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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13화 (113/221)

제113화 - 고운 모래들이 바닥에 깔려 있다. 가끔 보이는 선인장들을 제외하면 지상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늘의 색은 주황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 위로 거대한 새들이 날아다녔다.

딱 봐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풍경.

‘이계인가. 심층은 아니야. 얕은 층 어딘가에 구멍을 뚫어뒀군.’

이런 이계의 틈을 찾아낸 마도사가 할 일은 뭘까? 당연하게도 그곳을 자신에게 유리한 지형으로 만들어두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공간은 거의 리지안의 공방의 일부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샤를의 저택만큼이나 요새화가 되어있겠지.

도착하자마자 어디선가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리지안과 제나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제나는 손 끝에서 청금석 반지가 반짝거렸다. 반지의 보석에서 엄청난 한기가 몰아치면서 곧이어 형상화된다.

“냉기의 거인이여!”

얼음보다 더 차가운 냉기의 거인이 만들어졌다. 안개처럼 형체 없이 흐릿한 거인이 뻗는 손 끝에서는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구름이여!”

그리고 제나는 다른 손을 들어올려서 하늘로 올렸다. 거대한 먹구름이 생겨나 해를 가렸다.

기온은 내려가고 주변은 점차 추워지기 시작했다.

리지안은 자신의 코트를 벗어 넘기면서 주문을 외웠다. 그의 장기는 바로 모래와 바람을 다루는 주문이었다.

그리고 생물을 소환하는 주문. 리지안이 손을 뻗자 바닥에서 모래로 만들어진 뱀들이 솟구쳤다. 뱀들이 제나에게 덤벼들기 전에, 냉기의 거인이 그것들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쥐기만 해도 뱀들은 그대로 꽁꽁 얼어붙어 동결되었다.

‘하나 같이 고급 주문들이군.’

샤를은 그들의 마법전을 감상하면서 둘을 분석했다. 허공에 모래바람과 얼음이 마구잡이 날아다니는 풍경은 누가 보거든 도저히 믿기 힘든 풍경이겠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강하다고 볼 순 없겠어.’

그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강하진 않았다. 다들 예상할 수 있을 정도.

제나의 청금석 반지가 번뜩이자 얼음창이 날아갔다. 리지안의 발 아래의 흙들이 올라와 토벽을 형성해 창을 막아냈다.

이에 대한 답례로 리지안은 허공에서 거대한 메뚜기 떼를 소환해 제나에게 퍼부었다.

수많은 메뚜기들이 냉기의 거인 근처로 다가가자마자 얼어붙었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숫자의 메뚜기들이 달려들어 제나에게 향했다.

제나는 그때 왼손에 마도서를 꺼내들었다. 딜레이 없이 자동으로 시전된 물줄기들이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마치 주변을 감싸는 방어 장막이 된다. 달려드는 메뚜기 떼를 그대로 수장시켰다.

인어 세레스처럼 그걸 대포처럼 운용하거나 할 수는 없는 모양이지만 저렇게 주변에 두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샤를은 제나의 움직임을 살폈다. 로브를 입었는데도 민첩하고 빨랐다.

제나의 청금석 반지에서는 쉴 새 없이 냉기 계열 주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왼손에 있는 마도서에서는 물을 다루는 주문이 계속해서 시전되고, 냉기 주문과 연계되어 추가적인 얼음 덩어리를 형성했다.

주문을 외우지 않는데도 서로의 공방은 무척이나 빨랐다. 둘 다 수준급 마도사들이라, 주문을 생략하고 있다.

리지안은 아주 쉽게 냉기의 창을 피해내고는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번에는 바닥에서 거대한 모래로 된 손이 올라와 제나를 집어삼켰다.

제나는 물의 방벽으로 모래를 밀어내면서, 이번에는 앞으로 몸을 날렸다.

“죽어!”

한계까지 쥐어짠 듯 거대한 냉기 폭풍이 앞으로 쏘아지자 도저히 피할 곳이 보이지 않아 리지안의 안색이 살짝 굳었다.

승기가 보이는 것 같았으나, 리지안은 굳은 표정에서 입꼬리만을 살짝 올렸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냉기 폭풍은 리지안을 완전히 휩쓸었다. 무엇이든 얼려버릴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리지안은 얼지 않았다.

