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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61화 (61/221)

제61화 -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꽤 많은 일이있었더군.”

아미티지는 가볍게 이야기하고는 맥주를 호쾌하게 들이켰다. 학자적인 외모와는 정반대로 사나이의 기상이 느껴지는 외모와 행동. 드레이크도 한 손에는 담배를 쥐고 다른 손에는 맥주 잔을 들이켰다.

“사실 난 이번에 오기 전에 자네에 대해서 여러 가지 조사를 해봤어.”

아미티지는 잔을 내려놓았다. 담배는 전혀 피우지 않는지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자네가 그 유명한 헥센 가의 사람이라는 걸 처음 알았지.”

“응? 유명합니까?”

드레이크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미티지가 가볍게 말했다.

“헥센 가문은 모르겠지만 헥센테르프 공작가는 알고 있겠지.”

“아, 암흑기 말기에 있었던 그 공작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다네. 헥센테르프 공작가는 헥센 가문의 전신이지. 비록 이 나라가 세워지는 과정에서 작위를 잃었지만 거대한 부동산을 바탕으로 여러 방면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네. 메트로폴 상류층에서도 극도로 적은 사람만 그 일을 알고 있지.”

“흠. 저도 상류층의 파티에는 몇 번 가봤습니다만, 한 번도 만나본 적은 없는 것 같군요.”

“그럴 수밖에. 그들은 외부활동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으니까.”

샤를은 고개를 끄덕여줬다. 이 몸뚱이. 샤를 헥센에게도 과거가 있었다. 어딘가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미티지는 샤를이 교단을 운영하는 것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더불어 복잡하게 얽힌 샤를의 다른 인연들도 모른다.

“헥센 교수. 영성자는 언제 되었나?”

“처음 접촉은 12살쯤일 겁니다. 가문의 서고 구석에 방치되어있는 어떤 마도서를 손에 넣었었죠.”

“운이 좋았군?”

“다행이죠. 일종의 입문서였습니다. 무난한 물건이라 부작용도 없었고요.”

아미티지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자네의 ‘전문화’는?”

“마도사입니다.”

“흥미롭군. 홀로 마도서를 익히면서 멀쩡하게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니 말이야.”

비밀 세계에서도 독학으로 마도서를 익히는 놈들을 미친놈들이라고 부른다.

홀로 마도서를 익히는 게 왜 미친놈이냐면 마도서는 그 자체로도 사악한 존재가 쓴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이 광기에 가득했거나 마도서를 탐구하는 자들을 지옥으로 몰아넣거나, 인간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비윤리적인 내용이 담겨 있거나 그렇다.

몇몇 마도서들은 읽는 것을 그만두려고 해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책을 놓지 못하게끔 만들어, 결국 죽을 때까지 책을 읽다가 죽는 일도 있었다.

마도의 입문에 관한 서적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었는데 그것이 헥센 가의 서고에 있었던 것.

대부분의 영성자들은 자신의 스승에게 그들의 기술을 전수 받는다. 그러면서 위험을 피하고 알 수 없는 유물, 마도구 등의 여파를 피하는 법과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 등을 배운다.

미치거나, 괴물이 되거나, 다른 세계로 끌려가거나 등등 수많은 위기를 피해냈다는 것만으로도 독학해서 마도에 입문한 샤를 헥센은 대단한 인간이었다.

거기다 홀로 종교를 창시해내서 결국 메트로폴의 5대 사교의 마지막 자리에 끼기도 하니까.

“나는 탐구자 전문화로 들어섰다네. 유물에 대한 탐구를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지.”

마도사 만큼이나 탐구자의 전문화도 대개 끝이 좋지 않다. 탐구자는 고대의 유물을 발굴하고 그것을 분석해내는 것에 주력을 들이는 영성자의 전문화였다.

이런 자들의 끝이 좋지 않은 이유는 유물의 부작용에 의해 돌연사하거나 끔찍한 최후를 맡게 되었다는 것. 그럼에도 그들이 멈추지 않는 것은 극한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때 샤를이 입을 열었다.

“대학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

드레이크가 놀란 듯 말했다. 아미티지는 흠, 하고 목소리를 내더니 물었다.

“무슨 일이지?”

“칼튼 교수에 대해서 아십니까?”

“알다마다. 그 친구도 영성자라는 것은 알고 있지.”

