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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14화 (114/221)

제114화 - 존 도우는 씨익 웃으면서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들었다. 조금 전 서커스장에서 나올 때 가져온 평범한 밧줄이었다. 그러나 그 끝에 돌멩이를 묶어서 무게추처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뒀다.

밧줄을 던져서 위쪽에 달린 간판으로 감고는 멧돼지처럼 달려드는 고든을 피해서 수직 상승했다.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벽에 부딪힌 고든을 보면서 마치 잘 만들어지는 투우사에서 소에게 창을 내지르듯 발차기를 내려 찍었다.

발 뒤꿈치가 비대하게 부풀어오른 승모근을 내려찍었다. 무시무시한 충격이 가해졌을 거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등근육을 찢고 그대로 내장까지 박혀도 이상하지 않을 공격이었지만 엄청나게 튼튼한 고든의 몸에게는 소용 없었다.

“크흐흐흐. 소용 없어!”

오히려 고든은 왼손을 들어 자신의 근육에 박힌 다리를 잡아서 뽑아내 벽으로 집어 던졌다.

“커헉!”

벽면이 박살나면서 그대로 몸이 파묻힌다. 무시무시한 격통이 치솟아오른다.

집어 던진 속도보다 더 빠르게 도약한 고든이 벽에 파묻힌 존의 머리에 주먹을 내질렀다. 그 위력에 존은 재차 움푹 벽에 파묻혀 들어갔다.

“크하하하하! 이 힘을 보라고! 변이의 종자는 계속해서 개량해 나갈 수 있어. 나중에는 궁극의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 지도 모르지.”

“그게 재밌냐?”

존의 손이 무너진 벽에서 뻗어나와서 그를 짓누르고 있던 망치 만한 크기의 고든의 주먹을 감쌌다. 그리고 천천히 고든의 주먹을 밀어냈다.

“뭐? 뭐지? 어째서냐? 분명 구 버전의 변이의 종자의 힘을 넘어섰을 텐데?”

데이터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눈 앞에 펼쳐지자 고든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었다.

“그깟 약이 인간보다 중요해?”

“크흐흐. 멍청한 놈이군. 인간은 썩어빠질 정도로 많고 아무 짝에도 쓸모 없지만 진리는 앞으로의 모든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지. 오히려 너희 인간들이 우리에게 감사해야하는 게 아닐까? 위대한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에 말이야!”

점점 밀리는 주먹에 다시 힘을 줘서 벽에 밀어넣는다. 빠져나오려던 존이 다시 벽에 파묻힌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존이 양 손을 펼쳐서 주먹을 감싸 다시 밀어내기 시작하자 뒤로 밀리고 있었다.

“뭐, 뭐지?”

“신체의 모든 부분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 평범한 인간은 절대로 낼 수 없었던 한계를 넘어선 힘을 얻게 되지.”

변이로 개조된 몸뚱이에게도 한계는 있었다. 그러나 그 한계를 초월하는 것조차 가능한 것이 바로 ‘오류없는 움직임’의 실체.

“오. 오오오오옷!? 이건 말도 안 돼! 데이터에는 불가능하다고!”

“데이터?”

존이 씨익 웃으면서 양손을 그대로 돌려서 놈의 손목을 180도 꺾어버렸다.

쥐고 있던 주먹이 기이한 방향으로 뒤틀리면서 고든이 괴성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고든은 자신의 손을 부여잡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의 눈 앞으로 공포가 밀려왔다.

그제야 고든은, 자신이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놈은 단순한 실험체가 아니었다.

무려 클럽장이 들어갈 새 육체. 그러니 그의 데이터 이상으로 변이를 일으킨 게 분명했다.

미지는 공포를 낳고, 공포는 공황을 동반했다.

“이, 이건 말, 마, 말도 안 돼!”

“죽어라.”

숨 막힐 것 같은 공황 속에서 고든은 끝없는 공포를 느끼며 고꾸라졌다.

시체가 된 고든을 내버려 두고 그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

아무리 인적 드문 골목이라도, 이만큼이나 큰 굉음이 울려 퍼졌으니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세 명의 취객이 이상한 소리를 듣고 잠시 골목 안을 들여다보았다가, 꿈에 나올 것 같은 악몽을 보았다.

“흐아아아아아악!”

“사, 사람이.”

