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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28화 (128/221)

제128화 - 더글라스가 떠난 이후 샤를은 어인들을 곤죽으로 만드는 것에 주력했다. 어인의 스펙은 인간보단 월등히 강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평범한 인간보다 강하다는 뜻이다.

휘리리릭. 퍽! 쾅!

완전히 구현해낸 백기사가 묵묵하게 움직여서 어인들을 박살냈다. 강철 주먹에 팔이 닿자마자 자동차에 치인 것처럼 어인들이 허공을 날아간다.

주문을 사용할수록 숙련도가 늘어서 이제 나비들의 수가 어느 정도 되어야 백기사를 만들 수 있는 지도 알아냈다.

새 주문을 창조하는 거랑 익숙해지는 거랑은 또 다르니.

쾅! 콰직! 푸직! 쾅!

“으아아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아!”

난장판이 나면서 부서지는 소리가 엄청나게 난다. 하지만 누구도 원장실로 뛰어 들어오지 않는다.

밖에 나비 한 마리를 설치해서 등불 마법과 연동시켜뒀다. 민간인들은 이 앞을 다가오면 곧바로 강한 암시에 빠져서 기억을 새로 뒤집어 쓰게 될 것이다.

“음. 보아하니 여기엔 상급 어인은 없는 모양이군.”

인간에서 어인으로 변하면 보통 어인들의 지능은 퇴화된다. 평범한 지능을 가진 인간이라면 멍청한 인간으로, 똑똑한 인간이라면 평범한 인간 정도로 지능이 낮아진다고 할까.

하지만 상급 어인이 되면 인간보다 더 강한 힘, 그리고 더 뛰어난 지식을 갖게 된다.

한 대 쳐맞고 날아가 반쯤 터진 자신의 수염을 보고 문어 어인이 중얼거렸다.

“마, 말도 안 돼.”

문어 어인 정도가 그나마 쓸만한 수준인가. 나머지는 백기사의 주먹에 닿으면 터져나가고 검에 걸리면 반토막이 났다.

“이봐, 문어 어인.”

“너, 넌 뭐냐. 너 같이 강한 영성자가 이곳에 있을 줄은 몰랐다. 교, 교주만큼이나 강력한 영성자가 섀터 섬에 있다니…….”

“네 본래 정체가 뭔지 난 알고 싶지 않고 관심도 없어.”

이 어인들은 겉으로는 평범한 인간이었을 터. 피터의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샤를이 개입하면서 정신병원의 추리극은 막을 내렸고 이제부터는 호러 슬래셔 무비다.

‘음? 호러 슬래셔 무비가 원래 인간이 괴물을 써는 내용이었던가.’

아무래도 상관없지. 어? 둠가이도 장르 태그에 호러가 붙어 있다고.

“하지만 머릿속에 있는 정보는 꺼내줘야겠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어디 네가 수몰왕에게 바치는 충성심이 얼마 정도 되는지 확인 해 볼까? 저항이 강하면 시가이 더 오래 걸린다는 걸 알아두라고.”

샤를은 손을 뻗어서 문어 어인에게 폈다. 그리고 지배의 권능을 사용했다.

*

탄환을 손으로 잡아채서 보여주기까지 하다니, 그 압도적인 모습을 보고 경비원들이나 더글라스나 반쯤 넋이 나갔다.

압도적인 힘으로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짓이기는 것은 닭 모가지를 비틀기보다 더 쉽다.

하지만, 시드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환자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건 최악의 선택이다. 그러니 제압만 해둘 생각이었다.

대신 그는 위험한 무기를 들고 있는 경비병들의 손에서 산탄총을 빼앗아서 엿가락처럼 구부려버렸다.

“뭐, 뭐, 뭐야?”

“힘조절하기 어려울 것 같으니. 자네들은 일단 좀 잠들어 있어야겠네.”

한 대 치면 정말로 두개골을 으깨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드니는 자신의 상의 겉옷을 꺼내서 쭉쭉 찢어서 묶어 로프처럼 만들었다.

질긴 코트를 마치 종잇장처럼 찢는 그 모습에 더글라스가 정신을 차리고 위협했다.

“머, 멈춰! 움직이면 쏜다!”

“싫습니다만?”

더글라스는 총알을 갈겼지만, 산탄총의 탄환들도 잡아낸 시드니가 그걸 낚아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시드니는 권총의 탄알을 잡아서 주먹으로 으깨놓고는, 그 즉시 경비병들을 제압한 다음 밧줄로 묶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더글라스를 바라본다.

더글라스는 뒷걸음질 쳤다. 이제 꼼짝없이 저 괴물에게 잡혀가거나 혹은 이 자리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은 자동으로 탄환을 재장전하고 있었다.

