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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01화 (101/221)

제101화 - 꼭 안전한 장소에서 해야 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여태까지 세레스의 석판 조각을 갖고 있었다만 이제 해결할 수 있겠다.

샤를의 세계에 들어오자 거대한 설산이 눈에 들어왔다. 설산의 꼭대기 아래로는 바다와 폭풍우가 보인다.

하늘에 떠 있는 부유석들은 여전히 놀라움을 선사했다. 샤를은 아직 흡수하지 못한 네 번째 석판 조각을 들고 오벨리스크 꼭대기로 향했다.

거대한 오벨리스크 아래에는 석판 조각들이 맞물려서 한데 뭉쳐져 있었다. 이제 ‘개수’로는 세기 어렵다. 그것은 하나의 석판이었으니까.

네 번째, 세레스가 가지고 있었으며 현실의 물리 세계에 있었던 그 빛나는 석판을 들고 오벨리스크로 다가가자, 오벨리스크에서 빛이나기 시작했다.

샤를이 들고 있던 석판 조각은 마치 그것에 공명하듯 빛을 내었다. 그곳에 딱 대니 석판 조각이 맞물려 들어간다.

이제 이 석판 조각은 상당히 온전한 모습을 갖추었다만, 그것도 기존보다였던 것이고 아직 빈 곳이 좀 있다.

“온다.”

저 멀리, 커다란 땅이 다가왔다. 그곳은 화산이 있었는데 화산과 붙어 있는 육지도 눈에 띄었다.

전체적으로 상당한 크기의 대지가 등장했고 그건 바다의 한쪽을 완전히 메워버렸다. 설산을 기준으로 동쪽은 육지가, 서쪽은 바다가 형성되었다.

샤를은 화산의 대지 속에 잠들어 있는 수호자의 존재감을 느꼈다. 그건 느껴지는 형태로는 ‘드래곤’의 모습이었다. 거대한 불을 뿜는 날개 달린 도마뱀. 아직은 잠들어 있는 것 같은데, 정확히 깨어나기 전까지는 얼마나 큰 지 알 수 없었다.

네 번째 석판 조각이 합류한 것과는 별개로 샤를은 세 번째 석판이 어느 정도 소화되는 것을 느꼈다.

엄청난 충격이 몰아치면서 샤를은 어느새 자신이 자신의 왕좌 앞에 도착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왕좌의 꼭대기 상층에 문양이 그려졌다. 무존자의 상징이 그려지기 시작했는데, 중앙에 거대한 눈동자가 있었고 그 주변을 맴도는 수레바퀴의 모습이 보였다.

여태까지, 무존자는 신앙을 모으며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그러다 이제 임계점에 도달하고, 석판의 힘을 흡수하자 엄청난 힘으로 권능의 일부를 깨우치게 되었다.

수레바퀴를 상징한다. 그것은 운명을 뜻한다. 수레바퀴 중앙에 있는 눈은 운명을 감시한다는 뜻으로, 무존자는 운명을 감시하는 권능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

샤를은 이 세계의 운명을 깨닫고 있었고 수많은 분기된 세계 사이를 꿰뚫어보고 있었으며 그것을 원하는 세계로 바꾸려 했었다.

그러므로 무존자의 힘은 샤를의 생각과 행동을 기반으로 탄생한 권능이다.

“……내 생각보다 석판의 힘은 더 강한 것일지 모르겠군.”

신의 권능을 만들어낸다니. 당장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 그 정도를 감지할 수준에 불과하지만 나중에 더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면 운명을 조작하고 새로운 세계를 여는 천지개벽의 힘을 손에 넣게 될 것이다.

석판이 전부 모이게 된다면……? 샤를은 도저히 상상도 하지 못할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세 번째 석판을 소화하게 된다면, 나는 주문조차 창조할 수 있게 되다.”

운명이란, 곧 시간을 인지하는 것. 샤를은 자신의 힘 일부를 미리 엿볼 수 있었다.

스스로 주문을 창조하는 것…….

가능하게 된다면 굉장할 것이었다. 기쁜 상상을 하면서 샤를은 무존자의 힘을 잠깐 사용해 보았다. 권능의 입문자 수준에 도달했지만 한 가지 예측을 할 수는 있었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여태 샤를은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처럼 다른 교단의 부흥을 막고 석판을 필사적으로 찾아왔다.

