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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65화 (65/221)

제65화 - 상대가 든 물건이 유물이라는 것을 파악한 제롬은 그 즉시 달려나가서 노인의 목을 베어버리려고 했지만 종이 울리는 게 먼저였다.

뎅.

“커헉.”

“크헉.”

제롬은 무시무시한 충격파를 얻어맞고 칠공에서 피를 흘렸다. 이건, 이건 단순한 음파 주문 같은 게 아니었다. 유물에 의한 강제적 능력이었다.

피를 토한 제롬은 물론이고 집중상태에 들어갔던 칼튼 마저도 의식을 거행하지 못하고 칠공에서 피를 흘렸다.

“칼튼. 왜 그러는 건가.”

“이 목소리는, 커헉. 아미티지!”

칼튼은 그동안 그를 괴롭혀왔던 소문의 주범인 아미티지가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 눈에 불을 켰다.

“마지막 순간까지 훼방을 놓는군.”

“대체 차원문을 만들어서 뭘 하겠다고? 이 도시 전체가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게 될 걸세.”

“당신은 날 이해하지 못하겠지. 쿨럭. 하지만 당신의 이해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

칼튼은 피를 내뿜고는 가슴 속에 있는 균열에 손을 가져갔다. 아미티지는 도저히 협상 같은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는 다시 종을 들었다.

그때 제롬은 품에서 반지를 꺼내서 왼쪽 약지에 착용했다. 손등을 들어 보이면서 반지를 내보인다. 반지 끝에 흑요석 보석이 요사스러운 보라색 빛을 내뿜었다.

빛은 마치 역장처럼 그들의 앞 공간을 둘러쳤다. 그리고 시야에서도 사라졌다. 제롬이 고개를 돌려서 칼튼에게 말했다.

“이건 잠깐 공간에서 격리되는 유물이오. 사용시간은 1분뿐.”

“그거라면 충분히 할 수 있소.”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칼튼은 자신의 균열에 손을 넣었다. 의식은 가물가물하고 시야조차 없다. 너무 피를 많이 흘린 나머지 환각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균열에 있는 손을 잡아당겼다. 그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 당기자 극심한 격통과 함께 환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문 너머에 있던 사람들이 보인다.

“어머니, 아버지.”

그 썩을 놈은 대체 왜 보이는 걸까? 칼튼은 사실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죽고 난 뒤로 아버지가 격렬한 충격을 받아서 마음을 바꿔먹었다는 것을.

그는 그 뒤로 술에는 일절 손도 대지 않았고 성실하게 살았다. 저 멀리 시골에서 살다가 메트로폴에 정착하게 된 것도 그의 아버지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없는 만큼 아버지는 늘 그에게 헌신했다. 그 뒷바라지 끝에 칼튼은 교수가 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교수가 된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까막눈 집안에서 처음으로 훌륭한 사람이 나왔다고 남들에게 늘 자랑하고 다녔었다.

칼튼은 어머니를 죽게 만든 그를 증오하고 있었으면서 어쩌면 그를 용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칼튼은 선택을 했다. 이제 돌이킬 수는 없었다.

그는 그가 꿈꾸던 대로 문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제롬은 그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튼. 당신과 만난 걸 행운으로 여기겠소.”

“나 역시도.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건 당신뿐이었소.”

점점 그의 신체가 붕괴하고 커지기 시작할 때쯤 제롬은 암격사가 있는 이계 심층의 좌표를 새겨넣은 부적을 꺼냈다. 이걸 이제 칼튼의 몸속에 쑤셔 넣기만 하면 된다.

간발의 차로 제롬의 반지가 가지고 있던 효과가 사라졌다. 불태우는 불꽃의 창이 날아왔다. 제롬은 화들짝 놀라면서 곧바로 회피 동작을 취했다. 갑자기 난입한 요나스 샤프트를 벌써 따돌렸다고?

제롬은 피해냈지만, 제롬이 들고 있던 부적은 무사하지 못했다. 그의 손에 들고 있던 부적은 흔적도 없이 불타버렸다. 여분의 부적은 가지고 있었지만 적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뎅.

무시무시한 종소리와 함께 제롬은 두 번째 충격을 입었다. 내장이 진탕되는 것 같은 내상과 함께 재차 피가 흘러내린다.

이 유물의 효과는 대체 뭐란 말인가? 제롬은 수많은 효과에 의해서 보호받고 있지만 이 유물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

“커헉.”

방금전의 목소리는 제롬의 것이 아니었다. 피를 흘리면서도 제롬은 목소리의 정체를 알아냈다. 바로 아미티지였다.

