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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03화 (103/221)

제103화 - 살인범은 정문으로 들어온다. 피해자가 직접 문을 열어줬다. 뚜벅뚜벅 걸어들어와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피해자는 무어라 살인범에게 말하고, 몸을 돌린다. 그걸 봐서는 명확한 축객령을 내린 것 같다.

그러나 살인범은 축객령을 무시하고 주변에서 위협적인 무기를 찾았을 것이었다.

화분 옆에 흙을 치운 흔적이 있지만, 카페트 위에 붙은 모래 알갱이를 완전히 치우지는 못했을 것이었다.

샤를은 천천히 걸어서 창문 옆에 있는 커다란 화분을 살폈다. 거기엔 산세베리아가 자라고 있었다.

“저것.”

“화분요?”

“예.”

평범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추리였다. 대뜸 주변을 둘러보다가 화분을 살펴보라니. 그러나 루이스는 조언을 가볍게 듣지 않고 꼼꼼하게 화분을 살폈다.

곧이어 그 무거운 화분을 낑낑대면서 옆으로 밀자 피가 잔뜩 묻은 화분의 하단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게 범행 도구입니다.”

“이, 이럴 수가.”

일주일 동안 그토록 찾던 범행도구를 발견했다. 평범해 보이는 화분이었는데 그들이 그걸 범행도구로 생각지 않은 이유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저 화분 크기를 보세요. 딱 봐도 20kg이 넘어 보이지 않습니까? 굳이 옆에 있는 골프채를 놔두고 저 화분으로 때린다는 게 이상합니다. 거기다 화분으로 휘둘렀으면 흙이 온갖 곳에 튀었을 텐데.”

“살인범은 2.5톤가량의 식사를 했다죠? 그의 생각을 평범한 사람이 이해하긴 어려울 겁니다. 비논리적인 해동을 해도, 애초에 상대가 비논리적인 인물일 수 있다는 거죠.”

“……그럼 설마, 이번에도 범인이 인간이 저지른 짓이 아닌 건?”

루이스는 흠칫 몸을 떨었다. 전에 일어났던 그 기이한 사건을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끼치곤 했다.

“제 예상은 그렇습니다. 살인범을 정확히 특정하진 못하셨나요?”

“예.”

“에드먼드 피셔가 일하던 극장에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만.”

“주소를 적어드리죠. 제가 같이 갈까요?”

“아니요. 이곳에 계시죠. 새로운 정보가 생기면 가르쳐 드릴테니.”

샤를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주소를 가르쳐주었다.

루이스는 샤를을 보내고 경찰국으로 되돌아왔다. 문득, 케인 청장의 개, 벡토 기자가 여전히 잠잠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주일 동안 잠들어 있는 게 영 꺼림칙하다. 유명 배우가 사망한 사건이라면 귀신같이 달려들어서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물고 맛보고 씹고 뜯는 하이에나 기자가 조용하다는 것이다.

벡토가 휴가를 갔을 리는 없었다. 미친놈이라 1년 365일 연중무휴로 일한다. 심지어 남들 휴가 갈 때도, 그리고 지인의 초상집에도 가지도 않는다.

“무급으로도 하이에나짓 할 놈이 왜 안 보이는 거지.”

여러모로 신경 쓰인다. 루이스는 저번에 있었던 이혼 사건을, 동료인 오컬트 형사부 더글라스의 도움으로 무사히 넘긴 이후(그날 루이스는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부인과 의무방어전을 치러야만 했다.) 루이스는 케인 청장의 술수를 간파했다.

이전에 탐정을 고용해서 아내에게 전달하게 시킨 것이 바로 케인 청장이었다. 그 뒤로 둘은 무시무시한 앙숙이 되었다. 특히,

“여어. 루돌프 경사.”

“옙. 부르셨습니까.”

신참 딱지를 뗀 루돌프를 부른 그가 손짓해서 말했다.

“벡토 기자 놈 뭐 하고 있는지 좀 알아봐 줄래?”

“알겠습니다!”

루이스는 혀를 차면서 말했다. 창밖을 보니 자동차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차 반 자동차 반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도로를 다니는 게 마차였다는 걸 생각하면 기술의 발전이 신기할 정도였다.

