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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75화 (75/221)

제75화 -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기이한 광기로 똘똘 뭉친 암살자는 반쯤 구부러진 쿠크리를 꺼내 들었다.

작고 가녀린 신체는 얼핏 보면 헛깨비를 본 것처럼 한계를 뛰어넘는 달리기로 벽면을 거꾸로 타고 올랐다.

적을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은 골레릭이 넓게 흩뿌린 영성의 감지 영역이었다.

갑작스러운 공간을 이탈한 이후 흐트러져 있던 정신이 본능적으로 느낀 위기감에 의해 바짝 긴장한다.

신체 주변에 남아있던 열기가 증기가 되어서 피어오르는 동안 골레릭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근접 무기를 들었다.

섬광절이 휘둘러지며 엄청난 속도로 쏘아진 암격을 가벼운 고갯짓으로 피한 유스티나는 일직선으로 달려왔다.

섬광절의 끝부분과 유스티나의 쿠크리가 맞닿았다. 유스티나는 자세를 되찾으면서 왼손으로 그간 카모플라주 그립으로 쥐어 상대방에게 숨기고 있던 스틸레토를 꺼내어 선보였다.

얇게 치솟은 송곳처럼 보이는 그 단검은 먹이를 노리는 검치호의 이빨처럼 쏘아져 미처 방비하지 못한 골레릭의 목을 꿰뚫었다.

하지만 치솟는 것은 선혈이 아니라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검은색 그림자였다.

“역시 그렇구나?”

유스티나는 씨익 웃었다. 목에 꽂은 스틸레토를 손에서 두고 뒤로 떨어지면서 재차 쿠크리를 휘둘렀다. 섬광절과 부딪히면서 마찰로 인해 불똥이 튄다.

유스티나는 그간의 전투로 상대가 진짜 신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번 전투의 조우에서 연막 속에서 골레릭이 도망쳤을 때, 유스티나는 단검을 던져서 확실히 그 가슴에 박아넣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곰곰이 되짚어보니 그때 연막 속에서 피가 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뒤 여러 가정을 해보았는데, 상대의 신체가 진짜 신체가 아니라는 것이 유력한 가설이었다.

“분신 같은 거 맞지? 아 잠깐, 등좀 긁고.”

유스티나는 한 손으로 등을 긁으면서 다른 손으론 단검을 멈추지 않고 비 오듯이 퍼부었다. 피할 건 피하고 쳐낼 건 쳐내면서 빠르게 쌍절곤을 휘두르는 골레릭은 눈동자를 이곳저곳 돌려가면서 도망칠 수 있는 다른 장소를 찾았다.

골레릭의 눈을 보고 유스티나가 혀를 차면서 말했다.

“어딜 도망치려고?”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섬광절의 베기 세례였다. 피하고자 몸을 뒤로 물리니 한순간 공백이 생긴바, 곧바로 골레릭이 몸을 돌려 도망쳤다.

유스티나는 눈을 빛내면서 도망치는 도망자를 쫓았다. 그 무렵, 골레릭은 계속해서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분명 처음 오는 골목길이었고 처음 보는 공간이었음에도 어딘가 눈에 익고 다음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있을지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본래라면 왼쪽으로 도망쳤어야 할 골레릭은 어째서인지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에 의존하여 오른쪽 모퉁이를 돌았다. 그리고 품에서 세열 수류탄을 꺼낸 다음, 넷을 세었다.

뒤돌아보지도 않고 즉시 수류탄을 뒤로 집어 던졌다. 다섯이 되면 그 즉시 격발하게 되어 있으니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골레릭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상대가 괴물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날아오는 세열 수류탄을 단검으로 커팅하려던 유스티나는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 쿠크리의 옆면을 이용해서 비스듬하게 쳐내는 거다.

팅.

상대가 반응하지 못하게 격발 시간에 맞춰서 집어던졌던 수류탄은 상대가 상상 이상의 초인이었기에 골레릭과 유스티나의 중간 지점까지 튕겨져서 되돌아왔다.

쾅!

골레릭의 뒤쪽까지 다가온 수류탄이 폭발하자 골레릭은 그 충격파를 뒤집어써야 했다. 파편 몇 개가 옆구리와 어깨에 박힌다. 충격으로 인해 몸이 날려지면서 근처에 있던 건물의 유리창을 깨고 강제로 들어갔다.

폭발 때문에 휘둥그레진 누군가가 보였다. 한 남자였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누, 누구십니까?”

‘큐레이터?’

골레릭은 그제야 주변을 살필 수 있었는데 이곳은 메트로폴의 박물관이었다. 큐레이터는 벌벌 떨면서 주저앉아 있었다.

