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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15화 (115/221)

제115화 - 제나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려왔다. 화천지옥검의 능력으로 신체 능력이 전반적으로 증가된 상태지만 청력을 포함한 다른 감각기관도 강해져서 오르골 소리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래서 본래라면 입 정도는 움직일 수 있었겠지만 아예 소리도 내지 못하고 완전히 속박되었다.

“어, 모, 몸이?”

물론 반대급부도 있었다. 이건 주인을 제외한 모든 자에게 공격하는 음파형 공격 병기라 암묵적 동료인 리지안도 묶어버린 것.

“미안한데, 당장 저 무기를 막을 방법이 이것뿐이라.”

자신을 향해 이게 뭐냐는 눈으로 바라보는 리지안을 보면서 샤를이 어깨를 으쓱했다.

샤를은 권총을 꺼내서 제나를 향해 쐈다. 정면에서 탄환이 치솟자 화천지옥검의 불길이 도마뱀의 혀처럼 넘실거리더니 그대로 탄환을 막아냈다.

‘탄환에 걸린 주문을 먹어 치우는 군.’

샤를은 빠르게 리볼버의 마법 걸린 탄환을 빼내고 일반 탄환으로 전환했다.

탕! 탕!

일반 탄환이 제나의 몸에 적중했다. 그러나 제나는 쓰러지지 않았다.

화천지옥검의 끝에 있는 불길이 넘실거리면서 정면에서 날아오는 모든 것을 태우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소용 없어.”

허공을 날아 어느새 제나의 뒤에서 대기 중이던 파기나레코르가 주문을 사용한 것이었다.

무존자의 화로 주문은 무존자의 창 주문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고열을 일으킨다.

황동도 녹여버릴 정도의 초고온이 순식간에 뒤에서 피어오르자 제나의 로브가 불타오르면서 전신이 불타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악!”

기괴한 비명을 지르는 제나는 곧 오르골의 속박에서 풀려나 바닥을 뒹굴었다.

전신이 녹아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열기였지만, 화천지옥검의 보호로 인해 쓰러지는 정도로 해결할 수 있었다.

-후. 등 짝을 조심했어야지.

제나를 쓰러트린 파기나레코르가 총을 쏘는 것 같은 포즈를 취하면서 입김을 불었다.

샤를은 오르골을 닫고 완전히 무력화된 제나의 앞에 떨어진 화천지옥검을 살폈다.

“역시. 위력이 약하다 싶었더니.”

성능이 낮아졌거나 아니면 제나의 숙련도가 낮아졌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왜? 뭔데 뭔데?

-이건 레플리카야. 진짜를 본따 만든 물건이지.

-성물이라는 거 복제할 수 있어?

-당연히 불가능하지. 이딴 물건을 만들겠다고 교단의 재력을 쏟아붙는 놈들의 멍청한 얼굴이 떠오르는군.

성능? 본래의 능력에 비교하면 어처구니없을 정도. 들어가는 재물의 양? 그 돈이라면 상급 영성자 다섯 명을 더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바보같은 제안을 한 놈이 클럽 내부에 있었던 거 같은데. 고든이었나.

연수가 헬파이어 클럽장으로 게임 플레이할 때는 단번에 일축해서 모가지를 쳐놨을 테지만 이번 클럽장은 고든의 헛소리를 진지하게 들은 모양이다.

그때, 샤를은 심상 세계 건너편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전달 받은 메시지는 두 개였다. 하나는 에세나에게 온 것. 에세나는 어찌된 모양인지, 지금 존 도우와 함께 있다고 했다.

데이트를 빙자해서 그와 함께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굳이 찾을 필요가 없어졌는데.’

샤를은 에세나에게 계속 그를 따라다니라고 명했다.

다음 메시지는 강렬한 경고의 음성이었다. 바깥에서 헬파이어 클럽원들을 사냥하고 있을 플로나가 경고한 것이었다.

“역시…….”

샤를은 레플리카를 제나에게 쥐어주는 게 이상하다 싶었다. 본래의 화천지옥검은 아니더라도 괜찮은 성능이었으니까.

“본인이 왔나.”

변이의 종자와 관련된 사항에는 당연히 클럽장이 끼어들 수 밖에 없다. 매우 중요한 일이니까.

그는 존 도우의 몸을 빼앗을 생각이 가득하다. 겸사겸사 젊은 몸도 얻을 생각에 싱글벙글하고 있을테고.

“후후. 차가운 입김을 쓰러트리다니. 굉장한 실력이구려. 자네들의 실력은 잘 봤네.”

엄청난 존재감이 느껴졌다. 누군가 이 이계에 난입했다.