아미티지는 전신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걸 보고 그는 상대의 유물에 관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그렇군. 부작용이 있었어. 연속 사용을 하거나 한 대상에게 여러 번 사용했을 경우 그 충격파가 자신에게도 미치는 거야. 저 노인의 경우, 나보다 신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테니 더이상 종을 치지는 못하겠지.’

제롬의 신체는 벌써 복구되고 있었다. 수호자 전문화를 선택한 제롬은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일반인의 능력을 몇 배나 상회 했다. 충격에 의한 피해 복구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처리해야 할 것은.’

저기 저곳에 있는 무명 교단의 교주다.

제롬은 차크람을 들었다. 그의 차크람은 단순한 근접 무기가 아니었다. 염동력으로 조종하면 원하는 곳 어디든 날려 보낼 수 있다.

새끼손가락을 당기자 왼쪽 손에 들려 있던 차크람이 총알처럼 튕겨 나갔다. 그때, 철근이 어디선가 튀어나와 차크람을 튕겨냈다.

“철근?!”

샤를의 모노클이 저절로 반응한 것이었다.

조금 전에 임시로 사용했던 부지깽이는 요나스의 뒤통수에 꽂혀서 열차 선로로 추락했었는데 이번에 모노클이 조종하는 것은 근방의 금속 덩어리였던 것 같다.

제롬은 오른손의 차크람도 날려버렸다. 샤를은 그 즉시 대비했지만 타겟은 그가 아니었다. 그 차크람은 아미티지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위태위태하게 서 있는 아미티지를 향해 날아온 차크람이 그를 베어버리려던 찰나에 또 새로운 적이 발견했다.

팅!

“젠장, 질리지도 않는군.”

모닝스타를 들고 있던 그 여자였다. 차크람을 모닝스타로 걷어내 버렸다.

제롬은 차크람을 회수하면서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방해 공작에 진저리가 날 지경이었다. 분명히 메트로 입구 쪽에서 벗어났었는데 또 따라왔다.

‘이럴 시간이 없어. 칼튼은 계속 변하고 있다. 그에게 좌표를 주입하지 않으면 모든 일이 허사가 돼!’

그때 샤를이 문으로 변해가는 칼튼에게 달려갔다. 깜짝 놀란 제롬이 움직이려 하자, 플로나가 그의 앞길을 막았다. 설상가상으로 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산탄총을 들고 있는 드레이크 박사였다. 제롬은 그를 알고 있었다. 아라크네를 처리할 때 그가 거기에 있었다.

“일반인이 끼어들지 마라!”

그의 샷건이 불을 뿜자 제롬은 한 바퀴 돌면서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하지만 그는 한발 늦었다.

샤를은 이미 변해가는 칼튼의 몸 속에 무언가를 집어넣고 있었다.

-계획대로 됐네?

-그래, 다행이지.

샤를은 칼튼이 쉽게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예 그가 차원문을 열기 전에 먼저 차원문의 좌표를 변경해서 열어버릴 생각이었다.

칼튼의 심장의 균열 속에 넣은 것은 바로 장미였다. 이 장미는 아에라푸스가 건네준 것이었다. 자신의 화원에 있던 것이라고 했다.

-아에라푸스가 좌표를 건네줘서 다행이야.

-그러게. 그냥 말을 꺼내봤을 뿐이잖아 주인은?

-그렇지.

그냥 평범하게 다른 좌표를 이리저리 찾다가 플로나에게 혹시 아에라푸스가 현실로 이어지는 좌표를 얻게 된다면 어떨까 싶어서 물어봤다.

아에라푸스의 화원은 아에라푸스의 일족들이 사는 작은 층계였다.

‘거기다 여차하면 아에라푸스를 심상 세계로 소환해버리면 되고.’

아에라푸스의 화원은 특이하게도 일종의 정신세계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있어, 샤를의 심상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샤를의 심상 세계에서 힘을 투사할 수 있는 사정거리에서 아슬아슬하게 경계선에 걸쳐져 있다고 해야 할까.

통제 불능에 이르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있으니 아에라푸스의 화원으로 좌표를 바꿔놨던 것.

“…….”

제롬은 눈을 찌푸렸다. 이 계획이 실패할 계획이었나? 아니다. 그의 계획은 누구도 알지 못했었다. 누출된 곳? 없다.

단지 뜬금없게도 그가 주시 대상에 리스트를 올리고 있었던 무명 교단의 교주 샤를 헥센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와서 그를 방해했다.

샤를은 칼튼과 단지 일로 엮인 사이일 뿐이며, 샤를이 칼튼의 계획을 어떻게 알아챘는지도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런 종류의 유물이라도 들고 있는 건가? 성가시군.’

