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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98화 (98/221)

제98화 - 샤를은 사자소생의 서 1권을 정확하게 사용할 줄 안다. 이전에 세상이 게임이었을 적에 정확하게 플레이해봤으므로.

강한 자살 충동과 함께 샤를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언데드를 만드는 주문은, 반대로 언데드를 만들어내는 다른 주문과 상극이었다.

샤를이 주문서에 적힌 소생의 주문을 읽자 일어나시던 자손님들이 다시 픽하고 쓰러지는 걸 보면서 비스타가 인상을 찡그렸다.

“사자소생의 서 1권?”

“그래, 당신 말고 나도 갖고 있었지.”

“그걸 대체 어디서 구했지?”

샤를은 씨익 웃었다. 그걸 알려줄 이유가 있을까?

무자비한 뼈의 탄자 세례가 쏟아지자 샤를은 얼른 다른 관을 엄폐물로 삼아서 옆으로 붙었다.

엄폐물 위로 뼈의 탄환들이 슉슉 지나가는 게 누가 기관총을 쏘는 것 같았다.

“살아있냐 유마.”

“네, 네!”

유마는 그곳에서 머리를 낮추고 벌벌 떨고 있었다. 샤를은 엄폐물 사이로 들어가서 6발짜리 클립으로 탄을 교환했다.

“저놈을 처리할 때까지. 좀만 버티라고.”

샤를은 유마의 어깨를 몇 번 두들겨 주고는 다시 밖으로 나가서 마탄을 쏴댔다.

비스타를 막고 있던 뼈의 장벽이 하나같이 폭발하면서 비산 했다.

“이……새끼. 마탄이 썩어 넘치는구나.”

“밥만 먹고 마탄만 만들었거든. 이거나 계속 드셔!”

무존자의 힘을 얻게 된 이후로 마탄을 제작하는 게 너무 손쉬워져서 재료도 거의 들지 않는다.

슬라이딩하면서 날아오는 뼈의 탄환을 피하고, 재차 연속 사격. 몇 발은 얻어맞았지만, 브로치는 작동하고 있다.

‘브로치의 횟수는 이제 3회 남았나.’

샤를이 비스타와 멀리서 저격전을 벌이던 도중, 한 사람이 불쑥, 유마의 옆에 나타났다.

“히, 히익!”

“안녕?”

그건 엘리자베스였다. 마치 바닥을 문처럼 작동해서 문을 열고 나왔다. 유마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위험하다는 걸 느꼈다.

“고, 고모님. 왜?”

“요하네스는 널 그냥 내버려 두라고 했는데, 여기서 본 걸 밖에 나가서 떠들 걸 생각하니 골치 아프거든.”

“보, 본 걸 밖에 나가서 얘기한다고요? 그러면 저는 당장 맥밀런 정신병원에 수감 될걸요.”

“알지. 하지만 말이야. 원래 정보를 새어나가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머리에 총을 박아 넣는 거란다. 유감이구나 유마.”

유마는 손에 들고 있던 리볼버를 겨우겨우 들어 올렸으나 엘리자베스가 들고 있던 열쇠총이 유마를 겨누는 것이 먼저였다.

열쇠총이 불을 뿜기 직전, 엘리자베스는 무시무시한 불꽃에 휩싸였다. 그건 유마의 등 뒤에 둥둥 떠 있던 파기나레코르가 사용한 마법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네년을 인수분해 해주마! 무존자의 창! 무존자의 창! 무존자의 창!

엘리자베스는 허공에서 더 많은 창이 날아오는 걸 보고 끔찍한 공포를 느꼈다.

-꺄하하하하! 마녀는 화형이야 화형!

-야, 적당히 해!

샤를은 자신의 영성이 쑥쑥 빠져나가는 걸 느끼고 파기나레코르가 있는 쪽에 눈을 힐끔 가져갔다.

왜 순식간에 마법이 발동되는가 싶었더니 파기나레코르가 엘리자베스를 ‘엘리자베스였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창을 미친 듯이 날리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온몸에 불이 붙은 채 괴성을 지르면서 바닥에 열쇠총을 기어코 꽂았다.

-주문은 적당히 사용해. 딱 보니 곧 죽을 것 같은데! 이제 이쪽을 도와.

-알겠습니닷!

파기나레코르가 엘리자베스를 처리한 뒤에 허공을 날아서 샤를의 곁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집사 보마르의 목을 베어버린 백기사의 대검이 샤를을 향해 날아왔다.

허공에 둥둥 뜬 대검과 마도서가 샤를의 옆에서 공전했다. 비스타는 그동안 계속해서 뼈의 장벽을 둘둘 둘러서 주변을 요새처럼 만들고 있었다.

“신기한 물건을 들고 있구나. 하지만 이 방벽을 뚫을 수 있을까?”

언데드를 소환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자마자 그곳에 투입하는 영성을 전부 자신의 방어 진지를 구축하는 곳으로 되돌렸다.

단지 검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뚫기 어려워 보인다. 연속적인 공격을 통해 뚫는 것이 좋겠다.

