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스포방지(1)
유리나.
동진대 2학년.
질풍노도의 1학년을 보낸 뒤, 남자 동기들을 하나둘 떠나보내는 시기의 여대생.
늘 그렇듯, 이 시기 대부분의 대학생은 여전히 학점보다는 노는 게 더 중요하고 교수님이 조금이라도 늦다 싶으면 휴강을 기원하곤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고민이 있다면-
연애다.
‘에이 씨, 그런 놈을 왜 만나 가지고.’
리나는 일주일 전 헤어진 남자친구를 떠올렸다.
대외적으로는 성격 차이라지만 기숙사 앞에서 대판 싸운 뒤 헤어진 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
그것도 그놈이 바람을 피워서였다.
그래서 지금 리나에겐 힐링이 필요했다.
“리나야, 오늘 막골 가서 파전에 막걸리 콜?”
“아니야, 내가 보기에 리나는 지금 고기가 필요해. 먹집 가서 삼겹살에 소주 어때?”
덕분에 동기들은 리나의 기분을 풀어주려 안달이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당기지 않았다.
사실 술은 헤어진 뒤 펑펑 울면서 사흘 밤낮을 마셔댔고, 이젠 초록색 병만 봐도 속에서 올라올 지경이었다.
‘대학 가면 술에 빠져 지낸다더니. 아예 술이 된 기분이야.’
리나는 울렁이는 속에 결국 고개를 저었다.
“나 속 안 좋아서. 미안, 다음에 마시자.”
“괜찮겠어? 우리가 그놈 또 욕해줄게!”
“박윤수 그 나쁜 새끼. 리나 좋다고 좋다고 쫓아다닐 땐 언제고 새내기 들어오니까 바로 눈 돌리냐? 그런 새끼는 매장을 시켜야 돼.”
그래도 동기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며칠 지나기도 했고, 이제는 그냥 잊어도 될 것 같았다.
남자야 뭐, 사방에 널렸는데.
좋은 사람 하나 없겠는가?
“어. 저거 뭐야?”
“우와, 우와. 대박. 저 차 뭐야?”
그때 문득 동기들의 감탄이 들려왔다.
리나는 상념에서 빠져나와 동기들의 시선을 따라갔다.
부아아아앙.
저 멀리서 강렬한 배기음을 토해내는 잘 빠진 차 한 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다 차는 학교 정문에서 멈췄고. 정문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든 시선 속에서…….
“오빠!”
도윤이 내렸다.
“리나야.”
“오빠! 여긴 웬일이야?”
방금까지 위로해 주던 동기들을 뒤로하고 환한 표정으로 달려간 리나.
“바, 방금 리나가 오빠라고 했어?”
“저 사람 누군데? 누군데?”
“남자친구? 아니면 진짜 오빠?”
“맞아. 리나 오빠 둘 있다고 들었어. 그럼 친오빠? 대박!”
“치사한 것. 저런 오빠를 지금까지 숨겼다고?”
동기들은 얼이 빠졌다.
180은 넘어 보이는 키.
매끄럽게 딱 떨어지는 완벽한 세미정장 핏.
선글라스를 쓰고 있음에도 돋보이는 이목구비.
여기에.
여전히 배기음을 토해내며 서 있는 차가 품격을 높여주기까지.
“어, 혹시…… 내가 아는 그 배우 맞나?”
“누구? 누구?”
“왜, 있잖아. <그 남자의 메모리>에 나오는 배우!”
“최도윤? 에이, 설마…….”
“맞아! 와. 대박. 진짜 대박!”
그리고 리나는.
동기들 못지않게 얼이 빠진 채 멍하니 도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여긴 웬일이야?”
“언제는 한 번만 와서 자기 기 좀 살려달라고 하더니.”
“그거야 그냥…… 근데 와. 이거 오빠 차야?”
“사장님 차. 새거 뽑아주신다고 했는데, 그전까지 타고 다니라고 빌려주셨어.”
리나는 입을 쩍 벌렸다.
정확한 수입은 모르지만, 연예인들이 많이 번다고 듣긴 했다. 그런데 이건 정말…….
‘재우 오빠가 타고 온 것보다 더 좋아 보이는데.’
중소기업체 사장 아들이라는 한 학번 위의 재우 선배가 떠올랐다.
얼마 전 차를 한 대 끌고 와서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근데, 이건 지금 보니 그 차가 초라해질 정도로 엄청난 차였다.
