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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25화 (125/221)

제125화 - 이 세상은 얼핏 지구와 비슷해 보여도, 많은 부분에서 완전히 다르다. 그 기원이 전혀 달랐으며 인간보다 더 강력한 생물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 또한 달랐다.

해안 동굴의 바닥에 나 있는 작은 웅덩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생각보다 깊었고 그 안에서 부글부글 기포가 피어올랐다.

잠시 뒤, 무언가 치솟았다. 형태는 곰치를 닮았지만 그 생물은 현실에선 존재하면 안 될 정도로 컸다.

하늘거리던 등지느러미는 마치 분리–조립 되는 것처럼 바닥에 떨어지더니 몸통에 붙어 사람의 팔처럼 변했다.

본체의 거대한 크기에 비해서 매우 작은 사이즈의 팔들이 몸통에 기생하는 것 같은 형식.

지네의 다리 같이 보이기도 하는 그것을 통해 괴물은 육지를 기어다닐 수 있었다.

“부디 이 제물을 받아주소서! 그리하여 우리의 수호자가 되어주소서!”

단검을 역수로 쥐고 있던 사교도의 장은 그렇게 외치면서 훌쩍 뒤로 물러났다.

그를 따라 나머지 어부형제단의 사교도들도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가 사교도 하나가 잘못해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아, 아?”

그 위로, 곰치를 닮은 심해 괴물이 다가와 그대로 몸을 덮어버렸다. 깔아뭉개진 그 시체 위로 사람의 팔을 닮은 다리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곰치는 입을 쩍 벌리더니 무언가를 내밀었다. 칠성 장어처럼 원형의 형태였고 거대한 이빨이 가득했다.

대리석 탁자 위에 놓인 제물을 노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겐 안 되지.’

샤를은 웅덩이에서 괴물이 나타났던 조금 전부터 주문을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존자의 창 주문이 백열을 내뿜으면서 쏜살같이 쏘아져 나갔다.

제단 위에 있던 제물을 심해 괴물이 제물을 삼키는 것보다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더 먼저였다.

화르르르르.

“뭐, 뭐냐!?”

“치, 침입자인가!?”

제물이 불타는 것을 바라본 어부형제단들은 아연실색했다. 인신공양을 통해 심해괴수를 길들이려고 했던 그들의 계획이 실패했던 것이다.

고개를 돌리니 방해꾼이 보인다.

그들의 눈에는 파기나레코르의 진짜 모습은 보이지 않아, 허공에 책 한 권이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곧 생각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완전히 열받은 심해 괴물이 비명을 질렀기 때문이었다.

캬오오오오오오오오오!

-어라. 쭈인. 저 괴물 화가난 것 같은데.

-일부러 화나라고 그런 거거든.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음역대부터, 없는 음역대에 걸쳐 포식자의 울음 소리를 낸 심해괴물은, 어떤 형태로든 변하는 지느러미를 쭉 펼쳤다.

그러자 마치 독수리나 매가 날개를 쭉 벌린 것 같은 듯한 형태로 지느러미가 변했다.

그리고 그것은 눈앞에서 먹어치울 뻔한 공물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자신의 숭배자들을 향해 움직였다.

실제 그들이 한 짓은 아니었으나, 눈이 뒤집힌 심해 괴물에게 이미 이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흐아아아아아아악!”

“도, 도망쳐라!”

허으으읍.

칠성장어처럼 생긴 혀가 내밀어지자 단번에 한 명을 집어 삼킨 심해 괴물이, 도망치는 숭배자들을 차례차례 집어 삼켰다.

커틀러스를 들고 있는 몇몇 사교도는 반항하려고 검을 들어올렸으나 심해 괴물의 무지막지한 몸통 쓸기 공격에 완전히 피떡이 되어 날아갔다.

-잔인하네 쭈인. 지금 어! 어떻게! 사람을 괴물에게 먹히게 만들 수 있어!

-니가 할 말이야? 그리고 저건 사람도 아니라고.

샤를의 말대로 떨어진 사교도들의 로브가 걷히자 그들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누군가는 대구같이 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고, 또 누군가의 얼굴은 반쯤 문어처럼 변해 있었다.

