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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64화 (64/221)

제64화 - 칼튼은 자신의 품에서 작은 금속 새장을 꺼냈다. 이게 제물의 대체품이다.

‘메트로폴의 대학생들을 동원하지 못할 것을 대비해서 미리 준비해둔 것이 있지.’

살아있는 인간보다야 좋은 제물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그는 대체용 제물을 준비해둔 것이 있었다.

탕! 탕!

재차 샤를이 사격을 가했다. 첫발은 빗나가고 두 번째 탄환이 명중했다.

이번에는 무존자의 창이 부여된 탄환이었는데 칼튼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마탄의 효과였다. 꿰뚫린 부분이 뻥 뚫려있다.

“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칼튼의 떨어져 나간 다리에서 피가 튀자 그곳에 마법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샤를은 생각 이상으로 피가 많이 튀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치명상이지만 즉사는 아니었다. 출혈량이 많다. 바닥에 흘린 피가 저절로 움직이더니 기묘한 모양을 형성한다.

‘또 소환되겠군.’

*

메트로폴 0층에는 상당수의 영성자들이 있었다. 뭐가 있나 기웃거리려는 하위 영성자들이다. 그들은 대부분 다음 층의 메트로폴로 내려 가고 싶어 하지만 그 방법을 할 수 없어 부랑자처럼 한데 모여서 지낸다.

그런 0층의 영성자들 사이에서 샤를과 칼튼의 끝없는 추격전을 구경하고 있는 한 영성자가 있었다.

‘저 가면을 쓴 사나이. 무명교단의 교주가 틀림없다.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있나?’

그곳에는 메트로폴에서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 내려와 있던 요나스 샤프트도 있었다.

일전에 마주쳤던 남자를 잊지 않고 있었던 요나스는 자신의 신, 조각 기계가 인도한 운명에 감사하면서 드디어 적을 제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이 입힌 손해는 막심하다. 이제 갚아줘야 할 때였다.

잠시 헤어져 있던 부하를 기다릴 새도 없이 그의 가슴께에 툭 튀어나와 있는 손잡이를 잡아서 쫙 당겼다.

손잡이에 연결된 플라이휠이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가슴의 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크랭크 축이 돌고 피스톤이 상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기계로 만들어진 심장의 엔진이 폭발적으로 뛰자 그의 신체에 도는 활력도 급속도로 늘어났다. 요나스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갔다.

*

영성자 제롬이 영성자 칼튼에게 가르친 것은 단번에 죽지 않는 방법이었다. 칼튼이 고리를 전부 사용한 주목나무를 자신의 다리에 덧대어 영성을 불어넣자 피가 철철 넘처 흐르던 혈관이 일시적으로 봉합되었다. 응급처치일 뿐 치유는 아니었다.

비록 빈사 상태라도 그는 살아있었고 피의 소환진에 의해 제롬은 또다시 소환되어서 칼튼을 호위했다. 제롬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거의 다 끝나가는군요. 칼튼.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습니까?”

“후욱. 후욱.”

칼튼은 제롬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온 힘을 다해서 비틀거리면서 걸을 뿐.

제롬은 곧바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무시무시한 불길이 이는 탄환이 날아왔다. 아까전처럼 몸을 젖혀서는 피해낼 수는 없었고 차크람으로 탄환을 막아내야만 했다. 무시무시한 충격과 함께 고온의 폭발이 일어난다.

탄환에 부여되어있는 주문 때문에 마치 수류탄을 얻어맞은 것처럼 불길과 탄환 잔해에 휩쓸리고 만다. 하지만 작은 납탄의 작디작은 파편은 제롬의 피부를 꿰뚫지 못하고 머리카락 정도만을 불태울 뿐이었다.

제롬은 자신의 머리카락이 불타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격했다. 그사이 갑작스럽게 누군가 난입했다.

“무명교단의 교주! 반드시 죽여주마!”

‘교주라고? 저자가?’

제롬은 당황했다.

샤를은 재차 사격을 가하려는 찰나에 무시무시한 영성의 경고를 읽고 뒤로 백덤블링하면서 기둥 사이로 회피했다.

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마치 믹서기를 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탄환의 비가 퍼부어졌다. 샤를이 힐끔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 개틀링 건을 들고 있는 요나스 샤프트가 보였다.

‘이건 계획에 없었는데!’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롬까지는 어떻게 해 볼 수 있겠다만 요나스 샤프트가 새로 나타나다니.

그는 오른손을 개틀링 건으로 개조한 상태였다. 그의 등에는 탄환 박스까지 메여 있었다. 대체 저런 걸 들고 왜 메트로에 왔지?

