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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27화 (127/221)

제127화 - 원장실로 향하기 조금 전.

“가장 의심 가는 사람이 병원 원장이라고?”

“그럴 수밖에 없죠. 이 섬의 대소사는 그가 처리하니까요. 이런 일이 일어나는 동안 그가 전혀 몰랐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사실상 확정하는 듯한 샤를의 말에 시드니 호렌슈타인에게 원래는 없던 동기가 있다면 더글라스는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그 어부형제단이라는 이름의 비밀 조직과 협력하는 이유가 대체 뭐길래?”

“인간이 오컬트에 빠지는 건 현실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바람을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할 때죠.”

빙의 이전의 샤를에겐 그게 무존자라는 교단을 만들 권력욕이겠고. 시드니 호렌슈타인에게는 환자를 치유하고 싶다는 욕망이었을 것이었다.

“환자를 치유하겠다는 욕망? 뭔가 말이 안 되지 않나? 그 끔찍한 어인의 모습이 어떻게 ‘치유’된 것이라고 할 수 있소?”

“그걸 생각하지 못할 만큼 망가진 겁니다. 여기가.”

샤를은 자신의 미간을 톡톡 두들겼다. 계몽 수치가 높아지면 인간은 광기와 이성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그에게 뇌엽절리술로 사고가 마비되는 것은 ‘위험한’ 치유법이고, 어인으로 사람을 변형시켜서 정신병을 치유하는 건 ‘안전한’ 치유법인 겁니다.”

“완전히 미쳤군.”

“어떤 의미에선 그렇게 믿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닙니다. 어부형제단의 어인은 인간의 형태로 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럼 본래는 어인인 것들이 사람처럼 모습을 바꿀 수 있다는 거요?”

“예.”

“놈을 잡아서 감방에 넣어 봤자 아무 의미가 없겠군.”

그래서 본질이 뒤바뀌는데도, 오직 하나만 보고 그게 안전한 치유법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완전히 본말전도의 상황이었지만 겉만 멀쩡하게 보이는 광인에게 상식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아마 시드니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아 아무튼 정신병은 치유된 거임 ㅅㄱ.’

“전혀……. 몰랐네. 도저히 그가 그런 사람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맨 처음 시드니 호렌슈타인과 대면했던 더글라스는 그에게서 전혀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상식적이고 차분한 타입의 의사라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이 사달이 벌어지고 나자 어쩌면 더글라스의 의심을 피하고자 그동안은 상식적인 사람 행세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여러모로 입맛이 쓰다. 젊었을 시절의 그였다면 분명히 알아챘을지도 모른다.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가?”

“시드니는 지금 우리를 제거하려고 혈안이 되어있을 겁니다. 일단 제가 그의 의식을 망쳐버렸고, 두 번째로는 어부형제단의 실마리를 잡은 형사가 아직 제물로 바쳐지지 않고 살아남았기 때문이죠.”

“하! 이건 말도 안 돼. 나한테 어부형제단에 대해 귀띔한 건 그쪽이었다고.”

밀드레드라는 간호사를 보내서 오히려 어부형제단이 있다고 부추긴 게 아닌가?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벼운 떠보기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글라스가 어부형제단이라는 사이비 종교라는 것의 이름을 듣고 그냥 유머라고 생각해서 웃어넘기거나, 혹은 헛소리말라고 일축했다면 아마도 더글라스를 노리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더글라스는 밀드레드의 제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사건조사에 포함시키려는 생각이었을 지도 모른다.

“어차피 섬 내부에 형사가 와서 살인 사건을 조사하려는 순간부터 어부형제단에게 당신은 적이었던 셈입니다. 나중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는 당신을 미리 제거해 두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을 수도 있죠.”

어느 쪽이건, 더글라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메트로폴에서 호랑이를 피해 숨었는데 이제 눈 앞에 늑대가 나타난 셈이었다.

“젠장.”

샤를이 그렇게 말했어도, 더글라스는 평소처럼 게으르게 사건을 조사했다면 어부형제단의 표적에서 벗어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안일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그 물을 다시 원래대로 컵에 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럼 이제부터 샤를에게 협조하는 수밖에 없다. 편 가르기가 끝난 이상 원하지 않더라도 끌려가야 한다.

그리고 그가 여태까지 살아온 경험에 의하면, 적이 생겼다면 최대한 빨리 제거하는 게 좋다.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되나?”

