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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67화 (67/221)

제67화 - “아 맞다. 그랬지. 플로나, 너도 갈래?”

“알겠습니다. 준비해두겠습니다.”

“아, 에세나.”

샤를은 마침 생각난 게 있어서 고개를 돌렸다.

“모리의 상태는 어때? 메리 웰로드에게 듣긴 했는데 그건 의학적인 소견이 그렇다는 거고. 영성자인 네 입장에서는.”

옆에 있던 에세나가 대답했다.

“모리는 충분히 세 번째 제자가 될 수 있을 정도의 자질을 지녔습니다. 다만 좀 소심한 걸 빼면요.”

소심함의 극치인 모리지만, 어차피 그에게 전투능력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정도면 됐어. 조만간 집회에 예정을 추가해둬.”

“네!”

샤를은 돌아오기가 바쁘게 다시 밖으로 나갔다. 보니는 식은땀을 닦다가 샤를이 오니까 다시 바짝 정자세로 섰다. 샤를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플로나가 동행할 때는 특히 보니가 움츠러드는 것 같다. 사용인들 사이에서 양지에서의 상급자는 제이큰이지만 음지에서의 상급자는 플로나인 것으로 알고 있다.

플로나가 먼저 다가와서 차 문을 열었다. 샤를이 올라탄 뒤에 자신은 반대편 문을 열고 탔다. 그러면서 보니를 살짝 바라봤다.

보니는 침을 삼키고는 운전석에 탔다. 그리고 도로로 향했다.

생전 처음 보는 자동차를 보고 마차를 몰던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와, 그거 대체 뭡니까?”

더러는 길거리에서 물어보는 자들도 있었으므로 꽤 시선이 몰린다는 생각을 한 샤를은 자동차가 상당히 보급되기 전에는 평범하게 마차를 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샤를은 오라클 경매장에 도착했다. 경매장 앞에서 내리지 않고 먼 곳에서 내려서 조금 걸었다.

저번 전투로 인해 손실이 컸다. 일단 그를 항상 호위해주던 커틀러스는 물론이고 예비용 검마저 박살이 나버렸다. 철골이나 부지깽이 같은 것은 사실 도움이 되는 무기는 아니었다.

단순한 ‘검’이 아니라, 명검이나 마검 같은 물건을 따로 구하고 싶다. 기왕이면 튼튼한걸로.

‘그런데 그런 중요한 물건들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이번에도 구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평상시에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수트 케이스나 바이올린 케이스 같은 것을 사서 그 안에 넣어둘 셈이었다.

심상 세계에서 바로 꺼내는 것도 가능하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는 곳에 뭔가를 꺼내는 것보다는 그럴듯한 것에서 꺼내는 게 낫다.

또 구해야 할 게 있다.

“플로나. 저번에 제롬과 싸울 때 보니까 옷이 상당히 많이 망가지더라고.”

“네.”

“그래서 전투에 필요한 옷을 구할 거야.”

“오, 옷을 사러……. 그럼 데이트군요.”

“음? 그, 그래.”

제작을 의뢰할 생각인데. 경매장에 상주하는 장인들이 많이 있으니까. 뭐, 좋은 매물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사도 상관 없겠다.

홍조를 띤 플로나를 보고 차마 이건 데이트가 아니라고 딱 잘라서 말하기가 뭐해서 샤를은 말을 얼버무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플로나는 약간 흥분한 상태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경매장에 들어가기 전에 착실히 가면을 쓰고 안으로 들어섰다.

-쭈인. 경매장 간다묜서. 구럼 나 오늘 또 달란트?

-아니. 너 배부르다며 당분간은?

-달란트가 들어갈 배는 있지.

-아냐, 달란트는 구해두겠지만 너한테 먹이기에는 요즘 너무 비싸다.

어째서인지 달란트의 교환 비율이 꽤 올랐다. 이런 귀찮은 변동성 때문에 가져온 예산이 조금 빠듯하다.

샤를은 다시 경매장으로 향했다. 며칠 만에 향한 경매장은 그간 샤를이 겪었던 수많을 일 따위는 관계없다는 듯 평화롭게 운영되고 있었다.

샤를은 준비된 가명으로 경매장으로 들어갔다. 저번에 썼던 것과 같은 가명이었다. 플로나는 새 가명을 얻어서 썼다.

샤를은 이번에 들린 뒤에 계몽 중화제의 재료들을 샀다. 그새 계몽 수치가 간당간당할 정도로 높아져 있어서 필요했다. 그밖에 상비할 연고 및 다른 마법적 재료도 샀다.

‘이제 가만히 있어도 계몽 수치가 오르는군.’

어제까지만 해도 계몽이 6였는데 7까지 올라버렸다. 하지만 이전처럼 기괴한 환상이 나타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간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샤를의 의지력도 올랐기 때문.

