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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36화 (36/221)

제36화 - 샤를의 창에 의해 갑자기 주변이 밝아지자 에브렌이 깜짝 놀라면서 돌아보았다.

“도어!”

“에브렌 가만히 있어!”

“아하. 댁이 남편이군? 도어 린덴.”

“잠깐 기다려봐 에브렌. 이봐, 외부인.”

샤를은 창을 들고 도어 린덴을 바라보았다. 그의 특징적인 외모를 볼 때, 그가 메시에 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이비 교주 시뮬레이터에서 외계인을 보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계를 통해서 오고 가면 현실에서는 수억 광년 떨어진 곳에 있더라도 왕래하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샤를은 메시에 인의 특징이나 능력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다.

보통 인간보다 뛰어난 지성을 지녔으며 인간이 보기에는 다재다능하게 보인다. 거기다 상당히 강력한 마법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 메시에 인은 선천적으로 호기심이 왕성하기도 했다.

그들이 가진 수백 년의 수명을 호기심을 충족시키는데 대부분 소모하곤 했다. 그런 메시에 인이, 지금 의식을 마지막에 두고 간절하게 샤를에게 호소하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마. 외부인이여. 하지만 이 의식을 방해하지 마라. 우리는 수십 년간 이날만을 위해 기다려왔다. 그간 우리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는가? 우리가 잃어버린 상실감은? 제발 의식이 끝날 때까지만 기다려다오. 원하는 게 뭐지? 돈? 명예? 아니면 내가 들고 있는 이 마도서? 모두 다 줄테니…….”

“글쎄. 메시에 인. 너희 종족은 다른 사람의 절망이나 간절함 같은 것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을 텐데.”

메시에 인이 호의로 인간을 돕는다? 이건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다. 메시에 인은 기본적으로 인간과는 달랐다. 그들은 지극히 이기주의적이며 자신의 관점만을 위해서 움직인다.

그럼 이 메시에 인은 뭘 위해서 이런 공을 들여서 의식을 거행하는 걸까? 추측은 쉽다. 드레이크의 자료를 통해서 에브렌 린덴은 에이브라함의 피를 이은 후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샤를의 예상이 적중한다면 도어 린덴의 목적은 사자소생의 서를 통해서 의식이 집전될 때, 에브렌 린덴의 무의식 깊은 곳까지 도달해서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데이터를 뽑아낼 생각일 것이다.

도어 린덴은 의외로 순순히 수긍했다.

“좋아. 솔직히 말하지. 나는 에브렌의 첫째 아이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나는 그녀의 내면에 무엇이 있는지가 궁금하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궁금해.”

“그걸 꺼내면 당신은 죽을지도 모르는데?”

“내 목숨 따위는 호기심에 비하면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

샤를은 창을 꾹 쥐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안 된다.

맨 처음에는 의식이 이뤄지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생각이었다. 샤를도 바깥으로 꺼내진 계시의 석판 조각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내는지 궁금했으니까.

하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무존자의 창을 들어서 곧바로 제단을 향해 던졌다.

“안 돼!”

도어 린덴은 자신의 몸을 날려서 주문을 그대로 몸으로 받아냈다. 그는 인간보다 마법 저항력이 높았지만, 샤를의 주문은 일반 주문보다 더 강했다.

“커헉!”

도어 린덴의 전신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전신이 불타면서도 도어 린덴은 사자소생의 서를 에브렌에게 던졌다. 샤를은 두 번째 주문을 만들기 위해 허공에 손을 뻗었다.

에브렌은 얼른 마도서를 받아서 의식의 다음 구문을 외웠다. 모리는 아직 죽지 않았다. 하지만 불완전한 상태에서도 에브렌은 해야만 했다.

“……비로소 모든 대가를 바쳐 동등한 것을 죽이고 다시 살리니.”

샤를은 마지막으로 에브렌에게 말했다.

“사자소생의 의식은 당신이 생각하는 부활 주문이 아니야. 믿어도 돼. 나도 그 의식을 누군가 치르는 걸 본 적이 있으니까.”

이전의 게임에서, 에브렌 린덴처럼 소중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사자소생의 의식을 치르는 인간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샤를은 사자소생의 의식이 제대로 된 부활 주문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에브렌 린덴은 샤를의 충고를 무시했다.

“……이윽고 명계를 열어 죽은 자를 되살리노니!”

“역시 사람은 믿고 싶은 것만을 믿지.”

이제 이렇게 된 이상 멀쩡하게 끝내기는 글렀다. 최후까지 아끼고 있었지만, 이제는 해야겠다. 품에서 권총을 꺼내서 에브렌에게 조준했다.

리볼버의 격철을 당기고 불똥이 튄다. 효율적으로 인간을 살상하게 적합하게 만든 이 무기는 무존자의 창 주문을 완성하는 속도보다 몇 배는 빨랐다.

