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52화 (52/221)

제52화 - ‘저자가 바로 샹들리에를 무너트린 범인이자, 구울을 밖으로 내보낸 흉수가 분명해.’

메리는 쓰러진 이후 그대로 빠르게 기어서 어떤 서랍 뒤에 멈췄다. 기적적으로 첫 번째 총알을 피해냈지만, 불운하게도 두 번째 총알은 피하지 못했다.

탕!

이번 사격은 메리에게 가해진 것이었다. 나무 서랍을 관통한 총알이 메리의 몸 어딘가를 헤집고 튀어나왔다.

“꺄아아악.”

샤를은 여러 번의 게임플레이를 통해 전투의 프로페셔널이 되었다.

이전에 사격 수업을 통해서 게임 속 총소리를 구분하는 방법을 배웠는데 이건 군대에서 쓰는 군용 소총이었다. 명중률을 향상하기 위해 저격수용으로 개조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볼버를 위를 겨눈 샤를이 탄환을 연사했다. 메리가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상대에게서 반격이 올 줄은 몰랐는지 다잡은 사냥감을 발견한 사냥꾼처럼 느긋하던 그 남자가 허벅지에 탄환을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다.

여섯 발 중에 한 발을 맞췄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다 빗나가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명중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응접실 회랑 2층에는 안전을 위해 난간대 정도만 있었을 뿐이므로 좋은 엄폐물은 아니었다. 상대는 새로운 전술적 위치를 잡기 위해 재빨리 뒤로 물러나면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상대에게 경각심을 주고 말았다. 다행인 것은 상대에게 수류탄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고화력 무기가 있었다면 뒤로 물러나면서 즉각 집어던졌겠지.

“메리, 괜찮아요?”

“어, 어깨에.”

샤를은 메리의 상처를 살폈다. 어깨의 관통상이다.

“지혈하면서 기둥 뒤로 몸을 숨겨요. 난 지금 다가갈 수 없습니다. 저놈도 한 발 맞았으니 멀리 도망가지는 못할 겁니다. 내가 놈을 쫓아가죠.”

“구울은요?”

“이렇게 소음이 큰데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 더 없는 게 분명합니다.”

“자, 잠깐.”

대화 도중 재장전을 완전히 끝마친 샤를은 메리의 말을 무시하고 달렸다. 기민한 몸놀림으로 계단을 올라가 응접실 난간으로 향했다.

그곳에 검은 형체가 보였다. 그는 샤를을 조준하고 있었는데 몸을 조금이라도 빨리 빼내지 않으면 위험했을 것이었다.

탕!

‘가면을 쓰고 있군.’

피하면서 놈의 얼굴을 봤는데 늑대 가면을 쓰고 있었으며 몸에는 무슨 짐승의 가죽을 덧대어 형상이 심히 괴이했다.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붉은색 외눈이 번뜩거리고 있었다.

“넌 누구냐!”

“크르르르.”

그의 입에서는 마치 짐승의 것 같은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놈이 재장전하는 동안 샤를은 재차 연사를 가했다.

가까운 거리, 모퉁이를 돌아서 발사했는데 어깨와 옆구리에 명중했다. 손의 떨림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특성 때문에 샤를은 냉정할 정도로 침착한 편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저 괴물 같은 인간은 샤를에게서 공포를 끌어내고 있었다.

샤를이 경험으로 익힌 것은, 두려울수록 대담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움츠러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렇게 총알에 맞았는데도 놈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소총을 재장전하다가 탄환이 물렸는지 여러 번 툭툭 소총을 치던 놈은 이를 갈았다.

놈은 벽에 놓인 양손 도끼를 들더니 괴성을 지르면서 달려들었다. 아직 샤를이 재장전을 채 끝마치지 못한 상태였다.

부웅!

횡으로 휘두른 도끼가 샤를의 머리 위를 지나갔다. 샤를은 재빨리 놈에게 근접해서 태클을 걸었다. 앨런처럼 체구가 컸다면 불가능한 방법이었겠지만 그의 체구는 샤를보다 비슷하거나 살짝 작았다.

태클을 걸어서 레슬링으로 돌입하자, 이제부터는 샤를의 장기를 발휘할 시간이었다. 수 없는 플레이로 다져진 격투 경험이 그에게 있다.

상대는 전문적인 사격 실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전직 군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근접 격투 실력도 상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몇 번의 주먹질로 놈의 면상을 공격했다. 그리고 주먹을 회피하면서 샤를은 격투 도중 깨달았다. 붉은색 안광이 한쪽밖에 없는 데다가 안광이 없는 곳에서의 공격은 그대로 얻어맞고 있었다.

‘이놈, 한쪽 시야가 없어.’