그나마 얼굴이 멀쩡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도 하나같이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근데 쭈인. 일단 도망치는 게 좋겠는데. 저 녀석 엄청 화났어.

-알아, 근데 살려야 할 사람이 하나 있어.

대리석 뒤에 있던 더글라스는 용케도 살아 있었다. 쥐죽은 듯 미동을 하지 않지만 눈을 부릅뜨고 사교도들을 공격하는 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원래 포식자는 움직이는 먹잇감부터 노리는 습성이 있다.

더글라스는 일단 구해야 할 것 같다. 샤를은 일단 파기나레코르를 품에 넣고 움직일 준비를 했다.

‘대충 사교도들은 다 정리된 것 같군.’

반 수 이상의 사교도들이 괴물에게 잡아먹히고 나머지는 전부 조그만 웅덩이의 틈바구니로 들어가거나 해서 빠져나갔다.

‘어차피 저런 놈들은 못 쫓아가.’

물속에서는 무식할 정도로 빨라지므로 잡을 수 없다.

크라켄이라도 소환해야 할까 생각하려던 차에, 운이 좋게도 그 심해괴물은 알아서 다른 물웅덩이 속으로 사라졌다.

방금까지 쫓던 물웅덩이로 도망친 어인을 쫓아갈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어지간히 화가 났나 보네.

-나한텐 다행스럽게도 말이야.

샤를은 재빨리 움직여서 제단 옆에 쓰러진 더글라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입에 물려 진 재갈을 풀어줬다.

“다, 당신은 누구요?”

“나는 샤를 헥센입니다. 일단은, 탐정이라고 해둡시다.”

“타, 탐정?”

당황해하는 더글라스의 묶인 손을 풀어주었다.

“일단 여길 떠납시다. 다시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요.”

“제, 젠장. 당신도 봤소? 그 괴물을?”

“그렇죠.”

“내, 내가 미친 건 아니겠지? 저건 분명히 존재하는 생물이고?”

샤를은 의아하다는 듯 더글라스를 바라보았다.

사실 샤를은 더글라스를 그대로 버리고 왔어도 별 상관 없었다. 하지만 그가 더글라스를 구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자가 샤를이 알던 더글라스인지 시험해볼 생각도 있었지만, 그가 어느 정도까지 영성에 입문했는지 확인해볼 속셈도 있었다.

그래서 살인사건에 대한 핑계를 대면서 이 섬에 왔던 것이고.

그러나……. 샤를의 생각과는 달리 더글라스는 영성에 관해서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벌써 사건이 몇 개나 벌어졌는데 그는 비밀 세계와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듯, 평범한 인간으로 살고 있었다.

거기다 그는 메트로폴의 4대 교단에 관해서도 모르고 있었다. 겉핡기 식으로 이름이라도 들은 정도.

본래라면 제거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더글라스에 대한 방침이다.

하지만 지금, 더글라스를 보면서 샤를은 그를 회유하기로 노선을 바꿨다.

게임속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어차피 지금 세계는 게임 속의 어떤 세계와도 다르다.

“당신은 미치지 않았고, 저런 괴물이 존재하는 건 사실입니다. 일단 일어서시죠. 곧 바닷물이 들어올 겁니다.”

“아, 알겠네.”

더글라스는 벌떡 일어나서 달리기 시작했다. 밤새도록 차가운 동굴에 잡혀 있었지만, 체력은 녹슬지 않은 것 같다.

해안 동굴을 탈출하자마자 햇볕이 내리쬔다. 더글라스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살았다!

어젯밤 납치되고 난 이후로 그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차가운 동굴로 이송되고 있었다.

짠내나는 바닷물을 보면서 진짜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아서 그 동굴을 빠져나가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조금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이제라도 제대로 물어야할 것 같아서 더글라스는 고개를 돌렸다. 가볍게 통성명을 한 뒤에, 더글라스가 말했다.

“자네는 저자들을 어떻게 알고 온 거지?”

“어젯밤 당신의 침실로 들어가는 놈들의 하수인을 봤습니다.”

“어젯밤이라니?”

더글라스는 어제 배로 온 것은 자신 혼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섬은 하루에 한 번 오전에만 오는 배로만 오갈 수 있다.