그는 하늘색 파스텔톤 정장을 입고 있었고 정장의 깃 한쪽에는 금장이 되어 있었다.

흰 수염과 머리카락. 얼굴의 절반만 가리는 흰 가면. 오른손에는 금으로 장식된 지팡이를 짚었다.

헬파이어 클럽장이다.

리지안이 만든 투기장에 난입한 새로운 배역은 스스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페도라 햇을 살짝 들어보였다.

“반갑네. 난 데미 송버드라고 한다네. 송버드라고 불러주게나.”

노신사는 가면 아래로 보이는 하얀 이를 드러냈다.

“원래는 그 친구만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말이야. 거리에서 아무리 찾아도 그를 발견할 수 없더군. 인식 왜곡장을 아주 잘 열어뒀어. 아무래도 자네부터 정리하는 게 옳은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럼 헬파이어 클럽장도 찾지못한 존 도우를 에세나가 우연찮게 찾아낸 모양이었다. 이건 놀랍군. 샤를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송버드는 리지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고개를 돌려 샤를을 바라보았다.

“근데 자네도 끼어들 생각인가?”

송버드는 샤를의 얼굴을 보고도 무명 교단이라는 것을 떠올리지 못했다.

‘하긴 그렇겠지. 송버드는 무명 교단을 거의 무시하고 있었으니.’

그에게 ‘라이벌’은 같은 4대 교단 정도뿐이었고 무명자라는 있지도 않은 신을 모시는 무명 교단은 안중에도 없었으니까.

“당연하지.”

처음부터 샤를의 목적은 데미 송버드였다. 그러니 여기서 도망칠 수는 없지.

“그럼, 먼저 시작해볼까. 영성자의 다툼은 폭력으로 해결하는 법이지.”

송버드는 지팡이를 바닥에 내던지고 허공에 손을 뻗었다. 울긋불긋한 선이 공간을 요동치면서 퍼져나가고 그 사이에서 기다란 손잡이가 나타났다.

레플리카와는 완전히 다른 진짜 화천지옥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처럼 붉은 검신의 길이는 2m는 되어보였으나 그다지 의미가 없다. 그것은 불꽃으로 언제든 날을 만들 수 있어, 거리를 정확히 잴 수는 없다.

금으로 된 화려한 해골 장식이 손잡이에 붙어 있고 마감 재질이 죄다 보석으로 되어 있어 휘황찬란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장식용 검처럼 보이지만 저건 매우 위협적인 성물이었다.

송버드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샤를은 오르골을 사용할 생각을 접었다. 그에게 보인 유물은 분명히 어떻게든 대응할 수단을 마련했을 것이 분명했다.

“일단 자네부터 처리하지!”

모래 주문을 사용하는 리지안을 향해 짓쳐 들었다. 단순히 도약을 했음에도 수 미터를 뛰어오른 그는 정면에서 쏘아지는 모래로 된 창을 그대로 찢어버렸다.

“저 무기는 정면에서 주문을 방어한다!”

“오홍홍? 그럼 후면에서 치면 되겠군.”

흩어졌던 모래들이 순환하면서 재차 창의 형태로 변환, 뒤를 노렸다.

“이런!”

그러나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송버드는 다시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모래 주문을 무력화했다. 어느새 그는 리지안의 지척에 있었다.

“자네 목을 가져가겠다네.”

송버드의 검이 리지안에게 휘둘러질 찰나, 리지안의 몸이 미끄러지듯 뒤로 물러났다. 어느새 그는 기이하게 생긴 그 악어의 등을 타고 있었다.

그러나 송버드가 재차 돌진해 그에게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에, 허공에서 검 한자루가 날아가 송버드에게 총알처럼 쏘아지자 결국 그는 리지안을 내버려두고 날아온 검을 튕겨낼 수 밖에 없었다.

불꽃이 이글거리면서 모든 것을 태울 듯 했다. 화천지옥검이 휘둘러지자 계란 썩은내 같은 유황 냄새가 흠씬 풍겼다.

‘검이 휘둘러졌으면 난 죽었을 거야.’

리지안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식은 땀을 흘렸다. 방금 전 싸웠던 영성자와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강하다.

이 쏘아낸 것은 조지아의 석검이다. 경매장에서 구매한 물품이었다.

형태는 매우 투박하고 검면이 넓다. 조악하리만치 돌처럼 생긴 그것에 손잡이가 없었다면 검이라고 여기지도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석검의 외부는 돌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강철이 들어있다.

내장된 마법은 진동과 견고함. 딱 두 가지 기능만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무기였다.

맨날 검을 부숴먹어서 철근이나 날리거나 아니면 양산형 철검을 사용하던 것보다는 훨씬 낫다.

