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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20화 (20/221)

제20화 - 어느 도시에나 부자가 있다면 당연하게도 빈민은 존재한다. 부자와 가난한 자는 인류가 문명을 시작한 이래로 끝나지 않는 삶의 법칙이자 약육강식의 표상 같은 것이었다.

선데이크 거리는 대표적인 빈민가였다. 대략 한 달에 30파운드 이하를 버는 가난한 이들이 사는 곳으로 거리의 치안은 최악이었고 악취가 가득했다. 이런 곳에는 반드시 범죄가 발생한다.

세상에 많은 것은 가치가 없어진다. 인간도 그랬다. 가치 없는 것들은 쓸모를 다하면 필연적으로 버려지곤 했다.

마피아 조직 몇몇이 선데이크 거리 전역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 영향력은 옆의 중산층 거리인 문데이크 거리까지 미치는 일도 있었다.

루이스 형사의 도움으로 샤를은 리볼버 한 자루를 소지할 수 있도록 배려를 받았다. 사실 그동안 샤를이 들고 다닌 리볼버는 사실 불법으로 구매한 총이었다.

루돌프를 비롯한 경사들의 무장도 마찬가지였으나 한 명 정도는 소총마저 등에 멨다.

“퉤, 여긴 언제와도 꿀꿀하군.”

“일만 끝나면 가자고.”

경찰들은 선데이크 거리에 들어서면서 기분 나쁨만을 느꼈지만, 샤를은 이곳에 무언가 더 다른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악의를 띤 채 형체를 갖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하지만 그 이상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27호에 도착하자 등이 곱은 나이든 곱추가 나타났다. 피부에 검버섯이 핀 그 남자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몰골이었지만 자신이 27호의 집주인이라고 했다.

“뉘슈.”

루돌프 경사는 험악한 얼굴을 지으면서 말했다. 어지간히 불쾌한 듯했다.

“여기 시체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왔다.”

“그, 글쎄올시다.”

“당장 문 열어!”

“예이 알겠습니다요.”

곱추는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강자에 순종하는 개처럼 루돌프 경사를 따라오면서 억지로 미소를 지었으나 오히려 더 흉악해질 뿐이었다.

“제, 제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요.”

“빈스라는 놈이 이곳에 살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놈이 살던 곳으로 안내해라.”

“아침 빈스입니까 저녁 빈스입니까?”

“뭐? 그게 무슨 소리지?”

“27호에는 빈스가 둘이 있었습니다요. 한 놈은 아침에 들어와서 잤고 다른 놈은 저녁에 들어와서 침대를 나눠 썼습죠.”

침대 하나에 사람 두 명? 현대라면 이해하지 못할 생각이었으나 전근대 시대인 지금은 인권이라는 게 상당히 낮은 곳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빈민가라면 그런 식으로 산다는 것이 이상한 것만큼은 아니었다. 애초에 침대가 있다는 것조차 그들 중에서는 성공한 것이었다.

루돌프 경사는 그렇게 말했다.

“저녁에 들어오는 빈스다.”

철강 공장은 늦은 밤이 되서 끝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같은 장소에 머무르던 빈스라는 동명이인이 있다니 꽤 공교로운 일이라고 샤를은 생각했으나 루돌프는 다른 듯했다.

그가 돌아보며 말했다.

“이미 그자에 대한 조사는 끝났습니다. 이름과 사는 곳만 같을 뿐이지 알리바이도 있더군요. 목격자도 많고요.”

“공범일 가능성은요?”

“그게 크다고 봤습니다만, 마침 살인이 일어난 기간 동안 아예 메트로폴 밖에 있었습니다.”

“…….”

묘하게 다른 빈스에 대한 생각이 미쳤으나 뒤로 미뤄두었다. 시체부터 수색해야 했다. 27호를 샅샅이 뒤졌으나 시체가 있을 법한 장소는 안보였다.

“젠장 안 보이는데.”

경찰 하나가 투덜거렸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수색했음에도 소득이 없어서였다. 샤를은 잠깐 주변을 돌아보다가 바닥에 난 홈을 발견했다.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갈 법한 작은 홈. 수색하면서 미리 봐놨던 막대기 하나를 들어서 홈에 걸었다. 딱 맞았다.

“루돌프.”

이름을 부르자 그가 샤를을 돌아봤다. 샤를이 곧바로 홈을 잡아당기자 내부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 안에 지하로 가는 비밀 통로가 있었다.

루돌프가 인상을 찡그리면서 집주인에게 물었다.