정교수로 시작해서 교무처장까지 올라간 아미티지는 대학 내부의 커넥션이 상당했다. 하기사 그 자리는 그냥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으니까.

“메트로에 대해서도 아시겠군요.”

“흠. 물론”

“메트로가 뭡니까?”

드레이크가 묻자 아미티지가 대답했다.

“메트로폴에서도 지하 깊숙이 내려가면 나오는 고대의 유적지지. 일반인들에게는 출입 불가고 정보도 알 수 없을 걸세.”

“메트로에서 그가 이계와 연결되는 차원문을 열 겁니다.”

“차원문이라고!?”

깜짝 놀란 아미티지가 목소리를 높였다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목소리를 줄였다. 다행히도 주변에는 떠드는 자들이 많아서 이쪽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나?”

“우연히 칼튼 교수의 연구실에 들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서류로 만들어두고 시행까지 앞두고 있더군요.”

실제로 그 서류는 있다. 단지 지금의 샤를이 보지 않았을 뿐이지. 게임 속에서 봤다고 말할 순 없으니.

“자네는 자네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걸세. 칼튼 교수가 차원문을 열 계획을 시행할 날짜가 언제인지는 아나?”

“일주일 뒤입니다.”

“일주일 뒤? 시간이 거의 없잖나.”

아미티지가 현기증이 난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더니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호탕한 기세에 비해 술은 전혀 못 받는지 얼굴이 빨갛다.

“맙소사. 너무 태평한 게 아닌가 자네?”

“내일 메트로에 내려가서 칼튼 교수는 차원문을 열 겁니다.”

“아니, 대체 어떻게? 이계는 현실과 완전히 유리된 공간이라네. 그곳으로 갈 수 있는 존재는 없고 오직 간접적으로만 이계의 영향력을 확실할 수 있어.”

일반 영성자들에게는 그렇다. 하지만 5대 교단의 교주들이나 위대한 영성자들은 꿈을 통해서 이계로 출입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충분히 거행할 능력이 있다.

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차원문을 여는 것은 완전히 다른 별개의 사건이었다. 어떻게 할 수 있느냐를 제쳐두고서도 왜 그러느냐도 문제가 된다.

샤를은 그걸 설명해주기로 했다.

“메트로는 기본적으로 다층 위의 공간이라는 것은 미리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다네. 하나의 공간에 수십 개의 위상이 중첩되어 있다고 했지. 그 수는 끝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하지.”

“에엑. 어떻게 공간에 여러 곳이 붙어 있답니까? 그게 말이 됩니까?”

일반적인 상식을 갖고 있는 드레이크가 지적하자 아미티지가 말했다.

“메트로라는 공간 자체가 그렇다네. 하지만 이 ‘층’이라고 분류되는 곳들은 너무나도 그 분리가 명확해서 0층부터 그 아래층으로 가려면 필수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갈 수 없다네. 순서대로 내려가는 거지.”

“아미티지 교수님. 메트로의 구조가 이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아니, 설마, 그럴 리가.”

샤를의 언급에 대번에 알아들은 아미티지가 혼란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는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이계는 하층, 중층, 상층으로 이뤄진 곳이지. 같은 공간이 여러 층으로 중첩된 메트로와는 달라.”

“하지만 구조가 비슷한 것은 틀림없죠. 그런 이유로, 메트로는 이계와 물리 세계의 연결이 희미합니다. 칼튼 교수는 메트로의 특성을 이용해서 이계와 연결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아마도 계획대로라면 0층에서 곧바로 차원문을 열어버리겠죠.”

아미티지는 메트로 0층에 차원문이 열리고 나서부터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이계와 현실에 구멍이 뚫려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정조차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단지 특징이 비슷하다고 가능할 리가 없다네.”

“이계 신의 힘을 빌릴 겁니다. 그는 견학차 데려갈 학생들을 제물로 바칠 겁니다. 인신 공양을 통해서 암격사의 권능을 빌려온 다음, 칼튼 교수 스스로가 ‘문’이 되어서 차원문을 열겁니다. 그는 암흑성도회의 신도니 순식간에 암격사가 있는 차원의 좌표를 인식하게 되겠죠.”

“마, 말도 안 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실로 광기 어린 그 방법에 아미티지가 몸서리쳤다. 자기 자신을 내던져서 차원문을 연다고?

