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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8화 (18/221)

제18화 - 쓰러진 인형은 플로나의 일격 이후 완전히 침묵한 상태였다.

‘이대로 인형사를 없애러 갈까?’

주문은 3가지나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는 총도 있었고 플로나라는 강력한 제자도 있다. 그러나 샤를은 인형사가 거처를 랜덤하게 옮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매 게임마다 인형사의 위치가 달라져 있었기 때문에 몇몇 장소들을 추려볼 수는 있지만, 확정하긴 어려웠다.

‘그렇다면 점을 치든가 놈의 부하에게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건데.’

샤를은 점술 능력을 손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세계에서 정보는 곧 힘이었고 이 점술은 정보를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얻게 하는 굉장한 능력이었다.

보통 누군가에게 듣거나, 봐야지 알 수 있는 정보들을 초현실적인 방법으로 습득하게 해준다.

점술이 만능은 아니지만 비밀 세계에서는 필수적인 능력이었다. 이 점술 능력을 얻으면 인형사의 정체나 위치도 알아낼 수 있을 터였다.

점술 능력을 얻으려면 지배의 권능으로는 안 되고 꿈속 이계로 가서 얻어야만 했다. 해야 할 일 리스트에 또 하나가 추가되게 생겼다.

‘젠장 너무 바빠.’

샤를은 눈을 돌렸다. 활활 타오르던 어인의 시체에서 불타지 않는 것이 딱 하나 있었다. 손을 뻗어서 빠르게 그것을 들었다. 전혀 뜨겁지 않았고 온도는 같았다.

“유물이잖아?”

보통이 아닌 것 같은 물건이 있었다. 이런 특별한 힘이 담긴 것들을 유물이라고 불렀다. 쓰러진 자들에게서 물건들을 수집한 샤를은 자리를 비우면서 루이스 형사에게 전보로 시체의 위치를 신고했다.

* * *

루이스의 살인범 수색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살인범은 손쉽게 잡혔다. 그가 꽤 뛰어난 형사라고 하지만 겨우 하루 만에 범인을 잡게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샤를을 비롯한 상당한 목격자들에게 그 남자가 목격된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이스는 콤포트 단지에 있는 라포르 철강 공장을 급습한 뒤 범인을 잡았다.

40대 중반의 남성. 이름은 빈스였다. 그는 후줄근한 멜빵바지를 입고 다니면서 범행 대상을 몰색했고 때 맞춰 실행에 옮겼다. 범죄 사진을 찍고 난 뒤 대면 심문에서 그는 범행을 시인했다.

“다행이네요. 하루 만에 잡혀서.”

루돌프가 안심된다는 듯 말했다. 공장을 급습 할 때 부상자도 없었으니 기자들은 이 사건을 보고 이제 벌떼같이 달려들겠지.

루이스는 그런데도 찝찝함을 버릴 수 없었다.

‘뭔가 이상해.’

샤를 교수에게서 신고가 들어온 건 그때였다. 놀라운 추리력을 갖추고 있는 교수, 이자 사립 탐정인 샤를이 사라진 시체를 찾았다고 전보를 쳐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루이스 형사님. 시체를 찾았습니다.”

“정말 찾았습니까? 거기가 어딥니까?”

“우리가 마지막에 있었던 장소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거리의 골목입니다. 코보라는 이름의 작은 잡화점이 하나 있는데 그 안으로 쭉 들어오면 있군요. 시체는 멈춰 있습니다. 앞으로 움직이지도 않을 겁니다. 시체를 그렇게 만든 자도, 멈추게 한 자도 아직 추적하지 못했습니다.”

그 말에 루이스는 소름끼치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렇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게 단지 자신의 감이 만들어낸 환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당장 출동하죠.”

수화기를 내려놓은 루이스는 곧바로 일어서면서 자신의 버버리코트를 걸치고 경관모를 썼다.

“루돌프. 가자. 사라진 시체를 찾았다고 한다.”

“알겠습니다. 형사님. 다른 경위님들도 부를까요?”

“그래. 시체를 옮길 들것이 필요해. 마차도.”

경찰들과 함께 신고된 장소를 찾았다. 그 시체는 눈과 입이 뭉개져 있었으며 한쪽 팔이 잘려나가 있는 상태였다.

전보를 통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루이스와 루돌프는 그 참혹함에 또 한 번 놀라야만 했다.

“구웨에에엑.”

루돌프는 다시 나가서 토하기 시작했다. 저번에 그는 이 시체를 목격하고 한 차례 게워낸 적이 있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였다.

그녀의 신원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평범한 공장 노동자의 딸. 풀네임은 세릴다 린덴이었다. 세릴다의 시체는 이제 고기 조각이라고 부르는 게 더 나을 정도가 되어있었다.

