잠시 묶여 있던 두 경비원은 전부 샤를이 등불 주문으로 암시를 걸어 처리했다.

“아뇨 밀드레드 폴슨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볼 생각입니다. 안 통할 것 같거든요.”

“하.”

더글라스는 그를 구해줘서 일단 함께 행동하고 있긴 하지만 영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 말고는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었으니 사소한 불편함쯤은 감수하기로 했다.

샤를은 곧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밀드레드 폴슨이 앉아 있는 게 보인다.

시드니 호렌슈타인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밀드레드 폴슨은 전혀 모른다.

일단 어부형제단의 졸개들도 아니고 단순히 외부 협력자일 뿐이었으므로 샤를의 데이터에는 없는 사람이다.

‘괴테의 만년필에 기록되었던 피터의 이야기에서 등장했던 사람이기도 하지.’

샤를은 조용히 그 간호사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여태까지 파악한 정보에 의하면 이렇다.

밀드레드는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데 능하다. 그리고 미리 시드니가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었을 정도로 눈치가 빠르며, 교활한 기색이 있다.

맨 처음에 등불 주문으로 암시부터 걸고 시작하려고 했으나, 수가 막혔다.

‘암시가 통하지 않는군?’

밀드레드는 영성자가 아니었지만 암시도 통하지 않는다. 정신 스탯이 엄청나게 높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굳은 신념을 갖고 있으며 신념을 위해서는 고통에 굴하지 않는다. 방법을 바꿔야겠다. 정신력이 굳건하면 고문도 통하지 않는다.

“시드니에게 협력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가 괴물로 변하는 것을 봤을 텐데요.”

묵묵부답이지만 샤를은 어차피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에게는 비언어적 표현이 있다. 약간의 눈 경련, 표정의 미세한 변화나 상대의 모습만으로도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가령, 밀드레드는 초췌해 보여도 실제로 그렇지 않다. 주변에 무기가 있다면 언제든지 반격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이 남아있다.

그리고, 시드니처럼 완전히 미치광이는 아니다. 그랬다면 시드니가 괴물로 변한 이후로 기절하지 않았을 테니까.

기절한 뒤에 깨어났어도 밀드레드는 변절하지 않는다. 분명 자신이 버림패로 사용되었다는 것도 아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저런 타입이 충성심이 높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 협력하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확률이 높아 보이는 선택지를 골랐다.

“가족이 어부형제단에 투신했군요?”

감정을 잘 감추는 편인 밀드레드 조차 그 단어에 한순간 눈동자가 흔들렸다.

표정을 잘 감춰서 아주 미세한 흔적만 보였지만 샤를이 확신을 얻기에는 충분한 단서였다.

“죽었을까요? 아니. 그렇진 않을 겁니다. 어인이 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어인이 되었다면 샤를의 손에 아작나거나 혹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참이다.

이미 죽었다면 밀드레드는 굳이 어부형제단과 협력할 필요가 없다.

밀드레드 본인은 어부형제단에 투신하지 않았으니까. 그냥 외부 협력자 정도일 뿐.

“아직 드러나지 않은 어부형제단원들이 더 있군요? 그리고 그중에 당신의 가족이 끼어 있는 겁니다. 음. 예를 들어. 형제겠군요.”

마치 심리를 읽는 마술사처럼 샤를이 이야기하자 밀드레드의 눈동자의 균열이 더 커졌다.

그걸 감추려 이제 왼쪽 위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것 자체가 힌트라는 것을 모른다.

“그자는 당신의 보호가 필요합니다. 동생이겠군요. 음, 당신의 통제를 벗어났으니 남동생이군요.”

“어떻게?”

처음으로 입을 연 밀드레드의 말이었지만 샤를은 싱긋 웃으면서 대꾸했다.

“말 안 듣는 동생이라면 여동생보다 남동생일 확률이 높지요.”

틀려도 상관없다. 어차피 샤를은 어느 쪽을 찍더라도 자신에게 이득이었다.

이런 화법에서 중요한 것은 확실하지 않더라도 마치 진짜 확신하고 있는 것처럼 블러프를 걸어야 한다는 거다.