“그럼 나 기 살려주러 온 거야?”
“그렇다 치지 뭐. 아, 동하는 오늘 예비군 갔다고 해서 거기는 못 갔고. 그래서 너 보러 왔다.”
“치, 내가 1등인 줄 알았는데.”
리나를 보며 도윤이 씩 웃더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덜컥.
차 문을 열어주었다.
“그럼, 가실까요?”
리나는 환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유리나…… 나쁜년.”
“최도윤이랑 아는 사이였어?”
“설마 남친?”
“에이, 그럴 리가. 리나가 아무리 그래도…… 혹시 사촌 아닐까?”
“이제 리나 아무도 못 건드리겠네.”
동기들의 부러움과 사람들의 경악스러운 시선 속, 차에 쏙 들어가 문을 닫았다.
* * *
“꺄아아아아아악!”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환호하는 리나.
텅 빈 자유로를 내달리는 매끈한 차체.
차가 토해내는 강렬한 배기음과 해방감이 리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운전하는 도윤은.
‘무슨 일 있나?’
자나 깨나, 리나 걱정뿐이었다.
평소에 저렇게 발광하는 모습을 못 본 건 아니지만…….
오늘은 유독 신나 보였다.
하지만 동생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부아아아앙!
“오빠! 이거 대박이다!”
“차 좋지?”
“응! 진짜 대박! 근데 오빠랑 드라이브해서 더 좋아!”
“좋댄다.”
“근데 오빠, 운전은 언제 이렇게 하게 된 거야? 오빠 면허 따고 운전 한 번도 해본 적 없잖아!”
회귀하기 전 먹고살기 위해서 대리기사 일을 했었다는 이야기는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냥. 하다 보니까 되던데.”
“와, 나는 주행시험만 세 번 떨어졌는데.”
“넌 운전하지 마라. 제발.”
도윤은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을 흘리는 한편.
리나가 창문을 닫고 진정되길 기다린 뒤 슬며시 물었다.
“근데 너 무슨 일 있냐?”
“일? 아냐.”
“아니긴. 표정만 봐도 보이는데.”
“헤헤, 그랬어?”
리나는 들켰다는 듯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오빠, 혹시…… 이따 학교 갈 때 잠깐 기숙사 쪽으로 가줄 수 있어?”
“이따 동기들이랑 한잔하는 거 아니었어?”
“응. 그렇긴 한데…… 좀 보여줄 사람이 좀 있어서.”
“보여줄 사람?”
도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리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있어. 나쁜 새끼 하나.”
* * *
박윤수는 멋모르고 자신에게 넘어온 신입생과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그래, 이거지.
떽떽거리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대는 동갑과 사귀다 오빠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왜 이렇게 말랑말랑한지.
“오빠. 혹시 그년 생각하는 거 아니지?”
“응? 그럴 리가 있어? 너 말고 누가 보인다고.”
“딴생각하면 나한테 죽는 거야.”
협박도 어쩜 이렇게 귀엽게 느껴지는지.
집착이 조금 심해 보이긴 하지만, 오빠 소리에 애교 한 번이면 다 참을 수 있다.
오빠 소리는커녕 자기야 소리 한 번 안 하던 유리나 생각은 이제 나지도 않았다.
물론 바람을 피웠다며 여자 동기들이 손가락질하는 거야 알고 있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안 그래도 헤어지려던 차에 타이밍이 조금 안 맞은 것뿐.
박윤수는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동기 톡방에서 메시지가 쉼 없이 뜨고 있었다.
[야야야 ㄹㅇ 대박 유리나 개쩌는 차가 와서 태워갔음]
[남친 아니냐?]
[오빠라고 하는 거 보니까 친오빠 아님???]
[와 ㅅㅂ 남자가 봐도 존잘이라고 하던데]
[(차 사진)]
[개쩐다 이거 1억 넘는 건데]
[박윤수 왜 조용하냐 ㅋㅋㅋㅋㅋㅋ]
‘유리나가 누구를 만나고 무슨 차를 타?’
박윤수가 미간을 좁히고 있자 옆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뭐 봐?”
“응? 별거 아냐.”
“나랑 있을 땐 폰 보지 말라고!”
“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확, 폰 검사하는 수가 있다. 아, 불안해서 안 되겠어. 패턴 뭐야?”
“자기야, 나 못 믿어?”
“그럼 내가 지금 오빠 의심한다는 거야?”
