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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27화 (27/221)

제27화 - 조금 전.

샤를은 어둠 속에서 긴급하게 말을 몰았다. 남쪽 항구 근처의 창고에 도착한 뒤 약간의 체력 부족을 느꼈다.

‘체력 단련이 필요하겠어.’

땀을 닦으면서 어둠 속에서 위치를 확인했다. 남쪽 항구에서 일곱 번째 창고, 붉은색 벽돌이 보이는 장소. 선명하게 보이는 나이트 비전으로 붉은색 벽돌이 있는 창고를 발견했다.

다른 수많은 창고와 비슷해 보이지만 저곳이 인형사 하레의 근거지였다. 항구는 어부형제단의 영역인데 그들의 영역 안에 은거지를 구축하다니……. 그러면서도 들키지 않은 것이 적들의 치밀함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하지만 샤를의 심상 세계가 점술 방벽을 그대로 꿰뚫고 들어간다는 사실은 그들도 전혀 몰랐을 것이었다.

그는 완전무장한 상태였다. 리볼버 권총에 장전된 총알, 무기로 사용할 커틀러스는 말의 안장 옆에 걸어뒀고 모노클은 가면 위로 썼다. 허리춤에는 줄에 매달린 파기나레코르까지 있었다.

여타할 방어구는 없지만 지금은 이게 샤를의 완전 무장이었다.

샤를은 맨 처음, 이 항구를 습격할까 말까 고민했다. 그 혼자서 움직이는 일인 만큼 위험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플로나를 데려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점술로 화면을 보고 난 뒤에 느꼈다.

‘상대는 방심하고 있어.’

누가 쳐들어올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샤를 홀로 들어가도 별 위험이 없다고 느낀 순간 샤를은 교단 사람들을 방어하기 위해 플로나를 내버려 두고 홀로 쳐들어 왔다.

샤를은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게임 속이라면 언제든 저장해뒀다가 불러오기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실제상황이었다. 할 수 있을까? 해야만 한다. 결심을 굳힌다.

여기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앞으로 닥쳐올 더 큰 위험에 대항할 수 없다.

손을 뻗어서 주문을 시전한다. 샤를은 무존자라는 또 다른 자신의 힘을 빌려온다. 영성 끝에서 엄청난 힘이 몰아치면서 주문이 활성화된다.

무존자의 창을 꺼내자 주변이 환하게 물들었다. 창고 벽면에다 던지니 그대로 폭발이 일어나면서 창고 벽면이 폭탄에 맞은 것처럼 터져나갔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발과 섬광에 눈이 부실만 했지만, 샤를은 애초에 한쪽 눈만 뜨고 있었다. 모노클을 쓴 눈은 빛에서 완전히 보호받고 있었다.

불길을 헤치며 안으로 들어선다.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인형사 하레와 그의 수하로 보이는 신도가 보였다. 샤를의 생각이 맞았다. 그들은 무방비한 모습이었다.

“안녕?”

샤를의 웃음을 보면서 소름이 돋은 인형사 하레는 그 즉시 자신의 영성을 길게 늘여서 그의 영성과 이어져 있는 인형들을 불러냈다. 하지만 샤를이 더 빨랐다.

타타타타탕!

그는 손에 쥔 리볼버로 그들을 향해 격발했다. 탄창을 다 비울 때까지 연사하는데도 빗나간 탄환이 없었다.

하레에겐 두 발 명중시켰다. 뺨을 총알이 관통했고 다른 하나는 그의 목을 스쳐 지나가서 경동맥을 긁어 피 분수를 뿜게 했다. 나머지 네 발의 총알은 몸을 날려 가로막은 신도에게 정확히 명중했다.

-인형사? 조까라고 해! 총알맛이나 봐라!

파기나레코르가 상남자처럼 외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샤를은 눈을 돌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늘 그렇지만, 영성자들의 싸움은 누가 선빵을 먼저 치냐의 싸움이었다. 점술로 본 미래의 샤를도 적이 그의 정체를 미리 알고 선빵을 치니 꼼짝도 못하고 목이 잘리지 않았는가?

그리고 얼마나 준비했는지가 승패를 가른다. 여기서 하레가 더 준비한 게 없다면 그는 여기서 죽는다.

“크르륵.”

인형사는 피거품을 뱉었다. 자세히보니, 그를 가로막은 신도는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모양인지 그의 몸을 관통한 총알이 그의 폐 쪽에 박힌 것 같았다.