“이대로라면 당신의 동생은 어부형제단에게 홀려서 죽게 될 겁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그 교단의 비밀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에요.”

“그게 무슨 소리죠?”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이죠. 그냥 사람을 어인으로 만들고, 모여서 인신 공양을 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합니까?”

“…….”

“어부형제단을 따르면, 종국에는 결국 그들이 만든 흐름에 쓸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해일이 모든 것을 덮쳐 온 세상을 사라지게 만들 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말을 하더라도 당신에겐 허황한 얘기라고 생각하게 되겠죠.”

이런 여자에게는 진실을 늘어놓는다고 해도 거짓으로 곡해할 것이며, 자신이 듣고 싶은 말밖에 듣지 않을 거다.

“그러니 거래를 제안하죠. 나는 당신의 동생을 어부형제단에서 빼내 줄 겁니다. 멀쩡히 살려서 돌려보내도록 하죠. 어인이 되었다면 ‘원래대로’ 되돌려서 보내주도록 하죠.”

“그 대가는?”

오히려 이런 거래를 제안하는 게 밀드레드라는 여자에게 통하는 정공법이다.

“당신이 알고 있는 어부형제단의 모든 정보입니다.”

“그냥은 믿을 수 없어.”

“그럼 뭘 원하죠?”

“안전장치. 당신이 내 정보만 듣고 거래를 이행하지 않을 것 같으니, 나는 반만 이야기하겠어. 나머지 반은 거래가 끝난 뒤에 얘기해주지.”

“그러도록 하시죠.”

반만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샤를은 어차피 게임 속 지식이라는 레퍼런스가 있으므로 나머지 절반도 쉽게 유추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일단 담배 좀 줘. 목마르니까.”

샤를은 어깨를 으쓱했다. 목마르다고 담배를 피워? 이상한 말이었지만 어차피 흡연의 핑계였다. 샤를은 비흡연자라 담배가 없었다.

문밖에서 듣고 있던 더글라스가 들어와서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담배를 탁하고 내려놨다. 샤를이 설득에 성공했으니 더글라스도 옆에서 팔짱을 끼고 이야기를 들었다.

밀드레드는 담배를 받아 물고는 입을 열었다.

“먼저 하나 말해주지. 내 동생의 이름은 게리 폴슨이야 붉은 머리카락에 덩치가 크지. 머리카락은 곱슬머리고. 아직 어인이 되진 못했어. 그들에게도 무슨 절차라는 게 있다나. 아직 졸개일 거라고 생각해.”

요구사항부터 먼저 말하는 밀드레드를 보고 샤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아직 구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인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건 복잡한 방법이라.

“내가 어부형제단에 대해서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아. 언제부터인지 이 섬에는 어부형제단이 믿는 수몰왕에 대한 신앙이 있었고 이곳에 정신병원을 세웠던 시드니 원장이 그것에 홀렸다는 것 정도.”

“그럴 리가 없지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더 아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샤를의 말에 밀드레드는 흥하고 콧소리를 낸 다음 말했다.

“처음에, 시드니 원장은 이 섬에서 이상한 걸 발견했다고 했어.”

“이상한 것?”

“이 세계에 있으면 안 되는 무언가가 원래부터 이 세계에 있었다면서, 모든 사람이 미몽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지.”

“…….”

자신들 이외에는 모두 미몽에 사로 잡혔다. 이 단어는 보통 계몽주의자들의 레퍼토리이긴 했지만 시드니 원장은 인간이다.

“그리고 그곳에 ‘샘’이 있다고 했어. 샘이 어디인지는 가르쳐주지 않았어. 언제부터인가 시드니는 홀로 나갔다가 물에 축 젖은 채로 병원으로 되돌아오면서 품에서 이상하게 생긴 주사기들을 가져왔지.”

“그리고요?”

“치유가 불가능해서 끝까지 격리되어야 한다고 판정 난 중환자들에게 그 주사기를 투여하기 시작했어. 그리고나서 중환자들은 ‘멀쩡’해져서 퇴원했었지.”