여러 발의 탄환을 쏴도 뚜벅뚜벅 걸어온다. 절체절명의 위기.

“이제 당신 차례군요 더글라스 형사.”

“그렇게 안 되지. 욕심이 과하시군요. 시드니 병원장.”

그건 더글라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샤를 헥센이 걸어왔다.

그의 코트에는 피가 하나도 묻지 않았지만, 흉포한 냄새가 났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자연스럽게 과거를 상상할 수 있었는데, 샤를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어인들이 흉측한 어죽으로 분쇄되었으리라.

샤를은 피묻은 장갑을 바닥에 버리고 새 장갑을 품에서 꺼내 착용했다.

“재밌는 일들을 하고 있더군요.”

“……!?”

샤를의 등장에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시드니는 자세를 살짝 낮추고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그대로 피곤죽이 될 것 같은 그 감각. 착각이 아니다. 어인으로 변하면서 얻은 본능적인 육감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섀터 섬의 수몰왕 사원은 단순한 사원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간 샤를의 지배의 권능은 스탯의 성장과 함께 두 칸 정도 더 늘어 있어서 어인을 충분히 지배할 수 있었다.

물론 반쯤 곤죽이 된 상태에서 지배의 권능을 거니까, 곧 얼마 가지 않아 죽어버렸지만.

“수몰왕이 사는 해저 도시로 통하는 입구라고 하던데.”

“…….”

누가 얘기했단 말인가? 위대한 분이 살아 숨 쉬는 도시를 여는 것. 그것이 바로 그들의 목적이었다.

그와 어부형제단의 결사단원들은 때려 죽더라도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게 되어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어찌된 영문인지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

“재밌는 얘기를 들었으니 저도 제 목적을 가르쳐드리죠.”

그자가 손을 들자 허공에서 새하얀 빛이 맺히기 시작했다.

“나는 이 어부형제단의 고대 사원을 파괴할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 배치된 수몰왕의 우상도, ‘샘’도 없애버리고, 심해 생물도 모조리 잡아 죽인 다음, 당신들도 그 옆에 묻어버릴 겁니다.”

“괴, 괴물 같은 놈. 네가 강하더라도 그런 것이 가능할 리가 없다.”

“이건 제안이나 통보 같은 게 아니라, 확정된 미래입니다.”

샤를의 손에서 무시무시한 불꽃이 창이 되어 쏘아지자 시드니는 옆으로 몸을 날려 덤블링을 했다.

그 뒤로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지면서 벽면 한쪽이 날아가 버렸다.

‘물리력을 강화했더니 확실히 이전보다 성능이 괜찮아졌네.’

샤를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개량된 무존자의 창 주문의 위력을 실감했다.

주문을 변형하게 된 이후로 주문에 있는 속성들을 구체적으로 컨트롤 하게 되었다.

무존자의 창에는 창으로의 물리력, 그리고 고열의 불꽃이 함께 지정되어 있었는데 물리력만을 극도로 증가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철근 콘크리트로 된 벽면이 그대로 누가 뜯어버린 것처럼 뜯겨나간 상태였고 불꽃은 그다지 많지 않게 되었다.

“이걸 피하다니, 상급 어인으로 변했군?”

“너, 넌 대체 누구냐?”

“샤를 헥센이라니까.”

상대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도 시드니는 곧이곧대로 믿는 대신에 곡해해서 추측했다.

‘저놈은 다른 교단에서 파견된 영성자군, 우리 어부형제단에서 치르는 의식을 막아내려는 속셈이야.’

뭐, 추측은 대충 들어맞긴 했다. 시드니는 그 즉시 몸을 돌려서 점프, 벽면을 타고 천장으로 뛰었다가, 다시 천장에서 벽면을 타고 달렸다.

순식간에 샤를의 앞까지 짓쳐들어온 그가 갈퀴가 달린 팔뚝을 내밀며 주먹으로 샤를을 후려치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앞을 막는 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날아온 조지아의 석검이었다.

“읏!”

쾅!

날아온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간 시드니는 자신을 향해 따라오는 석검을 꽉 붙잡아 더는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

그러나 도저히 그 제어권을 빼앗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시드니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여유롭게 그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 명백히 상대방의 우위였다.

시드니에겐 유물이 없다. 영성자가 된 적은 있지만 어인이 된 건 얼마 되지 않은 상황.

자신의 힘에 대한 제어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상태고 영성자들과의 싸움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미련하게 계속 싸워줄 필요가 없다. 뒤로 후퇴해서 상대를 막아낼 방책을 마련하고, 다시 심기일전해서 싸운다.