*

에드먼드 피셔의 집은 몽푀르 거리에 있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주거 지역으로, 그 말은 즉 살인 현장과 피셔의 일터가 그리 멀지 않다는 걸 의미했다.

블루 센텐스 오페라 하우스.

간판이 매우 큼지막하게 박혀 있다. 지붕은 의도적으로 파란색으로 칠했고, 엄청나게 큰 공연장이었다.

샤를은 루이스를 기다릴 때까지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으므로 미리 탐문을 했다.

민완 탐정인 샤를은 빠른 정보를 얻을 방법을 알고 있었다. 역시 가장 좋은 정보를 얻을 방법은 인맥을 동원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오페라 하우스에 아는 사람은 전혀 없다.

하지만 손쉽게 인맥을 동원할 수 있는 친화력과 주문이 있었으므로, 샤를은 대놓고 오페라 하우스의 사무실을 두드렸다.

처음 만나게 된 것은 킨제이 뮬러라는 이름의 금발 머리 여성이었다. 매우 매력적인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자신을 사무실의 실장이라고 말했다.

“무슨 목적으로 오셨다고 말씀하셨죠?”

이 여자는 샤를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기 전에는 그의 방문에 그냥 축객령을 내리려는 것처럼 보였는데 샤를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슬쩍 틀었던 몸을 정면으로 보이게 하고는 은근히 웃었다.

샤를은 그녀의 왼쪽 약지에 결혼 반지가 걸려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태도의 변화에서 그녀가 은밀한 외도를 즐기고 있다는 것까지도 알아챘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샤를 헥센, 탐정이요?”

샤를이 자신의 명함을 내밀자 킨제이는 따분하다는 듯 대꾸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신선하다는 듯 말했다.

“저는 공연 오디션에 온 배우인 줄 알았는데요?”

“유감스럽게도 아닙니다. 다른 누군가를 연기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죠.”

“그래도 어때요? 한 번 연기를 배워보는 건. 그 얼굴로 배우가 아니라니 자신의 얼굴을 사용하는 방법을 100% 익히지 못했군요.”

올라가는 입꼬리, 샤를의 전신을 훑는 눈동자는 마치 상품을 찾는 상인 같아 보였다.

생각외로 호감을 갖고 있다. 샤를은 가볍게 말했다.

“잠깐 정도는 배울 수 있겠죠. 하지만 제 목적은 살인 사건에 대한 탐문 때문입니다. 고 에드먼드 피셔 배우에 관한 일 때문이죠. 정확히는 경찰의 임시 자문역입니다.”

“어머, 그래요? 탐정이라니, 멋있다.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대가로는 오늘 저녁을 사는 거로 어떤가요?”

“고맙습니다.”

샤를은 모자를 잡고 가볍게 숙였다. 이렇게 대놓고 호의를 보이는 사람에게는 등불 주문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주변을 걸으면서 킨제이가 말했다.

“이곳에서는 매주 하나씩 메인 연극을 공연하고 있어요. 평일에는 좀 인기가 떨어지는 작품들이나 신작 위주로, 주말에는 최고의 히트작만이 공연되죠.”

극장 내부는 엄청나게 컸다. 수많은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분주하게 공연 장비를 옮겼다. 조명은 물론이고 분장 의상 등등.

“피셔 씨의 공연은 뭐였습니까?”

“평일에도 몇몇 공연을 하시지만 제일 중요한 공연은 당연하게도 일요일 저녁의 ‘진주의 꿈’이죠. 정말 훌륭한 극작가이신 시네트라 조지 쇼의 명작이죠.”

조지 쇼,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은데, 아마 일반인 중에서 유명한 각본가일 것이다.

“진주의 꿈은 무슨 내용이죠?”

“빈민가에 살던 무명의 배우, 레이먼드 포터가 운 좋게 캐스팅되어 뮤지컬에 도전하고 성공하면서 점점 자신의 경력을 쌓아가는 내용이죠. 진주는 바로 주인공인 레이먼드 포터를 말하는 거랍니다.”

“무명 배우…….”

미묘하게 샤를은 그 단어에서 끌림을 느꼈다. 어떤 직감이 그 공연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진주의 꿈……. 그 작품에 참여한 사람들의 명단을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엑스트라의 명단까지 말입니다.”

“아, 여러모로 번거롭지만, 헥센 탐정님이라서 해드리는 거예요.”