샤를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메리 웰로드 선생이 불러서 왔습니다. 살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죠. 그리고 곧바로 따로 배를 수배해서 들어왔지요.”

“……그런가. 천만다행이군.”

샤를에게 다른 목적이 있다는 걸 확인한 더글라스는 오히려 안도할 수 있었다.

생명의 은인을 의심하는 것보다, 지금 그를 죽이려고 하는 사교도들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 급하다.

샤를은 샤를대로 만족했다. 더글라스는 끔찍한 것들을 잔뜩 봤는데도 미치광이가 되지 않았다. 기본적인 정신력 자체가 높은 셈이었다.

“저자들이 어부형제단의 사교도 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건가?”

“그렇습니다.”

“자네는 영성자인지 뭐시기인지 하는 걸 테고?”

“그건 알고 계시는군요?”

아무래도 완전히 영성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닌 것 같군.

더글라스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아서 입에 물었다. 납치되는 와중에도 총은 빼앗더라도 담배는 안 건드리다니 참으로 마음씨 고운 납치범들이로군.

“성냥 필요하신가요?”

샤를이 품에서 성냥을 내밀자 더글라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사하고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지금부터 이 사건은 살인 사건도 아니게 되었소. 그 거대한 생물…….”

더글라스는 말을 흐리면서 조금전에 봤었던 그 거대하고 기괴한 생물을 떠올렸다. 생각만 하는 것으로 아득해지는 정신을 억지로 붙잡고는 말했다.

“그 사이비 놈들은 대체 왜 그런 괴물을 부른 건지 알고 있소?”

“어부형제단은 수몰왕이라는 신을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심해 괴물은 수몰왕의 권속이지요.”

“숭배의 대상이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놈들은 인신 공양을 하는 의식을 통해 심해 괴물을 조종하고 자신들의 수족으로 부리려고 했던 겁니다.”

더글라스는 어렵잖게 샤를이 한 게 무슨 일인지 알아냈다.

“자네는 그럼 그 의식의 제물을 불태워서 심해 괴물을 화나게 했다는 거군?”

“그런 셈이죠.”

샤를이 씨익 웃자 더글라스는 섬뜩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잘생긴 미남자는 평범한 사업가나 신사일 것처럼 보이지만 속에는 무시무시한 생각을 품고 있다.

적을 이용해 적을 상대한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단호하게 일을 저질렀고 보란 듯이 성공했다.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자네는 날 버려두고 도망칠 수도 있었지.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날 구했어. 정말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지만 자네의 속셈이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네.”

“별 것 없습니다. 나는 어부형제단에 많은 적의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 사이비 교단을 극히 싫어하는 사람이죠. 이 섬에는 어부형제단의 끄나풀이 있습니다. 그들을 찾아내 일망타진하는 동시에, 살인범도 잡는 것이 내 목적입니다. 메리 웰로드의 의뢰를 받았으니까 말이죠. 그럼 나에게 좋은 협력자가 될 것은 헨치 형사 당신뿐입니다.”

“더글라스라고 부르게나.”

그러면서 그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이 섬에서 어부형제단을 몰아내는 것에서 일시적인 동료가 생긴 셈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뿔뿔히 흩어졌는데 대체 그 자들을 어떻게 잡을 텐가? 그리고 그들은 우리보다 수가 몇 배는 많다네. 형태도 다르고.”

더글라스는 어젯밤 자신을 납치했던 그 어인을 떠올렸다. 마치 생선이 두 발로 걸으면서 말하는 것 같은 것 같은 이질감.

“제게 계획이 있습니다.”

“계획?”

“이건 어젯밤 당신을 쫓으면서 얻었던 물건입니다.”

샤를은 품에서 더글라스의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그에게 건넸다.

“이 안에 있는 인물들 중, 오늘 죽은 사람들은 명단에서 제외되었겠죠.”

“그렇군…….”

“하나씩 하나씩 조사해봅시다. 어인의 모습을 보셨겠죠? 놈들은 대놓고 양지에서 활동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양지에서 움직이면서 사교도들을 찾아내자는 얘기군.”

“예.”

샤를은 여러 사람들에게 암시를 걸면서 이 섬에 나타났다. 그러므로, 암시에 걸리지 않은 이들을 집중적으로 살피면 놈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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