그러나 탄환이 적중하는 순간 에브렌의 주변에 희미한 막이 생겨났다가 총알을 튕겨내고는 사라졌다.

‘물리 보호…!’

어떤 특별한 보호 능력을 가진 마도구를 지닌 게 분명했다. 권총을 집어넣고 화염창을 끌어내려는 순간, 무시무시한 기운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허공에 응집되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거대한 어둠이 되어서 주변의 대기를 진동시켰다.

태풍 같은 바람이 불어오고 응집되어 가던 샤를의 영성도 흐트러지면서 주문이 취소되었다. 제단에 있던 시체들은 마치 말라비틀어진 미라처럼 변했다.

그리고 에브렌이 한 손으로 안고 있던 상자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에브렌은 마도서도 집어 던지고는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 보이는 건 아기의 형상을 한 무언가였다. 피부는 온통 검고 몸 주변에서 무언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구더기나 촉수 같은 것들이 몸 밖으로 삐죽 튀어나와 있었지만 에브렌은 개의치 않았다.

“내 아가…….”

샤를은 그 모습을 보면서 두렵다기보다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적인 힘을 모아서 소환하는 게 긍정적인 것일 리가 없잖아.’

간단한 이치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걸 광기라고 부른다.

비록 다른 부분에 있어서 이성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깊은 내면은 완전히 죽어버리고 만 것이라, 처음부터 에브렌 린덴은 인간이 아니라 걸어 다니는 무언가였던 거다.

‘하지만 어째서 계시의 석판 조각은 보이지 않지? 에브렌 린덴의 깊은 내면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아직도 잠들어있는 건가?’

샤를은 기괴한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를 껴안고 있는 에브렌을 보면서 계시의 석판 조각을 찾았다. 어쩌면 에브렌 린덴의 내면에 없었는 것일지도 모른다.

혈족 계승을 통해서 전달되니 드레이크조차 찾아내지 못했던 다른 방계 일족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것일지도.

그렇게 생각한 순간, 샤를은 에브렌이 끌어안고 있던 아이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깊은 어둠을 느꼈다. 그 어둠이 샤를의 내면에 있는 석판 조각을 직시했다.

-주, 주인. 저, 저 아기 뭔가 달라.

처음으로 파기나레코르가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계시의 석판 조각이 깃든 아기인 것이다.

‘혈족 계승을 통해서 아기에게 계시의 석판이 이어진 것인가?’

죽었다가 부활했을 터인 아기는 점점 그로테스크하게 자라기 시작했다.

-저거, 저거 뭔가 이상한데.

-파기, 너 하나 지킬 수 있는 능력은 있어?

-어……. 도망은 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기 살아남은 꼬맹이 데리고 도망칠 수 있겠어? 이 층만이라도 벗어나게.

-어떻게든 해볼게.

파기나레코르는 샤를의 허리춤에서 나와서 허공으로 떠오르면서 바디랭귀지로 모리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려는 게 보였다. 책이 요리조리 움직여보지만, 모리는 멍하게 있었으므로, 강제로 등을 떠미는 식으로 밀었다.

여전히 파기나레코르는 샤를에게서 멀리 벗어나지 못하지만 적어도 그만큼이라도…….

그러는 동안 샤를은 손에 불타는 창을 쥐고 그 괴물을 노려보았다. 꿈틀거리면서 에브렌 린델을 잡아먹는 괴물은 점점 덩치가 커져갔다. 괴생물체는 사지가 촉수로 이뤄져 있었다.

‘운이 따라줬으면 부활까지도 가지 않았을 텐데.’

제물의 개수가 모자란 건 에브렌 린델도 알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 때문인지 깨어난 아기 괴물은 모든 힘을 얻지는 못했다.

사자소생의 서는 부활 주문이 맞긴 했다. 다만 인간이라는 멀쩡한 ‘원형’으로 부활하는 게 아니라 재물로 사용된 것, 예를 들면 비늘이라던가 촉수라던가를 기점으로 가장 가까운 이계의 종족의 형태로 변질되어 부활한다.

‘크텔레곤인가.’

크텔레곤은 이계 중층에 서식하는 괴물이었다. 보통 형태가 없는 부정형 괴물로 신체가 대부분 촉수로 이뤄진 괴물이었으나 사자소생의 의식으로 부활했기 때문에 반―인간, 반―크텔레곤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놈은 3m가 넘었으며 대부분 촉수로 이뤄져 있었다. 인간인 부분은 아기의 얼굴 부분인데 보통 아기는 귀엽기 마련이었지만 뒤틀린 방식으로 부활 된 아기는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얼굴만큼은 흡사 새벽의 저주라는 영화에서 나왔던 아기 좀비 같다. 이런 기형의 괴물에 대해서 샤를은 침착하게 분석했다.