제롬은 사방이 적인 지금, 맞서 싸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샤를의 역량과 그의 계획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무명교단의 교주! 여태까지 방해없이 성장해왔겠지. 하지만 지금부터는 조금 다를 거다.”

제롬은 그 즉시 몸을 돌려 달아났다. 플로나가 도망치는 제롬을 쫓아가려 하자 샤를이 만류했다.

“멈춰. 플로나. 넌 계속 여기 남아서 날 호위해다오.”

“네 교주님.”

샤를은 제롬을 쫓아가도 잡을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에게는 여러 탈출용 유물이 있었으니 쫓아가도 그걸 사용해서 회피하면 그만일 터. 어차피 제롬에게는 적이 너무 많아서 샤를에게만 집중할 수도 없을 거다.

이미 칼튼은 인간의 형상을 잃고 거대한 문이 되어 있었다. 그는 더는 피를 흘리지도 않고 울부짖거나 웃을 수도 없었다.

완전한 감각의 차단 이후 그의 심장조차 길게 늘어져 신체로 만든 거대한 문이 되어 있었다. 가슴에 있던 조그만 균열은 크게 확장되어서 진정한 차원문이 되었다.

‘계획대로 돼서 다행이네.’

어차피 제롬의 계획도 샤를과 대동소이했을 것이었다. 암격사가 연결된 심층 차원을 연결해서 암격사의 세계를 현실에 일부 걸치게 할 생각이었겠지만 샤를은 그걸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두는 것에 성공했다.

차원문 밖에서 기이하게 생긴 사슴, 아에라푸스가 나타났다. 그는 신기하게 차원문을 바라보더니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뎠다.

그의 발자국 옆으로 수많은 기화요초가 자라기 시작했다.

“신기하군. 이게 물리 세계인가?”

물결치는 듯한 공간인 아에라푸스의 화원 말고 이렇게 딱딱하고 적대적인 느낌을 주는 물리 세계는 처음 와보는 것이었다.

본디 이어져서는 안 될 두 세계가 이어졌다. 샤를은 아에라푸스의 화원을 통해서 심상 세계와 물리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연결할 수 있었다. 무명자를 현실 세계에 강림시킬 수는 없겠지만, 아에라푸스 정도는 현실에 소환할 수 있었다.

샤를은 아에라푸스가 평온한 영적 영향력을 퍼트리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다지 긴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세계로 나타난 이계의 존재를 보면서 긴장하고 있었다.

아에라푸스가 희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위대한 자여. 그대는 이 세상에서는 진정한 모습을 보일 수 없겠군.”

“…….”

대답대신 침묵을 지켰다. 아에라푸스의 말이 사실이긴 했으니까.

“하지만 여긴 ‘좋은’ 숨결이 없어보이는 군. 그리고 공기가 너무 탁해. 이건 무슨 냄새지? 킁킁.”

메트로폴의 대기오염은 심각한 편이었다. 여러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메트로폴의 지하에 있는 메트로에도 대기오염이 심각한가 하면 그것도 아닐텐데. 여긴 그나마 위쪽보다는 낫다.

“별로 좋은 곳은 아니군. 활발하고 잘 돌아다니는 생물들이 있는 것은 신기하다만. 음? 저건 뭐지?”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열차 승강기를 보면서 아에라푸스가 호기심을 가졌다.

“저건 예전에 인간들이 쓰던 것이구나. 신기하군. 저게 ‘유물’의 형태로 남은 건가?”

“플로나.”

“네.”

“아에라푸스를 안내해서 주변을 구경시켜줘. 대신 열차 승강기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게 하고.”

밖에 있는 0층의 영성자들이 아에라푸스 같은 존재를 봤다간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

몇몇 머저리들은 힘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일확천금을 위해서 아에라푸스의 등에 난 뿔이라도 꺾겠다고 달려들지도 모르니까.

샤를은 쓰러진 아미티지에게 다가갔다. 그의 옆에는 이미 드레이크가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쿨럭. 괜찮다네. 조금 몸이 안 좋아진 것일 뿐. 유물의 연속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할까.”

드레이크는 아미티지를 부축했다.

“저런 존재를 소환하다니 대단하군. 저건 신적인 영역에 있는 영물이 아닌가. 그가 발을 옮길 때마다 피어나는 꽃과 식물들을 보게. 저건 우리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이 아니야.”

“그렇긴 하죠. 하지만 저런 풀들은 금방 시들 겁니다.”

아에라푸스가 지나가는 곳마다 생기는 게 약초나 신비학 재료로 사용되는 풀들이었다. 시들지만 않았다면 재료를 팔아다 떼돈을 벌었을 텐데.

“그런데 자네.”

“네.”

“무명 교단의 교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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