계몽이 높아진 상태에서 주변을 바라보니 경매장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타인의 영성을 더 잘 관찰할 수 있게 된 샤를은 주변의 인간들이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그 진짜 모습은 쭈글쭈글한 피부를 가진 두꺼비 인간인 경우도 있었고 엄마와 함께 온 듯한 아이도 있었는데 엄마는 사실 인간이 아니라 인간처럼 흉내내는 목각인형이었다.

‘음?’

샤를은 갑자기 그가 지켜보던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자 고개를 휙 돌렸다.

상대를 간파했다고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위험해진다. 적당히 시선을 돌리는 것이 귀찮은 분쟁을 피하는 방법이다. 그 아이는 샤를에게서 신경을 껐다.

샤를은 플로나와 함께 이것저것 구경을 했다. 일단 명검을 찾고 있었는데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사실 검이 아니어도 되긴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검이 아니어도 충분할 것 같다. 아예 손잡이가 없어도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

플로나는 아직 제대로 된 경매가 열리기 전에 가판에서 물건을 이것저것 보고 있었다.

“이건 어때요?”

“예쁜데.”

“오, 잘 생각하셨습니다. 이 물건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만능의 재단사가 만든 옷이지요.”

상인은 씨익 웃으면서 그 고딕 드레스를 가리켰다. 완전 검은색 계통에 치마가 좀 짧고 움직이기 쉽게끔 되어 있었다.

“성능으로 따지면 말할 것도 없죠. 아라네아의 실뭉치를 이용해서 짠 옷입니다. 도검을 휘둘러도 소용없고 총탄도 튕겨내죠. 여성 분들에게 인기입니다. 거기다 자동재생 기능까지 있죠. 다만 보통 옷보다는 불꽃에 강하지만 강력한 화염 마법은 막아내기 어려울 겁니다.”

“가격은?”

“금 달란트 하나, 동 달란트 열입니다.”

플로나는 그게 엄청난 금액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방에 조그만 저택을 살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지만 샤를은 흔쾌히 값을 지불하고 샀다.

“괜찮네.”

“이렇게 사셔도 괜찮아요?”

“아, 괜찮아. 플로나 네가 안전해야 나도 안전해지잖아.”

샤를은 플로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플로나는 베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플로나의 옷은 의뢰하기보다는 괜찮은 물건이 있어서 사버렸다. 플로나는 포장해서 옷을 받아들자마자 꼭 껴안고 있었다. 너무 좋아해서 샤를도 은근히 괜찮다고 느꼈다.

“검은 쓸만한 게 없네.”

샤를은 검 같은 무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원래 근접 유물들은 그다지 인기가 없다. 총이 발달한 시대라서 더 그렇다.

웬만한 대구경 총알이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더 많은 충격량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이번에도 씁쓸하게 평범한 철검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박살나면 새것 쓰자는 마인드로 왕창 샀다.

“음. 슬슬 다 샀나. 플로나, 마차에 잠깐 가 있어. 난 들렀다 갈 데가 있거든.”

“저는 못 가나요?”

“유감스럽게도.”

“네.”

짐이 많아진 시점에서 샤를은 사는 걸 그만뒀다. 플로나는 밖으로 내보냈다. 계몽 수치가 높으면 비밀 경매장에 출입할 수 있다.

아에라푸스와 계약하면서 플로나는 오히려 계몽 수치가 내려가 버려서 함께 들어갈 수는 없었다.

샤를은 고개를 돌렸다. 경매장의 한쪽 귀퉁이에 특이한 시그니쳐가 있었다. 오망성을 상징화하고 그 외에 잡다한 부분이 변형된 것이었는데 지나가는 누구도 그 벽면을 보고 반응하지 않았다.

벽면과 벽면이 맞닿은 모서리 부분. 그곳에 시그니쳐가 그려져 있었다. 저곳이 비밀 경매장의 입구였다. 계몽 수치가 낮은 평범한 영성자들은 발견조차 못 하는 곳.

샤를은 뚱한 표정으로 그 앞에 섰다. 좀 모양 빠지는 새였지만 눈을 코 한가운데로 모아 양쪽의 시그니쳐를 합쳤다.

-주인 미쳤어?

-좀 닥쳐봐.

부끄러우니까!

샤를은 이를 갈면서 시그니쳐를 계속 바라보았다. 비밀 경매장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누가 본다면 사시 눈을 한 놈이 뭘 하나 싶을 거다.

시그니쳐 두 개가 합쳐지면서 벽면 두 개가 일치하자 특별한 공간이 열렸다. 샤를은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샤를을 반긴 것은 어떤 이족(異族)이었다.

코끼리같은 코를 가지고 있고 얼굴은 메기를 닮았으며 배는 불룩 튀어나온 이족 보행을 하는 이족(異族). 그 생물체는 고 헤르메스 어로 샤를에게 말을 걸었다.

