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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3화 (13/221)

제13화 - 그 순간 아라크네의 인간 얼굴의 옆면에 엄청난 구멍이 뚫렸다. 수많은 펠릿이 얼굴을 뚫고 들어가 반대편으로 튀어나왔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울음소리가 아라크네의 성대에서 튀어나왔다. 턱 한쪽이 완전히 뜯겨나갔다. 주변에 광원이 있기에 가능했던 정교한 사격이었다.

그러자 아라크네와 댈러웨이는 밑에 있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아라크네에게서 불과 10m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 괴물아!”

“저 새끼 누구야? 죽여!”

아라크네는 명령을 받기도 전에 분노에 가득 차서 움직였다. 살점이 뜯겨나간 얼굴은 꿈에 나올까 무서울 정도였지만 치명상은 아닌 듯 분주하게 남자를 쫓았다.

타앙! 팅!

두 번째 샷건이 날아왔다. 아라크네는 검은색으로 물든 팔로 얼굴을 가리면서 달려왔다. 검은색 팔은 강철만큼 단단해서 탄환을 전부 튕겨내 버렸다.

그걸 본 드레이크는 뒤도 안 보고 도망쳤다. 댈러웨이는 맨 처음에는 당황했으나 곧 분노를 되찾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죽여! 죽여 버려! 목격자는 없애버려야 해!”

그리고 그렇게 소리 지르는 그의 뒤로, 샤를이 살금살금 걸어가고 있었다. 이 모든 건 샤를이 계획한 방법이었다. 드레이크는 공포 대신 내면에서 분노를 가득 채운 상태였다.

사람을 잡아먹으려는 거미를 보고 나서 샤를은 드레이크에게 시선을 끌라고 미리 말해뒀다. 그동안 샤를이 저 마도서를 빼앗을 생각이었다.

-크큭! 죽이고 빼앗아라! 주제도 모르고 마법을 부리는 저 찐따를 죽여!

-닥쳐봐 좀!

살금살금 걸어가던 샤를은, 직감적으로 멈췄다. 횃불에 비친 댈러웨이의 그림자가 마치 투명한 무언가의 위에 걸쳐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라크네는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였다.

신병을 훈련할 때 지속해서 반복적으로 교육시킨다. 경험이 있으면 패닉 상황에 와도 몸이 자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샤를도 마찬가지였다. 게임 속 경험이 엄습하는 두려움 속에서도 이성적으로 판단하게끔 했다.

두 번째 거미는, 마치 광학미채를 사용한 것처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라크네는 밤이 내려앉을 때 암격사의 가호를 받아 이런 은신효과를 가진다.

샤를은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먼저 발견한 것. 그걸 예측한 것은, 효과가 컸다. 샤를에게 날아오는 거미의 첫 번째 발을 피할 수 있었다.

공격하자마자 거미의 은신이 해제되었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조금 전의 아라크네보다 더 크고 흉측한 외모를 가진 아라크네였다.

캬아아아아아.

마치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소리가 들리고 나자 댈러웨이가 깜짝 놀라면서 뒤를 바라보았다.

“다, 당신은 샤를 헥센 교수?”

샤를은 댈러웨이가 자신을 알아보는 것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 샤를과 댈러웨이의 접점은 없었을 텐데.

아, 그러다가 떠올랐다. 댈러웨이는 그의 고 헤르메스어 수업에 들어왔었다.

전혀 접점이 없는 드레이크와는 달리 댈러웨이는 대화를 나눌 의향이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서 뭘 하시는 거죠?”

“실종된 학생을 찾다가 이곳까지 왔네.”

“……운이 나쁘시군요. 교수님은 꽤 마음에 들었는데.”

그의 의향을 읽은 모양인지 아라크네가 맛있는 음식을 본다는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한 걸음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샤를이 말했다.

“그 마도서. 곧 있으면 널 배신할 거다.”

“뭐라고요?”

댈러웨이는 손짓해서 아라크네를 멈췄다. 아라크네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주인을 바라보았다. 웬지 모르게 댈러웨이는 섬뜩함을 느꼈다.

“마도서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오직 고도로 훈련된 마도사들만 가능하다. 고 헤르메스어는 독학해서 읽었나?”

“이건……우리 말로 번역이 되어있었어요. 한참을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요.”

샤를은 그 말을 듣고 이상함을 느꼈다. 번역이라니? 그건 수준 높은 탐구자들이나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특히 서적 관련 계통의 탐구자…….

“잘 들어. 아라크네는 인육을 섭취하지 못한다면 주인을 배신할 거다. 마도서에 적힌 계약을 이용해 아무리 강제하려고 해도 소용없어.”

“그럼 잘됐네요. 여기서 교수님이랑 저기 도망친 저 남자를 함께 먹이로 넘겨주면 되니까요.”