“지금 네가 그렇잖…….”
둘이 난데없이 설전을 벌이려던 그때였다.
부아아아앙!
기숙사 뜰로 엄청나게 멋진 차 한 대가 어마어마한 배기음을 토해내며 들어서더니.
끼이이익.
막 언성을 높이려던 두 사람이 앉은 벤치 앞쪽에 멈춰섰다.
“뭐, 뭐야?”
박윤수는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는 한편.
생전 처음 보는 차에 입을 쩍 벌렸다.
‘미, 미쳤다.’
세상에 차 싫어하는 남자는 없다고 했던가.
박윤수가 옆에 여자친구가 있든 말든 입을 쩍 벌리고 차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던 그때였다.
덜컥.
문이 열리고.
운전석에서 말도 안 되게 멋진 남자가 내리더니.
“다 왔어.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거기서 내린 사람은-
“유, 유리나?”
리나였다.
자신의 전 여자친구.
리나는 문을 열어준 남자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보여주더니 슬며시 팔짱을 끼고.
“어머, 낯이 익다 싶었는데 윤수 너였구나?”
박윤수를 바라보며.
비웃음인지 뭔지 모를 미소를 머금었다.
“너, 너…….”
“왜, 놀랐어?”
“나, 나, 남자친구?”
박윤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꼴사납게도 마음 깊은 곳에선.
질투심이 솟아올랐다.
손이 부르르 떨렸다.
자신이 지금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있는 것도 잊은 채.
그리고 리나는 그 말에 일부러 대답하지 않은 채 도윤에게 더 바짝 달라붙더니.
“아, 걔야? 그…… 여자친구 있는 남자한테 꼬리친 애가?”
“너 뭐라고…….”
“난 또. 바람까지 피워서 뭐 얼마나 대단한 앤가 싶었는데…….”
의도적으로 말꼬리를 흐린 리나는 풉, 비웃음을 짓더니 도윤을 올려다봤다.
“오빠. 가자.”
그리고 도윤은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채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만 끄덕이곤 다시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고.
부아아아앙!
이내 매끈한 차가 기숙사 뜰을 벗어났다.
‘쟤…… 뭐야? 저 남자는 또 누구고? 아, 젠장. 너무 빨리 헤어졌나? 아 씨, 존나 아깝…….’
이런 와중에 멀어지는 차를 보던 박윤수는.
“오빠.”
자신의 손을 뿌리치는 여자친구의 모습에 현실로 돌아왔다.
“어, 어?”
“그 눈빛 뭐야.”
“누, 눈빛?”
“그년 보던 그 눈빛 뭐냐고! 아까워하는 것 같던데? 맞지? 와. 진짜 너……·· 나쁜 새끼다. 거기서 왜 나 안 보고 그년만 봐?”
“자, 자기야. 그게…….”
“됐어. 하, 찌질한 새끼…… 우리. 생각할 시간 좀 가지자.”
“뭐, 뭐라고? 자기야, 내가 잘못했어. 응? 절대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차가 멋있어서…….”
“아, 그러세요? 근데 아까 차가 아니라 유리나 그년만 보던 눈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 됐어. 너, 다 정리했다면서? 이제 나만 본다면서?”
“자기야! 자기야!”
“관둬. 나쁜 새끼…….”
박윤수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뛰어가는 여자친구를 뒤쫓아가야 했다.
그 뒷모습이.
참 처량해 보였다.
* * *
-와! 너무하네! 나 예비군 간 사이에!
“그렇게 됐다.”
-유리나가 전화해서 나한테 얼마나…… 크흑.
나이를 먹어도.
동생과의 싸움에서는 지기 싫어하는 오빠다.
“다음에 갈게. 그때는 다른 차 타고.”
-뭐? 차가 한 대 더 있어?
“아니, 어제 리나 만날 때 탄 건 사장님이 빌려주신 차. 내 거는 나오는 데 좀 걸린대.”
-도대체 얼마나 비싸면? 안 되겠다, 나도 배우 할래. 뭐부터 하면 됨? 행인1?
“그것도 경쟁 치열한데.”
-개쉑…….
동하는 한탄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뱁새가 황새 따라다가 가랑이 찢어지지.
“너 좀 유식해졌다.”
-나 국문학과거든.
도윤은 눈물이 날 뻔한 걸 간신히 참았다.
