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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34화 (34/221)

제34화 - 어쨌든 방금의 점술을 통해서 하나 알아낸 것이 있었다. 에브렌 린덴은 자신의 딸을 죽이려 했었다. 죽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평범하게 그런 일은 정상이 아닐 테니 분명 무언가의 의식에서 요구되는 것이다.

사악한 존재들은 꼭 계약을 맺거나 제사를 통해 무언가를 공납 받을 때 요구하는 것이 있다.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을 파괴해야만 하는 것.

사람의 영혼의 한쪽이 파괴될 정도의 충격을 받고 나면 부정적 에너지가 쏟아져 나오는데 그 부정적 감정을 매개로 주문을 완성하거나 의식을 성공시키는 거다.

‘하지만 스스로는 죽이지 못했다라…….’

샤를은 갑자기 일의 선후를 알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에브렌 린덴은 처음부터 세릴다 린덴을 죽일 의향이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 죽이지 못했고 조각구원회에게 ‘청부’를 한 게 아닐까? 빈스 한델이 에브렌 린덴을 죽였다.

‘조각구원회에서는 시체를 이용해 인형을 만들었지. 나는 세릴다 린덴이 무작위 타겟을 수색하는 빈스에게 걸려서 운 나쁘게 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애초에 린덴 가문에서는 일부러 세릴다를 빈스에게 노출시킨 거야.’

그 후, 세릴다 린덴은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보통 이 뒤에 세릴다 린덴은 인형이 되어 일어나야 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그 결과로 인해 세릴다 린덴의 시체는 반으로 나뉘어졌고 하나는 다리 위에서 발견된 것.

퍼즐 몇 개가 빠져있다. 어째서 린덴 부부는 자신의 딸을 죽여야 했으며, 또 그 시체가 필요했던 걸까? 뭘 하려고?

‘그러고보니 본 건물에서 세릴다의 형제자매들은 본적이 없군.’

그 형제자매들도 같은 방법으로 살해당한 것이 아닐까? 샤를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고 나섰다. 이 건물은 약품냄새가 여전히 진동했다.

샤를은 다른 방을 찾기 위해 살금살금 걸어서 움직였다. 이 저택의 고용인들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운신하기가 수월했다. 숙련된 도둑처럼 움직인 샤를은 다른 방도 뒤졌다.

그 결과, 그곳에서 또 다른 린덴 부부의 자식들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들의 방은 관리하지 않아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그래도 누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들도 하나같이 린덴 부부와 사진을 찍어뒀다. 그리고 다른 형제자매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같다.

‘이걸 봐서 린덴 부부는 여러 번 자신의 자식을 고아원에서 만들어냈던 것처럼 보이는군.’

린덴 부부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계속해서 자식을 입양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미쳤다. 사라졌다는 모리라는 아이도 다음 ‘자식’이 된 게 아닐까?

그 와중에 모리가 사라져서 에브렌 린덴은 혈안이 되어서 그 아이를 찾아내고 있는 거고. 그러면 말이 된다.

샤를은 조용히 움직이다가, 어떤 방 한군데서 멈췄다. 몽푀르 집사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용히 다가가 방문에 귀를 기댔다.

“죄송합니다. 그 탐정을 아직 못 찾았습니다.”

“몽푀르. 실망스럽군요. 당신이 찾아내지 못하면 이 집에선 누구도 찾아내지 못할 거에요.”

에브렌 린델과 몽푀르 집사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쥐’들을 풀어서 수색 중입니다.”

“나는 골칫덩이를 없애러 온 거지 골칫덩이를 더 만들러 온 게 아니에요. 그자가 쓸데없는 걸 알아내지 못하도록 빨리 찾아내도록 해요. 필요하다면 ‘주문’을 써도 좋아요.”

“알겠습니다.”

샤를은 그 즉시 몸을 뒤로 뺐다. 이 자들은 신비학에 대해서 알고 있다. 다만 그다지 뛰어난 존재는 아니었다.

‘영성이 있었군. 무언가를 이용해 속이고 있었고.’

몸에 지닌 물건으로 자신의 영성을 감추고 있었던 거다.

-파기, 근처에 쥐를 발견하면 말해줘.

-알겠어.

샤를도 쥐를 찾기 위해 노력할 테지만 파기나레코르가 망을 봐주면 두 배는 편해진다. 생물 사역마를 풀어서 저택 주변을 뒤지는 건가.

‘뭐야, 근데 쥐를 풀어서 저택을 수색할 수 있을 정도면 모리라는 꼬마는 벌써 들켰어야 하지 않나?’

샤를은 그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모리를 찾기로 했다. 본 저택을 계속 수색한 결과, 그는 결국 모리라는 아이를 찾아냈다.

