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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88화 (88/221)

제88화 - “난 보물인지 뭔지 별로 관심 없어. 왜냐면 그런 게 없는 줄은 알고 있었거든.”

“저, 저도 보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아….”

유마의 소심한 목소리에 에드워드가 어깨를 들어 올렸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생각해봐 형. 300년 동안 보물은 발견되지 않았어.”

세바스찬이 시가를 들어서 앞부분을 잘라내면서 말했다.

“어디 비밀통로에 숨어 있을 수도 있지.”

“헛소리 좀 그만하지? 다른 사람이 보물을 찾으면 뭐, 어쩔 건데 쏴서 죽일 거야?”

“아니, 아니. 내 말은, 서로 협력해서 보물을 찾자는 거야. 그리고 보물을 찾게 된다면, 권리를 나누자는 거지. 굳이 누군가 한 사람이 전부 다 받을 필요가 있어? 아버지야 심신미약으로 맥밀런 정신병원으로 보내면 되고.”

“하. 하하하하.”

샤를은 대놓고 아버지를 금치산자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에드워드의 헛소리를 듣고 한 번 웃었고.

두 번째로는 트위티에게서 받은 산탄총으로 보물을 든 사람을 날려버릴 계획을 하는 사람이 저런 헛소리를 한다는 것에 두 번 웃었다.

“진짜로 그럴 생각입니까?”

“그래. 각서를 쓰지.”

샤를은 더는 웃지 않고 조용히 일어서려고 했다. 여태까지 쥐죽은 듯 조용히 있던 비앙카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그럴 필요가 있어?”

“뭐?”

비앙카는 품에서 날카로운 가위를 꺼냈다.

“지금 여기서 당신들 모두 다 죽이면 유산은 내 차지잖아?”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미쳤냐?”

에드워드가 그렇게 물으면서 비앙카의 눈을 보았는데 그는 소름이 돋을 수 밖에 없었다.

비앙카는 완전히 눈동자가 없이 완전히 눈이 돌아간 것이었다. 그리고 계속 실실 웃고 있었다.

“죽어!”

비앙카는 가장 가까이 있던 유마를 향해서 가위를 휘둘렀다. 유마가 깜짝 놀라서 뒷걸음질 하면서 가위를 피하자 볼에 얇은 생채기가 났다.

샤를은 유마의 앞으로 나서면서 비앙카의 허리를 발로 걷어찼다. 비앙카는 나가떨어지자마자 좀비처럼 벌떡 일어나더니 가장 가까이 있던 세바스찬을 향해 가위를 휘둘렀다.

“씨발 미친년!”

“집사! 집사! 당장 들어와서 이 미친년좀 잡아!”

세바스찬은 어깨에 가위를 찔렸으나 비앙카를 잡아서 옆으로 밀쳐버렸다. 비앙카는 품에서 가위를 하나 더 꺼냈는데, 집사 보마르가 들어와서 비앙카를 저지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가위를 휘둘렀다.

마구 잡이로 휘두른 가위는 세바스찬의 팔에 닿아서 역으로 비앙카 자신의 배를 찔렀다.

집사 보마르는 비앙카를 제압하고 최대한 빨리 의사를 불러댔다.

그렇게 첫 번째 가족 회의는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개판이 나버렸다.

*

하인들에게서, 난동을 부린 비앙카의 얘기를 듣고 말한 요하네스가 처음으로 남긴 감상이었다.

“훌륭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인은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너무 느려.”

벌써 몇 년이나 인내해왔는가? 수년간 기다려온 노인의 인내심은 이제 한계에 달했고 이번 사건은 그걸 격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요하네스는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쳤다. 그러자 벽면에서 누군가 툭하고 떨어졌다.

거적때기를 걸친 누더기 괴물이 나타났다. 빛을 싫어하는 듯 찡그린 표정이었지만 대걸레같은 머리카락이 아래로 내려와서 빛을 차단해주자 조금 나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괴물’이었다.

조명 아래에서 보니 실루엣은 작은 소년의 크기 정도로 작았다.

이름이 없는 그 괴물은 매우 겁에 질린 표정으로 벌벌 떨고 있었다. 무서운 노인이다.

요하네스는 지팡이를 들어서 괴물을 자신쪽으로 까닥거렸다.

“이리오너라.”

괴물은 반항하지도 못한 채 가는 것조차 무섭다는 듯이 벌벌 떨면서 다가왔다.

요하네스는 평소의 분노가 좀 수그러든 상태에서 말했다.

