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치명적인 문제
계약서에 사인을 마쳤다.
극단과의 기존 계약은 수철이 해결했다.
애초에 계약서도 안 쓰고 사람 쓰는 걸 ‘관행’처럼 여기던 곳이라 계약이란 말을 쓰기도 민망하지만.
여하튼, 표면적으로 한올이 극단을 나가 이엔 엔터와 계약을 맺는 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전속까진 아니지만 매니저가 배정되고.
마찬가지로 스타일리스트와 이미지 관련 미팅을 마치자.
한올은 비로소 자신이 이엔 엔터에 들어왔음을 실감했다.
정확히는.
오늘 아침에도 자신에게 반갑게 인사한, 최도윤이 소속된 엔터 회사의 배우가 된 것이다.
계악 때까지만 해도 전혀 실감 나지 않았는데…….
‘나 진짜…… 여기 들어온 거구나.’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아빠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로 올라간 자신을 몰래 응원해 주던 엄마.
계약서에 사인을 마치고 가장 먼저 소식을 전했을 때, 엄마는 뛸 듯이 기뻐했다.
‘효도해야지, 꼭.’
얼마나 걸리든.
꼭 해낼 것이다.
한올도 잘 알았다.
지금 이엔 엔터에 들어온 건, 단지 문을 하나 연 것뿐이라는 사실을.
“채 배우님.”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한올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도윤이 손 하나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서 있었던 것이다.
“미안해요, 내가 방해한 것 같은데.”
“아, 아닙니다, 선배님!”
고개를 꾸벅 숙이는 한올의 모습.
“너무 딱딱하게 안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제가 싫어요. 그런 거는.”
매일 우렁차게 인사하는 녀석은 유준 한 명으로 족하다.
참고로 정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도윤에게 전화를 거는 녀석이 바로 유준이었다.
결국 도윤이 사정하다시피해서 간격이 며칠로 줄긴 했지만.
‘너무 깍듯해도 탈이야.’
그래도 뭐.
유준처럼 붙임성 있는 녀석은 환영이다.
그런 반면.
한올은 많이 소심했다.
“극단에는 이야기 잘했어요?”
“아, 그…… 네.”
“너무 걱정할 거 없습니다. 이제 그쪽은 잊어도 됩니다.”
한올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윤의 지금 저 말은.
마치 한올의 성공을 확신하기라도 하는 듯한 뉘앙스다.
물론, 이런 이유도 있었다.
‘자신감이 중요하지.’
도윤이 한올이 이런 재능을 지니고도 데뷔가 늦은 이유를 추측해 보건대.
아무래도 자신감 부족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수철의 말에 따르면, <호연>은 수많은 극단 중에서도 군기로 악명이 높은 곳.
그런 곳에서 지내면서 점점 쪼그라들었을 테고, 자신감을 잃어가며 데뷔 시기를 늦췄을 터.
그래서 도윤은 한올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하는 것이다.
“이 팀장님께 트레이닝 잘 받으면 곧 데뷔할 수 있을 겁니다.”
“제, 제가요?”
“네. 채한올 배우가요.”
채한올 배우.
그 한마디에 한올의 가슴이 콩닥거렸다.
아니.
어쩌면-
그 말을 도윤이 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최도윤이다.
자신의 우상이다.
원래의 정해진 미래보다 좀 더 일찍, TV에 나오는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게 만든 계기.
“감사합니다!”
“잘할 겁니다. 그럼, 이따 또 봐요.”
도윤은 환한 미소를 지은 한올을 뒤로한 채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잘하겠지.’
여하튼 가진 재능대로만 성장해 준다면.
현재 도윤 혼자 먹여 살리고 있다시피 한 이엔 엔터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이걸로…… 빚은 갚은 셈이라 할 수 있나.’
도윤은 회귀 전을 떠올렸다.
도윤의 결백을 끝까지 주장하며 언론사 기자들을 만나고, 소속 배우를 감싸주었던 동민과 수철.
그러나 결국.
이엔 엔터는 도산하고.
회사는 사라졌다.
그때 도윤은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자신이 조금만 덜 오만했다면.
자신이 조금만 덜 영리했다면.
두 사람이 모든 것을 쏟아 넣은 회사가 그렇게 사라지진 않았었을 텐데.