“이봐, 이건 뭐지?”

“이, 이건 저도 몰랐습니다요.”

집주인은 떨리는 눈동자로 말했다. 샤를이 보니 그도 전혀 짐작을 못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신경을 껐다.

비밀문 아래에는 계단이 있었다. 가스가 가득한 랜턴 등을 든 경사 하나가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다. 잔뜩 겁먹었지만, 용기 있게 아래로 내려간다.

“가자.”

뒤따라 다른 경사들과 샤를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등불을 켰음에도 어두웠고 심연의 생물 아가리로 들어가는 것 같은 공포를 자극했다.

경찰들이 잔뜩 겁을 먹었지만 아래로 내려가는 발걸음은 그대로였다. 여기서 누군가 왁! 하면서 소리라도 내면 놀라서 자빠질 지경이었다.

“어지간히 미친놈이군요.”

샤를이 입을 열자 마치 공기가 탁 트이는 것 같은 착각과 함께 경사들의 생각이 돌아왔다.

“그, 그렇군요.”

“이딴 비밀 공간을 만든 게 누군지 참.”

경사들은 각자 한마디씩 했다. 그들은 농담하는 것으로 긴장을 풀어냈다. 그리고 다시 긴장하는 수밖에 없었다.

계단 아래에 도착한 순간, 그곳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이게 뭐야?”

“광명자시여…….”

등불로 앞을 비추기 전에, 역한 황의 냄새가 확 풍겨온다.

지하실 아래는 현실이라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너무 어두웠지만, 광원이 있었다. 천장에 붙은 콧물 같은 것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종유석처럼 빽빽하게 박혀 있었다.

바닥에는 수많은 버섯 포자들이 자라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온갖 파스텔을 가져와서 아무렇게나 흩뿌린 것처럼 색이 입혀져 있었고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기이한 문양을 그리고 있었다.

“대체 이 콧물 같은 건 뭘까요?”

“스노타이트입니다. 황을 먹고 자라는 박테리아 덩어리죠.”

“바, 박테? 그게 뭡니까.”

“이 지하 안의 생태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말이죠. 스노타이트를 먹고 생물들이 자랄 겁니다.”

샤를의 말에 경사 하나가 의문을 표했지만 다른 경사들은 입을 꾹 닫았다.

보통 이렇게 유식을 자랑하는 소위 학자들이라는 놈들에 대한 혐오가 경찰들 사이에서는 은근히 깔려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샤를에게 태클을 거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자연적으로 생긴 동굴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위층 건물과 이어져 있는 걸 생각하면 아무래도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옳겠죠.”

“그, 그렇겠죠.”

루돌프가 맞장구쳤다. 그들의 생각으로는 작금의 상황이 전혀 이해 안 되니 샤를의 말에 그냥 그렇다고 할 생각이었다. 다른 경사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그러나 샤를의 속마음은 달랐다.

‘반쯤 이계화가 이뤄졌군. 메트로가 있는 곳도 아닐 텐데 어째서지?’

메트로폴 지하 150미터 아래로는 거대한 메트로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곳은 지금 반쯤 이계화가 이뤄졌을 터.

하지만 이렇게 상대적으로 높은 지하 10~20미터 사이쯤에서 이계화가 이뤄진 것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누군가 이 장소에 간섭했어.’

샤를은 긴장한 채 주문을 준비했다. 언제든지 등불이나 창을 사용할 생각을 했고 심호흡했다.

“자, 다들 무기를 드세요. 혹시 모를 위험에 대처해야 하니.”

루돌프가 자연스럽게 허리에서 리볼버를 꺼냈다. 인솔자는 그 일 텐데도 어느새 경찰들은 전부 샤를의 말을 따르고 있었다. 등불을 든 경사가 말했다.

“저 안쪽에 희미하게 뭔가 보입니다.”

그 말대로 파란색 광원이 있는 장소가 있었다. 계속해서 들어가자 그것이 반딧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놈들의 꽁무니에서 나는 빛이 초록색이 아니라 선명한 파란빛이라는 것은 그 다음 사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뭐, 뭐야 이게.”

반딧불이들이 붙어있는 거대한 제단이 형성되어 있었다. 동물의 뼈 사체로 만든 듯한 제단 위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 정확히는 시체의 하반신이 벌떡 서 있었다.

무언가가 지탱해주지도 않았고 살해된 지 오래되었을 그 시체는 나체인 상태로 선명하게 서 있었다. 혈색이 도는 것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주변으로 사악한 검은색 어둠이 오오라처럼 휘몰아치고 있었다.

