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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39화 (39/221)

제39화 - 오늘의 세 손님이 떠난 이후에 샤를은 비밀 서재로 들어왔다. 오늘 분석해야 할 것이 많았다. 저번에 얻었던 증가 된 석판 능력에 대해서 분석해야 했고 이번에 새로 얻었던 성과를 확인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난 뒤 심상 세계에 갈 생각이었다. 계시의 석판 두 개가 합쳐진 상태. 지금 대체 얼마나 그 힘이 강해졌을지 궁금하기 그지없었다.

“얻은 수확물을 좀 살펴볼까.”

새로 얻은 물건은 유물 1개, 그리고 마도서 1권, 그리고 정화되고 있는 조각구원회의 성물 1개. 총 3개였다.

그 외에도 린덴 가문의 저택에서 잡다한 오컬트 재료나 달란트 등 이것저것을 털어왔지만 중요한 건 세 개 정도다.

유물부터 살펴보기 위해 집었다. 이건 에브렌 린덴이 가지고 있었던 에메랄드 브로치로 샤를의 리볼버 탄환을 익히 막아낸 바가 있다.

샤를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 아름다운 모노클과 투박한 커틀러스가 놓여 있었다. 저번에 저택에서 모노클은 사용하지 못했다.

주변에 길쭉한 금속재 물건이 없었기 때문. 그렇다고 대낮에 커틀러스를 들고 돌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리고 커틀러스가 아니더라도 1m가 넘어가는 금속재 물건은 눈에 띈다.

‘그에 비해서 브로치는 항상 착용하고 다닐 수 있지.’

에메랄드 브로치에 지배의 권능을 걸어서 상태창을 읽었다.

[에메랄드 브로치]

[분류 : 유물]

[개요 : 연원을 알 수 없는 브로치.

능력 : 착용자는 원거리, 근거리의 물리적 타격에 의해 보호받는다. 어떤 강력한 물리적 공격이라도 막아낼 수 있다. 10회 공격을 받으면 브로치의 방호는 사라지며 다음 충전까지 하루가 걸린다.

부작용 : 착용한 동안 매일 하루에 파인애플을 여섯 개를 섭취해야 한다. 섭취하지 않으면 보호 받았던 피해가 되돌아온다.]

“굉장한데.”

충전 하루에 10회까지의 물리력 방어라니. 이게 있으면 저격수의 탄환에서도 멀쩡하게 생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알아 두어야 할 것은 물리력이라서 만약 상대가 화염 방사기라도 들고 있으면 전혀 소용이 없다.

도시 내에서 화염 방사기를 들고 있는 적을 어떻게 마주치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메트로폴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파인애플을 섭취해야 한다는 미친 조건이 좀 걸리긴 하지만.’

뭐, 어차피 파인애플이야 도시내에서 구할 수 있는 거니 생각 이상으로 나쁜 부작용은 아니었다.

샤를은 그 다음 장비에 지배의 권능을 걸었다.

[사자소생의 서 1권.]

[분류 : 마도서]

[개요 : 강령술이 적혀 있는 사자소생의 서. 이계의 신, ‘부음사자(訃音死者)’의 힘을 빌려다 사용한다. 고 헤르메스 시대의 강령술사에 대한 기록과 함께 죽은 자의 완벽한 부활에 관해 적혀 있다. 또는 죽은 자를 하인으로 삼는 주문도 적혀 있다.

부작용 : 마도서를 사용할수록 죽음에 이끌리게 되며 자살 충동이 강하게 일어난다.]

-우으!

파닥파닥 날아온 파기나레코르가 샤를의 손에 들린 책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시체 썩는 냄새나. 쭈인 이거 당장 치워.

-킁킁. 안 나는데.

-구리구리한 냄새가 안 난단 말이야? 이 녀석 거기다 1/3되어 있잖아. 사자/소생의/서에서 사자(死者)를 담당하고 있네.

뭐야 초/갈 같은 건가. 샤를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사자소생의 서를 내려놓았다. 당장은 이 마도서를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시체를 사용하는 건 하수인을 만드는 가장 간단한 수법이었지만 생리적인 혐오감이 든다.

다른 교주로 플레이했을 때도 네크로맨서 같은 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때려 쳤다. 언데드가 무적이냐하면 그것도 아니었고. 거기다 메트로폴은 대도시다.

배경이 메트로폴이 아니라 어디 초원, 평원, 뭐 이런 곳이었다면 쓸만했겠지만, 이 도시에서 시체를 찾으려면 공동묘지까지 가야 했다.