그들이 본 것은 피떡이 되어 죽어 있는 고든이었던 시체와 피칠갑을 한 존 도우였다. 그의 가면은 이제 피로 물들어 도저히 원래의 색을 알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변덕스러운 메트로폴의 날씨 때문에, 하늘에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 사이로, 우산을 쓴 에세나가 나타났다.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골목길로 걸어왔다.

“이, 이보게 아가씨!”

“저, 저, 저.”

에세나가 고개를 돌려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눈을 마주친 취객들은 갑자기 실 끊긴 인형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그 뒤에 그들은 고개를 돌려서 밖으로 나갔다. 조금 뒤면 방금전에 일어난 일들도 모조리 잊어버릴 것이다.

명백히 이상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자 존은 위기감을 느꼈다.

“뭘 한 거지?”

“별거 아니에요. 그냥 눈뜬 채로 잠든 것뿐이죠.”

싱긋 웃는 에세나를 보면서 존은 그녀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리지안이 말하던 영성자라는 족속인 것을 알았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거죠? 절 밀치고 도망갈 생각인가요?”

“아무것도.”

그 말을 마친 존은 픽하고 쓰러졌다. 엄청난 칼로리를 소모한 뒤에 보충하지 못해서 탈진한 사태였지만 왜 쓰러졌는지 알지 못하는 에세나는 멀뚱멀뚱 눈을 뜨고 그를 어떻게 데려가야 할지 고민했다.

“아! 방금 나갔던 취객 아저씨들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되겠네.”

물론 그들에게 일한 값은 줄 생각이었다.

*

“사막에선 신기루를 조심해야 하죠. 오홍홍”

제나가 있던 발아래의 땅에서 거대한 짐승이 튀어 올랐기 때문이었다. 악어를 닮은 그 짐승은 크기가 5m가 넘었다. 거대한 입으로 제나 헵번을 그대로 먹어치웠다.

냉기의 거인이 채 반응할 시간도 없이 제나는 잡아먹힌 채 사막 아래로 끌려 들어갔다.

“오홍홍. 여긴 내가 처음부터 준비한 공간이라구요. 호흡도 유료라 이 말입니다.”

리지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이제는 샤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잘생긴 오빠. 댁도 꿍꿍이가 있었구만?”

“그래.”

“무슨 일인지 가르쳐 주실까?”

리지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오른손을 들어올리면서 손가락을 유려하게 휘저었다. 언제든 주문을 사용할 수 있었다.

“사실 내 목표는 당신이 아니거든.”

“그럼? 내 제자?”

“당신 제자에게도 볼일이 있지. 그는 통제가 불가능한 뮤턴트거든.”

“뮤턴트가 뭐지?”

“제자에게 아직 얘기를 다 못 들은 건가? 뭐, 남에게 얘기할 일은 아니겠지. 어쩌면 자기 스스로도 무엇이 되고 있는지 모를 테고.”

실제로, 리지안은 존 도우가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지 그가 휘말린 사건의 내막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존 도우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어쩌다보니 리지안과 연이 닿아 영성을 배우고 있었을 뿐이기도 했다.

“잠깐, 근데 내 제자에게‘도’라니? 그럼 원래는 누구에게 볼일이 있는 건데?”

“근데, 아직 얘기가 다 안 끝난 것 같네.”

샤를이 그렇게 말하면서 어깨를 으쓱한 다음 방금전까지 제나가 있었던 땅을 바라보았다. 리지안의 눈이 크게 떠졌다.

땅 아래로 파고 들었던 무언가가 마치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폭발하면서 허공으로 비상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리지안이 기르던 이계 악어였다. 그리고 그 악어의 뱃속에서 튀어나온 제나 헵번은 전신이 피에 물들어 있었다.

로브 여기저기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거대한 악어의 이빨에 씹혔는데도 살아있는 거면 마법에 걸린 로브는 제 역할을 충분히 다 한 듯 했다.

그녀는 특이한 물건을 하나 꺼냈다. 그것은 검이었다. 검에서 엄청난 영성이 요동치면서 대지를 진동시켰다.

‘4대 성물!?’

메트로폴 4대 악신의 교단에는 성물이라고 불리는 유물이 있다. 재단에서는 봉인물이라고 지정될 정도로 위험한 유물들인데, 그건 컵, 검, 지팡이, 메달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전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붉게 물든 그 검은 헬파이어 클럽에서 보관중인 성물, 검의 형태를 띠고 있는 [화천지옥검]이었다.

저 성물의 성능을 알고 있는 샤를은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진지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클럽장이 저런 것 까지 넘겨주다니? 보통 클럽원들을 신뢰하는 건 알고 있지만 성물을 넘겨주진 않는다.