그러나 골레릭의 흥미를 끄는 것은 이 풍경 전체였다.

메트로폴 박물관……. 분명 처음 와본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낯이 익다.

“아하하하하! 그립네 여기!?”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란 골레릭은 깜짝 놀라고 있는 큐레이터의 목덜미를 낚아채서 매표소 뒤쪽의 공간으로 집어넣었다.

본래라면 신경도 쓰지 않을 부수적인 민간인 피해를 일으키게 될 것이지만 어째서인지 손이 자동 적으로 움직였다.

“골레릭! 이 박물관에서 네가 내 머리로 총알을 박았지. 난 아직도 기억해!”

‘뭐?’

골레릭은 눈을 깜빡이면서 얻게 된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애를 썼다. 본래라면 적이 말하는 거짓말을 간파해내겠지만, 상대가 말하는 것이 도저히 거짓말 같지 않아서였다.

그 뒤로 유스티나가 가벼운 허밍을 하면서 걸어왔다. 충격적인 것은 골레릭에게 남겨져 있는 그 오르골에서 나는 소리와 똑같다는 것이었다.

“MI7의 요원이 되는 마지막 시험 날이었지. 아직도 기억해. 그날 우리들은 비밀 침투 임무를 하고 있었어.”

유스티나의 말에 골레릭은 어째서인지 품에서 작은 보석함을 꺼냈다. 이대로 뚜껑을 열면 오르골이 돌아가면서 그 소리가 들리겠지.

이건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아니면 판도라의 상자거나.

골레릭은 직감했다. 이 뚜껑을 열면, 반드시 기억이 되돌아온다. 그러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끝없는 공포에 직면하게 될 것이었다.

두려움 속에서 모든 것을 잊어버리던가, 아니면 공포에 짓눌린 채로 모든 것을 기억해내던가. 그때 어떤 목소리가 말을 걸었다.

『아. 모든 것은 한낱 꿈에 불과하니.』

『스스로 깨우치지 못하는 자는 덧없음 속에 사라지리라. 하지만 스스로 깨어나는 자는 자신의 이성을 다스려 공포에 직면해야만 할 것이다.』

『이것이 계몽이다.』

함을 열었다. 그리고 익숙한 오르골의 멜로디가 들려온다. 동시에 수면에서 부상하듯 기억과 감정의 편린이 뭉클거리면서 떠올랐다.

*

그 무렵 샤를은 잔상의 점술을 쳐서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한 바였다. 유스티나의 위치를 파악했더니 골레릭이 보였다.

‘수호자 계열 영성자들은 강한 육체 능력을 갖고 있지만, 점술에 관한 방비가 부족하지. 점술 방벽이 얕거나 거의 없어.’

무존자의 권능을 빌려서 점술을 치를 필요도 없이 가벼운 암시의 점술로도 충분히 적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제롬같이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그건 제롬이 특별한 경우였다.

“찾았다. 적은 메트로폴 박물관으로 향했어. 플로나”

“네. 먼저 갈게요.”

“뒤따라 갈게.”

플로나가 끝내지 못한 결판을 내기 위해 인간을 초월한 속도로 달려나가는 동안 샤를이 뒤따라 움직였다. 그러다가 우뚝, 멈춰섰다.

샤를은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영성이 경고하는 기이한 직감을 느꼈다. 지금 그곳으로 향하게 된다면 예기치 못한 상대를 조우할 지도 모른다.

이 감각. 너무도 많은 것이 섞여 있다.

‘일단 제롬 모슌의 것 하나.’

그리고 알 수 없는 감각이 두 개. 하나는 아직 피어나지 못한 무언가의 존재감을 직감하고 느껴지는 것이고 또 하나는 파멸의 동전을 가리켰다.

*

익숙한 멜로디 속의 기억으로 파고들자 깊은 진흙속에 파묻혔던 기억이 되돌아왔다.

그래, 그건 MI7의 마지막 테스트였다.

MI7의 입단 절차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실적이 뛰어난 수사관들을 영입해 고등 수사관을 만드는 경우. 이 경우가 보통 사람들에게 알려진 경우고 대부분이다.

하지만 영성에 재능을 보이는 인물들을 모아서 MI7 내에서도 특수 요원을 양성하는 경우도 있다.

초인적인 지각과 인식능력을 가진 특수요원들을 MI7내에서는 루터 식스라고 불렀다. 요원이고 영성자인 사람들.

이 루터 식스 요원을 선발하는 마지막 테스트에 접어든 햇병아리 요원들 중에 하나가 바로 골레릭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함께 임무를 맡게 된 동료, 유스티나가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의 최종 임무는 메트로폴 박물관에 숨겨져 있는 물건을 탈취하는 일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유스티나는 영성에 재능을 가진, 그래도 평범한 범주에 드는 인간이었다.