“네 임무는 저택에 들어온 사람들을 죽이는 거였을 거다. 근데 아직 한 놈도 죽이지 못했지. 왜지?”

“…….”

‘괴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과거를 떠올렸다. 이 노인은 새로 사람들이 온다고 하면서 새로 저택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죽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자식들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그런 무서운 짓,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실제로 할 수는 있겠지. ‘괴물’은 평범한 인간들보다는 강하니까. 하지만 그런 짓을 하기에는 ‘괴물’의 마음이 너무 여렸다.

“어쩔 수 없지. 계속 거부한다면 내게도 생각이 있단다. 후후.”

노인은 특별하게 생긴 도장을 꺼냈다. 겉으로는 평범하게 서류에 찍는 도장처럼 생겼지만 ‘괴물’은 저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괴물’의 내면에 있는 진짜 ‘괴물’을 꺼내는 장치였다. 그건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하얀 유령’이라고 했다.

그 ‘하얀 유령’은 무서운 존재였다. 밖으로 나가기 전에도 ‘괴물’의 몸을 숙주로 삼아서 함께 지낸다. 그것은 계속해서 유혹하곤 했다.

널 괴롭히는 모든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리라고.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 ‘그 노인’. 모두 다 널 괴롭히고 아프게 하잖아?

‘괴물’은 필사적으로 그것을 거부했다. 누구도 괴롭히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늘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그에게 고통을 가할때마다 튀어나오는 ‘하얀 유령’은 ‘괴물’의 의지에 따라서 얌전히 있곤 했다.

“자, 네 안에 있는 유령을 꺼낼 시간이다. 아들아.”

요하네스의 명령을 듣고 괴물은 벌벌 떨면서 싫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요하네스가 들고 있는 도장을 괴물의 목에 찍자, 몸에 각인된 공포가 괴물을 강제로 움직였다.

괴물은 자신의 목에 걸린 흰 목걸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목걸이가 끌러진다.

그러자 괴물의 몸에서 흰 영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다. 구름으로 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무언가 빠져 나왔다. ‘하얀 유령’이었다.

무시무시한 증오와 살육의 욕망으로 똘똘 뭉친 존재가 피어오르자 요하네스는 지팡이를 들었다.

“이제 더 기다릴 수 없다. 전부 모아오거라. 첫 번째는, 비앙카가 좋겠다. 그 아이는 지금 배에 가위를 맞고 위험하거든.”

유령은 요하네스의 명령을 듣고 해방된 것에 대한 기쁨과 노인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살의을 느끼면서도 명령을 따라 움직이기로 했다.

‘안 돼! 하지마’

괴물은, 유령을 막고 싶었으나, 유령은 괴물의 명령을 배반했다. 그것은 모두 다 죽이고 싶어한다.

유령이 사라지자마자 괴물은 재빨리 움직여서 유령을 따라 움직였다. 어떻게든 막고 싶었으니까.

요하네스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면서 사라지는 괴물과 유령을 바라보았다.

그 뒤로, 데오그란트가 우울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주인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하얀 유령은 ‘괴물’과 달리 자신을 억압하고 고문했던 연구원들을 증오하고 있었습니다. 목표 대상으로 삼은 자들 외에 나머지도 죽이게 될 겁니다.”

“어차피 지금 하인으로 쓰는 놈들은 우리 인력도 아니야. 봉인 재단에서 파견 온 놈들이지. 거기다 이제 좀 솎아 둘 때가 됐다. 놈들은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제일 쉽게 처리하는 방법은 아예 입을 열지 못하게 만드는 거지.”

데오그란트는 언제 자신도 저렇게 ‘처분’당하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주인을 막아서지 못했으며 이 끔찍한 저택에서 나갈 수도 없었다.

*

다음날 아침.

난동을 부렸다던 비앙카가 죽었다고했다.

하인들의 말에 따르면 고열을 앓던 비앙카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과다출혈로 사망한 듯 싶었다.

“어처구니가 없군.”

비앙카는 아무리봐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저택의 마력에 집어먹혔는지 헛소리를 하더니 자신의 가위로 죽었다. 이건 자살인 걸까? 아니면 세바스찬이 죽인 걸까.

하지만 샤를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젯밤 비앙카는 빠르게 실려나갔고 의사에게 치료를 받았다. 배에 찔린 상처도 주요 장기는 빗겨나간 모양이었는데.

‘배에 가위가 찔린 부분은 그렇게 깊지도 않았고 거의 옆구리 부분이었으니 주요 장기는 건드리지 않았어.’