“적이다! 적이 하레님을 공격하고 있다!”

멀리서 조각구원회의 신도 하나가 굉음에 놀라 다가와 소리쳤다. 그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었다. 샤를은 눈을 번쩍 뜨면서 허리춤에 매달린 커틀러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샤를의 신호보다 더 빨리 커틀러스가 움직였다. 자동 조종이라는 효과 덕분이었다. 날아간 커틀러스가 빙글빙글 돌면서 소리친 신도의 멱을 땄다.

피분수가 일어나는 와중에 다른 신도들이 나타나자 커틀러스는 자동으로 날아서 적들을 무 갈 듯이 갈아버리기 시작했다.

샤를은 그동안 비어버린 리볼버의 탄창에서 탄피를 뽑아내고 쓰러져 움직이는 인형사를 보면서 문클립을 꺼내서 재장전했다.

땅, 따다다당.

재장전이 끝나기까지 2초 걸렸다. 인형사를 마무리 지으려 총을 다시 드는 순간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섬뜩.

무시무시한 위협이 느껴진다. 엄청난 속도로 무언가 날아와서 고개를 돌려서 피해냈다. 피할 때 확인했는데, 칼처럼 날카로운 금속조각이었다.

샤를은 어둠을 꿰뚫어 본다. 그런데 소리가 난 곳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런 건 일종의 마법적인 어둠으로 같은 마법적인 광원이 아니면 제거할 수 없었다.

하늘 위로 등불을 날려서 공중에 조명탄처럼 띄워 주변의 시야를 확보했다. 어두컴컴했던 창고 내부가 밝게 빛나자 안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로봇처럼 진열되어있는 인형들이 주루룩 나열되어 있었다. 몇몇은 정육점의 고기 마냥 갈고리에 매달려서 축 늘어져 있었다.

끔찍한 B급 공포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모습에 샤를은 공포와 함께 분노를 느꼈다. 그가 발견했던 세릴다 린덴 이외에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희생당했던 거다.

갈고리에 걸려 축 늘어져 있던 시체 하나가 갑자기 양팔을 벌리기 시작하더니 목 뒤로 손을 댔다. 그리고 스스로 탈출하는 게 보였다.

그때, 먼저 깨어난 인형이 그에게 두 번째 금속조각을 집어던지려고 하고 있었다. 조종사가 아직 죽지 않았다. 널리 퍼진 하레의 영성이 인형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다.

‘시전자를 먼저 죽여야 해.’

탕! 탕! 탕! 탕! 탕!

샤를은 쓰러진 하레에게 연속 사격해서 그의 미간을 꿰뚫어버렸다. 완벽한 확인사살이었지만, 인형들은 비틀거리면서 계속 움직였다.

눈살을 찌푸린 샤를은 날아오는 두 번째 금속조각을 가까스로 피해냈다. 어깨 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두 번째 금속조각은 뒤쪽에 박혀서 튕겨나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하레의 죽음은 확실하다. 시전자가 죽었는데 움직인다면 자동 명령을 이미 내린 것으로 추측할 수 밖에 없었다. 죽기 직전 하레가 샤를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갈고리에서 떨어져나와 비틀거리면서 일어난 인형이 똑바로 섰다. 그런데 하필 그곳은 조각구원회의 신도 하나가 있던 자리였다.

조각구원회의 신도는 그게 일어나는 것을 보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저 침입자를 얼른 없애버려!”

하지만 그 인형의 타겟은 샤를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조각구원회의 신도였다. 인형은 비틀거리면서 신도에게 달려들더니 미친 악력으로 목을 뽑아냈다.

목을 비틀어서 뽑아내자 척추가 딸려 나왔다.

‘이런…….’

샤를은 하레가 인형에게 뭘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하레는 죽어가면서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그리고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서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죽어가면서 정확한 명령을 내리지 못했고,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을 공격하게 명령한 것일것이 확실했다.

‘놈들에겐 등불이나 환각 마법 같은 게 전혀 통하지 않을 거야.’

나비나 등불은 생물체나 지성을 가진 존재에게만 통한다. 하레가 만든 시체 인형들은 인지 능력만 있을 뿐이지 사고 능력이 전혀 없어 보였다.

샤를이 볼 때, 이 인형들은 점술 속 미래에서 야생의 영성자들과 싸울 만큼 훨씬 더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미완성인지 힘은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했지만,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딱 좀비 수준.