‘크텔레곤은 독, 암흑, 물리 속성에 친화적이지.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독과 암흑에 관해서는 사용할 수 없을 거야.’

분석을 끝낸 샤를은 일단 창부터 던졌다. 에브렌 린델을 소화시키던 크텔레곤은 팔뚝을 들어서 막아냈지만 촉수는 화염 저항력이 없었다.

크텔레곤은 신기하다는 듯 자신의 불타는 오른팔 촉수를 바라보았다. 고통도 전혀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어린 개체야. 싸우는 법을 몰라’

놈에 대해서 거의 파악한 뒤, 속전속결로 빠르게 태워서 없애버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크텔레곤은 이계에서도 유명한 전투 종족이었다. 촉수 끝에서 튀어나오는 물리력은 웬만한 중장비 이상의 위험함을 갖고 있다. 거기다 전투 학습 능력이 뛰어났다.

주문 같은 것을 외우지도 않고 암흑의 속성을 자연스럽게 다루며 시간이 지나면 촉수에서 독을 뿜어내기도 했다. 크텔레곤의 독무(毒霧)는 익히 경험해서 알고 있다.

단일 개체로 보면 이전에 이계에서 봤던 개미 종족보다 훨씬 더 강하다. 크텔레곤은 재차 날아오는 이글거리는 화염을 피했다. 샤를이 두 번째로 발사한 창이었다. 불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듯했다.

크텔레곤은 타오르는 오른팔 촉수를 내밀어서 샤를을 향해 창처럼 쏘아냈다. 재빠르게 옆으로 구른 샤를은 추가 주문 대신 리볼버를 들어서 크텔레곤의 얼굴로 쏴버렸다.

놈의 유일한 인간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일그러진 아기 얼굴로 세 발의 탄환이 날아간다. 두 발은 빗나갔고 다른 한 발은 뺨을 스쳐 지나갔다.

피가 흐르자 크텔레곤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걸 보고 샤를은 놈의 약점이 얼굴 부분이라는 걸 알았다. 촉수 부분은 아예 통각 자체가 없지만 인간의 신체는 감각이 있는 거다.

재차 두 번의 총격을 가하자 이번에는 귀를 관통했다.

딸깍. 딸깍.

어느새 여섯 발 이상 쏴버렸지만 샤를은 자신도 모르게 빈 리볼버의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탄환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냉정을 유지하지 못했던 샤를에게, 격노한 크텔레곤이 괴성을 지르면서 달려온다.

과아아아아아아――!

아기 얼굴에서 내지른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괴성……. 소름이 우수수 돋는다. 하지만 샤를은 공포에 떨면서도 미리 준비했던 주문을 발동시켰다.

주변에 하얀색 나비가 마치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족히 수십 마리는 되어 보이는 하얀 나비들은 무작위적으로 날아올랐다.

크텔레곤은 이 나비들을 보고 괴성을 지르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나비를 향해 휘두른 주먹이 벽면에 닿자 벽면을 완전히 꿰뚫어 버린다.

부서진 벽면이 우수수 떨어지나 그 주먹에는 나비가 보이지 않았다. 허공을 친 것 같다는 감각을 느낀 크텔레곤은 나비를 이리저리 치운 다음에 고개를 돌려서 주변을 살폈다.

나비의 환각 때문에 이 끔찍한 반인반괴의 시야에 샤를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더욱 화가 났다. 닥치는 대로 주변을 부숴버렸다.

샤를은 뒤로 살짝 물러나면서 리볼버를 재장전하면서 크텔레곤을 살폈다. 제대로 된 크텔레곤이라면 마법 저항력으로 인해서 지금 나비가 보여주는 환각에서 벗어났을 것이었다.

‘이 방법도 완전한 건 아니야. 곧 환각이 풀리고 강해진 저항력으로 다음에 사용할 나비 주문에 대해서 면역을 갖추겠지. 지금 중요한 건 한 방에 죽이는 거야.’

환각에 휩쓸려 아무 데나 팔을 휘두르는 크텔레곤. 샤를은 재차 창을 던졌다. 이번에는 관통력을 중시했다. 화염이 창의 끝에 깃들며 왼쪽 다리에 있는 촉수를 관통했다. 꿈틀거리는 검고 두꺼운 촉수가 완전히 관통되어 불에 그을렸다.

끔찍한 비명이 재차 들린다. 놈이 전신에서 고슴도치처럼 촉수를 뿜는다. 몸을 숙여서 피해낸 다음 놈을 없애기 위해 기회를 틈타려는 찰나에……. 무언가가 이 지하에 갑자기 나타났다.

손목을 당겨서 마침 재장전을 끝낸 샤를의 시선이 지하의 입구 쪽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키가 작은 조그만 소년이 바이올린을 들고 있었다.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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