그런 샤를의 행동이 결국 미래에 세상이 멸망하는 것을 막는 일에 도움이 되는 걸까? 늘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아도 답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운명의 힘을 얻게 된 지금이라면.

샤를은 점술을 하듯 질문을 하면서 권능을 발동했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올바른 길’임을 깨달았다.

일종의 계시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는 그걸로 만족했다. 앞으로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슬슬 권능을 사용하는 건 접었다.

“음. 그럼 이제…….”

그리고 샤를은 또 다시 과거의 영상을 되살려서 보기로 했다. 이미 두 번이나 본 적 있었던, 렘 노인이 사이먼에게 암살당하는 장면이었다.

당시의 상황이 다시 재연되고 있었는데 샤를은 이제 여섯 번째 제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섯 번째 제자의 이름은 ‘문글로즈’. 그는 도박사였고 점술가였으며 예언자이기도 했다.

키가 크진 않았지만 건장했고 근엄한 얼굴에 보슬보슬한 턱수염을 길렀다.

때때로 자신이 예언한 미래를 보고 그 미래를 뒤트는 것을 좋아했고, 수많은 상황에서 도박수를 던졌다. 심지어 자기 목숨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도.

샤를은 사이먼을 자세히 살폈다. 저번에 봤을 때, 사이먼의 뒤에서 누군가 그를 조종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자 이제 그의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의 모습이 보인다.

이제 사이먼의 뒤에 있는 존재는 날개를 상징한다. 불을 상징한다. 글자를 상징한다. 지식을 상징한다. 기하학을 상징한다. 연금술을 상징한다.

“……!”

샤를은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문명의 수호자, 이계 심층에 사는 존재. 불멸자도 아니고 필멸자도 아닌 존재.

“헤르메스 트리메기스토스.”

최고의 연금술사이자 에메랄드 타블렛의 주인이며 세상에 불을 가져다 온 존재.

사이먼의 뒤에 있던, 그 존재가 드디어 보였다. 헤르메스 트리메기스토스는 샤를과도 연관이 깊은 존재였다.

‘지배의 권능은 샤를이 헤르메스와 거래에서 손에 넣은 능력이지.’

무수히 많은 수의 주문과 권능을 알고 있는 헤르메스는 본편 이전의 샤를이 건넸던 재물을 대가로 받고 그에게 지배의 권능이라는 능력을 넘겨준다.

샤를은 헤르메스에 대해 떠올렸다. 수많은 문헌에서 그 존재가 인간이었다가 신이 된 존재라고 명한다.

고대 렘 시대나 고 헤르메스 시대에는 이렇게 필멸자에서 불멸자로 변한 존재가 몇 있었다고 한다.

몇몇은 그들을 인중신이라고 부른다.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지만, 그들은 기어코 ‘신의 이름’을 얻어냈고 그 순간 그들은 신이 되었다.

교단의 교주들이 신성의 씨앗을 받은 정도에 비해, 그들은 신성을 온전히 각성했다.

헤르메스가 사이먼에게 간섭해서 렘 노인의 계획을 망쳐버리고 그를 살해했다.

“……그럼 헤르메스가 사이먼을 조종한 건가?”

사이먼은 헤르메스와 대체 무슨 관계인가? 서로 이익을 원해 협력하는 사이인가? 아니면 사이먼은 헤르메스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나?

“그럼 지금 석판 조각은 누가 가지고 있는 거지?”

확실한 건 하나 알 수 있었다. 이계로 도주한 사이먼이 석판 조각을 쉽게 포기할 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샤를이 맨 처음에 갖고 있었던 그 석판 조각은 사이먼의 것이 아닐 게 분명했다.

‘맞아. 사이먼의 것이었다면 게임 속에 들어왔을 때, 같은 석판 조각이 2개나 되었을 거야. 내가 본 어떤 제자의 것이었다고 해도, 같은 석판 조각이 두 개가 되지.’

하지만 샤를이 가진 석판 조각은 다른 어떤 석판 조각과도 모습이 같지 않았다. 그것을 보아할 때, 사이먼의 것과도 다를 거라고 생각된다.

그때 샤를은,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심장의 고동소리 같기도 했으며 태곳적의 무언가가 내는 울부짖음 같기도 했다.

그 울림이 들렸다고 생각했을 때, 그가 보고 있던 환상에서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면서, 무언가가 깨어났다.