그렇게 말하면서 눈짓하는 게 확실히 유혹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인의 강점과 약점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녁 식사를 하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겠군.

킨제이와 함께 사무실로 가서 명단을 확인했다.

킨제이가 기록된 수기를 가져오자 샤를은 쭉 읽어봤는데, 주연 배우에게서는 별 느낌이 없었지만 엑스트라들을 살펴보면서 뭔가를 느꼈다.

향상된 직감이, 이런 부분에서는 확실히 좋은 것 같다.

샤를은 눈동자에 등불 주문을 일으켰다. 샤를의 눈과 똑바로 마주친 킨제이의 눈이 희미하게 풀렸다.

“난 엑스트라 배우들을 만나러 가봐야겠군요. 저녁 식사는 오늘 어려울 것 같네요.”

“아, 그, 그건. 그래요. 알겠어요. 바쁘지 않을 때라도 좀…….”

샤를이 가벼운 암시를 걸어, 킨제이를 떠나려고 할 때였다.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들겼다.

쿵. 쿵. 쿵.

“뮬러! 뮬러! 나 좀 보자니까.”

“누구지?”

“아. 또 그 사람이네.”

킨제이는 허리에 양손을 얹고는 화가 난다는 듯 말했다.

“벡토! 이제 그만 꺼지라고!”

“부탁이야! 나 좀 도와줘! 피셔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 목록이 필요해!”

“경찰 불러서 같이 오던가. 꺼져.”

벡토? 샤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사람은 기자가 아니었던가? 샤를과는 직접적인 인연이 없지만, 간접적으로는 한 번 얽힌 적이 있었다.

샤를이 알고 있기로, 그는 보슈 백작 부인의 후원을 받는 기자였다. 그래서 백작 부인의 소개로 케인 청장과도 안면이 있었을 거였다.

그런 그가 이곳에 와서 에드먼드 피셔의 이야기를 꺼내다니?

*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면서 하늘이 우중충해졌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우산을 준비해두지 못한 사람들이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동안, 쫓겨난 벡토는 한 카페의 처마 아래에서 담배를 당기며 비를 피하고 있었다.

성냥에 물이 불어서 잘 붙지 않는다. 여러 번 당기는 찰나에, 누군가 옆에서 타오르는 성냥을 건넸다.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고개를 돌리니 웬 잘생긴 남자가 우산도 없이 서 있었다.

“불은 고맙습니다.”

기자 생활을 오래 한 벡토는 여러 사람을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을 얻게 되었다. 그중에서 이런 남자는, 보통……배우?

“……이름이?”

“반갑습니다. 전 샤를 헥센이라고 합니다. 탐정이죠.”

처음 봤을 때는 평범한 배우, 라고 생각했지만, 목소리를 듣자마자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탐정이라고?’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은 둘 중 하나였다.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거나 아주 위험한 사람이거나.

“제게 무슨 볼일이시죠?”

원래라면 능수능란하게 상대방을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하겠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는 상대방에게서 방어적인 태도를 본능적으로 취하고 있었다.

“에드먼드 피셔와 무슨 관곕니까?”

“그냥 아는 지인입니다만.”

“아는 지인이 죽었다고 독자적으로 사건 조사를 할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요.”

소름이 돋는다. 상대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찾아온 것 같다. 벡토는 침을 삼키면서 물었다.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입니까?”

“우린 꽤 협력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나도 에드먼드 피셔를 죽인 살인범을 쫓고 있거든요.”

“……거부한다면?”

샤를은 어깨를 으쓱했다. 거부하면 거부하는 거라고, 그는 그렇게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표현했지만, 아무래도 위압적인 느낌을 받는 벡토에게는 달랐다.

‘거, 거부하면 죽일 셈인가!?’

이런 위험한 자와 엮이게 된다니……. 벡토는 침을 삼키면서 말했다.

“조, 좋습니다. 협력하기로 하죠.”

“잘 생각했습니다.”

샤를이 희미하게 웃으면서 그 대신 일해줄 쓸만한 노예를 구했다고 생각할 시점에 벡토는 역시, 하면서 어떻게든 고비를 하나 넘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따로 이 자가 누구인지 조사해봐야겠어. 샤를 헥센이라….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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