“검? 그런 것쯤은…….”

리지안이 중얼거리자 샤를이 가볍게 충고했다.

“가볍게 보지 않는 게 좋아. 저건 화천지옥검이다.”

“뭐?”

“헬파이어 클럽의 성물이지. 오직 교단의 교주급들이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일텐데. 어째서 제나 헵번이 들고 있는 거지?”

“넌 또 뭐야?”

제나 헵번은 자신이 들고 있는 무기의 정체조차 단숨에 알아챈 한 남자를 보고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리지안의 옆에 있던 일반 손님인 줄 알았는데 영성자였다. 리지안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오홍홍. 날 돕겠다구?”

“그래.”

“뭐, 꿍꿍이가 있는 것 같지만, 일단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지. 그래도 내 제자는 넘겨주지 않을 테지만.”

“…….”

자기 제자를 끔찍이 아끼는 스승의 말 같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리지안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줄 미치광이 댄서를 찾고 있을 뿐이다.

임시 동맹에 암묵적인 합의를 한 뒤에 리지안이 먼저 움직였다. 그는 모래 주문의 달인이었지만 이 이계를 연구하고 이곳 생태에 맞는 생물들을 조종하는 주문도 알고 있었다.

“오너라.”

리지안이 기르던 이계 악어 수십 마리가 흙에서 솟구쳤다. 공들여서 이 공간을 자신의 무기처럼 만들어버린 리지안이었다.

그럼에도.

화르르르르.

무시무시한 불길이 치솟으면서 이계 악어를 불태웠다. 검에 닿자마자 익어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팔이나 다리 같은 파편 조각이 튈 때마다 그 파편이 폭탄으로 변해서 폭발했다.

주변에 무시무시한 광역 공격을 퍼뜨리는 데다, 검이 지나간 자리는 마치 레이저가 지나가는 것처럼 전혀 저항없이 모든 것이 잘려 나갔다.

샤를은 제나의 안색을 살폈다.

샤를의 성배 조각품처럼 성물에는 부작용이 없다.

대신 성물을 사용하면 그 성물의 주인인 신과 연결이 된다.

혈주찬상을 믿고 그 존재를 모시고 있는 클럽원들이라도, 이계의 거대한 존재와 엮이는 건 그 자체가 재앙이었다.

‘그렇기에 교주급들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지.’

리지안은 모래를 퍼붇거나 혹은 또 새로운 짐승을 불러내 제나를 공격했지만 불꽃과 냉기를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제나를 이길 수는 없었다.

조금씩, 조금씩 제나는 주변의 방해물들을 검으로 베어버리면서 전진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해. 위력이 너무 약해.’

샤를은 제나의 유물에 관한 숙련도가 낮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검의 완전한 기능을 사용하진 못하는 모양이군.’

게임 플레이를 할 때,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아 메트로폴에서 완전하게 성장하게 되면 신성의 씨앗을 손에 넣은 헬파이어 클럽장이 화천지옥검을 들게 된다.

그러면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재앙이었다. 원격에서 방어불가능한 초 고열 광선을 날리거나 근처 사방을 노려보는 것 만으로도 폭발을 일으키는 등의 미친 능력이 생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까진 아니다. 강력하지만, 파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샤를은 품에서 유물을 하나 꺼내들었다. 저 화천지옥검의 특기는 영성의 깃든 것을 재료로 삼아 검에 꺼지지 않는 불길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검을 들고 있는 정면에서는 주문에 대한 보호, 자체적인 신체 능력 증가, 영성으로 일으킨 겁화.’

기초적인 단계에선 세 가지 능력이다.

리지안의 모래 주문이 소용없는 건 당연하게도 주문에 깃든 영성을 화천지옥검이 먹어치우기 때문이었다.

직접적인 공격은 상대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렇기에 샤를이 꺼내든 든 유물은 바로 골레릭이 가지고 있었던 계몽주의자의 오르골이었다.

신체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저택에 있었던 ‘하얀 유령’에겐 소용이 없을 것 같아 꺼내지 않았었지만 제나는 신체도 있고 청각에도 문제가 없다.

제나가 들고 있는 화천지옥검이, 허공에 울려퍼지는 음파의 일정 부분을 막아냈지만 소리는 모든 방향으로 퍼진다.

그리고 오르골 소리가 들리자마자 제나의 움직임이 멈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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