“여, 거기 보고 있남?”

샤를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여섯 번째 제자이자 샤를이 기존에 확인할 수 없었던 그자, 문글로즈가 구수한 사투리로 말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분명히 지금 이건 샤를이 보고 있는 환상일 터였다. 석판 조각끼리 합쳐지면서 가장 최근의 강렬한 기억을 공유하게 되면서 보게 되는 과거의 환상이다. 그런데, 환상이 움직인다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걸 느끼면서 샤를이 간신이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오매, 도박이 통해부랐네 이거.”

“어떻게 말하고 있는 겁니까?”

“아, 정확히 말하면 난 문글로즈지만 문글로즈가 아닌 것이여, 그러니께 환상으로 만든 문글로즈란 것이제.”

“…….”

와, 생김새랑 다르게 너무 깬다.

“난 에이브라함의 생각과는 좀 달라서 말이여, 후대의 누군가가 석판 조각을 한 데 모아서 합칠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여.”

“에이브라함은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 아재는 모든 비밀을 묻어버리면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당께.”

“에이브라함이 맞았을 겁니다. 아마도.”

샤를은 그렇게 대답했다. 129번의 엔딩을 보면서도 석판 조각이라는 것은 전혀 몰랐었다. 이 같은 세계를 129번이나 반복했는데도 말이다. 우연찮게 그때 석판 조각이 샤를에게 다가오지 않았으면 샤를은 여전히 이 세계가 게임이라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맞았건 틀렸건 결국 누군가 석판 조각을 봉합하고 있는 게 아니여? 그제?”

“예, 그렇습니다.”

“음. 아마도 내는 시방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 위상에 갇혀서 안에서 도박이나 하고 있을 것인디.”

“도박이요?”

“그랴. 환상이 내가 하는 추측이 들어맞는 다면, 그놈은 영원히 노화가 멈춰버린 그 공간에서 도박이나 하고 있었을 것이야.”

“그럼 당신이 아직도 살아있다는 겁니까? 수천 년도 더?”

“그렇겠제. 오천 살쯤 먹지 않았을까 시픈디.”

“그걸 왜 말해주는 거죠?”

“가서 찾아서 석판 퍼뜩 받아오라는 거여.”

“예?!”

샤를은 그가 선뜻 석판을 내주겠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석판을 통합할 존재가 나타나면, 이 세계가 경각에 달한 것이라는 예지를 한 바가 있다는 것이여. 그리고 통합자는 이 세계의 멸망을 막을 거라는 것도 예지했고 말이여. 그래서 그를 돕기로 했지. 그자가 선하건, 악하건 결국 이 세계가 멸망하는 것은 막아주지 않겠어? 선악도 모두 무(無)로 되돌아간 세상을 누가 좋아하겠냐 이말이제.”

“……알겠습니다. 어떻게 찾으면 될까요?”

“일단 의식을 먼저 치러야하는데, 쪼께 돈이 들 것이여. 일단 순금 100kg이 필요하거든. 자네 돈 많나? 아 그리고 다른 마법적 재료도 필요 한디.”

“…….”

그 뒤로 문글로즈가 부르는 재료마다 엄청난 금액이라는 걸 알았다. 단순히 재료만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때를 맞추는 것도 필요했다.

‘당장은 문글로즈가 말하는 의식을 치르기에는 때가 아니네.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샤를의 재력이라면 순금 100kg은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다만 나머지 비밀 세계의 재료들이 시간과 타이밍을 요구하는 것이 문제였다.

“아무튼 나는 다 알려줬당께. 잘지내고 다음에 보쟈잉?”

문글로즈의 환영이 곧 움직임을 멈추면서 곧 환상 그 자체로 되돌아갔다.

샤를은 식은땀을 한 번 흘렸다.

“어설퍼보이는 사람이지만 정말 치밀한 사람인 게 분명해. 수천 년 뒤에 누가 이 환상을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환상에 주문을 걸어뒀을까.”

상상 이상의 설계를 보고 역시 신비 세계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위험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샤를은 헤르메스도 설마 같은 방식으로 환상에 주문을 걸어뒀을까 싶었는데 헤르메스는 이 장면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제대로 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샤를은 이쯤 해두고 심상 세계를 빠져나오기로 했다. 빠져나오기 전에 물건 하나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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