어디 있었냐고? 놀랍게도 맨 처음 들어갔던 세릴다 린덴의 방에 있었다. 샅샅이 수색했는데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그 아이는 마치 무언가와 동화된 것처럼 벽장의 옷가지 사이에 숨어 있었다.

“네가 모리니?”

모리는 배가 고픈지 자신의 엄지를 쪽쪽 빨고 있었다. 확실히 샤를의 목소리를 들었는데도 반응이 없는 데다 눈동자도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심한 자폐증을 넘어서 백치 수준의 반응이었다.

이런 곳에 숨어 있으니 눈에 띄지 않지. 샤를도 옷가지의 미세한 진동이 아니었으면 전혀 몰랐을 거다. 숨을 쉴 때 오르락내리락하는 아주 작은 떨림으로 알아챘으니까.

샤를은 모리를 들어서 안았다. 전혀 반응이 없는 걸 보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기 시작할 때쯤 파기나레코르가 창문 밖에 무언가를 발견했다.

-주인! 창문을 봐!

고개를 돌리니 까마귀가 있었다. 그 까마귀는 창문턱에 걸터 앉아서 유리 너머로 샤를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사역마다.

-……쥐 말고도 더 있을 줄은 몰랐네.

그 순간 누군가 벽면을 타고 기어 올라온 다음 창문에 손을 뻗어서 열어버렸다. 상처 난 얼굴을 보아하니 몽푀르 집사였다.

“이거이거, 여기 계셨군요. 전혀 못 찾을 뻔했습니다.”

흐트러진 나비넥타이를 정리하면서 창문 안으로 들어온 몽푀르는 싱긋 웃었다.

“역시 훌륭한 탐정님이시군요. 벌써 그 아이를 찾아내다니 말입니다. 대단하시군요.”

“…….”

“자, 아이를 이쪽으로 건네주시죠.”

“건네주면 무슨 짓을 할 생각이지?”

“이런이런, 무슨 짓이라뇨. 린덴 부인께 돌려드릴 예정입니다.”

“너희들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이 저택. 단순히 고아원이 아니야.”

“하. 자꾸 그러시면…….”

몽푀르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우득, 우드드드득. 신체의 뼈가 부풀어 오르더니 그의 육체가 변했다. 평범한 노인에서 무시무시한 근육을 가진 헐크처럼 변했다. 키도 순식간에 2.6m의 거인이 된다.

그를 바라보는 샤를을 보면서 몽푀르가 싱긋 웃었다.

“전혀 동요가 없으시군요. 역시 당신도 영성자였군. 이 저택에는 무슨 이유가 있어서 기어들어 왔습니까?”

“댁들이 초대했는걸?”

“이런, 이런. 그렇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영역에 간섭하면 안 된다는 영성자들의 룰은 모르십니까?”

당연히 안다. 영성자들은 기본적으로 고립주의자였다. 모임이나 회합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자신의 영역에서 잘 벗어나지도 않고 자신들의 능력을 타인에게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불문율을 깨고 타인에게 간섭한다는 얘기는……. 싸우자는 얘기랑 똑같다.

“일단 제압해두고 얘기를 나눠봐야겠군요.”

샤를은 옆에 있는 청동 촛대를 들었다. 몽푀르는 다가오면서 실실 웃었다.

“그런 쪼그만 꼬챙이로 뭘 하시려고요? 껄껄껄.”

거대한 몽푀르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샤를은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뒤로 회피했다. 몽푀르는 바닥에 놓인 아이를 무시한 채 샤를에게 달려들었다.

재차 주먹질.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는 주먹에서 부우웅하고 공기를 찢는 듯한 소리가 난다. 소리에서 육중한 질량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대라도 얻어맞으면 뒤로 날아가 버릴 정도로 강력하겠지.

샤를은 총을 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조용히 제압할 생각으로 내면에서 주문을 끌어올렸다. 몽푀르가 재차 사람 몸뚱이만한 주먹을 내지르자 샤를은 그 순간 타이밍을 맞춰서 뛰어올랐다.

바닥에서 2m는 뛰어올랐는데 몽푀르의 머리에 촛대가 닿기에는 충분했다. 몽푀르는 날카로운 촛대를 보면서도 씨익 웃고 있었다. 겨우 그 정도로 자신에게 해를 입히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의 예상대로 두상에 박힌 촛대는 그다지 파고들지 않았다. 거죽을 손상시킨 정도. 하지만 샤를의 주문은 이제 완성되었다.

무존자의 화로.