제대로 완성되었던 인형이나, 이미 만들어진 인형들이 하나같이 기동을 시작하자 샤를은 물론이고 조각구원회의 신도들까지 공포를 느꼈다.

“우, 우와아아아악!”

탕! 탕! 탕! 탕!

조각구원회의 신도 하나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인형에게 미친 듯이 권총을 난사했다. 인형은 충격량 때문에 몸에 경직이 오면서도 앞으로 걸어갔다.

이제 신도들과 샤를의 싸움이 아니라, 인형들에게 살아남기 위해서 샤를과 조각구원회의 신도들이 분투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죽음으로써 만들어진 마법. 그걸 풀어내려면 그 근원을 찾아내야만 해.’

가만히 내버려 두다간 메트로폴에 조각나기 전까지 움직이는 미친 좀비 떼들을 풀어놓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샤를은 하레가 이런 식으로 마법을 사용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즉각 해결법을 찾아냈다. 바로 조각 기계의 성물을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본 결과 샤를은 고이 모셔진 거대한 관 같은 것을 하나 찾아낼 수 있었다.

“그오오오오!”

달려드는 인형을 향해 무영창으로 무존자의 창을 발사한 샤를은 즉시 움직였다. 어느새 커틀러스가 날아와 샤를의 주변에서 덤비는 인형들을 공격했다.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까지 알아내다니 똑똑한 녀석이다.

커틀러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샤를은 곧 그 관 앞에 도착했다. 이건 굉장히 단단해 보였다. 무존자의 창을 사용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머리 위에서 인형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기습적인 습격이었으므로 샤를도, 커틀러스도 대응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미끄러진 샤를은 달려드는 인형의 손을 옆으로 쳐내면서 뒤로 물러섰다. 등 뒤에 거대한 관이 닿는다. 그 순간 재빠르게 아이디어가 떠올렸다.

인형이 달려든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멈춘 샤를은 놈의 주먹을 피해냈다. 거대한 관에 인형의 괴력이 틀어박히면서 그대로 관이 박살 난다.

그 뒤, 갑자기 날아온 커틀러스가 빙글빙글 돌면서 인형의 목을 쳐내버리고는 그대로 다시 허공을 날아서 다른 인형을 추적했다.

좋아. 해결했다.

샤를이 발견한 것은 SF에서나 나올법한 엄청나게 많은 선이었다. 이게 전선이라면 그랬겠지만 놀랍게도 이건 혈관이었다.

이 많은 혈관이 관 속에 누워있는 존재의 가슴에 피를 공급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가슴 근처에 있는 무언가에 공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워있는 존재를 봤다. 꽤 잘생긴 얼굴이지만 어딘가 삭막해 보이는 청년의 모습이 나타났다.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이 남자의 이름은 요나스 샤프트.

그가 바로 조각구원회의 교주였다. 지금은 조각 기계에게 ‘씨앗’을 내려받아 그 힘을 소화하기 위해 식물인간이 된 상태였다.

가슴에는 특이하게 생긴 은장식 컵이 놓여 있었다. 하트 모양이었는데 반으로 쪼개져 있어, 한쪽은 아름다운 루비 보석을, 다른 한쪽은 시린 사파이어 보석이 붙어 있었다.

이 컵의 여기저기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혈관이 연결되어 있었다.

‘조각 기계의 성물이다!’

일명 ‘성배 조각품’. 샤를은 이 성배의 효과를 아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어느 메트로폴 세계관에서나 이건 고정적으로 만들어지는 유니크 아이템이었으니까. 요나스 샤프트로 플레이할 때는 직접 사용해본 경험도 있었다.

샤를은 그 즉시 커틀러스를 옆으로 불러와 성배 조각품에 연결된 혈관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피가 이리저리 튀었다.

마치 혈액팩을 뜯은 것 마냥, 관에서부터 성배로 연결된 혈관에서는 피분수가 쏟아졌고 샤를은 그 피를 뒤집어쓰면서 성배 조각품을 꺼냈다.

이 아이템이 유물이었다면 즉시 재단에게 봉인지정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무시무시한 유물이라는 것을 잘 안다.

성배 조각품을 꺼낸 샤를은 품에서 천 조각을 꺼내서 그것을 즉시 감쌌다. 잠깐 그 조각품에 손을 대고 있었을 뿐인데 손이 따갑고 계몽 수치가 치솟았다.

‘크헉!’

이명과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너머에서 샤를은 형상을 볼 수 있었다. 아주 거대하고 깊은 심연 속 무언가의 실루엣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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