-백기사의 대검이 저 뼈의 장벽을 뚫어버릴 거야. 그럼 너와 내가 동시에 무존자의 창 주문을 박아넣는 거야.

-움. 쭈인. 그걸로 될까?

-돼. 그 주문을 내가 변형할 거거든.

샤를은 눈동자를 위로 들어 올렸다. 샤를의 의지를 받은 백기사의 대검이 허공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한 백기사의 대검이 총알처럼 나아가자 뼈의 장벽을 드릴처럼 깎아내면서 전진했다.

그 구멍 사이로 샤를과 파기나레코르가 동시에 무존자의 창을 쏘아냈다.

그리고 샤를이 손을 뻗어서 손바닥을 한 번 뒤집었다.

*

엘리자베스는 제일 먼저 생각나는 본관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이동했으나 건물은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뜨겁다. 지금 너무 뜨거웠다. 뜨거워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득바득 바닥을 기면서 어떻게든 생각하려고 했으나 상상을 초월한 고통이 그녀의 생각을 파괴했다.

어째서인지 바닥이 축축했으므로, 그곳을 향해 계속 기어갔다.

차가운 바닥이 그녀를 감싼다. 물 때문에 몸이 젖었지만 고통이 가라앉는 것이 더 중요했다.

조금씩 물로 전진하려다가, 엄청난 폭음과 동시에 천장이 사라졌다. 본관 3층 이상의 모든 건물이 박살나, 안뜰로 떨어졌다.

그 위에 눈에서 빛을 내는 인어 하나가 파도를 타고 허공에 떠올라 있었다.

“세, 세레스. 나, 나야. 엘리자베스.”

-알고 있다. 그러니 이제 죽어라.

엘리자베스는 거친 정신파를 들으면서도 떼어지지 않는 입을 떼어 말헀다.

“사, 살려줘. 넌 나랑 함께 연구소에 있었잖아. 놈들에게 실험당했지. 안 그래? 우리는 피를 나누기도 했고. 날 살려줄 이유는 충분하잖아?”

-나와 함께 고통당하던 작은 소녀는 이제 자라서 그들과 한 패가 되어서 날 고문했지. 기억 안나니? 예전에 한 번, 내 피를 더 뽑아야 불로불사가 될 수 있다고 네가 그랬잖아?

“그, 그건.”

-잘 가렴.

물줄기가 쏘아지더니 엘리자베스의 두개골을 꿰뚫었다. 세레스는 생각했다.

인간은 왜 이렇게 이중적인 것일까? 샤를로테처럼 착한 인간이 있다면, 엘리자베스처럼 사악한 인간도 있었다.

이제 끝을 낼 시간이었다. 세레스는 파도를 몰고 방금 엘리자베스가 나왔던 공간을 향해 몰아쳤다.

*

뼈의 장벽으로 파고든 무존자의 창은 순식간에 무존자의 겨울 주문으로 변형되었다.

샤를은 저번 석판을 완벽하게 소화한 이후로 자신의 주문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백기사를 소환하는 것처럼 강한 환술은 숙련도가 모자랐지만 창이나 겨울 주문은 다른 주문에 비해서는 쉽고 간편했다.

불꽃으로 타오르던 뼈 장벽이 곧바로 얼어버렸다. 그 한기 사이로 백기사의 대검이 파고들어서 기어코 둥지속에 있는 비스타에게 도달했다.

비스타는 밀려들어오는 순백의 대검을 양손으로 막았다. 그러나 중과부적인 힘으로, 검이 그의 배를 파고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크헉. 내, 내가 겨우 이런 것 따위에. 나, 난 죽을 수 없어.”

“영원히 살고 싶다고 자손들 장기를 뜯어갔으면 본인도 죽을 수 있다는 걸 아셔야지.”

“크 크헉. 아, 안 돼. 나의 천년 대계가.”

비스타의 주문들이 허물어졌다. 뼈로 된 견고한 장막은 마치 모래처럼 허물어졌고 곧이어 그 안에서 대검에 꿰뚫린 채 푹 늘어진 비스타가 보였다.

-해치웠다!

-자, 잠깐 기다려. 그 말을 해선 안 된다고 내가 얘기했잖아!

-근데 진짜 해치웠는 걸?

파기나레코르의 말에 샤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비스타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는 죽었다. 저렇게 커다란 검이 상반신을 세로로 꿰뚫고 있었다. 절대 살아날 리 없다. 비스타는 환술에 관련된 능력도 없을 테니 가짜도 아니고.

그때 뭔가 이상함을 느낀 샤를이 눈을 크게 떴다. 비스타의 영혼이 육신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네놈의 육신을 빼앗아주마 샤를!

‘굳이 비스타의 영혼을 내버려 둬서 내 몸에 가둔 뒤에 싸울 필요가 없지.’

샤를이 단단히 대비한 채 비스타의 영혼을 막아내려고 했는데, 사실 그것은 비스타의 속임수였다.