비앙카의 살집을 생각하면 가위를 맞고 죽는 다는 게 이상하다 정도였지만, 접시에 코박고 죽는 사람도 있다는 말처럼 그렇게 죽었어도 이해할 정도는 되었다.

다음날 아침은 누구도 먹지 않았다. 유마는 벌벌 떨면서 샤를과도 만나지 않았다.

“후.”

오전에 안뜰으로 나온 샤를은 담배를 피고 있던 둘째, 세바스찬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옆에는 여전히 그 셰퍼드 한 마리가 헥헥 거리면서 혀를 밖으로 내놓고 있었다.

세바스찬은 시가를 들고 샤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비앙카를 죽인 죄책감 때문일까?

그의 눈은 마치 죽은 지 오래된 물고기의 눈과 비슷했다.

둘이 서로 지나쳐간다. 샤를은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살짝 돌리자 셰퍼드가 샤를을 노려보고 있었다.

‘세바스찬은 확실히 일반인은 아니야. 저 개도 뭔가 있어.’

그는 영성자다. 동물을 다루는 종류의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

그렇게 샤를이 스쳐지나가자 셰퍼드, 샤이디가 말했다.

“이제 각오는 됐어?”

“어차피 비앙카도 내 손으로 죽였어. 한 명 더 죽인다고 해도 그다지 이상할 것은 없지.”

“내가 보기에 샤를이라는 녀석, 아직도 보물을 찾고 있는 게 분명해.”

“내 생각도 그렇다.”

세바스찬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헌팅 라이플을 챙겨서 샤를이 사라진 뒤뜰로 향했다.

*

샤를은 뒤뜰에 있는 분수를 찾았다. 천사의 모습을 띤 동상이 있었는데 동상의 나팔에서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동상의 앞에서 점술을 치려고하기도 전에 목걸이에서 빛이 났다.

그리고 환영이 나타났다. 샤를의 앞의 풍경 일부가 변하면서 과거의 풍경을 비춘다.

‘목걸이 자체에 내장된 마법이 있는 건가?’

그곳에는 어렸을 적의 샤를로테가 있었다. 샤를로테는 총총걸음으로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여기저기 궁금한 게 많아 보이는 호기심 많은 소녀는 이윽고 뒤뜰로 향한다.

과거의 풍경이 사라지자 샤를은 고개를 돌려서 음산한 분위기가 풍기는 뒤뜰을 바라보고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뒤뜰의 숲은 잘 정돈되어 있었는데 어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서양의 미로같은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적어도 정원사는 이곳을 관리하고 있네.’

주변의 나무들은 으스스한 기운을 내뿜었고 어디선가 이상한 동물의 울음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샤를은 목걸이 속의 샤를로테가 움직인 길을 따라 움직였다. 정원에 장식하기 위해 길러진 주목나무 사이로 미로가 펼쳐져 있었다.

‘평범한 미로는 아니야.’

주목나무는 옛날부터 비밀스러운 의식에 쓰이는 나무였다. 저 나무로 만든 지팡이는 영성과 교감이 뛰어나 마도사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하기도 했다.

샤를은 홀린 것처럼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저절로 발이 움직이는 것처럼 움직이는데 발걸음에 멈춤이 없었다. 처음 오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인도하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월!

개가 짖는 소리에 눈을 깜빡였다. 샤를은 어느새 미로 한가운데까지 왔다.

‘언제 여기까지 왔지?’

주변을 둘러봐도 새파란 잎사귀의 바다뿐이었다. 그런데 무언가 놓친 것처럼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근데 개 짖는 소리는 뭐야?’

샤를은 그때 정원 하나를 건너뛰고 누군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찾았어?”

“이 근처 어딘가에 있는 건 확실한데.”

추적자다. 샤를은 허리춤에서 천천히 총을 빼들었다. 어디서 들은 듯한 목소리였는데 금방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세바스찬 헥센이었다. 그리고 그 옆의 말하는 개, 샤이디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일 것 같다. 분명히 샤를을 쫓아온 것이다.

‘추적당했나.’

아무리 영성을 넓게 펼쳐 기감을 활성화해둔 샤를이라도 시간을 두고 멀리서 발자국과 냄새로 추적하는 것을 알아챌 순 없었다.

“월. 분명 근처에 있어.”

철컥.

샤를은 섬뜩해지는 걸 느꼈다. 방금 쇠와 쇠가 맞물리는 소리는 총일 것이다. 세바스찬은 사냥을 하려고 한다. 사냥꾼과 총. 그리고 사냥개.

이상한 조합은 아니었다. 그들이 서로 대화를 한다는 것과 사냥감이 샤를인 것만 뺀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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