취업 안 되기로 유명한, 이른바 ‘국사철’ 중에서도 맨 앞을 차지하는 학과.
“나중에 취업 안 되면 말해라.”
-됐다. 안 그래도 전과할까 생각 중이니까 자극 그만 해라.
“알았어, 알았어.”
-아무튼 열심히 해라. 그리고 나중에 꼭, 꼭! 우리 학교 오고. 오케이?
“오케이.”
-참. 촬영은 언제 끝나냐? 그거 끝나면 영주 오냐? 나도 너 올 때 맞춰 가려고.
“왜 굳이?”
-그래야 내가 묻어가지. 나 저번에 학점 3점 초반대였다고!
도윤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조만간. 촬영은 다음 주면 끝나.”
-오, 그래서 결말은? ‘이다한’ 어떻게 돼냐?
침투력이 대단한데.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다.
“나도 몰라.”
-까비.
-그리고 대본 아직 안 나왔어. 알아도 너한테는 안 말해.”
-짜식, 알았다. 그럼 끊는다. 더 통화하면 계속 물어볼 것 같거든.
“오냐. 들어가라.”
도윤은 동하와 통화를 마친 뒤, 마주칠 때마다 ‘이다한’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어왔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부모님.
동하.
리나.
차정수.
그 외 기타 등등.
확실히.
인기가 장난 아닌 모양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볼 정도면.
‘나도 알면 좋겠다.’
도윤이 정말 ‘이다한’이 어떻게 될까 나름대로 추리해 보던 그때.
“형. 20분 뒤 스탠바이래요.”
“오냐.”
성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도윤은 곧바로 ‘배우 최도윤’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정말 쉴 틈이 없다.
촬영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기 때문.
‘이제 다음 주까지만 하면 끝인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고개를 드는 시원섭섭한 마음.
자신이 맡은 배역 ‘이다한’의 감정이 더더욱 격렬해지고 거세질수록.
연기를 마친 도윤의 마음은 그만큼 공허해진다.
아무리 도윤이 다른 배우들보다 감정을 추스르는 게 빠르다지만, 여운마저 완전히 없앨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거기에…….
‘과연 어떻게 될까.’
역시, ‘이다한’이란 인물의 결말이 미치도록 궁금하다.
끝까지 악인으로 죽을 것인지.
마지막에는 잠깐이나마 ‘기억을 잃고 순수했던 이다한’으로 돌아올지.
사실 현실의 냉엄한 기준으로 본다면 ‘이다한’은 죄를 뉘우치든 말든 무기징역을 절대 면할 수 없는 살인마 그 자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이 사이코패스 살인마 ‘이다한’에 열광하는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건-
엄청난 연기로 배역을 납득시킨 도윤 때문이리라.
‘아무튼 스포일러 조심해야지.’
도윤은 얼마 전 PD가 제작진과 배우들을 모두 불러놓고 신신당부한 스포일러 관련 이야기를 떠올렸다.
말이 신신당부지.
쉽게 말해 그거였다.
스포하는 놈은 내가 책임지고 이 바닥에서 매장시킨다.
그리고 재훈 정도 되는 짬과 명성이라면, 그럴 힘도 충분하고.
여하튼.
스포일러를 조심해야 하…….
지이잉.
“네, 누나.”
-도윤아. 나 이솔인데, 서이솔인데에.
“네, 말씀하세요.”
-촬영 잘하고 있니?
“그럼요. 누나는요?”
-나야 뭐, 잘하고 있지. 참. 저번에 들려준 신곡 <꽃바람> 있지? 그거 결국 앨범에 넣기로 했다?
도윤은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기쁜 소식에 환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요?”
-응. 내가 밀어붙였어. 이거 안 넣어주면 활동 안 할 거라고.
“…….”
뭐, 다행은 다행이다.
<꽃바람>은 그만큼 좋은 곡이니까.
타이밍이 맞지 않아 그냥 팬들 사이에서나 알려진 곡이 됐던 걸 생각하면, 원래는 망했을 이번 앨범에서 빛을 보는 게 훨씬 낫겠지.
그나저나.
‘이거 이야기하러 전화했나?’
생각해 보니 다소 뜬금없는 전화에 도윤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도윤아. 근데 나 부탁이 있는데,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뭔데요?”
-혹시이…… ‘이다한’ 말이야. 어떻게 되는지 알려줄래?
“…….”
아무래도.
마지막 방송 전까지는 계속 시달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