설마 하는 생각을 하는 도중, 놈의 주먹을 얻어맞았다. 비정상적으로 강한 힘 때문에 샤를은 뒤로 물러났다. 막아낸 팔뚝이 저릿저릿했다. 마치 쇠파이프나 각목으로 얻어맞은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샤를이 잠깐 경직되었을 때 놈은 손바닥을 펴서 샤를을 밀쳐버렸다. 몸이 붕 뜨는 감각과 함께 샤를이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주문을 쓸까? 아니다. 아직 할 만했다. 샤를의 신체 성능은 예상 이상으로 대단했다. 고통은 있을지언정 무력화되지는 않았다.

도끼를 집어 던진 놈은 그대로 샤를을 찢어버리려고 맨손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그 괴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샤를은 비틀거리면서 위치를 조정했다. 그의 뒤에는 난간이 있다.

“쿠와아아아아!”

미친듯한 소리를 내면서 달려드는 놈을, 유도의 엎어치기를 응용해 그대로 던져 버렸다. 놈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난간에 부딪히지도 않고 그대로 위를 훌쩍 넘겨서 1층 아래로 추락했다.

떨어지면서 그는 샹들리에 파편이 조각나 날카로운 흉기가 되어있는 곳에 등을 뉘었고 전신이 관통당했다. 볼 것도 없는 즉사였다.

-저런, 불쌍하게도 장난감 블록을 밟은 것보단 더 아프겠네.

-…….

잠시 숨을 고르면서 육체적 충격에서 회복한 뒤에 샤를은 1층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니 메리가 벌써 떨어진 놈을 살피고 있었다. 로렌이나 메리나, 이 여자들은 어지간히 담대한 성격인 것 같다.

“늑대 가면…….”

샤를은 늑대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알았다. 저건 헬파이어 클럽의 상징물이었다. 삼두견 케르베로스의 권능에 속해있기도 했다.

‘헬파이어 클럽의 전신(前身), 성 케르베로스 회합의 상징물이기도 하지.’

“일단 가면을 벗겨보죠.”

둘은 사체에서 늑대 가면을 끌어 내렸다. 그리고 화들짝 놀랐다.

“어, 피, 피터?”

놀란 메리가 뒤로 물러났다. 늑대 가면의 남자는 솔로도 제프리도 아니었다. 그는 피터였다. 샤를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이제 이해가 가는군. 혈주찬상의 능력 때문에 야만의 상태로 되돌아가게 된 거야’

멀쩡한 총 내버려 두고 처음에는 도끼를 집더니 나중에 맨손으로 덤벼들면서 완전히 이성을 잃었었다. 피터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미쳐갔던 거다.

혈주찬상은 피와 불꽃, 전쟁을 의미하기도 했지만, 야만을 상징하는 신이기도 했다.

“왜, 어째서 피터가? 부, 분명 구울이 습격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와 같이 있었는데!?”

“…….”

이건 샤를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대체 이 저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정황을 보면 피터는 구울과 함께 인간 사냥을 했던 것처럼 보인다. 어째서 그래야만 했지?

짝. 짝. 짝.

그때 박수 소리가 들렸다. 샤를과 메리가 돌아보자 그곳에 솔로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건 비웃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감탄한다는 박수 소리였다. 솔로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엇다.

“피터는 혈주(血酒)를 너무 많이 마셔버렸다. 혈주찬상은 단순한 신이 아니란 말이지. 그를 믿으면서 충성하다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렸던 거야. 그 때문에 우리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난 상태였는데, 그를 제거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군.”

“……!”

샤를은 당황해서 리볼버를 들려다가 ‘우연하게도’ 손이 미끄러져서 리볼버를 놓쳤다. 그는 솔로가 가진 유물의 능력이 그를 적대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판단했다.

솔로의 검지가 양옆으로 오간다

“종막에 이르기 전까지 나는 죽지 않는다. 그건 정해져 있는 규칙이지.”

샤를은 그 경고를 들으면서 리볼버를 바닥에서 들어 올렸으나 사격은 가하지 않았다.

“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메리가 마치 애원하듯 캐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이게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원한 게 아니었어. 하지만 그가 원했지.”

“그?”

“혈주찬상”

“뭐? 그게 뭐야!?”

“그는 피와 강철, 폭약과 불꽃, 전쟁과 야만의 신이다.”

메리는 그 말이 뭔지 깨달았다. 광명 교회에서 가르치는 이단신에 관한 말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너, 무슨 이단 숭배자 같은 거야? 사이비?”

“교회에서 가르치는 이단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승리자의 역사가 만들어낸 음, 그래. ‘자기 합리화’라고 할 수 있겠군. 역사를 새로 쓰는 승자의 권리랄까.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네가 말하는 이단, 을 숭배하는 자는 아니다. 그냥 단순히 대리인의 역할을 할 뿐이지.”