멀고 거슬리는 묘지기도 치워야 하는 데다가 그렇게 가져온 시체를 보관할 곳도 없고 시체를 언데드로 재창조해야 하니 즉발 전력감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리고 언데드는 광명 교회의 성기사단에게 싹 쓸린다. 차라리 이계에서 새로운 하수인을 소환해서 계약을 맺는 게 몇 배는 이롭다.

-뭐 사자소생의 서를 3권까지 전부 모은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일단 비밀 서재 어딘가에 봉인해뒀다. 마도서는 안타깝게도 심상 세계로 가져갈 수가 없다. 파기나레코르가 그의 심상 세계에 보관되지 못하는 것처럼 사자소생의 서도 그렇다.

사실 샤를이 제일 기대하고 있는 것은 마지막 물건이었다. 샤를은 뒤쪽 창고에 보관했던 함을 꺼냈다. 함의 뚜껑을 열자 가득 차 있었던 광명자의 성수가 하나도 남김 없이 증발해있었다.

‘아니, 증발이라기보단 흡수가 맞겠네.’

광명자의 힘에 의해 약화 된 성배 조각품은 이전처럼 미친 듯이 계몽을 뿌리지 않고 있었다. 샤를은 손을 들어서 성배 조각품에 가져다 댔다.

-쭈인, 겁이 없어졌네.

-충분히 중화해뒀거든. 이 성배 조각품은 이제 조각 기계의 손에서 완전히 벗어났어.

손을 대서 영성을 흩뿌리자 본래의 성배 조각품에 섞여 있었던 어마어마한 악의(惡意)가 씻은 듯이 사라진 상태였다. 계몽 수치도 올라가지 않고 별 다른 해로움도 없다.

이 정도면 평범한 일반인이 봐도 괜찮을 정도였다. 샤를은 이제 지배의 권능을 사용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두근두근 하구만.”

-이제 이걸 지배하는 거야?

-쪼금 오래 걸릴 수도 있어. 이제부터 집중할 테니 말 걸지마.

-알았어.

파기나 레코르가 근처의 책상에 앉아서 샤를을 바라보았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한다. 지배의 권능은 평범한 이능이 아니다.

그가 빙의하기 전 프롤로그 이전의 샤를이 자신이 가진 모든 걸 ‘헤르메스’라는 존재에게 바쳐 얻어낸 능력. 헤르메스는 시대에 그 이름이 새겨져 있을 정도로 위대한 존재였다.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이계의 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를 손에 꼽는다면 1순위로 올라가 있을 정도.

그런 헤르메스가 건넨 이능력인 만큼 성물조차도 지배할 수 있었다. 손가락 끝이 연결되면서 평소와는 다른 반동이 돌아온다. 일반 유물과는 달리 강한 저항력이 느껴진다.

구조를 파악하고 권능을 펼쳐서 지배한다. 석판 조각을 2개나 얻은 샤를의 영성은 무지막지한 수치로 증가해 있었다. 단순히 영성으로 깔아서 짓뭉개자 기어코 성배 조각품이 굴복했다.

성배 조각품이 정신을 연결해 텔레파시를 보냈다.

-프로그램 초기화. 관리자 권한 변경.

[성배 조각품 : 컵, 지팡이, 검, 메달로 분류되는 4대 성물 중 하나. 원래 조각 기계가 직접 힘을 부여한 성물이었으나 그 힘을 대부분 잃어버리고 사용자 샤를에게 귀속된 상태. 조각 기계에 의해 창조된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있으나 프로그램이 초기화되어 있다. 대량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샤를은 지배가 끝난 성배 조각품을 바라보았다. 사파이어 부분과 루비 부분의 그 두 하트 모양의 보석이 빛나고 있었다. 텔레파시로 전달되는 목소리는 기계적인 목소리였다.

상태창에 있는 대량의 능력을 토글하면 정보를 알아볼 수 있으나 샤를은 그냥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네게는 무슨 능력이 있지?

-사용자의 ‘제작’에 관련된 능력이 향상됩니다.

-타 존재에 깃든 영성이나 물건에 깃든 영성을 수집해 보관할 수 있으며 그것을 타인에게 건넬 수 있습니다.

-성배와 연동된 소유자는 항상 성배에 여분의 영성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살아있는 이상 영구적으로 영성을 공급받습니다.

-성배에 담긴 물을 마시면 신체와 정신이 치유됩니다.

“좋아.”