루이스는 참담함을 금치 못했지만 어떻게든 시체를 수습할 수 있었다. 그는 주변을 바라보면서 흔적을 찾았다. 대량의 피가 흐른 흔적과 무언가가 불탔던 흔적이 있었다.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는 짐작도 할 수 없는 어떤 광기 어린 풍경일 거라고 예상했다. 그에게 찾아온 샤를은 그런 세계를 살고있는 건가?

루이스는 샤를에게서 신경을 껐다. 그건 예전에 있었던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 판단이었다. 미스테리한 그 존재에게 신경을 쓰는 것보다 세릴다의 가족을 위로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었다.

주변을 수색하던 경찰 하나가 루이스에게 다가와 말했다.

“형사님. 근데 여기 누가 한 명 더 있었던 것 같은데요.”

“누구?”

“쓰레기통이 뒤집어져 있습니다.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탐문해서 알아보도록 해.”

누군가 한 명 더 있었다고?

* * *

루이스의 예상대로 끔찍한 현실을 목도한 사람이 있었다. 샨티는 나이 어린 집시였다. 평소 가던 거리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샨티는 본능적으로 모습을 숨겼다.

그녀는 아주 잘 숨을 수 있었다. 남에게서 기척을 감추는 건 그녀의 특기였다. 어릴 적부터 맞고 다니면서 생긴 자연적인 은신술이라고 할까.

코보의 잡화점 점장, 루크씨는 항상 이 시간대에 쓰레기통을 이 골목에 내놓는다. 그걸 몰랐더라면 숨을 수 없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모노클을 걸친 남자와 상반신만 남은 여자가 싸우는 장면을 보면서 정신을 거의 잃을 뻔했다. 그러나 그녀는 어른들의 가르침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세상엔 아주 위험한 것들이 있단다.’

‘위험한 거? 총이요?’

‘총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있지. 그걸 비밀 세계라고 부른다. 너는 영성을 깨달았으니 언젠가 그런 위험한 존재를 마주칠 일이 오게 될 것이다. 그때는 꼼짝도 하지 말고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 거라. 그래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어.’

샨티는 지금이 그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눈을 꼭 감고 귀를 막았다. 그러나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비밀 세계가 뭐길래? 살며시 눈을 들어 올리는 순간 그녀는 새로 나타난 한 남자와 여자를 볼 수 있었다. 둘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기회를 노리다가 둘의 전투에 끼어들었다. 특히 철퇴를 들고 싸우는 여자는 너무 무서워서 꿈에 나올 것 같았다. 심지어 그녀는 철퇴를 내리치면서 웃기까지 했다.

그 후 새하얀 불꽃이 번뜩였을 때는 그 빛발 치는 열광에 이끌려서 저도 모르게 앞으로 나갈 뻔했다.

샨티는 숨죽이면서 그 시간을 보냈다. 광기 어린 전투는 곧 끝났고 그들은 시체를 수습하고 있었다. 샨티는 가면을 쓴 남자에게서 이상할 정도의 친근감을 느꼈다.

그때, 가면을 쓴 남자의 뒤에 아른거리는 환영을 발견했다. 마치 새하얀 인간의 실루엣처럼 보이는 것이었는데 그 주변의 누구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오직 샨티만이 그것을 볼 수 있었다.

무어라 말 할 틈도 없이 그들은 곧 사라져버렸다.

* * *

샤를은 자신의 서재로 되돌아왔다. 그리고나서 비밀 서재로 가는 문을 열었다. 샤를의 서재는 겉으로 보이는 서재와 비밀 서재가 따로 있다. 일종의 마도사용 공방이었다.

보이는 것은 뒤쪽의 거대한 캐비닛이다.

그 앞에는 탁자가 있었는데 오컬트용 제사 도구와 비밀스러운 지식을 담아둔 책들, 그리고 특이하게 생긴 과학용 도구들도 있었다. 이를테면 화학 분리용 비커나 분광기 따위였다. 얼마간의 달란트도 있었는데 동 달란트 두세 개 정도였다.

중요한 물건은 전부 이곳에 보관했는데 귀중품은 텅 빈 상태였다. 프롤로그 이전의 샤를은 그동안 살면서 모아왔던 달란트나 귀중품등을, ‘지배의 권능’을 얻기 위해 헤르메스라는 존재와 만나 바친 상태였다.

그래서 샤를은 저번에 경매장에 가서 얻은 재료들을 이곳에 보관해뒀다.

그는 이번 전투에서 습득한 성과물들을 확인했다. 모노클 형태의 유물은 어부형제단원에게서 빼앗은 물건이었다. 모노클을 눈에 쓰자 커틀러스가 저절로 날아오르더니 둥둥 떠 있었다.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거는 아니네.”

아마도 자동 조종인 듯, 커틀러스는 그냥 떠 있기만 했다. 적이 있는 경우 자동으로 공격하게 되는 것 같다.

