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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04화 (104/221)

제104화 - 이 이상하고 위험한 남자와 행동하게 된 이후로, 장점이 있긴 했다. 벡토는 진주의 꿈의 공연 명단에 있는 모든 사람의 목록을 볼 수 있었다.

“찾아가야 할 사람들의 목록은 확인했습니까?”

“예. 부유한 사람들, 중산층의 사람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로 나눠두셨군요.”

놀랍도록 깔끔한 정리였다.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하는 지까지 샤를은 적어두고 있었다.

“빈민가부터 시작하죠.”

“예? 어째서 빈민가부터 시작하죠? 그곳은 제일 위험한 곳이 아닙니까? 되도록 나중 순서로 미루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에드먼드 피셔를 죽인 범인은 무명 배우 중 하나일 테니까요.”

샤를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떴다. 벡토가 그를 따라가면서 당황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죠?”

“범인은 평소에 에드먼드 피셔에게 강렬한 원한을 품고 있었습니다. 얼굴이 끔찍하게 손상된 것이 그 이유죠.”

지금은 없는 프로파일링 통계라지만, 얼굴을 공격하는 것은 원한 관계에 의한 살인일 확률이 매우 높다.

옷차림새를 보고 에드먼드 피셔라는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그 정도면 엄청난 원한이 있다.

“하지만 그게 무명 배우가 저질렀다는 확신을 주는 건 아니잖습니까?”

“에드먼드 피셔는 극장 관계자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난 모든 극장 관계자들의 평가를 듣지 못했죠. 무명 배우, 즉 엑스트라들은 모두 일을 그만두고 나갔으니까요.”

“소거법이로군요.”

간단한 이치였다. 하지만 벡토는 겨우 그것만으로 무명 배우 중 하나가 범인이라는 건 확신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째서인지 샤를이 말하는 것에는 엄청난 ‘힘’이 있었다.

이런 사람이 정치인이 되면 굉장한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벡토는 그대로 샤를을 따라갔다.

샤를의 자동차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그 앞에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운전수까지 있었다.

“타시죠.”

“예.”

벡토는 그가 상당한 부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자라고 하니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맞아! 왜 생각해내지 못했지? 헥센 가문. 부동산 재벌인데 신비주의를 고수해서 유명한 그 가문이 있었지.’

대부분 신비주의를 고수해서 헥센 가문의 사람들은 파티나 연회 같은 자리에 얼굴을 잘 비치지 않지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 그럼 우리 터놓고 얘기를 해보죠.”

샤를과 벡토의 눈이 마주치자마자 벡토는 그 눈동자에서 묘한 빛이 흘러나온다고 생각했다.

“지인은 아니었겠죠?”

“……그렇습니다. 사실 에드먼드 피셔는 어릴 적에 헤어져서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이복형제였습니다. 서로 모르고 지냈지만, 얼마 전에 알게 되었습니다.”

어째서인지 벡토는 그동안 꼭꼭 숨겨두었던 진실을 술술 말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비밀스럽게 그녀를 추적하죠?”

“……제 후원자 보슈 백작 부인의 명령입니다.”

“흐음. 그래요.”

샤를은 보슈 백작 부인에 대해서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왜 추적하라고 했죠?”

“에드먼드 피셔가 가지고 있던 나비 문양이 그려진 팬던트를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경찰도 알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나비 문양……. 알려줘서 고맙군요. 찾게 되면 당신에게 돌려주도록 하죠.”

자동차가 덜컥 멈췄다. 그러자 벡토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가 방금 무슨 말을 했던 거지?

숨겨야 할 비밀을 너무 많이 발설했다. 입이 덜덜 떨리자 샤를이 그를 보고 신기하다는 듯 웃었다.

“의외로 정신력이 뛰어난 사람인가 보군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 곧 자연스러워 질테니까 말이죠.”

눈앞에서 하얀 나비가 비행하고 있었다. 나비의 날갯짓이 등불의 깜박임과 같다고 느껴졌다.

샤를이 차 밖으로 내리자 그도 따라서 내렸다. 벡토는 자신이 발설한 비밀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게 되었다.

“첫 번째 목록은 이쪽입니다.”

“좋아요. 갑시다.”

선데이크 거리로 들어서자 벡토가 긴장한 것이 여실히 느껴졌으나 샤를은 태평한 표정으로 걸었다.

“그, 긴장 안 되십니까? 여긴 메트로폴에서도 흉악하기로 유명한 빈민가 아닙니까?”

“뭐, 대낮에 습격받을 정도는 아닙니다. 경찰국도 요즘 경계를 강화해서 가만히 있진 않거든요.”