“하아. 탈취 임무가 뭐야. 재미없게.”

“유스티나.”

“알았어. 어떠한 임무라도 최선을 다한다? 설령 강아지를 찾는 임무라도 말이지?”

“그래.”

여전히 골레릭은 말수가 없는 평범한 소녀였다. 야심한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고 둘은 함께 움직이면서 몰래 박물관에 잠입했다.

“딱히 신경쓸 건 없어보이는데. 경비원도 하나 뿐이고.”

경비원 하나만 순찰을 돌고 있을 뿐이었다. 경계 인력이 하나 뿐이라 여기저기 틈이 비어있다. 잡아서 눕힐 필요도 없어서 그냥 돌파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음. 어디랬지 골레릭?”

“4층. 기원 전시실.”

“아. 가봤자 어차피 인류의 조상이 원숭이었고, 원시인들이 쓰던 물건이나 여기저기 전시해뒀겠지. 고등학교 시간 때 다 배운 거 아냐?”

투덜대는 유스티나를 무시한 골레릭은 아무도 없는 박물관을 경계하면서 통과해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 도착한 두 요원은 옛 인간의 뼈라고 적힌 것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냥 평범한 뼈잖아.”

“손가락을 봐.”

“으엑.”

손가락이 세 개뿐이었으며 인간의 손가락의 두 배는 되는 듯했다. 그리고 나머지 부위는 인간의 것과 똑같았다.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면 몸통 부위의 뼈가 없다는 걸까.

뭐 화석이라는 게 늘 그렇듯 완벽하게 발굴해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들이 수습해야할 것은 이 뼈가 아니라 이 뼈가 놓인 장식대 밑에 있는 것이었다.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른다.

“우리는 이제 유물일지도 모르는 물건을 회수할거야. 조심해.”

“뭐, 그래.”

유스티나는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지급된 장갑을 꼈다. 영성에 대한 방어가 있는 특수 장갑.

뼈 아래에 전시대 아래쪽에서 물건을 꺼냈다.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물건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표지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책?”

“조심해, 마도서일지도 몰라.”

“마도서는 아니지. 일단 이거 얼마전에 인쇄된 거야. 봐.”

유스티나가 종이를 만지고 말했다. 확실히 어디 인쇄소에서 인쇄된 물건이 분명해보였다.

“왜 표지가 비어있지?”

“안의 내용물이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는 말 못들었어? 회수해서 가자.”

“그러지 뭐.”

유스티나는 준비된 가방에 물건을 회수한 뒤, 움직여서 다음 물건을 회수하기 위해 움직였다. 다음 회수할 물건은 바로 특이하게 생긴 보석함이었다. 이것도 물론 이 전시실에서 찾을 수 있었다.

“보석함?”

“안에 오르골이 들어있다고 해. MI7 사전 조사 자료에 의하면 이 오르골을 듣는 사람은 불운한 최후를 맡는다고 해. 정확히는 담당자에게 가서 조사해봐야겠지만.”

“으와. 소름 돋아.”

“안에 무언가 봉인된 것은 확실하다는 뜻이지.”

“근데 왜 기원 전시실에 있어? 여긴 매머드나 뭐 그런거 전시하는 데 아니야? 렘 시대보다 더 고대의 시대 말이야.”

“이건 오파츠라나봐. 그 시대에 존재하는 게 이상할 정도의 물건이라나.”

“그럼 유물?”

“그럴 확률이 높지. 아무튼 방해꾼이 오기 전에 이만 가는 게 좋겠어.”

수월한 임무였다고 생각하면서 1층까지 내려온 뒤, 발을 삐끗한 유스티나가 넘어진 것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숙련된 요원이 임무 도중 갑자기 발이 걸려서 넘어진다니, 실수라고 치부할 수 없는 우연이었다.

그리고 그 기이한 우연 뒤에 또 다시 기이한 우연이 겹치면 이것은 어떤 필연이었다.

넘어진 유스티나의 품에 있던 가방, 절대로 안에 있던 물건이 새어나오지 않을 거라며 신신당부하던 담당자의 얼굴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무래도 그 담당자는 거짓말쟁이거나, 지금 상황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거나 둘중 하나였다.

그리고 둘의 기대가 무너지고 후자의 가정으로 기운 것은, 떨어진 보석함의 잠금장치가 열리는 것을 본 뒤였다.

오르골이 열리고 어딘가 익숙한 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을 때, 그때부터가 바로 파국의 시작이었다.

“모, 몸이 안 움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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