“우린 시드니 호렌슈타인의 원장실로 들어갈 겁니다. 분명히 시드니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를 공격하겠죠. 음. 예를 들어, 차에다 약을 탄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럴 수도 있겠군. 아니면 호신용 도구를 우리에게 사용하거나, 경비원들을 불러서 총구를 겨눌지도. 모르겠군.”

“경비원들은 전체가 어부형제단에 소속된 것은 아닙니다.”

경비대원들이 전부 세뇌당하거나 회유당했다면 이미 더글라스나 샤를은 이 섀터 섬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사라지거나 죽었을 수도 있다.

“경비병 일부?”

“네. 그리고 어인들 다수겠죠. 어인은 물이 있는 공간이라면 좁은 곳을 통과해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샤를은 그리고 곧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제가 어인들이나 방해요소를 처단하는 동안, 당신은 최대한 기회를 노려 시드니 호렌슈타인을 사살하십시오.”

“죽이라는 말인가?”

더글라스는 그 말에 굳은 표정을 지었다.

이미 젊었을 적, 전쟁터에서 사람도 죽여본 적이 있었으므로 살인은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수사관의 의무를 깨고 저 사교도들을 죽이는 게 옳은 선택일까? 아직 각오가 모자랐다.

샤를은 더글라스에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MI7에서 배운 마총술 같은 게 있는 게 아닌 이상, 더글라스는 영성자에게 별로 위협적인 적은 아니다.

시드니 호렌슈타인이 어디까지 어부형제단과 협력하고 있는지가 중요하겠지.

나머지 계획을 충분히 설명한 다음에 그들은 원장실로 향했다.

*

“멈추시오. 움직이면 머리에 총알을 박아줄 테니까.”

시드니 호렌슈타인은 무표정하게 더글라스를 바라보았다.

섬뜩할 정도로 표정이 없어서, 마치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쓴 인형처럼 보였다.

언제든지 방아쇠를 당길 각오는 되어 있었다. 더글라스는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

“당장 저 어인 놈들을 멈추게 하시오.”

“그들은 내 명령을 받지 않습니다. 더글라스 형사. 저길 보십시오.”

쉭! 채채챙.

더글라스의 시선이 잠깐 어인들에게 향한 사이, 시드니가 창문 너머로 달렸다.

더글라스의 눈동자가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사격을 가했지만 이미 시드니는 유리를 부수면서 도망쳤다.

더글라스는 창문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도망치는 시드니에게 사격을 가했다.

탕! 탕! 탕!

시드니는 어깨, 왼쪽 종아리에 구멍이 뚫렸으나 비틀거리면서 도망쳤다.

“칫! 그래도 총을 맞았으니 멀리 도망가지 못할 것을!”

더글라스는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찾았다. 아직도 샤를은 손에서 불꽃을 뿜어내거나 총구에서 사격을 가하면서 적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원래 계획에서 샤를이 어인들을 맡기로 했으니 그를 믿고 더글라스는 아래로 달려갔다.

한편, 아래에서 달리고 있던 시드니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그 장소에! 그 장소에 도착할 수만 있다면!’

A동 약품 창고 지하 금고. 그곳에 어인의 혈청이 있다.

환자를 치유하면서도 스스로는 인간을 벗어나길 꺼렸던 시드니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뒀다.

한순간 자신을 어인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그 비약. 그걸 투약하기만 한다면.

그러나 총에 맞은 몸뚱이는 너무나도 느렸고 고통이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었다.

저벅. 저벅.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마자 곧바로 모퉁이 사이로 숨었다.

“시드니 호렌슈타인! 어서 나와! 넌 이미 끝났다.”

옆에 있는 촛대에 손을 뻗는다. 더글라스가 가까이 올 때, 촛대의 뾰족한 부분을 이용해 권총을 쥔 손목을 찌를 생각이었다.

만약 격투전에서 패배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여태까지 그가 이뤄온 커리어는? 온갖 생각들이 피어올라 그를 괴롭혔다.

어떻게하지, 그 고민이 끝도 없이 들 때, 상황이 변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총소리가 나서 달려왔습니다!”

A동을 지키고 있던 경비대원 둘이, 더글라스의 뒤로 달려왔다. 더글라스는 그들을 보면서 말하고 있었다.