“다, 당장 그를 막아야겠네. 차원문이 열리면 이계의 괴물들이 도시로 쏟아질 거야. 아니면 메트로의 더 하층으로 내려가서 그곳에서 탐험하고 있는 모험가들을 찢어발기겠지. 내가 지금 곧바로 가서…….”

“진정하십시오, 아미티지 교수님. 우리에겐 계획이 필요합니다.”

샤를이 차분하게 대답하자 아미티지는 일어서려다 말고 철퍼덕 주저앉았다. 드레이크는 자신이 대체 무슨 얘기를 듣고 있는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어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 머리가 아프네. 그러니까 결국 요약하자면 그 메트로라는 곳을 이용해서 칼튼 교수가 무슨 나쁜 짓을 한다는 거 아닌가? 샤를?”

“맞아.”

“그럼 지금 당장 가서 그를 막아야 하는 게 아닌가? 뭐 죄목이 없어서 체포하는 것까지는 무리라도 경찰을 불러서 그를 연행할 수는 있는 거잖나. 그럼 당장 그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

“그럴 순 없어.”

샤를은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게임 속에서 미리 경험해봤던 일이었다.

칼튼 교수의 계획이라고 뭉뚱그려서 얘기하지만, 이 사건에는 수많은 복합적인 일들이 개입하게 된다.

칼튼은 운명의 보호를 받는다. 마치 절대로 거부할 수 없는 어떤 흐름처럼 칼튼이 차원문을 여는 당일 날까지 그는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는다.

게임 속에서 몇십 번의 경험 끝에 샤를은 칼튼을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다른 플레이어들도 공통적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칼튼이 차원문을 여는 사건을 ‘고정된 역사’라고 표현하기도 했으니까.

샤를은 계시의 석판 조각을 갖고 있어 운명을 뒤틀 수 있다. 최대한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계속해서 칼튼을 제거하려고 노력하거나 방해 공세를 가할 것이나, 일주일 동안 칼튼을 제지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할 수 없었다.

만약 그를 제거하지 못한다면 모든 힘을 모아서 차원문을 여는 실행 당일 날, 칼튼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에겐 조력자가 있습니다.

“조력자라고?”

샤를은 아미티지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메트로폴에 있는 교단에 관해서 아십니까?”

“알고는 있다네.”

아미티지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아미티지는 자신만의 영성자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다. 저번에 샤를이 발견했던 즈카펠 클럽처럼 야생의 영성자들이 모인 커뮤니티다.

그들에게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교단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이 교단의 뒤에는 강력한 이계의 존재인 악신들이 있었고 그들에게 대항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도 같다는 소문이 돌았다.

야생의 영성자들은 광명 교회에서도 주시하고 있는 자들로, 그들에게 도움을 구할 수 없는 이상 그 교단에 투신하거나 혹은 그들을 피해 다녀야 한다.

“암흑성도회가 그 일에 얽혀 있습니다.”

“암흑성도회…….”

“그건 또 뭡니까? 어둠의 자식들인가.”

“암흑성도회는 메트로폴 전반에 걸쳐서 보이는 영성자의 교단이다. 특히 상류층들 사이에 많이 섞여 있다고 하더군.”

아미티지가 설명했다.

“여러모로 문제군요.”

“제게 계획이 있습니다.”

샤를의 말에 아미티지 교수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미티지 교수는 샤를 헥센의 기개와 그 차분한 판단력에 내심 감탄하는 중이었다.

이런 급박한 상황 속에서 이렇게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고 계획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보통의 젊은이가 보일 수 없는 비범한 일이었다.

“뭐지?”

“차원문, 저희가 여는 것을 도와줍시다.”

“뭐라고!?”

아미티지는 잘못 생각했다. 이놈은 겉은 멀쩡해 보이고 차분해 보이지만 속에는 광기가 가득한 놈이었다.

“정확히는 방해하는 척하면서 그를 도와주는 셈이죠.”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인신 공양은 어떻게 할 셈인가?! 차원문의 좌표는 어떻게 할 생각이고? 아무 좌표나 열어버린다면 이계에서 괴물들이 들이닥칠 거라네.”

“저는 그가 사용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좌표를 열겁니다. 인신공양을 대체할 제물은……. 제 계획이 맞아떨어진다면 칼튼 교수가 스스로 만들어서 가져올 겁니다.”

아미티지는 그 뒤로 샤를의 자세한 계획을 듣고는 진짜로 미쳤냐는 것처럼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샤를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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