“비밀 경매장에 온 걸 환영한다. 내 이름은 쉐브론, 문지기지. 넌 초대받지 않은 것을 보니 바깥의 시그니쳐를 보고 온 모양이군.”

“그래.”

“음. 비밀 경매장의 출입에 관해선 아나?”

“여긴 일정 계몽 수치가 되지 않으면 출입조차 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것?”

“그것도 아니면 너희 인간들의 ‘돈’이 엄청나게 많으면 출입할 수 있지.”

느긋하게 말한 쉐브론은 코로 배를 긁어댔다.

주변을 둘러보자 이족들이나 인간 마도사들이 보였다. 그리고 평범한 인간처럼 보이는 자들도 있었는데 그들 옆에 하나같이 하인이 붙어서 술 같은 것을 건네고 있었다.

우대받고 있는 걸 보니 고위 공무직이나 대부호일 터. 생각 이상으로 권력을 가진 자들은 비밀 세계와 밀접해 있다.

“어쨌든 너는 합격이다. 그 정도의 계몽을 지닌 것을 보니 어디서 한따까리 마도사겠군. 고 헤르메스 어에도 능숙하고. 뭐, 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다른 영성자들에게 공격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 두는 게 좋을 거다.”

“충고 고맙군.”

-음, 주인. 여기 의외로 허술하지 않아? 비밀 경매장이라면서 이렇게 검문해?

-아니. 그건 아니야. 허술해 보이는 건 겉으로고, 음. 저길 봐.

파기나레코르가 슝하고 날아올라서 샤를 뒤쪽을 바라보았다.

샤를의 바로 뒤로 누군가 들어오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자 꽤 마른 인상의 남자였는데 앞에서 대기하던 쉐브론이 코를 벌렁거렸다.

“킁킁. 영성자! 네놈에게서는 적의와 살기가 느껴지는군. 넌 불합격이다.”

“뭐? 내가 뭘 했다고?!”

“문제를 일으킬 것 같으니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자.”

이족은 그 인간을 잡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뭔가 주먹구구식으로 문지기를 하는 것 같은데 아니었네.

샤를은 어깨를 으쓱했다. 저 이족의 코는 상대방의 감정과 의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비밀 경매장인데 당연히 이 정도의 보안 조치는 당연하다.

경매에서 아이디 대신 사용하는 번호를 받고 나서 샤를은 안으로 들어갔다.

-근데 갑자기 쭈인이 미쳐서 여기 있는 사람들 학살하면 어떻게 돼?

-그러기 전에 먼저 이족 경비원이 출동하겠지.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처럼 보여도 저들은 우리를 감시하고 있거든.

마침 샤를이 안으로 들어서자 이런저런 경매가 시작하고 있었다. 그중에, 샤를은 꽤 괜찮은 포션이 오가는 것을 보았다.

손을 들어서 구매하려다가 문득 손을 내렸다.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괜한데 돈 쓰지 말고 중요한 순간까지 아끼라고 영성이 말하고 있었다.

‘뭐지? 이런 감각은 처음인데.’

그래서 샤를은 계속 기다렸지만, 샤를이 원하는 물건은 끝끝내 나오지 않았다. 경매의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는데 영성이 이끄는 감각이 튀어나오지 않자 샤를은 혀를 찼다.

‘내가 너무 영성의 직감을 신뢰하고 있었나.’

직감이란 사실 어떤 기회를 줄 뿐이지 항상 들어맞지는 않는다. 경매가 다 끝나고도 아직 사람들은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샤를은 좀 특이한 사람을 봤다.

‘어라? 저 폭탄 머리.’

점술로 봤던 즈카펠 클럽에 있던 야생의 영성자였다. 노인이었는데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어서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가면을 쓴 상태에서도 알아보기 쉬울 만큼 특징적이니까.

그는 옆에 있는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었다. 가면을 쓰고 정장을 입은 한 남자였는데 즈카펠 클럽의 노인은 그를 다그치고 있었다.

“이봐. 아직도 못했다고 그게 말이 돼?”

“죄송합니다.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글쎄. 난 ‘만능의 재단사’라고 불리는 자네의 일 처리가 항상 정확하다는 것을 알고 맡겼는데 조금 실망이로군.”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지. 이번 거래만 끝마치고 다음 거래는 없던 걸로 하겠네.”

노인이 정장을 입은 남자를 떠나자 그가 한숨을 쉬었다. 샤를은 깜짝 놀랐다. 만능의 재단사?

그는 플로나의 드레스를 만든 사람이기도 했고, 게임 플레이를 할 때마다 높은 영입 순위를 가진 영성자였다. 지금은 소속이 없을 거다.

특히 비밀 세계의 생물들을 처리해서 얻은 부산물 따위로 옷을 만들면 갑옷이나 방탄복 부럽지 않은 수준으로 제작하는 수준급의 재단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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