샤를은 이 말에서 거짓말 하나를 읽었다. 멀쩡해져서 퇴원한 것이 아니다. 퇴원한 것이라고 속이고는 어인이 되어 이 섬에 계속 숨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밀드레드는 그 사실도 알고 있었겠지.

“그리고?”

“언젠가 갑자기 시드니 원장이 계획이 실행되어야 한다면서 내게 말했지. 어부형제단에서 하겠다고 하는 일은 세 단계로 나뉜다고 했어. 맨 처음에는 축성된 인간의 내장을 심해류에게 바쳐서 그들을 수호자로 삼는 것.”

이번 살인 사건의 배경이 여기서 드러난다. 다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번 살인은 너무 적나라하게 저질러서 섬 외부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결과가 되었지만.

그 의문은 곧 풀렸다.

“그 살인은 공공연하게 누구나 알 수 있게 전시하라고 했어. 공포를 머금으면 머금을수록 그분께서 즐거워하신다고 했나? 혼잣말로 중얼거리긴 했지만 그랬었지.”

완전히 돌아버린 새끼였어. 라고 하면서 밀드레드는 담배를 빨아들였다. 그리고 한숨 쉬듯 연기를 내뿜고는 말했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여럿을 살인한 다음 그 내장을 꺼내 자기들 방식으로 ‘축성’하고 심해 생물에게 계속 먹인다는 것이 그 목적이었지. 첫 살인부터 갑자기 꼬이기 시작했다는 게 문제였고.”

“더글라스 때문이군요.”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그건 시드니도, 샤를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대체 누가 더글라스가 하루 만에 나타나리라 생각이나 했겠나.

보통 고립된 섬에서의 정신병원의 실종 사건이라고 하면 못해도 일주일은 지나서 경찰이 파견되는 것이 보통이었으니까.

“그리고 시드니가 나한테 그러더군. 그 경찰을 떠보라고, 다음 제물로 사용하기 괜찮아 보인다고 말이지.”

“이런 씻팔.”

더글라스가 팔짱을 끼면서 욕설을 내뱉었지만 밀드레드는 상관하지 않고 담배를 피웠다.

“근데 결국 실패하고 일이 꼬였지. 갑자기 나타난 당신 때문에 말이야.”

“그래서요? 세 단계 중 한 단계를 말했지요. 나머지 둘은 뭡니까?”

“나도 정확히는 몰라, 그 미치광이가 헛소리를 주절주절하는 걸 알아서 눈치껏 알아들어야 했으니까. 두 번째는, 뭐더라? 그 심해류에게 길 인도자를 맡겨서 위대한 문을 열겠다고 했어.”

위대한 문? 샤를의 머릿속에서 선택지가 수십 개 떠올랐다. 그 조각을 맞추는 동안 밀드레드가 계속 입을 열었다.

“나도 위대한 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보통 미친 일은 아니겠지. 그리고 세 번째 계획은 몰라. 난 듣기만 했거든.”

이것도 거짓말이겠지. 알고 있지만, 미리 선언한 바에 의해 절반만 얘기하려는 것이다. 더글라스가 입을 열었다.

“이봐, 밀드레드. 그렇다면 당신 동생은 그 계획에서 뭐하고 있는데?”

“난 저 남자랑 얘기하기로 거래했고 당신과는 할 말 없어.”

“이런 씻팔?”

더글라스가 욕을 내뱉는 동안 샤를이 입을 열었다.

“그건 나도 궁금하군 당신 동생을 어디서 찾아야 할 지는 알아야하니까.”

“위대한 문의 문지기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지만, 난 그들이 산다는 해안 동굴로 들어갈 수 없어. 입구가 아래쪽에 있다고 하더라고. 그 말은 물속으로 깊이 잠수해야한다는 거지.”

“해안 동굴이라…….”

샤를은 자신이 조져버린 그 해안 동굴 말고도 다른 해안 동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곳에 어부형제단의 사원이 있을 것이다. 밀드레드를 묶어두고 밖으로 나온 샤를과 더글라스가 대화를 나눴다.

“세 단계의 계획 중에서 첫 번째 계획이 망가졌으니 다음 계획을 사용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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