“……그렇군요.”

빈민가에서 이상한 사건이 벌어진 이후 경찰국에서는 시간과 인력을 들여서 빈민가를 낮 동안이라도 순찰하기로 했다.

뭐, 물론 경찰국에서만 정한 일은 아니고 이 시기쯤 인지도가 떨어지기 시작한 시장이 뭐라도 하려고 발악한 결과였다.

“자주 오셨다는 듯 말하십니다?”

“글쎄요.”

실제로 자주 오진 않았지만, 게임 속에서 몇 번이고 선데이크 거리를 들락날락거린 샤를은 이곳의 태생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샤를과 벡토는 무명 배우들의 주소를 일일이 찾아가 봤지만, 대부분 정확한 주소는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거나, 다른 사람이 세 들어 살고 있기도 했다.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벡토는 덥다는 듯 넥타이를 당겼다.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습기가 가득해서 땀이 찬다.

“무명 배우를 찾는 건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요.”

그때, 벡토는 한 소녀를 발견했다. 샤를과 벡토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집시 꼬마가 있었다.

그는 접대용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안녕, 꼬마야. 사람을 좀 찾고 있단다.”

모퉁이 사이로 슬쩍 물러나는 소녀를 보면서 벡토는 이 꼬마에게서도 별 정보를 얻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샤를이 옆에서 나섰다.

“안녕. 난 샤를이라고 해. 네 이름은 뭐야?”

“샨티.”

‘이거 뭐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벡토는 혀를 찼다. 잘생긴 남자가 말을 걸면 대답해주고 수염 텁수룩한 후줄근 아저씨가 물어보면 도망치고 말이야.

“샨티. 난 누군가를 찾고 있는데.”

“누구요?”

“배우라고 하는데 이름은 존…….”

“존 도우?”

샤를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성과 이름이 나왔다. 이름이 존 도우라니……. 너무 흔한 이름이라 익명으로 불릴 정도인데 샤를의 머릿속에선 이름이 홍길동인 셈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주머니를 좀 뒤졌다. 조그만 사탕이 손에 잡혔다.

“그 사람이 어딨는지 가르쳐주면 이 사탕을 줄게.”

‘그런 걸 왜 가지고 다녀?’

벡토는 굿캅이 말할 때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입을 다물었다.

“이거 사탕 아닌데.”

“……사탕보단 더 좋은 거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벡토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깜짝 놀랐다. 샤를의 손에 있던 사탕이 갑자기 나비로 바뀌어서 샨티에게 날아간 것이었다.

사뿐히 손등에 앉는 것을 보자 그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것 같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사실 방금 한 것은 샤를이 무존자의 나비 주문을 사용해 환술을 걸었던 것이었다. 평범하게 나비를 사탕으로 보이게끔 하는 것.

샤를은 눈앞에 있는 샨티라는 소녀가 영성자의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식간에 나비 주문을 간파할 정도면 굉장한 재능을 가진 것 같다.

“존 도우는 제이미 식료품점에 있었어요…….”

“아, 그리고.”

“난 갈게요!”

겁에 질린 듯한 샨티는 손등에 올라탄 나비를 털어내며 도망치듯 떠났다. 샤를은 진짜 사탕이라도 준비해야 했으나 싶어 고개를 긁적였다.

‘주문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있었어. 처음부터 정공법으로 다가갔으면 이런 역효과는 안 났을 것 같은데.’

어차피 샨티라는 소녀가 목적은 아니었으므로 샤를은 걸음을 옮겼다.

제이미 식료품점으로 걸어가던 도중, 샤를은 골목길을 가로막은 대여섯 명의 깡패들을 발견했다.

하나같이 허름한 옷차림에 분위기가 흉악했다.

“여, 아저씨들. 처음 보는데.”

대머리 깡패 하나가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건들거렸다. 벡토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샤를이 품에서 무기를 꺼내는 걸 보고 기겁했다.

“뒤지기 싫으면 꺼져.”

‘초, 총이잖아, 여태 나랑 같이 있으면서 총을 들고 다녔던 거라니?’

벡토의 소리 없는 아우성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권총을 눈 앞에 둔 건달들은 겁먹지 않고 입에서 침을 바닥에 퉤 뱉었다.

“나중에 보자.”

건달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우르르 몰려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저, 저렇게 내버려 둬도 됩니까?”

“아, 네. 별거 아닌 놈들이라서요.”

저놈들은 그냥 양아치 수준이었다. 진짜 마피아들이 나타나면 언제 어디서 기습할지 모르니 긴장을 해야겠지만 아직까진 괜찮다.