그 말에 메리는 더욱 황당해졌다. 대체 솔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광명교 사람들을 싫어하던 솔로가 광명자를 말하는 것이나, 이번 사건에 대해서 명확히 해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나 점점 메리는 솔로가 낯설어졌다.

같은 거죽을 뒤집어쓴 완전히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샤를은 그 이야기를 전부 이해하고 있었다. 혈주찬상과 솔로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이 확실했다. 협력자일 확률이 높겠지.

그는 솔로가 말하는 도중 그의 셔츠에 끼워져 있는 만년필을 발견했다.

‘저게 바로 그 만년필이군.’

“마지막엔 로렌과 샤를이 있어야 하는데 어째서 메리와 샤를이 있는 거지? 이해할 수 없는 전개로군.”

“마지막?”

“그래. 뭐 아무렴 좋다. 누구든 둘만 있으면 되니까. 이제 종막에 거의 도착했으니 그 실체를 확인하기만 하면 돼.”

-이 새끼 지 할말 만 하는데. 존나 열 받네. 씹새가!

-고운 말 만 씁시다.

-개소리!

분노에 찬 파기나레코르의 중얼거림을 들으면서 샤를은 솔로를 없애버려야 하나 말아야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직 그에게는 알아내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었다.

제 할 말만 하는 타입이라면, 그가 개떡같이 하는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된다. 말하는 맥락을 보아하니 솔로의 능력은 유물의 사용자가 완전히 제어하는 능력이 아닌 것 같았다.

‘마지막에 샤를과 로렌이 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었지. 그는 리메이크가 된 소설, 그러니까 지금 현실의 내용을 미리 읽어본 것이 분명해. 그게 뒤틀어졌다는 말은 나의 존재가 은근히 유물의 능력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일지도 몰라.’

계시의 석판 조각을 두 개 얻은 샤를은 일반적인 영성자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다. 아무런 능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이미 운명을 한 번 뒤틀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어쩌면 유물 자체에 빈틈이 있어 완벽한 구현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르지. 혹은 유물은 완벽하더라도 사용자인 솔로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샤를이 입을 열었다.

“네가 그렇게 나타난 것을 보니 마지막이라는 것은 이야기의 종막을 말하는 것 같군. 그렇다면 그 종막은 어디서 시작되지?”

“역시 자네는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 그건 이 지하의 끝에서 벌어진다. 자네들은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있지?”

맞다. 솔로의 소설 속에서 구울을 발견했을 때, 그 석관 뒤쪽으로는 가보지 않았었다.

“그곳에 제단이 있다. 옛 성 케르베로스 회합에서 벌이던 의식을 집전하는 곳이지. 모든 일은 거기서 시작되었지. 제프리의 탄생도, 그리고 피터와 솔로가 그 기이한 일에 빠져들게 되는 것도 말이야.”

“솔로,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말하지 않을 셈이야?”

메리가 묻자 솔로가 대답했다.

“지하 끝에 가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솔로가 모든 것을 말하지 않더라도 말이지.”

-이 쉑 자기 자신을 3인칭으로 지칭하는데.

-자기 자신을 3인칭으로 지칭하는 놈은 죽여도 좋다고 그랬는데.

-누가?

-있어. 그런 사람이……. 흠. 사람인가?

시답잖은 소리를 파기나레코르와 나누는 동안 메리가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무언가에 공격받은 건 아니었다. 조금 전에 입은 상처 때문이다. 샤를은 그녀의 안색이 창백한 것을 봤다.

“지혈이 제대로 안 됐네요. 잠깐 기다려보세요.”

“나, 난 됐어.”

샤를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메리의 상처를 강하게 동여맸다. 하지만 그녀는 병원에 가야한다. 지금 솔로의 말을 따라서 어디로 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나도 따라가겠어.”

“아뇨. 나 혼자 가도록 하죠. 창고까지는 혼자 돌아다닐 수 있나요? 흠. 그냥은 안 되겠군요.”

샤를은 들고 있던 리볼버를 탄환 주머니와 함께 그녀에게 건넸다. 총을 받은 메리가 놀란 눈으로 샤를을 쳐다봤다.

“총을?”

“전 이 무기면 됩니다.”

대신 메리가 들고 있던 마체테를 샤를이 들었다. 구울의 피가 묻어있는 마체테는 섬뜩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메리는 탈락이야.”

“……가지.”

“나 혼자인데 별 상관없나?”

“그렇다. 때가 되면 자동으로 둘이 될 것이다. 원하건 원치 않건 말이지.”

솔로가 발걸음을 올렸다. 샤를은 손목 스냅으로 마체테를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그를 따라갔다. 총기류는 어느 정도 숙련도가 있지만 이런 마체테류의 무기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