주문은 허공에 사용한 것처럼 리지안을 지나쳤다.

“어딜 보시는 거죠?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리지안의 모습은 처음부터 환각이었다!

-이 대사를 듣게 될 줄이야.

-와, 멋있어.

-이게 멋있다고?

파기나레코르는 눈을 반짝거리면서 샤를의 옆에서 그들의 싸움을 감평했다.

도저히 이해못할 취향을 가진 파기나레코르와는 상관없이 전투는 끝나갔다.

*

콜르멜르 거리에 들어온 이후로 2명 이상 함께 행동하면 길을 잃게 된다. 그 말은 즉, 홀로 행동하면 길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길거리를 걸으면서 제롬은 자신의 모자의 챙 사이로 보이는 사냥감들을 살폈다.

헬파이어 클럽원들은 이름난 자는 가면을 쓴다. 하지만 평범한 졸개들은 사복 차림에, 봐도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심지어 영성자가 아닌 자들도 이 일에 끼어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럼 어떻게 사냥감인 줄 아느냐? 특유의 분위기를 파악해야 한다. 거기다 추가로 문양을 확인한다.

그들은 대개 마치 누군가의 정보원처럼, 주변을 둘러본다. 예리한 눈초리에, 살기를 띠고 있었다.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길거리에 멈춰서 자세히 관찰한다. 그런 자들에게는 하나씩 문양이 있다.

헬파이어 클럽원은 혈주찬상의 문장 하나를 몸 어딘가에 새긴다.

나침반 안에 타오르는 불꽃이 그려져 있는 문장. 찾았다. 목 뒤쪽에 문장이 그려져 있다.

평범한, 젊은 남성처럼 보인다. 제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미리 준비해뒀던 독침을 꺼내서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둔다.

길을 걷다가, 스쳐 지나가는 척하면서 그대로 독침을 목에 박아 넣는다.

독침 끝에는 농축된 사린이 묻어있다. 대상은 흉부압박과 호흡곤란을 겪으면서 비틀거린다.

이 거리에서 취한 취객이라면 어디든지 있다. 그러면 제롬은 마치 취객 동료를 부축하듯 쓰러지는 그를 붙잡아서 골목 구석으로 옮기면 된다.

쓰러져 자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므로 그들 사이에 시체가 섞여도 다음 날 아침이 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방식으로 처리한 헬파이어 클럽의 졸개들만 벌써 일곱.

“슬슬 샤를님이 명하신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겠군.”

제롬은 헬파이어 클럽의 졸개들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제롬과 반대쪽에 있는 곳에선 플로나가 비슷한 방식으로 졸개들을 처리하고 있을 테지.

거리 주변을 배회하면 졸개들을 다 처리하지 않더라도, 굉장히 많이 처리했다.

제롬은 골목에 방치한 시체를 뒤로한 채 다음 타겟을 노리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왔다.

그러다가, 모골이 송연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가 제롬의 등 뒤에 있었다.

제롬은 예전부터 사람의 살기에 익숙했다. 그런 의미에서, 상대방이 가진 어마어마한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냐, 이 살기는 나를 향한 게 아니야.’

등 뒤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살기는 감춰진 듯 했다. 딱히 제롬을 노리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여기서 고개를 돌리면, 적에게 들킨다.

대상은 최대한 살기를 억제하는 것처럼 감추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제롬이 뒤를 돌아본다면 그의 주의를 끌게 될 것이다.

상대방의 강함을 가늠할 수 없지만, 상상 이상으로 강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적어도 교주급. 당장 내가 상대하기엔 벅차.’

그대로 기를 죽인 채 걷는다. 상대는 제롬의 모습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멀어져 갔다. 식은땀이 흐르는 동시에, 제롬은 그대로 계속 쭉 걸었다.

그러다가 제롬은 문득 방금 그자에게서 받은 감각이 방금 그가 사냥하고 다녔던 헬파이어 클럽의 다른 영성자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헬파이어 클럽의 클럽장인가!?’

제롬은 헬파이어 클럽의 졸개들을 사냥하는 것을 멈추고 즉시 플로나를 찾아가기로 했다.