그렇기에 도윤은 회귀한 직후부터 현재까지 이엔 엔터와 계속 함께한 것이며.
차정수의 제안을 거절한 셈.
현재 수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의 스타 배우까지 데려왔다.
이만하면.
마음의 빚은 다 내려놓은 것 같다.
이엔 엔터는 현재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며.
한올처럼 재능 있는 배우들이 이엔 엔터의 문을 두드릴 테니까.
그러니 이제는…….
‘나도 다음 작품을 준비해야겠지.’
이제 이미지 걱정을 하기엔 도윤은 너무 다채로운 색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어 있었고.
역시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은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보통 제안은 두 가지 경로로 들어왔다.
하나는 회사를 통해 대본을 전달하고, 미팅 의사를 밝히는 경로.
지금처럼 성호가 전달해 주는 것들이 대부분 그런 식이다.
“형, 여기 대본이요. 오늘도 엄청 많네요. 다 읽기 전엔 안 가실 거죠?”
“그래야지.”
보내준 대본을 읽는 건.
배우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예의.
또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래에 영상화될 작품을 텍스트로 미리 읽어가며 이미 아는 내용과 비교해 보는 그 맛이란.
여하튼.
다른 경로 하나는.
이제 PD나 감독들 사이에서 –좋은 의미로- 공공재가 된 도윤의 개인 번호로 연락이 오는 경로.
지이이잉.
지금 온 연락이 바로 그랬다.
‘유정연 작가?’
유정연 작가로부터 온 한 통의 문자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작품 건으로 할 말이 있다며.
조만간 한번 보자는 내용이다.
“도윤아. 오늘도 열심이구나.”
그때 막 문을 열고 들어온 수철이 조금 굳어 있는 도윤의 표정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무슨 일 있어?”
“유정연 작가님이 얼굴 한번 보자네요. 작품 건으로 할 말이 있다고.”
“뭐어? 유정연 작가?”
수철의 얼굴이 밝아졌다.
유정연이 누군가.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작가다.
아니, 알아주는 수준이 아니라 무려 네 개의 히트작을 써낸 작가다.
비록 <악마의 세계>로 실패의 쓴맛을 봤지만-
이 업계에서 유정연의 명성은 고작 ‘그 정도’ 실패로 무너질 만한 수준이 아니다.
“드디어 복귀하나 보네. 그럼 신작 들어가는데 도윤이 널 주연으로 쓰겠다는 건가?”
신이 난 수철.
그리고 옆에서 은근히 기대하는 동민.
유정연이라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진 박 실장까지.
하지만 어째서인지.
정작 문자를 받은 당사자인 도윤의 표정은-
그리 좋다고 말할 수 없었다.
* * *
이를 갈았다.
그런 표현이 적절했다.
유정연은 <악마의 세계>가 실패한 후 모두와의 연락을 끊은 채 칩거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신작이라며 대본을 한국에서 가장 큰 드라마 제작사로 가져왔고.
볼 것도 없이 일사천리로 계약을 진행, 현재 캐스팅 보드를 꾸리고 있었다.
‘<대책없는 로맨스>라…… 유 작가가 이런 장르도 썼었나?’
이런 가운데 유정연과 호흡을 맞추게 된 PD는 사뭇 다른 느낌의 대본에 놀라워하면서도 궁금해하고 있었다.
유정연은 원래 로맨스 쪽에 특화된 작가가 아니다.
물론 유정연의 작품에도 로맨스는 등장하지만.
지금 이 <대책없는 로맨스>처럼 로맨스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처음이었다.
“이제 변화를 줄 때가 됐죠.”
PD의 궁금함은 금방 풀렸다.
“저번 작품에서 많이 느꼈어요. 하던 대로 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물론, 황 PD도 문제였구요.”
그 말에 PD가 움찔했다.
황선욱 PD 역시 <악마의 세계>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악마의 세계>를 촬영하며 두 사람이 크게 다투고 완전히 갈라선 건 유명한 일.
그런 의미에서…….
‘내 말을 잘 들어라, 이건가?’
그런 뜻으로밖엔 느껴지지 않았다.
안 그래도.
이 바닥에서는 무섭기로 유명한 유정연이다.
PD를 자기 아래에 두려고 한다는 건 꽤 유명하며.