샤를은 씨익 웃었다. 샤를은 지배의 권능으로 성물의 ‘완전한 능력’을 빼앗았다.

‘그렇더라도, 실제 조각구원회의 교주만큼은 완벽하게 능력을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100%의 능력이 아니라 70% 정도 다운 그레이드 된 상태로 가져오겠지만 그렇더라도 남의 권능을 빼앗아 오는게 어딘가.

일전에 조각구원회의 교주인 요나스 샤프트로 플레이를 한 적이 있었다.

요나스 샤프트는 일신의 능력도 강력하지만, 특히 성물에서 나오는 능력이 개사기였다. 사실 요나스 말고도 다른 교단의 성물들도 하나같이 만만찮기는 했다.

성배 조각품의 최대 장점이라면 거의 무한에 가까운 영성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인간의 신체에는 보관할 수 있는 영성의 양이 정해져 있었다. 영혼의 크기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 하지만 성배 조각품과 신체를 연동하면 성배 조각품에서 영성을 끌어다 쓸 수 있다.

원래는 이런 게 불가능하다.

일시적으로 다른 곳에 깃들게 하는 건 쉽지만 영구적으로 영성을 깃들게 하는 건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 성물은 영구적으로 영성을 보관할 수 있다.

성물과 연결된 동안 기존에 보관해뒀던 영성을 공급받을 수 있다.

‘요나스 샤프트가 사용할 바에는 내 손에 있는 게 안전하지.’

만약 이 성물을 요나스가 가지고 있었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그는 메트로폴 도시의 평범한 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인신공양을 통해서 그들의 영혼을 전부 영성으로 교환해 성배 조각품에 담기 때문이었다.

샤를은 그런 미친 방식으로 영성을 꾸역꾸역 먹을 생각은 없으므로 자신의 영성을 보관해뒀다가 나중에 공급받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신체를 치유하는 능력. 이걸로 따로 포션을 구할 필요가 없다. 자잘한 연고는 혹시 몰라 사두면 좋겠지만 포션의 대용품이 생긴 셈.

대충 물건쪽은 정리 됐으니 심상 세계에 가서 샤를은 자신이 얻은 석판의 능력을 살펴볼 생각이었다.

눈을 감고 내면으로 침잠한다.

심상 세계에 도착하자 샤를은 부유석 일대가 놓인 곳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 새로운 석판 조각이 기존의 석판 조각과 합쳐져 있었다.

맨 처음 석판 조각을 얻었을 때는 심상 세계에서 무존자라는 신앙을 형성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석판을 획득한 지금, 샤를은 어떤 초월적인 능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처음 봤었던 환상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보인다……. 과거가.’

아주 오래전 고대에 있었던 환상이 다시 펼쳐진다.

처음 석판 조각에게서 봤었던 그 환영과 똑같았는데 이제부터 존재하지 않는 기억을 더듬어보니 사람들은 그 사건을 ‘승천’이라고 불렸다.

역시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보이는데 하얗게 세어버린 수염이 허리 아래까지 내려온 그 노인이었다. 샤를은 이제 그 노인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은 ‘렘’. 하지만 이름 말고는 더 알 수가 없었으나 고 헤르메스 시대 이전의 까마득한 시대가 렘 시대라고 불리는 걸 생각하면 이 노인은 굉장히 위대한 인물이 틀림없었다.

역시 예전에 봤었던 환상대로 그 노인의 앞에는 여섯 제자들이 서 있었다.

움직이는 이 환상 속에서 샤를은 실체를 갖추고 움직일 수 있었다. 3d로 공간을 볼 수 있다고 할까.

예전에는 석판의 시점으로 그들을 바라봤었던 것에 비해서, 이번에는 이 공간 자체가 녹화되어있는 느낌이었고 샤를은 그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여섯 제자는 하나같이 엄청난 영성을 보유한 존재들이었다.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영성을 갈고 닦은 듯했지만 그 기원은 렘이라는 이름의 노인에게서 비롯된 것이 분명했다.

그 노인과 제자들 사이에는 원탁이 있었는데 원탁 위에는 계시의 석판이 있었다. 조각 형태로 나 있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형태의 계시의 석판이었다.

샤를은 이 원탁의 이름이 허(虛)의 원탁이라는 것과, 아주 강대한 힘을 떠받칠 수 있는 유물이라는 것도 알았고 그 재질이 거인의 어깨뼈로 이뤄져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수많은 것들이 분석된다. 샤를은 여섯 제자에 관해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들의 이름과 또한 그들의 과거,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생애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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