“이미 밖에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뒀다. 난 댈러웨이를 만나러 간다고. 혹시라도 내가 실종되면 넌 용의자로 몰리게 될 거야. 넌 괜찮겠지만 네 가족들은 어쩌게?”

샤를은 자극적인 발언을 하면서 댈러웨이를 살폈다. 아무리 봐도 댈러웨이에게서 영성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영성자가 아닌 존재는 마법에 접근할 수 없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는 책을 사용해 아라크네를 조종할 수 있었다.

“크아아아! 가족? 지랄하지 마! 그 새끼들이 나한테 해준 게 뭔데? 난 항상 그 가족이라는 굴레 때문에 지랄 맞은 수렁에 갇혀 있었어!”

댈러웨이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순식간에 아라크네가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샤를은 그대로 몸을 날려서 뒤로 도망쳤다.

‘이제 알겠어. 댈러웨이는 영성을 이용해서 마도서를 다루는 게 아니야. 저 녀석은 분노와 증오라는 감정을 이용해서 마도서를 쓰고 있는 거야. 이계의 생물들은 강한 감정에 반응하니까.’

-와! 찐따의 습격이다!

-너 너무 시끄러워.

-자, 잠만!

샤를은 그냥 파기나레코르의 잠금장치를 잠가버리자 파기나레코르의 환영이 사라지고 목소리도 더 들리지 않았다. 전투 중에도 저렇게 시끄럽게 떠들면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곧바로 아라크네가 달려들어서 앞발로 찍었다. 단순 찌르기의 패턴이라서 눈으로 보고 피할 수는 있었다. 이건 전부 샤를의 신체능력이 보통 사람을 한참 넘어서서 가능한 일이었다.

샤를은 리볼버를 꺼내서 아라크네의 얼굴을 향해 여섯 발을 쐈다. 세 발은 빗나갔고, 남은 세발은 사람의 형상의 이마, 볼, 광대뼈에 박혔다. 잠시 고통스러워하는 틈을 타 아라크네에게서 도망쳤다.

실제로 보니 이 괴물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했다. 이게 게임과 현실의 차이인가? 그 이상으로 드는 현실감.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면서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멀리서 분노한 아라크네의 비명에 소름이 끼친다.

“죽여! 죽여! 죽여!”

광기에 휩싸인 댈러웨이가 소리쳤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다. 짙은 슬픔도 잊히듯이, 분노나 증오도 한껏 방출하고 나면 허무하리만치 사라진다.

그리고 그 감정이 끝나면 마도서의 주인인 댈러웨이도 아라크네의 한 끼 식사가 될 것이었다. 그전까지 도망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드레이크의 샷건 소리가 연속해서 또 들렸다.

‘기다릴 수는 없어. 지금 끝을 봐야 해.’

숲을 헤치면서 거대한 거미가 샤를을 죽이기 위해서 걸어왔다. 움직임은, 그렇게 빠르지 않다. 덩치가 커지면서 속도를 희생했다.

샤를은 마도서를 피려다가, 자신이 지금 당장 주문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게임하던 감각과 다르다.

‘광명자의 창을 사용하려면 해바라기 씨앗과 이프무나 가루를 섞은 시료가 있어야 하는데……. 어째서인지 시료가 없어도 될 것 같아.’

이런 무보정의 주문 발동은 계몽이 높아진 고위급 마도사나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샤를은 자신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느꼈다.

샤를은 곧 그 이유를 알아냈다. 짧은 명상을 통해 심상 세계로 들어간 샤를은 계시의 석판 조각으로 인해 강해진 권능으로 하늘 위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았다.

저건 샤를의 기원이었다. 그것을 향해 손을 뻗으면서 그 기원을 들어주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온 심상 세계의 샤를이 주문을 빌려주는 감각을 느꼈다.

‘내가 나한테 주문을 내려준다니!?’

서로 다른 두 개의 감각을 느끼면서 손을 뻗자 거대한 빛이 소용돌이치며 몰아쳤다. 주문을 사용할 때 필요한 ‘영창’은 필요 없었다. 그리고 ‘시료’도 없이 주문이 완성된다.

허공에서 결집한 백열(白熱)의 창이 나타났다. 그 창은, 총알보다 더 빨리 쏘아져 어슬렁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아라크네의 몸통에 정확히 적중했고, 곧 엄청난 폭음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앙!

마치 대포라도 터진 것 같은 소리에 숲에 있던 모든 존재가 놀랐다. 이 소리는 너무도 커서 안개를 뚫고 기숙사까지 들렸을지도 모른다.

‘이게 가능하다니!?’

샤를은 자신이 해낸 주문에 희열을 느꼈다. 여러 번 게임 속에서 마도사로 플레이하면서 제일 귀찮았던 것이 주문 발동이다.