두 명이 되는 순간 길을 잃고 주변을 헤메게 되겠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플로나는 주인님의 심상 세계를 통해 위험을 경고할 수 있었지? 어서 빨리 찾아야 해.’

*

하늘에서 공중 곡예를 하면서 느낀 점 하나는, 주변의 사람들이 너무나도 하찮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지상에서 수십 미터 높이에서 폴짝 뛰어오르고 손을 뻗어 다른 동료의 손에 몸을 맡긴다.

훈련하더라도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그 일을, 존 도우는 올라가자마자 화려하게 해치웠다.

그 알약의 긍정적인 점이 딱 하나 있다. 괴물로 변이된 이후 원래의 인간으로 돌아온 뒤에, 자기 자신의 신체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상태를 보고 리지안은 존 도우에게 그것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오류없는 움직임.’

그야말로 완벽한 이름이었다. 존은 주문한 모든 행동일 이행할 수 있었고 또 더 나아가서 남들이 하지 못한 것도 할 수 있었다.

“와아아아아!”

“대단해!”

“방금 뭐야? 허공에서 세 바퀴나 돌다니?”

서커스가 즐거운 것이 아니다. 남들에게 ‘주목’받는 다는 것이 즐거운 것이다. 곧 곡예가 끝나자 서커스의 단장이 괴성을 지르면서 얘기했다.

“대단하군! 마스크맨! 정말 대단해!”

“마스크맨?”

단장이 괴성을 지르면서 주어준 별명은 곧 이 가면을 쓴 남자의 이름 대신 쓰이는 별칭이 되었다.

“마스크맨!”

누군가 촌스러운 이름으로 부르거나 말거나 곡예를 끝내고 잠시 숨을 고른 존 도우는 곧 주변을 돌아보았다.

에세나가 보인다.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에겐 알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호감을 느낀다. 그는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 존 도우는 누군가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스크에 반쯤 가려진 그의 표정이 굳었다.

그곳에 사자 가면을 쓴 남자가 앉아 있었다.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다. 그가 벌인 실험. 사람들을 묶어두고 행한 짓들.

사자 가면을 쓴 남자는 그대로 자리를 옮겨 사라졌다.

존 도우는 에세나에게 돌아가느냐, 아니면 그 남자를 따라가느냐 선택할 수 있었다.

‘역시 나는 저런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아.’

행인들 사이로 사라지는 남자를 따라 간다. 그를 붙잡으려는 서커스 단장을 무시하면서 서커스장을 빠져나와 무채색 골목길을 걷는다.

사자 가면을 쓴 남자는 그 독특한 외모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따라가다가 결국 막다른 골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에 그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 이렇게 발견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우연히 돌아다니다가 들린 서커스장에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고든은 정말로 의외라는 듯 말했다.

“우리 클럽장님도 널 찾고 있다구. 하지만 내가 먼저 찾으면 실패를 만회할 수 있겠지.”

무어라 무어라 떠드는데,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죽음에 급격히 가까워지는 기분이 든다. 목구멍으로 무언가 차오른다.

“저번에는 준비가 안 되어서 후퇴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구.”

그러면서 고든은 품에서 유리병을 꺼냈다. 안에는 알약이 들어있었다.

“너희들은 아주 훌륭한 연구 재료가 되어줬어. 그래서 꽤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지. 그 결과, 나는 이 변이의 종자를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알약을 입에넣고 까드득, 사탕을 부숴먹듯 삼키고는 손을 들었다.

그의 몸의 근육이 급격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정장은 부풀어오르다 못해 터지고 그 안으로 검붉은 피부색의 근육이 나타난다.

고든의 가면은 사자 가면이다. 고든이 사자를 고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육체적으로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제 그의 육체는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

“이 변이의 종자를 먹으면 한 순간이지만 네놈의 육체 성능보다 뛰어난 능력을 얻게 되지! 끝나고 나서 소모한 칼로리를 ‘포식’해야겠지만, 그 정도는 부작용의 축에도 못 들지.”

터질듯한 근육의 고든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짓쳐 들었다.

“난 예전부터 이럴 기회만을 찾고 있었어. 오히려 내가 더 바라던 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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