석검을 강한 힘으로 집어던진 시드니는 그대로 바닥에 주먹을 내리쳤다. 그의 주먹이 닿은 자리에 하수관이 있었다.

‘음? 하수관이 저기 있다고!?’

샤를은 살짝 당황했다. 완전히 몰아넣었다고 생각했는데 기가막힌 행운이었다.

하수관이 터지면서 물이 흘러나오자 그는 그곳으로 다이빙하듯 몸을 날렸다.

거대한 돌고래 어인이 들어가기에는 너무도 작은 하수관이었지만 어인들은 작은 관이라도 물이 흐르기만 한다면 충분히 움직일 수 있었다.

샤를은 그걸 준비해서 빙결 주문, 무존자의 겨울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그 즉시 멈춰버렸다.

이 주문은 시전자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뻗어 나가는 주문이고 아직 개량하지 못한 상태였다. 옆에 더글라스가 있으므로 그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

“도, 도망친다!”

더글라스가 놀라서 외쳤지만 샤를이 그를 만류했다.

“내버려두시죠.”

“왜지? 저놈은 위협적인 놈이 아닌가?”

“알아내야 할 게 있습니다. 조금 전에 심문하다가 어인이 죽어버린 터라.”

문어 어인은 대략적인 계획은 다 불었지만 그 전에 너무 힘을 빼둔 나머지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정확히 어떤 계획인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계획을 분쇄하려면 시드니에게서 캐낼 게 있다.

또. 저런 식으로 물을 타고 움직이는 어인은 추적하기가 영 까다롭다.

수도관을 타고 움직이는 어인은 조금만 거리가 멀어져도 초고속으로 도망쳐버리고 만다.

바로 옆에 있어서 그대로 수도관을 얼려버린다면 모를까. 그건 조금 전 더글라스 때문에 실패했다.

샤를의 말에 더글라스는 침을 삼켰다. 그 어인들을 전부 혼자 죽이고도 멀쩡한 모습이라니. 완전 괴물이 아닌가?

거기다 포로를 심문하다가 죽이다니, 이거 완전 무서운 놈이군.

-아하하. 쭈인. 이 아저씨 쫄았는데?

-섭섭한데, 나만큼 선량한 사람이 어딨다고.

여전히 샤를은 더글라스를 바라보면서 그가 평범한 인간인지 반쯤 고민해봐야 했지만 어쨌든 일단 계획을 분쇄하기 전까지는 동료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시드니를 낚죠. 그 전에 저 사람부터 체포하시죠.”

샤를이 손으로 가리키자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서 기절해있는 간호사 밀드레드를 발견했다. 조금 전 샤를의 무존자의 창에 스쳤을 때 기절한 모양이었다.

“맞아! 저 여자! 시드니의 동료가 분명하네.”

더글라스는 이를 갈았다. 밀드레드가 와서 그를 떠본 것부터 수상했다. 알고보니 시드니와 한패라면 이상할 게 없었다.

거기다 그에게 이상한 약물을 가져다주고 그걸 주입하자 시드니가 괴물로 변해버렸지.

“이 여자는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몰라.”

“일단 이 여자를 포박해둡시다.”

*

시드니는 ‘샘’이 있는 곳까지 도망쳤다. 바닷물을 타고 움직이는 감각은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지만 마치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일전에 ‘천 개의 손’을 유인했던 해안 동굴과는 다른 해안 동굴로 들어갔다.

입구가 아래쪽에 있어서 섬 바깥에는 전혀 노출되지 않는 그 동굴이 바로 진짜 사원이 있는 장소였다.

시드니는 그곳에서 거대한 생물의 사체와 대면하게 되었다.

그 크기가 너무 거대해서 빙산의 일각 정도로 보이는 거대한 고래의 사체. 그 시체는 등뼈만 뾰족 솟아 있었다.

그 고래의 등뼈에서 흐르는 피가 바로 어인들을 제작할 때 쓰이는 혈청이었다.

그리고 그 고래의 사체 위에 거대한 사원이 있었다.

그들의 우상, 수몰왕을 상징화해서 조각한 조각품이 앞에 있고 그 뒤에 등뼈를 이용해 만든 거대한 건축물이 있다.

그리고 그 우상의 앞에 털썩 주저앉은 시드니가 우상에게 기도했다.

“수몰왕이시여! 모든 길잃은 어부들의 길잡이이자 해적들의 신이고 모든 바다생물의 주인이시여! 강대한 적이 찾아왔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 그 방도를 내려주십시오.”

시드니의 간절한 기도가 닿았는지, 곧이어 수몰왕의 우상이 빛나기 시작했다.

“오, 오오오!”

우상이 시드니에게 무언가 내려주기 시작했다. 그건 빛나는 정다면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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