샤를은 어느새 한쪽 눈에 모노클을 장착하고 있었다.

“호, 그건 처음보는데. 이 검과 부딪히고도 멀쩡하다니.”

화천지옥검과 맞부딪혀도 멀쩡한 조지아의 석검을 보면서 송버드가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아. 둘 다 한꺼번에 상대해주지.”

“오홍홍. 노인네가 너무 자신만만한데.”

“자신만만할 만큼 충분히 강하다네 대머리 친구.”

화천지옥검에서 불꽃이 흩어져나와서 허공에 형상화한다. 형태는 채찍.

“날 대머리라고 놀리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어!”

“그럼 민머리 친구.”

불꽃채찍이 리지안을 향해 휘둘러졌다만, 그는 악어의 등에 난 비늘을 잡고 몸을 숙이면서 멀찌감치 후퇴했다. 모래를 가르는 악어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리지안에게 계속해서 달려드는 송버드에게 계속해서 조지아의 석검이 날아들었다.

“귀찮군!”

화천지옥검을 휘둘러 조지아의 석검을 쳐내도 계속해서 달려드는 것을 보고 송버드가 혀를 찼다.

그가 오른손을 들자 손에서 이상할 정도로 밝고 붉은 빛이 피어오르며 에너지가 응집되었다.

“죽어라!”

화천지옥검의 능력 중하나. 초고열의 광선이 쏘아졌다. 직선형으로 쏘아진 광선은 꽤나 빗나가 멀리 떨어졌는데 너무도 온도가 높아서 바닥의 모래들이 유리로 변해 있었다.

어떤 생물이든 닿기만 하면 그 경로 선상에 있는 건 순식간에 녹여버릴 것 같은 주문이었다.

빗나간 것을 인지한 송버드가 두 번째로 고열의 광선을 발사했다.

샤를은 무존자의 겨울 주문을 사용해서 저 주문을 막을 수 있나 생각했지만 실패할 거라고 느꼈다.

저런 공격은 충격이 아니므로 브로치로도 막지 못할 터.

머릿속에서 막을 수 있는 주문을 찾아냈다. 무존자의 화로 주문이었다.

보통 마탄을 제작하거나, 연금술을 위해서 사용되는 불꽃을 일으키는데 쓰는 화로 주문은 무존자의 창처럼 상대에게 쏘아내지는 못하지만 샤를이 가진 주문 중에서는 가장 고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주문이었다.

허공에 고정적으로 형성된 거대한 화로 주문이 광선의 열기를 완전히 흡수했다. 송버드는 그 모습을 보고 다음 광선 공격도 소용없을 거라 판단하고 근접 공격을 퍼붓기 위해 샤를에게 달려갔다.

“어딜가 이 노인네야! 빨리 대머리라고 한 걸 사과해!”

“꺼지게나!”

목표가 바뀌자 이번에는 도망치기만 하던 리지안이 다시 달려들어서 그에게 모래 주문을 퍼부었다.

그러나 주문을 뿌리치면서 달리는 모습이 너무도 빨랐다. 송버드가 엄청난 속도로 짓쳐들자 샤를은 웃으면서 그를 도발했다.

“자신만만하게 이대 일로 싸우자고 하던 거 치고는 약한데?”

“목이 떨어지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나 볼까?”

그가 모래를 부수는 것처럼 바닥을 박차 움직여, 샤를의 앞에 거의 도달했다.

글고 그때쯤 샤를의 다음 주문이 완성 되었다. 손끝에서 나비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는데, 수백 수십 마리가 넘는 빛나는 나비들이 한데 모여서 형태를 이뤘다.

“그건, 환술인가?”

무존자의 나비 주문에 내장된 환각의 영역을 엿본 송버드의 눈동자가 검푸른색으로 빛나면서 안광을 내뿜어 자신에게 적용되는 환각을 차단했다.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거리는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5m. 검신보다 더 길어진 거대한 불꽃의 칼날이 샤를을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나비들이 흩어지면서 거대한 백색의 갑옷을 만들어냈다.

아니, 갑옷이 아니라 기사였다. 샤를의 심상 세계에서 석판을 수호하던 백기사가 샤를의 주문에 의해서 물리 세계에 강림했다.

본디 검이나 팔 정도만을 형성할 수 있었지만 석판을 흡수하면서 계속해서 강해진 힘 때문에 이제 온전한 모습을 구현해낼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거대한 백기사는 수호자답게 든든한 벽처럼 보였다.

백기사는 자신이 들고 있는 거대한 검을 휘둘러 송버드의 화천지옥검에 맞섰다.

콰아아앙!

검과 검이 부딪혔을 뿐인데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충격파가 주변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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