마도서를 피고 나서 직접 눈으로 보면서 그곳에 적힌 구문을 영창하고 손을 뻗어서 시료를 들어서 발동해야하는 것이 주문이다.

이렇게 매우 귀찮은 작업이 필요한 것은 바로 평범한 인간이다. 평범한 영성자들은 계몽수치가 현저히 낮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것에 감탄을 느낄 새도 없이 빠르게 움직여야만 했다.

‘당장 댈러웨이에게서 마도서를 빼앗아야 해.’

샤를은 불타는 아라크네를 뒤로하고 달려서 댈러웨이에게 향했다. 그때 숲이 부스럭거렸다. 샤를은 깜짝 놀라서 총을 꺼냈지만 아직 재장전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주문을 발동하기에는 너무 늦어!’

재빨리 허리춤을 뒤지는 동안 누군가 튀어나왔다. 드레이크였다. 샤를은 안도하면서 천천히 재장전을 시작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아라크네를 따돌렸네.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날 쫓고 있던 아라크네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호수 쪽으로 향하더군.”

“…….”

샤를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동료를 잃은 아라크네는 그 즉시 댈러웨이를 잡아먹고 마도서를 탈취할 속셈이었다.

“뛰어! 당장 댈러웨이의 손에서 책을 빼앗아야 해.”

샤를과 드레이크는 그대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곳에는 댈러웨이의 목을 잡고 피를 쭉쭉 빨아대는 아라크네를 볼 수 있었다.

쭈왑! 쭈왑!

피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멀리까지 들릴 지경이었다. 댈러웨이는 순식간에 피가 빨려 마치 미이라처럼 변해버렸다. 그 아라크네는 어느새 뺨에 맞았던 탄환을 완전히 복구해 재생한 상태였다.

이윽고 아라크네의 손에 마도서가 들어갔다. 아라크네는 달려온 샤를과 드레이크를 보고는 들고 있는 댈러웨이를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그 굉음 소리를 내면서 내 동료가 타죽으니까, 이 녀석이 겁을 먹어버린 것 있지? 아쉬워라. 계속 분노하고 있었으면 살아 있었을 텐데. 적어도 내가 씨를 채취하기 전까진 말이야.”

아라크네는 혀를 내밀면서 아쉽다는 듯 입술을 핥았다. 그 괴물은 이제 말까지 할 수 있었다. 마도서를 손에 넣으면서 오히려 더 강해진 상태였다. 외형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덩치가 더 커지고 전신이 검은색 털로 덮인다. 벗고 있던 여성의 상체도 마찬가지로 시커먼 털로 뒤덮여서 인간이었던 형상을 알아볼 수도 없게 바뀌었다.

샤를은 힐끗 고개를 돌렸다. 드레이크의 눈에는 두려움이 어렸다. 아라크네에게서 뿜어지는 무형의 기운이 드레이크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었기에 샤를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너희는 꽤 용기 있는 인간들이네. 내게 겁먹지 않다니 말이야.”

“이, 이, 괴물!”

장전한 산탄총을 아라크네에게 겨눈 드레이크는 샤를이 총구를 내리게 하자 고개를 돌리면서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왜?”

“잠시만.”

저 아라크네는 지금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마도서를 사용한다면 얼치기였던 댈러웨이와 달리 진짜 ‘주문’을 사용할 것이다. 그러니, 마도서를 사용하지 못하게끔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큼큼.

호흡을 가다듬고. 외친다.

“야 이 개년아!”

“엥?”

“뭐!?”

난데없는 일갈에 아라크네도, 심지어 옆에 있던 드레이크도 어처구니없다는 듯 샤를을 바라보았다.

“느이 어므니가 거미랑 붙어먹은 인간이라서 너 같은 하찮은 열등종을 만들어낸 거 아니냐? 이계에 돌아가서 느그 아버지 털이나 더 빨다 와라!”

“이, 이, 이, 이 개자식! 너, 넌 넌 죽인다죽인다죽인다!”

“헹. 산다산다산다산다!

샤를의 선을 넘는(?) 도발에 아라크네는 완전히 눈이 뒤집혔다. 마도서를 사용해서 샤를과 드레이크를 처참히 죽이려던 아라크네는 그 생각을 완전히 뒤집고 달려들었다.

‘죽인다죽인다죽인다! 갈가리 찢어죽이겠어!’

분노하며 달려드는 아라크네는 그 순간 허공에 떠 있는 이상한 것을 보았다. 아주 밝은 색으로 빛나는 나비가 한 마리 훨훨 날고 있었다. 아라크네는 잠깐 시선을 하얀색 나비에게 돌렸지만, 이제 다시 눈을 내려서 샤를과 드레이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반항하기도 전에 샤를과 드레이크를 향해 팔을 내뻗었다. 그리고 둘을 단숨에 찢어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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