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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07화 (107/221)

제107화 - “뭐야, 이거……?”

벡토는 바닥에 떨어진 빨간 것들을 보고 맨 처음에는 붉은색 페인트인 줄 알았다. 그러나 비릿한 혈향과 함께 눈알을 밟고 나서 뒤로 물러나면서 상황파악을 했다.

“시체군.”

“내가 기자 생활하면서 끔찍한 시체 여러 구를 봐왔지만 이런 식으로 죽은 시체는 또 처음 보는군요.”

샤를은 죽어있는 자들을 살폈다. 인간이 아니라 괴물에게 당한 것처럼 죄다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와, 쭈인. 여기 시체 좀 봐. 한따까리 하는 놈인가.

-너는 진짜 말투랑 외모랑 전혀 안 어울리네.

일반인은 보기만 해도 정신이 혼미해지고 여기저기 구토를 내뱉을 거 같은 끔찍한 광경인데도 마도서인 파기나레코르는 느긋하게 얘기했다.

-죄다 찢긴 시체 밖에 없네. 멀쩡한 건 없나?

-쭈인 저쪽에 그나마 멀쩡한 시체가 있는데?

-그나마 멀쩡하긴 하네.

상반신은 그대로 남아있는 시체를 발견했다. 상체와 하체를 나누는 기준인 골반 부분에서 반으로 쪼개졌으니 다른 시체보단 멀쩡했다.

샤를은 그것을 조사하면서 팔뚝에서 특이한 문장을 발견했다. 마치 연꽃을 형상화한 것 같은 문장.

‘혈주찬상의 문장이군.’

죽은 자들은 헬파이어 클럽의 신도들이 분명해 보였다.

과거를 회상한다. 주문을 사용할 틈도 없었다. 이들은 총을 꺼내서 마구 쏴댔지만 하나도 맞지 않았다. 탄환은 죄다 벽에 박혀 있다.

그리고 다음, 재장전에 실패하고 총알이 바닥에 흩뿌려지면서 총은 바닥을 구른다.

그 뒤로는 압도적인 학살이다. 주먹으로 배를 관통하고 악력으로 두개골을 으깨거나 목을 뽑아내기도 했다.

로랜드 고릴라 수준의 악력.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긴다.

당연하게도 평소에 존 도우가 머물고 있다던 판잣집은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샤를은 판잣집 내부를 이리저리 뒤졌다.

지저분했지만 이것저것 살아가는데 필요한 필수품들. 그리고 식료품들.

‘또 음식을 먹은 흔적. 이건 내가 사준 식료품들이야.’

존 도우는 한순간 커다란 힘을 낼 수 있지만 엄청난 열량 소비를 동반했다.

‘전형적인 뮤턴트들의 특징이군. 이제 여기서 자신만의 능력을 개화할 거다.’

뮤턴트들은 본래 영성에 대한 재능이 없다고 하더라도 강제적으로 자질이 생겨나게 된다.

이런 과정은 정상적인 과정은 아니라, 그들의 영성은 어느 분야에 특화되게 된다.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에 특화된 자는 자신을 향한 악의를 곧장 감지할 수 있다거나, 원소에 대한 적성이 생기거나, 염동력을 일으키거나. 이런 식의 이질적인 능력을 각성하게 된다.

‘헬파이어 클럽이 존 도우를 더욱 격심하게 쫓겠군.’

다음에 투입될 인원은 지금보다 더 강한 ‘클럽원’들을 투입할 것이 분명했다.

‘잠깐…….’

샤를은 이 사건에서 자신이 빠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추적자는 지금 샤를이 아니라 헬파이어 클럽의 구성원들이다.

‘이 기회를 노려서 헬파이어 클럽의 클럽원들을 없애버릴 수 있겠어.’

헬파이어 클럽의 구성원들은 메트로폴에서 각자 한 자리씩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산층 대표들이 많았다.

‘그들을 처리하면 헬파이어 클럽의 영향력이 메트로폴에서 제거된다.’

샤를은 눈을 감고 어떻게 어부지리를 취할지 생각했다. 다음에 추적을 맡게 될 헬파이어 클럽의 구성원은 누굴까?

‘아마 개발자 고든은 더는 추격을 하지 않을 거야. 그는 전투 인력이 아니니까. 그럼 클럽원 중에서 추적을 맡을 정도로 능하고 문제가 없는 구성원…….’

‘손망치’ 크래시 해거는 광명 교단의 이단심문관들에게 잡혀 감옥에 갇혀 있다. 그럼 ‘창백한 입김’ 제나 헵번이나 ‘갈퀴 손아귀’ 조지프 시더가 나타나겠지.