“광명자시여 우리를 구원하시고 악의 부름에 응하지 않게 하시며. 그 빛으로 사악한 적들을 태워버리시옵소서.”

누군가 광명교회의 신실한 신도였는지 주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정신을 지탱해주는 도구였지만 현실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 하반신만 남은 시체가 제단 앞으로 한 발자국 걸어 나온 것이었다. 경사들은 까무러치게 놀랐다. 루돌프는 특히 더 심해서 심장이 두근거려서 미칠 지경이었다.

“우, 움직인다!”

“움직이고 있어!”

시체의 손가락이 움직인 것을 이미 목격한 바 있던 루돌프는 하반신이 저절로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배는 큰 두려움을 받았다. 그가 본능적으로 외쳤다.

“쏴버려!”

손에 들고 있던 리볼버를 든 경찰들이 방아쇠를 마구 당겼다. 총구 화염이 튀면서 납탄들이 날아갔지만, 총알은 허공을 갈랐다.

효과가 없는 게 아니었다. 하나도 맞추지 못한 것이었다. 경찰국처럼 마초적인 집단은 미신에 더 영향을 받는다. 겁에 질린 남자들은 평소의 제 사격 실력의 십 분의 일도 발휘하지 못했다.

한바탕 가해진 총격이 멈추고 사위가 고요해졌다. 누군가는 재장전을 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적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시체의 몸 주변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소곤소곤 대는 것 같았지만 귀를 기울이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군중의 소음으로 들렸다.

그 긴박함과 공포로 누군가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샤를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

손을 하늘로 들어 올리자 마치 어둠 속에서 새하얀 태양이 폭발하는 것처럼 빛이 명멸했고 어두침침하던 공간 전체에 빛이 퍼졌다.

카아아아아아아!

사람의 심장을 긁어내리는 듯한 사악한 울림이 퍼졌다. 그제야 하반신만 남은 시체 위에 검은색으로 이뤄진 상반신이 보였다. 어둠에 숨어 기생하던 이계의 존재였다.

“어둠 속에서 태어나 손실된 것에 기생하는 존재여! 네 세상으로 돌아가라!”

“카아아아아아악!”

누군가 줄을 그어놓은 듯 검은색 윤곽만 보이던 그 존재는 양손으로 빛을 감아보려 애를 썼지만 소용없었다. 이어서 샤를이 외치는 신언(神言)과도 같은 선언이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네 이름을 부른다! 타르고스!”

“크아아아악!”

“타르고스! 타르고스! 타르고스!”

그림자가 모여서 만들어진 것 같은 상체는 진명을 부를 때마다 신체가 깎여나갔고 계속해서 부르는 이름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다.

샤를의 손끝에서 나던 빛은 곧 희미해졌고 빛의 폭풍은 사그라들었다. 시체는 이전에 가지고 있던 힘을 잃은 채 풀썩 스러졌고 곧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사체는 시간을 빨아들이면서 그동안 역행하고 있었던 흐름을 한 번에 받아들이는 것처럼 빠르게 부패해갔다.

‘타르고스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더라면 어려울 뻔했어.’

샤를은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도 끔찍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특성 빨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당연하게도 나은 편이었다.

두려움에 가득 찼던 마음은 순식간에 가라앉고 냉정히 대처할 이성을 얻는다.

타르고스는 이계에서 서식하는 존재였다. 주로 토막 난 사체에 달라붙으며 사체의 나머지 부분을 모방하려는 습성이 있었으나 정확히 모방하지는 못하는 존재였다.

그리고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간파할 수 있다는 건 게임을 통해서 여러 번 시도해 본 바가 있었다. 등불 주문을 통해 발산한 빛은 조금의 효과가 있었겠지만, 주로 연출이었을 뿐이었다.

이 엄청난 일을 일으킨 겉으로의 표정만은 담담한 샤를을 보면서 다른 경찰들은 하나 같이 어떤 경외로움에 취해 있었다. 도저히 같은 인간 같지 않았다.

광명자를 외치던 경사 하나는 구호를 외칠 생각도 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이, 이건 대체.”

“다, 당신은 누굽니까?”

“……먼저 시체를 수습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샤를이 말하자 경찰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리 준비해뒀던 천을 들어서 시체를 감쌌다. 다들 두려워했으나 시체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 이후로는 문제가 없었다. 루돌프가 다가와서 물었다.

“어떻게 시체가 움직일 수 있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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