샤를에게 다가오는 척 하면서 비스타의 영혼은 방향을 선회해 제단 앞에서 묶여 기절해 있는 ‘괴물’을 향해 움직였다.

샤를이 반응하기도 전에 허공에서 거대한 물대포가 쏘아졌다.

‘하얀 유령’을 후려팼던 것처럼 영체에도 똑같이 위력을 발휘했는지 비스타의 영혼을 ‘괴물’에게서 물러나게 만들었다.

-내 아들에게 손대지 마.

-개 같은 년! 300년 전에 용도 폐기해버려야 했어!

비스타의 영혼이 허공에서 정신파를 내뿜었다. 샤를과 유마의 뒤에서 나타난 세레스는 엄청난 빛과 함께 영성을 전방위로 뿜어냈다.

샤를은 저런 상대를 적으로 만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여겼다. 만나면 진짜로 위험했을 테니까.

-이제 천 년에 걸친 증오를 끝내자. 비스타.

선언을 끝마친 세레스는 자신의 주변에 엄청난 물의 폭풍을 만들어냈다. 허공에서 저절로 물이 형성되는 걸 보고 샤를은 그 마법의 범위를 계산했다.

“범위가 너무 넓잖아! 유마 이리 와!”

“네? 네! 형님!”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엄폐하고 있던 유마가 강아지처럼 벌떡 일어났다. 샤를은 유마를 들다시피 해서 저택 지하의 비밀통로를 빠져 나갔다.

그들이 빠져나오고 간발의 차이로 무시무시한 파도가 비밀통로를 향해 몰아쳤다.

들어왔던 길을 미친 듯이 달려서 빠져나갔던 샤를은 겨우 숨을 골랐다.

잠시 뒤에, 빛을 발하는 세레스가 그들이 나왔던 통로에서 빠져 나왔다. 세레스는 ‘괴물’을 품에 안고 있었다.

“구해냈군요. 비스타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는 죽었다.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소멸했지. 저 비밀통로는 봉쇄하는 것이 낫겠구나.

“그렇게 하죠.”

-주문의 여파에 휘말리게 된 것은 미안하구나. 난 네가 피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별로 신경 안 씁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샤를이 묻자 세레스가 말했다.

-이 아이와 함께 우리 세계로 돌아갈 거란다. 푸른 바다. 넓은 대양 그곳으로 돌아가서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을 거다.

“그럼.”

-잠시 나와 함께 가자.

세레스의 몸에서 나온 물이 부드럽게 샤를과 유마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들을 허공으로 들어올리더니

뒤뜰에서 벗어나 본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 무너진 건물을 옆으로 강제로 치워버린 세레스는 샤를로테가 아주 오래전에 ‘문’을 열어뒀었던 비밀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는 황금 빛을 무한하게 뿜어내는 석판이 있었다. 석판에서는 마치 빛을 선으로 짜내어 만든 듯한 거대한 빛줄기들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게 마쉬의 석판……!’

샤를은 감탄했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네가 가져가거라 샤를.

“석판을요? 당신의 것이 아닙니까?”

-난 항상 네 어머니에게 부채감을 느끼고 있었단다. 그녀가 내게 해준 것에 비하면 이건 작은 보답일 뿐이지.

“…….”

-저 물건으로 인해, 내가 이꼴이 된 거란다. 300년 동안 내가 숨겨두긴 했지만 정말로 저 물건과 함께하고 싶진 않아. 아버지의 유산은 최악의 물건이였어.

“아버지의 유산이라.”

그럼 마쉬의 딸이 되는 건가. 샤를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세레스의 나이를 계산해보고나서는 까마득함이 느껴졌다.

렘 시대부터 살아있었다면 진짜 수천 년은 살아온 셈이었다.

‘그럼 비스타 헥센테르프가 강해서 세레스를 속박해둔 게 아니었군. 그녀를 속여서 감금했던 거야.’

-엄마?

그때, 처음 듣는 정신파가 들려왔다. 그건 마치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성대를 통해 말을 하는 것 같은, 가냘픈 목소리였다.

‘괴물’이 깨어나서 처음으로 사용한 정신파였다. ‘괴물’은 자신을 껴안고 있는 한 인어를 보면서 눈을 깜빡거렸다.

-그래, 아들아. 엄마야.

-엄마. 보고 싶었어요. 정말정말.

세레스는 자신의 품을 파고드는 아들을 꼭 껴안아주었다.

-이젠 더는 아프거나 고통스럽지 않을 거야.

-응.

-바다로 가자.

두 모녀가 대양으로 향하는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끔찍한 세월을 고통받았던 두 존재는 비로소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났다.

“저 두 사람……. 이제는 완전히 간 건가요?”

“그래. 지금 ‘문’이 완전히 닫혀버렸어.”

이제 남은 건 정말로 뒷정리뿐이었다. 샤를은 세레스와 ‘괴물’이 다른 세상으로 떠난 뒤에 자신의 내면에 있던 행운의 응결체가 완전히 소화된 것을 느꼈다.

‘그렇군. 헥센 가문의 모든 유산을 내가 승계하게 되는 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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