유정연을 동경한 작가 지망생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유정연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다가 실망하고 나온다는 이야기 역시 꽤 유명하다.
듣기로는-
치를 떨 정도라는데.
‘내가 신경 쓸 건 아니지.’
그때 유정연의 말이 이어졌다.
“아무튼 이번에는 다를 거예요. 분명히.”
“대본은 좋아요. 쭉 읽어봤거든요. 느낌도 발랄하고, 통통 튀고. 유 작가님이 쓴 거라고는 안 믿기는데요.”
정말이다.
유정연이 기존에 쓴 것과는 결 자체가 다르다.
마치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뭐라구요?”
그런데.
유정연이 갑자기 대뜸 화를 낸다.
‘왜, 왜 저래?’
그냥 한 말이었는데.
왜 저렇게 예민할까?
PD는 일단 얼른 수습했다.
“아, 그, 그게요. 그냥 그만큼 통통 튀고 색다르다 이거죠. 하하하하. 제가 실수했다면 죄송합니다.”
그제야 유정연의 표정이 조금 풀린다.
‘살벌하네, 진짜.’
“아녜요. 그럴 수도 있죠. 아무튼 그럼, 캐디 쪽이랑도 이야기 마쳤으니까 바로 캐스팅 진행해 주세요. 아, 그리고 주연 배우는 제가 미리 연락해 놨으니까 그런 줄 아시고.”
그 말에 PD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 벌써요?”
나랑 상의도 없이?
-라는 말은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유정연의 눈빛이 워낙 흉흉했기 때문이다.
그제야 PD는 최근 잘 나가는 작가 한 명을 떠올렸다.
강미나.
<그대 내 품에>로 생애 첫 시청률 1위를 달성하더니.
<그 남자의 메모리>라는 대본으로 일약 ‘사이코패스 신드롬’을 일으키며 케이블 시청률 20%를 넘기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이뤄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유정연과 강미나는 이 바닥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앙숙 사이인 데다…….
요새 이런 말이 떠돌고 있다.
이제 강미나가 더 잘 쓴다.
‘그래서 이렇게 이를 가는 거구만.’
여하튼 뭐.
성질이야 좀 더러워도.
강미나보다 좀 못하다는 소문이 돌아도 어떤가?
유정연은 유정연.
대본 하나는 기깔나게 쓰는 작가다.
잘만 하면, 자신 역시 상승기류를 타고 쭉쭉 올라갈 것이다.
‘그때까지는 참아야지.’
PD는 속으로 화를 다스리며 물었다.
“그래서 누구로 정하신 건데요?”
“최도윤이요.”
최도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휘둥그레지는 PD의 눈.
최도윤이면 그럴 수 있다.
아니, 상의 안 하고 정해도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한다!
최도윤은 지금 모든 작가, 감독, PD들이 눈독을 들이는 라이징 스타다.
그도 익히 안다.
도윤이 지금까지 맡은 작품에서 보여줬던 미친 연기들을.
“그, 그럼…….”
“이번에는 거절 못 할 거예요.”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유정연.
“이번에도 거절하면, 앞으로 이 바닥에서 나랑 척 지겠다는 뜻이니까.”
유정연이 하는 말이기에 섬뜩하게 들렸다.
<악마의 세계>로 잠시 주춤했다지만.
유정연만큼 이 바닥에서 인맥 좋은 작가도 없다.
‘무서운 사람이야, 정말로.’
그래서 PD는 곧 긍정적인 연락이 올 거라 믿었다.
잠시 후.
유정연의 휴대폰에 문자 하나가 도착하고.
그 문자를 본 유정연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다.
“이 새끼가…….”
표정을 보건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윤은.
또 한 번 유정연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
* * *
이전과는 분명히 달랐다.
<악마의 세계>를 거절하고 <알고 있는가>를 택할 때만 해도 도윤은 이제 막 조금 주목을 받는 신인에 불과했다.
그래서 동민과 수철은 물론, 이엔 엔터가 이제 망하는 거 아니냐는 소문이 떠돌 정도였다.
물론 지금도 최도윤과 유정연의 명성은 비교할 수 없다.
배우와 작가를 어떻게 직접적으로 비교하겠냐만, 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으로만 따지면 유정연이 분명히 한 수 위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젠 믿어야지.”