“이 앞에 살인마…….”

“더글라스 형사가 미쳤네! 날 향해 총을 쏘고 있어!”

“뭐, 뭣?!”

모퉁이 뒤로 고개를 빼꼼 내민 시드니가 재치를 발휘해 소리쳤다.

시드니의 목소리가 너무도 커서, 순식간에 경비대원들은 이 상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총을 꺼내서 더글라스에게 겨눴다.

화딱지가 난 더글라스가 소리쳤다.

“시드니 호렌슈타인이 잭 첼리너를 살해한 범인이오!”

“그, 그게 무슨?”

“살인마란 말이오!”

그러자 경비대원이 총구를 내렸다, 시드니는 계속 얘기했다.

“내가 살인마라고해서, 체포할 생각이 아니라 날 향해 총을 마구잡이로 쏘는 게 정상입니까? 당신이 형사는 맞기나 한 거요!? 그냥 미쳐버린 미치광이지!”

그 말에 경비대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더글라스의 말을 따르기에는 시드니와의 교감이 더 깊다.

그러나 그렇다고 살인범이라고 하는데 더글라스를 돕지도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더글라스가 답답해서 미치겠는 동안, 시드니는 새로 나타나는 인물을 보고 반색했다.

“원장님!”

‘밀드레드!’

간호사 밀드레드는 경비대원들과는 완전히 반대편, 창고 쪽에서 나타났다. 품에 어인의 혈청을 갖고 있었으니 이제 지하까지 내려갈 필요도 없다.

“어서 내게!”

“어, 어서 막아야.”

더글라스는 밀드레드가 가져온 상자에서 시드니가 이상한 액체가 담긴 주사기를 꺼내자 권총을 들어서 시드니를 겨누었지만, 경비대원들은 오히려 샷건을 더글라스에게 겨누며 소리쳤다.

“멈춰! 당장 멈춰!”

“무슨 짓인지 모르겠지만, 더글라스 형사. 총부터 내려놓고 생각하죠. 형사가 범인을 체포해야지, 범인을 쏴서 죽여도 되겠습니까?”

“썩을!”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저 주사기가 분명히 위협적인 것을 알고 있지만, 도저히 설명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더글라스가 어인을 조종하는 살인마 병원장을 쫓고 있다고 곧이곧대로 말한다면 정신병자 취급이나 받겠지.

그동안 시드니는 자신의 팔뚝에 혈청을 주사했다. 그러자 그간 고통이 가득했던 찡그려진 미간이 풀린다.

그는 마치 마약을 맞은 약쟁이처럼 표정이 풀어지더니 그의 근육 일부가 통제를 벗어나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더 혈관 속으로 혈청이 돌고 신체를 오염시킨 끝에, 그의 얼굴은 점점 돌고래처럼 변해갔다. 몸은 매끈한 피부로 변했고 양 팔꿈치 쪽에는 지느러미가 생겨났다.

밀드레드는 그 모습을 보면서 비명을 지르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더글라스는 이를 악물면서 소리쳤다.

“저걸 보시오!”

경비대원들이 더글라스를 설득하다 말고 고개를 돌리자 깜짝 놀라면서 샷건을 시드니에게 겨눴다.

“뭐, 뭐야!?”

“사, 사, 사람이 괴물이 됐다!”

시드니는 자신의 모든 상처가 아무는 것을 확인하고 목을 한두 바퀴 돌린 다음 기지개를 켰다.

“음. 완벽하군. 이런 느낌인 건가. 인간을 초월한다는 것은.”

탕! 탕!

샷건이 불을 뿜자 시드니의 전면에 탄환이 흩뿌려졌다.

그러나 시드니의 몸에 박힌 탄환은 단 한 발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새 시드니는 팔뚝에 지느러미가 달린 그 팔을 쭉 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주먹을 꾹 쥐었다가 손바닥을 위로 폈다. 그의 손안에 산탄총 펠릿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크흐흐흐.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군. 하급 어인이 아니라 상급 어인으로 변한 것이 분명해.”

그 ‘샘’에서도 나오는 것 중에서 최고로 순도 높은 혈청을 손에 넣어 보관하고 있었다.

다른 어인보다 확연하게 강해진 자신의 힘을 깨달은 시드니가 이제 쓰고 있던 안경을 바닥에 집어 던지고 신발로 짓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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