그 뒤 샤를은 거침없이 움직여서 제이미 식료품점이라는 곳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존 도우라는 남자를 찾을 수 있었다. 가게 앞에서 서성이면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존 도우?”

그는 평소에 허리를 숙이고 다녔는지 조금 굽은 등에, 눈동자는 충혈되어 퀭해져 있었고 많이 먹지 못한 듯 볼이 움푹 패 있었다.

굶주림 때문에 살이 빠져 있지 않았다면 얼굴은 너무나도 평범한 인상이었다. 지나가다가 보아도 잊어버렸을 것이다.

“누구시죠?”

“난 샤를 헥센이라고 합니다. 탐정이죠. 이쪽은.”

“리암 벡토입니다. 기자입니다.”

“에드먼드 피셔에 관해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

존은 우물쭈물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샤를은 그가 곤란해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먼저 나서서 그의 체면을 세워주었다.

“저희와 이야기해주신다면 식료품을 사드리는 것은 물론이고, 식당에서 음식도 대접해드리죠. 어떻습니까?”

‘그렇게까지?’

벡토는 어째서인지 시간 낭비일 것 같다는 생각이었지만 존 도우는 거절하지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

“그, 그렇게 하죠.”

샤를은 존을 따라 들어가 음식 재료를 샀다. 상대적으로 싼 음식에, 더 싼 음식 재료를 넣었다. 대량의 통조림.

당연하게도 그게 좋은 음식일 리는 없었다. 정크푸드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존은 그걸 손에 넣자마자 소중한 물건인 것처럼 꼭 붙잡았다. 그리고 샤를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시, 식당으로 데려갈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서 말씀해주시죠.”

“좋아요. 그렇게 하죠. 최근에 진주의 꿈이라는 공연에서 에드먼드 피셔와 같이 공연했습니까?”

“최근은 아닙니다. 전 공식적으로 3개월 전에 해고됐거든요.”

“그럼 에드먼드 피셔가 어떤 사람인지 제게 말해줄 수 있습니까? 눈치 볼 사람은 없으니까요.”

존은 움찔거리며 말했다.

“에드먼드 피셔는 굉장한 배우입니다. 엄청난 연기 실력을 가졌고 그만의 커리어도 있었죠. 하지만…….”

“하지만?”

“엑스트라 배우를 사람 취급하지 않습니다. 노예제가 금지되었다죠? 하지만 그는 아직도 엑스트라 배우들을 노예로 보고 있습니다. 막 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 화가 나면 때리기도 했죠.”

“그런 사람이었다고요? 신문에서 난 얘기와는 다르던데요.”

“당연하죠. 이런 얘기는 아무나 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럼 엑스트라 배우들 모두가 그에게 원한이 있겠군요.”

“속으로는 있었겠죠. 그걸 밖으로 드러낸 사람이라면 전부 쫓겨났을 테니까요.”

샤를은 그 말 뒤에 저처럼요. 라는 단어가 빠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도 3개월 전에 그만두게 되었다니까. 하지만 굳이 들추진 않고 입을 다물었다.

“이쯤 하도록 하죠. 혹시 그 공연에 출연했던 다른 배우들은 어디서 사는지 아십니까? 금전적인 도움을 드리고 이야기를 조금 나눠볼까 합니다만.”

“몇몇은 압니다.”

샤를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은 없어졌지만, 슬슬 석양이 지고 있었다. 밤늦게까지 추적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럼 제게 도움을 줄 생각이 있습니까? 살인범을 잡기 전까지 제게 협력해주신다면 주급으로 30파운드를 지불하기로 하죠.”

“……사, 삼십. 하, 하겠습니다!”

생활고를 겪고 있던 존 도우에게 그만큼의 금액은 가뭄의 단비였다. 샤를은 그를 고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벡토.”

“예.”

“지금부터 존 도우와 함께 다른 배우들의 행적을 파악하는데 도와주실 거죠?”

“……그러도록 하죠.”

벡토는 왜인지 귀찮은 일을 모조리 떠넘기는 것 같은 샤를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길어질 것 같으니 오늘은 퇴근하죠.”

“……후. 알겠습니다.”

그는 온종일 끌려다녀서 지쳐버렸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자마자 곧바로 샤를 헥센이 누구인지부터 조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왜 자신에게 접근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낼 생각이었다.

샤를은 가볍게 인사하고는 다시 자차로 되돌아와서 저택으로 돌아갔다. 오늘 저녁엔 유마가 오기로 되어 있어서, 저녁 식사에 빠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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