‘요나스가 날 추적했던 걸까? 어떻게? 흔적은 남기지 않았을 텐데.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 마주침이 우연에 의한 것이었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샤를은 대체 어디서 흔적을 남겼는지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그를 처리하기 위해 뇌를 쥐어 짜내서 방책을 찾고 있었다.

그 사이 제롬은 유유히 웃으면서 칼튼을 부축하고 열차 승강기로 향했다. 갑자기 나타난 상대는 요나스 샤프트가 분명했다. 샤를에게 치명타를 얻어맞은 후 상당히 벼르고 있었을 텐데, 마침 공교롭게도 이곳에서 마주치다니.

‘운이 좋아.’

평범한 건물이었다면 요나스의 개틀링 건에 박살이 나버렸을 테지만 아무리 기관총을 쏴봤자 유물인 메트로폴의 기둥을 뚫을 수는 없었다.

그걸 알고 있던 요나스는 사각이 나오지 않자 점프하면서 반대편으로 날아올랐다. 무시무시한 기관총 사격 이후 0층에 있던 영성자들은 하나같이 혼비백산해서 달아난 상태였다.

요나스는 허공에 떠오른 나비를 바라보았다. 무언가의 주문임을 짐작했지만, 생각보다 몸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샤를을 향해서 미친 듯이 개틀링을 난사했다. 샤를이 벌집이 되면서 쓰러지자 요나스는 겨우 이 정도에 상대가 죽을 리 없다고 판단, 나비가 환각 계통의 주문임을 짐작했다.

그 즉시 자신의 왼손으로 눈을 가렸다가 떴다. 그의 감각을 교란하는 영성의 침입을 완전히 제거하자 아무것도 없는 빈공간이 보였다. 그는 허공에 총질하고 있었다.

“젠…….”

어디선가 날아오는 백열의 창. 어마어마한 불길이 날아오자 요나스의 상반신이 불에 휩싸였다.

샤를은 요나스가 들고 있는 화기가 녹아버리길 기대했지만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어서 만족했다.

-해치웠나?

-야, 그 말 하면 안 된다고 파기.

샤를은 파기나레코르가 말한 마법의 단어를 보고 흠칫했다. 역시나 요나스는 죽지 않았다.

그의 겉 피부는 완전히 흘러내려서 녹았는데 놀랍게도 요나스의 상체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골자 위에 형성되어 있었다.

‘이건 무슨 터미네이터야?’

샤를이 가장 비슷한 것을 떠올리고 있을 때, 요나스의 심장에 있는 무시무시한 기계 심장이 벌컹벌컹 뛰기 시작했다.

‘온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온 요나스가 발차기를 날려서 샤를의 가슴을 걷어찼다. 그는 수 미터를 날아가고 있었다.

우드득.

‘커헉.’

알고도 피할 수가 없었다. 너무 빠르다.

에메랄드 브로치의 물리 보호 효과를 받고 있는데도 그 효과를 뚫고 들어온다.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육탄전을 벌였다간 위험하다.

샤를은 갈비뼈가 몇 대 나간 것을 확인했지만 무력화되지는 않았다. 재차 주문을 외운다.

불길 속에서도 멀쩡한 개틀링건이 샤를을 향해 조준된다. 그때 허공에서 부지깽이가 날아와 개틀링건의 총구를 후려쳐버렸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온 부지깽이가 개틀링건의 궤도를 바꿨다.

불을 뿜는 개틀링건이 엉뚱한 곳으로 조준된다.

부지깽이는 부랑자 같던 0층의 하위 영성자들이 쐬고 있던 드럼통에서 튀어나온 물건으로 샤를의 모노클로 인해 조종되고 있었다.

부지깽이는 허공을 배회하다가 기회를 틈타 몇 번이고 요나스를 후려쳤다.

요나스는 신경질을 내면서 부지깽이를 강철 주먹으로 튕겨냈지만, 제롬처럼 잡아서 구부리지 않는 이상 부지깽이는 멀쩡히 움직일 것이었다.

‘만년필은 사용할 수 없어.’

샤를은 리볼버의 탄환을 장전하면서 생각했다. 지금 만년필은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유효 타격을 가할만한 건 꽤 있다. 이때를 대비해서 준비해둔 마법 부여 탄환들이 있으니까. 무존자의 겨울이 깃든 탄환을 초탄으로 장전.

첫 번째로 놈의 미간을 노린다. 아까 무존자의 창을 직빵으로 얻어맞아서 얼굴 피부가 반쯤은 녹아내렸는데 녹아내린 그 안쪽으로 철로 된 골자가 보인다.

‘허, 진짜 터미네이터네.’

샤를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 부분. 그러나 사격했지만 어깨를 맞추고 말았다. 흉통 때문이었다. 숨을 멈추고 조준하려는 찰나에 갈비뼈가 어딘가를 찌르는 감각이 들었다.