시험삼아 나이프나 손도끼 등을 써보기도 했는데, 모노클은 일정 크기 이상의 날붙이에만 반응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지배의 권능을 걸어서 모노클을 지배했다.

[금박 모노클]

[분류 : 유물]

[개요 : 연원을 알 수 없는 모노클.

능력 : 1m가 넘어가는 어떤 금속 날붙이에 생명을 불어넣어 플라잉 소드를 만든다. 플라잉 소드가 되면 자율적인 의식을 갖게 되고 사용자의 의지를 읽을 수 있게 된다. 기본적으로 적에게서 주인을 방어하게 되어 있지만 공격적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모노클에도 자체적으로 시각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

부작용 : 하루에 매번 3회씩 청소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플라잉 소드가 주인의 목을 노리게 될 것.]

‘날아오는 총알도 튕겨낼 정도니까 방어에는 딱이군.’

샤를은 모노클의 능력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처음으로 얻은 유물이었다. 이걸 그냥 쓰고 다니면 어부형제단의 분노를 사겠지만, 어차피 그들은 적이니 신경 쓸 필요 없다.

부작용은 사실 없으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작은 부작용이 저런 능력이라면 훌륭한 유물이다. 유물에서 눈을 떼고 다른 것을 살폈다.

조각구원회의 인형의 양 손목에서 나온 볼트 두 개였다. 예전에 루센의 몸에서 꺼낸 볼트와 함께 벌써 볼트가 세 개가 되었다.

샤를은 이 물건을 이용해 점을 칠 생각이었다. 다만 아직 점술을 얻지는 못했다. 점술을 얻기 위해서는 꿈속 이계로 향해야만 했다.

‘준비를 해야겠네.’

* * *

검은 동굴에 칙칙한 중세시대의 로브를 입고 있는 자가 있었다. 다 헤진 로브의 후드 아래로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듯한 암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는 양손을 모으고 기도하듯 묵상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흐름이 끊긴 것을 느끼고 조용히 뇌까렸다.

“하나는 회수하지 못했군.”

그는 인형을 조종하는 인형사였다. 하나를 회수하지 못했다는 말은, 그 인형 말고도 다른 인형들도 있었다는 것이었다.

“내 하수인이 인형이 될 대상을 잘못 골랐군.”

아니, 애초에 하수인을 잘못 골랐는지 모르겠다. 빈스라는 남자는 꽤나 기질이 있어보였지만 자신의 광기를 이기지 못하고 아둔하게 행동했다.

그 때문에 메트로폴 전역에서 신문으로 보도되는 등의 난리가 났다.

그는 옆에 있는 탄산석회 분필을 들었다. 분필을 이용해 점을 쳤다. 아주 미세한 떨림을 보아서 이 결과가 메트로폴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얻었다.

뒤통수를 맞았으니 갚아 줄 차례였다. 인형사, 하레는 교단의 행사에 방해한 것에 지대한 분노를 느꼈다.

“신도들이여.”

“예, 하레 님.”

남자의 주변에 수많은 자가 있었다. 하나같이 죽은 물고기 같은 눈을 하고 있었고 전신에 문신을 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바로 조각구원회의 일반 신도들이었다.

“우리를 방해한 자가 있다. 그 사용자는 무시무시한 불길을 내뿜는 주문을 사용했다. 형태로 보아 광명자의 창일 터. 아마도 성기사단이거나 그의 주문을 습득한 존재일 터. 그를 찾아라.”

“알겠습니다. 하레 님.”

인형에 빙의해 있었던 인형사 하레는 눈과 입이 망가졌어도 영성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끝에 빛의 떨림이 느껴졌다. 광명자의 창 주문. 그들의 주적인 성기사단의 치명적인 주문이었다.

이런 광명자의 창 주문의 경우 모든 주문을 성기사단이 보유하고 있거나 혹은 광명자의 창 주문이 발견되면 성기사단이 개입해 그 주문을 강탈한다.

“여자의 이름은 플로나다. 남자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주문을 무영창으로 사용한 것을 보면 고위 마도사이거나 성기사단의 챕터 마스터일 가능성이 높다.”

남자는 상당한 실력자다. 다만 아직 경험이 부족해 보였다. 인형에서 영성이 빠져나가기 전에 하레는 광명자의 창 주문을 사용했던 남자가 플로나라는 이름을 다급하게 부르는 것을 들었다. 가명일 수도 있으나 긴급하다는 듯 외쳤으므로 그럴 가능성이 적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이번에 들여온 ‘인형’을 써라. 인형들은 전부 개조할 시간이 필요하니 그 이후에 제대로 적을 찾는다. 영성을 기억해뒀으니 다시 만나면 난 놈을 알아챌 수 있다. 모든 것은 조각될 것이다.”

“모든 것은 조각될 것이다.”

합창하듯 따라서 말한 조각구원회의 신도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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