어떤 허공에 초고열의 장소를 만들어내는 주문. 허공에 불의 구형이 떠오르자 순식간에 900도 가까이 치솟아, 황동의 녹는 점에 도달하자 촛대가 녹아버리면서 그대로 놈의 얼굴로 파고들었다.

그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면서 녹아내리는 황동을 떨쳐내기 위해 양손을 머리로 휘저어 긁어냈는데 양손에 묻은 황동이 그의 피부를 녹여버리고 있었다.

끔찍한 비명 끝에 몽푀르는 쓰러져서 움찔움찔 떨고 있었다. 황동의 녹는 것은 끝났지만 그는 지속적인 고통에 계속 노출되어 있었다. 그런 놈에게 샤를이 지배의 권능을 사용했다.

몽푀르는 정신을 파고드는 무언가에 저항하려고 했으나 샤를의 말을 듣고 저항을 멈췄다.

“저항하지 않으면 이 고통을 멈춰주마.”

그러자 전혀 저항하지 않고 샤를의 지배의 권능에 지배당했다. 샤를은 지배된 몽푀르의 통각을 완전히 차단했다.

“이름.”

“몽푀르 뱅상입니다.”

“네 주인은?”

“샤를 님이십니다.”

“좋아. 네 능력은?”

“저는 변신 능력자입니다……. 다른 사람이나 어떤 기괴한 생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몸이 헐크처럼 변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겠군.

“세릴다 린덴의 죽음에 관해서 말해봐라.”

“세릴다 린덴은 에브렌 린덴의 제물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에브렌은 본인이 자신의 딸을 죽이는 것을 할 수 없었고 대신 조각구원회라는 곳에서 나온 놈에게 그 역할을 맡겼습니다.”

“알고 있다. 빈스 한델이지.”

“네. 저는 에브렌님의 명령으로 빈스 한델이 지내는 곳에서 빈스라는 이름으로 같이 지냈습니다. 변신술을 사용해서요.”

그가 바로 저녁 빈스였다. 샤를은 알리바이가 있어서 경찰의 이목에서 벗어났다는 저녁 빈스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근육질의 거한으로 변했던 그 변신술을 이용해 저녁 빈스로 변했던 것 같다.

“빈스 한델이 거사를 벌이는 날, 저는 세릴다 린덴의 시체가 죽고 난 뒤에 그의 아지트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세릴다 린덴의 시체는 회수해야만 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시체를 놓고 다툼을 벌이다가 커틀러스를 들고 외알 안경을 쓴 이상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가 나타나서 시체를 반으로 갈라버렸죠. 그 자리에서 삼파전이 벌어졌습니다. 싸우다 보니 다리 위에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상체를 들고 도망쳤습니다. 그 찰나에 경찰이 들이닥쳤던 겁니다.”

다리 위에서 발견된 상반신……. 이런 이유가 있었던 건가. 어부형제단의 그놈. 이번 사건에 계속해서 얽혀 있었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샤를은 기묘한 우연이라고 생각하면서 말했다.

“좋아 알겠는데, 에브렌 린덴은 세릴다의 신체를 어디다 쓰려던 거였지?”

“그건…….”

그때 몽푀르가 숨을 멈췄다. 통각을 차단해줬지만, 그 치명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지배의 권능도 완전히 끊긴 것을 확인한 샤를은 몸을 일으켰다. 죽은 자에게 더 볼 일은 없었다.

“하.”

샤를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내뱉었다. 몽푀르가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면서 죽었는데 이 방에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하인들이 몇이나 되었을 텐데도 가만히 있다? 저택에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뜻이었다. 샤를은 아이를 안고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사역마 몇 마리가 여전히 샤를과 모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사역마의 주체는 몽푀르가 아니라 에브렌 린덴인 것 같다. 에브렌 린덴의 방에 도착했는데 이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샤를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책장을 발견했다. 그리고 책장 사이에 있는 책 한 권을 바라보았다. 다른 책보다 미묘하게 때가 타 있었다.

그걸 잡아당기자 아래로 향하는 회전 계단이 드러났다. 이곳으로 도망친 것 같군. 샤를은 모리를 여기 두고 갈까 하다가 두고 갔다간 위험해질 것 같아서 그냥 아예 데리고 움직이기로 했다.

감이 왔다. 모리는 세릴다 만큼이나 이 문제의 열쇠가 되는 것이 분명했다. 아래로 내려가자 모리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샤를의 옷자락을 꽉 잡으면서 웅크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어. 밖에 있는 게 더 위험하니까.”

아래로 내려가자 샤를은 기이한 장소를 발견했다. 그래, 그걸 표현하자면 병동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리석으로 장식된 바닥. 높인 침대가 여러 개다.

그 근처에 에브렌 린덴이 샤를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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