‘몸에서 힘을 빼면 폐를 찌르는 것 같아.’

놈의 어깨에 명중한 냉기가 깃든 탄환은 퍼져나가면서 놈의 육체를 얼려버렸다. 골조 안쪽으로 탄환을 박아넣으려 했지만 아쉽게도 바깥에 쏴버렸다.

요나스는 눈에 띄게 움직임이 굼떠졌다. 냉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 샤를은 다음 탄환을 장전했다가 즉시 덤블링해서 몸을 피했다.

그가 있던 자리를 개틀링 건이 한 번 긁고 지나갔다.

재차 부지깽이가 날아와 요나스를 후려쳐 궤도를 변경한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벌집이 되었을 거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눈에 띄게 느려진 요나스를 향해 가진 모든 마법 부여 탄환을 난사했다. 미친 듯이 타오르고 냉기에 뒤덮이고를 반복한 요나스는 그대로 전신이 불타올랐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불곷과 냉기는 일반적인 물리법칙에 적용되지 않아 저런 현상이 벌어진 것.

이미 원래 인간이었는지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그을리고 얼어붙은 곳밖에 없었다.

개틀링 건의 탄환박스는 무존자의 창에 깃든 불꽃 때문에 화약이 연소하면서 콩알볶는 것처럼 폭발했다.

다시 개틀링 건을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진짜로 해치웠겠지?

-보통이라면 그런데.

신체를 사이보그로 개조한 미치광이 요나스 샤프트의 능력은 미지수였다. 솔직히 샤를은 이런 형태로 변한 요나스를 마주한 적이 없었다.

‘저 사이보그 형태는 아마 조각 기계의 힘을 직접적으로 받은 형태일 꺼야. 개화하다가 만 씨앗을 연료로 삼아서 저렇게 만든 거지.’

조각 기계가 내린 신성의 씨앗은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지녔다. 그걸 활용해서 저런 형식으로 변했으면 거의 불로불사의 초월자가 되었을 것이다.

짐작대로 놈은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감정도 표정도, 숨을 쉬는 것도 없이, 마치 육상선수가 뛰는 것처럼 미친 듯이 달려왔다.

샤를은 열차 승강기에서 열차 하나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놈을 없애버릴 계획을 즉각적으로 만들었다.

놈이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샤를은 뒷걸음질을 반복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주먹을 휘두르려고 할 때 바짝 바닥에 엎드렸다.

그리고 요나스의 뒤통수로 부지깽이가 날아와 꽂혔다. 이번에는 회전이 상당히 가미되어있었기 때문에 충격력이 상당했고 요나스가 비틀거렸다. 자세를 잃은 요나스의 왼 손을 잡고 낚아채서 열차가 지나가는 철로로 밀어버렸다.

메트로의 순행열차 0번이 움직이면서 요나스를 깔아뭉갰다. 이번에는 진짜 괴물이라도 못 움직일 터였다.

“제길 시간을 너무 끌렸어.”

샤를은 일단 달렸다. 아미티지 박사가 잘 해내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다.

*

극한의 고통을 의지력으로 참아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칼튼은 그 아무나에 속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에게 보상이라도 주어지듯 칼튼에게 정신적 몰입이 극도로 심해진 상태인 플로(flow) 현상이 일어났다.

마치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은 감각을 느끼면서 칼튼은 의식을 준비했다. 고통도 느껴지지 않고 이제는 오직 집중뿐이었다.

그동안 잊어버렸던 것들이 술술 떠올랐으며 심지어는 의식에 필요한 제사서를 펼치지 않았는데 그 안의 내용들을 전부 외워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칼튼이 쥔 금속 새장 안에는 아주 작은 물고기의 알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연어알이었다.

인신공양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제물로 바치기에는 충분한 수의 생명의 숫자였다. 이런 편법을 사용하게 되면 열리는 차원문의 크기가 작아지겠지만 어쩔 수 없다.

대신 장점도 있다. 제물이 좋지 않아 차원문이 작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주문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조금 더 빨리 의식을 완성할 수 있다.

제롬과 칼튼은 열차 승강기의 정 중앙에 들어왔다. 주변에는 열차가 위 아래로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칼튼이 집중하는 동안 제롬은 주변을 주시하면서 그를 호위했는데 그의 눈에 이상한 것이 발견되었다.

“까마귀?”

까마귀 한 마리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상찮음을 느낀 제롬은 양 손에 있는 차크람을 강하게 움켜쥐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때 한 남자를 발견했다. 그 백발의 노인은 영성자의 예복을 입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을 보았다.

“종?”

노인이 들고 있는 종과 막대. 그의 영성에서 위험하다는 경고가 머릿속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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