샤를은 헬파이어 클럽의 주요 구성원 중에서 몇몇 인물들을 떠올리고는 그들이 존 도우를 추적할 시 어떻게 어부지리를 얻어야할까 계획을 떠올렸다.

잠시 생각하고 있었는데 샤를은 판잣집을 뒤지다가 더러운 배낭에서 나온 나온 나비 문양이 그려진 펜던트를 꺼냈다.

딱 봐도 이건 유물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나비 문양이 그려진 목걸이를 열어보자 안에 사진이 나왔다.

‘이건, 어렸을 적 에드먼드 피셔와 리암 벡토인가?’

에드먼드 피셔, 리암 벡토와 그 뒤에 보슈 백작 부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20대가 되어보이는데 피셔와 벡토는 다섯 살일 것 같다.

그녀는 인자한 미소로 아이들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가 서 있었다.

긴 머리카락을 한데 묶었다. 인자해보이는 눈매와 걸친 안경 때문에 인상이 선해보인다. 직업을 꼽자면 교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젊었을 적의 보슈 백작인가? 아니, 그럴 리가.’

보슈 백작은 백작 부인과 20살 연상이었다. 그러니 그 남자는 백작부인의 전 연인일 지도 모른다.

“저, 어떻게 할까요?”

벡토는 시체들 사이에서 있는 게 불편한 듯 했지만, 여러 사건을 취재하면서 이런 일에는 이골이 나있었다.

이리저리 조사하는 샤를을 보고 벡토가 묻자 샤를은 펜던트를 꺼내서 벡토에게 던졌다.

“음!? 이건?!”

“에드먼드 피셔가 갖고 있던 펜던트요.”

샤를이 그렇게 말하자 벡토는 잠깐 흠칫했으나, 이내 곧 진정되었다. 차 안에서 샤를이 벡토에게 걸었던 매료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었다.

샤를이 펜던트를 건넨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슬슬 벡토를 떼어낼 시점이라는 것.

그의 목적은 처음부터 보슈 백작 부인이 요구한 펜던트였다. 그러니 목적이 완수되었으면 알아서 떨어져 나갈 것이었다.

“그, 그럼 범인은 존 도우였군요.”

“예. 그가 살인범입니다.”

“젠장. 내가 살인자랑 일하고 있었다니.”

벡토는 머리를 긁었다. 그는 잔뼈 굵은 민완 기자 답게 촉이 매우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존 도우가 살인범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그가 살인자라니, 내 안목도 이제 한물 간 모양이군요.”

사람을 한 눈에 보고 알아채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벡토는 그 능력으로 여태 먹고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만큼은 감이 전혀 소용 없었다.

“글쎄요. 저도 그가 살인범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샤를도 사람을 알아보는데 안목이 있었지만, 존 도우가 범인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샤를은 점술을 쳐보기 전까지 아직도 그가 제대로 살인범을 쫓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존 도우는 자신을 감추는 데 매우 능했다. 샤를은 그가 전에는 엑스트라긴 해도 배우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연기력이 매우 뛰어나다. 사람을 속이는데 매우 능할 것이다.

‘이런 사람이 엑스트라 배우라니. 아니지.’

생각해봤는데, 뛰어난 연기력을 손에 넣은 것은 아마도 변이의 종자를 먹고 뮤턴트가 된 뒤가 분명했다.

간단한 추론이다. 예전에도 뛰어난 배우였다면 그냥 엑스트라로 남았을 리가 없었을테니까.

어쨌든 벡토를 향해 샤를이 말했다.

“전 이제 루이스 형사를 부를 생각입니다. 그가 뒷정리는 물론이고 존 도우를 지명수배하는데 도움을 줄 겁니다.”

“예? 루, 루이스요?”

직장의 앙숙의 이름이 떠오르자 벡토는 흠칫했다.

“아, 말 안 했던가. 이 사건은 루이스 형사님이 제게 자문을 구해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

“문제라도?”

“아뇨.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앙숙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겠지. 샤를은 그의 표정에서 껄끄러움을 느꼈다.

그렇겠지. 벡토 기자는 루이스와 앙숙이니까.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죠?”

“증거품 중에서 이 펜던트는 뺄 수 없겠습니까? 이건 보슈 백작 부인께서 제게 내리신 밀명이라.”

“흐음.”

에드먼드 피셔가 갖고 있었던 물건인 나비가 그려진 펜던트. 이건 확실히 증거물품으로 채택되어서 경찰국의 증거품 보관함으로 가게 될 것이었다.

안에 내용물은 아마도 보슈 백작 부인의 치부라고 생각된다. 이걸 사용해서 보슈 백작 부인의 약점을 잡기엔, 그녀와는 별로 접점이 없다.