“저희가 말하고 말고 할 단계를 떠난 것 같습니다. 도윤이잖아요.”
“그래. 하기 싫은 작품 억지로 시키는 거, 의미 없으니까.”
두 사람도 크게 우려를 표하지 않았다.
아니, 그냥 지켜보자고 마음먹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테다.
말린다고 될 게 아니라는 사실은 일찌감치 깨달았으니까.
“근데 이번에는 좀…… 유정연 작가가 이를 간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래 봤자 어쩌겠어? 배우가 선택한 건데.”
“도윤이 설마 강미나 작가님 라인 타는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지. 아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을 거야. 강 작가님 작품을 두 개나 했고, 유정연 작가랑은 이미 한번 척을 졌으니까.”
이 바닥에도 라인이라는 건 엄연히 존재한다.
특정 작가가 선호하는 배우.
특정 배우가 선호하는 작가.
특정 PD가 선호하는 작가나 배우 등.
그런 의미에서 도윤이 줄을 잘 탄 건지 아직 두 사람은 판단을 내릴 수 없었지만…….
“믿고 기다려보자고. 거절한 이유도 충분하니까.”
믿어야 했다.
도윤이었으니까.
“설마 라인 타느라 쉬려던 거 포기하고 다른 작품 억지로 고르는 거 아니겠죠?”
“글쎄.”
동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본 도윤이는 그렇게 정치적이지 않아.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라고 하는 쪽에 가깝지.”
틀린 말이 아니다.
수철이 본 도윤도 그랬으니까.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 한다.
대신, 해야 하는 건 반드시 한다.
“시간 됐군. 일단 들어오면 물어보자고. 차기작 고른 이유에 더해서…… 유 작가 작품 거절한 이유도.”
“알겠습니다.”
수철이 주억거리고.
‘혹시 정말 라인 타는 거라면…… 위험할 텐데.’
동민은 고민에 빠졌다.
냉정히 말해 이엔 엔터의 힘은 크지 않다.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긴 해도, 대형 엔터만큼의 힘은 못 낸다.
그런 상황에서 배우가 잘못하다 삐끗하기라도 하면?
‘그럴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이런 가운데.
똑똑.
대표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도윤이 들어왔다.
“대표님, 팀장님.”
“어서 와.”
그리고 시작부터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죄송하지만 유정연 작가님 작품은 못 할 것 같습니다.”
도윤이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이 이미 아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미 생각해 둔 작품이 있어서요.”
둘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쉽게 안심하지 않는다.
“어떤 작품인데?”
“김창용 PD님이랑 박정훈 작가님 작품입니다. <그 시절의 우리>라고, 2주 전에 들어온 대본입니다.”
2주 전이라면.
유정연이 제안하기 전의 시기.
일순 마음이 놓였으나.
<그 시절의 우리>를 쓴 박정훈 작가가 신인이라는 사실을 떠올리자 수철의 얼굴이 굳었다.
“도윤아. 솔직하게 물어볼게. 혹시…… 강 작가님 불편할까 봐 유정연 작가 거 안 한다고 한 건 아니지?”
이렇게 묻는 건 도윤을 걱정해서였다.
그러나 도윤은 씩 웃으며 답했다.
“억지로 고른 거 아니에요. 그랬으면 아예 푹 쉬었겠죠.”
아.
그제야 수철은 얼굴을 붉혔다.
더 좋은 명분이 있음에도 작품을 이미 골랐다는 이유를 든 건…….
그 작품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일 것이다.
유정연 작가와 같이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이유만이 아니라.
“미안하다.”
“사과하실 거 없어요. 두 분도 마음고생 많으셨을 테니까.”
도윤은 그러면서 덧붙였다.
“그쪽에 미팅 일정 잡아주세요. 조만간 만나 뵙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어, 그, 그래. 알았다.”
이야기는 생각 이상으로 간단하게 마무리되었다.
동민도, 수철도 안심했다.
밖에서는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일단 도윤이 유정연 작가를 싫어해서 그런 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니까.
하지만.
두 사람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도윤은 유정연 작가를 싫어해서, 강미나 작가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제안을 거절한 게 아니다.
이건 작가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대책없는 로맨스>라는 작품이 지닌, 아주 ‘치명적인 결함’에 대한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