“그렇게 하시죠. 에드먼드의 집에 있던 물건이 이 판잣집 어딘가에는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샤를이 뒤지던 이 더러운 가방도 어쩌면 에드먼드 피셔의 방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때국물이 묻어서 더러워 보이지만 원래는 고급스러운 물품 이었던 것처럼 보이니까.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좋아요. 그 말 잊지 마세요.”

벡토에게 은혜 하나를 입혔다. 이걸 빌미로 기자와의 커넥션 하나를 얻었으니 벡토와의 일은 이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벡토가 사라지고 샤를은 루이스에게 전보를 넣었다. 그리고 나서 존 도우가 가지고 있던 수건 하나를 들고 그것을 이용해 점술을 사용했다.

잔상이 화면으로 변하자 샤를은 점술의 효과가 흐려진 것을 느꼈다. 화질도 낮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따.

체감상 이런 장면은 보통 상대의 점술 방벽이 견고할 때 발생한다. 대부분의 점술 방벽을 깨버리고 예지를 이룰 수 있는 샤를의 잔상 점술이었으나, 이번에는 상대가 전문가였다.

존 도우가 점술 능력을 각성했을리 없으니 협력자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나만큼이나 강력한 점술 능력의 전문가에게 비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장면이 흐려지긴 했어도 샤를의 점술은 무존자의 권능을 받아 사용하는 것.

샤를은 그 장면 사이에서 화려한 간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콜르멜르 거리의 간판이다.’

콤포트 단지 근처에 있는 유흥가. 이곳에는 도박장과 홍등가, 주점 및 서커스장, 경마장 등이 모여있었다.

그래서 주변 상권에서 사람들을 빼앗아오다 시피하는 거리였다.

그곳에서부터 흔적이 끊겼다. 샤를은 심상 세계에서 빠져나오면서 콜르멜르 거리 내부를 뒤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몸을 숨긴 채 잠시 기다렸다.

-응? 쭈인. 안 가?

-감이왔어. 잠시만 기다려 봐.

보통 루이스 형사가 먼저올 테지만, 그 전에 방문할 누군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원하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묶어서 올린 머리카락, 검은색 망사로 가린 챙 넓은 모자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흰 수국이 꽂혀 있었다.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가 돋보인다. 털가죽 코트를 입고 있는 여성이 ‘갑자기’ 나타났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창백한 입김 목소리’라는 별명을 가진 헬파이어 클럽원, 영성자 제나 헵번이었다.

그녀는 등장하자마자 곧바로 주변에 영성을 흩뿌리면서 감시자를 탐지했다. 샤를은 그 즉시 영성을 내부로 돌리면서 안으로 갈무리했다. 그리고 허리춤에 걸려 있는 파기나레코르에도 둘러 씌웠다.

-이거 간지럽네.

-좀 참아 봐.

저런 탐지 기술은 샤를도 익히 알고 있는 것이다. 주변과 동화된 영성을 보여주면 일반적인 사물로 인식하고 끝난다.

샤를의 예상이 적중해서 제나 헵번은 곧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이 난장판 사이로 나타났다.

“흠. 고든이 한 말 그대로네.”

난장판이 된 시체들 사이에서 제나 헵번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무언가를 찾았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가닥을 꺼내들었다.

피가 묻어있는 머리카락이어서 누구의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샤를은 그것이 존 도우의 머리카락이라고 생각했다.

‘머리카락을 매개로 점술을 칠 생각이군.’

당연하게도 헬파이어 클럽에도 점술의 전문가가 있다. 없었으면 샤를이 그 즉시 헬파이어 클럽의 클럽하우스의 위치를 발견해낸 뒤에 달려들어서 개판을 만들어뒀을 테니까.

머리카락을 든 제나 헵번은 허공에 목소리를 내뱉었다.

“열려라.”

공간 한쪽이 일그러지더니 곧 제나가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저곳이 클럽하우스 안쪽일 것이었다.

샤를은 그 클럽하우스 안쪽을 계속 들여다보았다. 특징적인 것은, 자주색 베일이 벽에 걸려 있었다는 것. 그 단면적인 정보를 빼고는 얻을 수 있는 게 없었다.

어쨌든 단서 하나라도 얻은 셈이니 샤를은 곧 나타날 루이스 형사를 기다렸다. 곧이어 루이스가 나타났다.

“이거……. 완전 개판이군요.”

“범인, 존 도우가 저지른 일입니다.”

“범인까지 특정해내셨습니까?”

“예.”

샤를의 말에 루이스가 놀랍다는 듯 대답했다.

“뭐, 아직 제대로 된 증거는 없지만, 루이스 형사님이 찾아주시겠죠.”

공적인 문제는 루이스 형사한테 짬 처리 시켜야지. 샤를은 그렇게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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