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과천선 배우님-40화 (40/200)

40.화제성은 확실하겠는데(1)

“크랭크 아웃! 다들 고생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크랭크 아웃.

마지막 촬영을 끝으로 크랭크 아웃이 선언되자 <기적의 레시피> 곳곳에선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3개월의 빡빡한 레이스.

그 일정이 드디어 끝을 맺은 것이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점점 길어지기만 하는 한국의 영화 제작 환경에서 드물게도 효율적인 촬영을 추구한 창욱 덕이었다.

덕분에 배우들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비록, 빡빡하다 못해 숨 쉴 틈도 없어 초췌한 얼굴로 다니기 일쑤였지만.

크랭크 아웃이 선언된 지금만큼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중엔 다른 감독들이 따라 하고 싶어도 못 따라 했지.’

평균 3~4개월이던 영화 제작 기간은 머지않은 미래에 점점 늘어나더니 1년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흔해진다.

하지만, 창욱만큼은 아니었다.

속전속결로 깔끔하게 찍어내면서도 결과물이 좋았던 건, 결국 재능의 영역이라고 밖엔 설명할 수 없는 셈.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 3개월 동안 많이 배웠습니다.”

도윤은 훗날 상업영화 쪽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감독과 아주 깊은 인연을 만들어둔 것이다.

“아. 최 배우.”

창욱은 촬영이 끝난 직후 다가와 고개를 숙이는 도윤을 보며 보기 드물게도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오디션, 사전미팅, 리딩에서 느낀 것처럼 확실히…….

좋은 배우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좋아질 배우이기도 하다.

“힘들었을 텐데, 군말 없이 잘 따라와 줘서 고마웠어. 이제부터 편집 힘써봐야지.”

“감사합니다. 감독님과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무슨. 내가 할 말이지. 솔직히,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잠시 머뭇거리던 창욱은.

“그때, 오디션에 최 배우가 지원해서 참 다행이라 생각해.”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도윤은 확신할 수 있었다.

<기적의 레시피>가 회귀 전에 미공개작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마땅한 배우를 찾지 못해서였을 거라는 추측 말이다.

쉽게 말해-

이 <기적의 레시피>는.

“이 영화, 덕분에 시작할 수 있었던 거나 마찬가지니까.”

도윤이 주연을 맡으면서 세상에 나타날 수 있게 된 셈.

물론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정성과 노력, 시간을 생각하면 ‘고작’ 주연 배우 한 명이 그 공을 다 가져가는 건 가당찮은 일.

그러나.

도윤이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창욱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 크랭크 인을 선언하지 않는 감독이었으니까.

“아닙니다. 저보다 좋은 배우들이 많은데…….”

“그런 배우들은 내 작품에 안 왔겠지.”

틀린 말은 아니다.

현재의 창욱은 <스파이의 정석>으로 500만 관객을 동원하긴 했어도, 그 외엔 아직 검증된 게 없는 감독.

“뭐, 이번 작품까지는 어찌어찌 내 철학이 들어맞길 바라야 할 텐데…… 다음 작품도 이럴지는 모르겠지.”

“그렇게 될 겁니다.”

창욱.

끝까지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는, 타협하지 않는 감독.

물론 그래서 약간의 마찰도 발생했지만.

이제 곧, 배우들도 그 방식에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기적의 레피시> 촬영 때처럼.

다만.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제멋대로 구는 배우들은 도태될 것이다.

지금 저기, 오늘 막판 촬영에서도 기어이 NG를 낸 형진처럼 말이다.

뭐, 다 끝난 마당에 더 욕할 것도 없고…….

어차피 형진이 몰락하는 미래야 정해져 있으니 이젠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사람이지만.

“아무튼 그래서 걱정이야. 앞으로 다른 배우들이 눈에 찰지.”

“예?”

“최 배우 덕분에, 내 눈이 좀 많이 높아졌거든.”

요즘 들어 웃음이 많아진 창욱이다.

그리고 배우로서 높은 찬사를 받은 셈이 된 도윤은.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참에 확실히 눈도장을 찍어두었다.

미래의 거장.

아니, 이제 곧 이 <기적의 레시피>를 통해 거장으로 거듭날지도 모르는 감독에게.

“선배님…… 선배님 덕분에 너무 감사했지 말입니다!”

그리고 한 명 더.

미래의 스타 배우, 박유준이 있었다.

“촬영하느라 고생했어. 너한테 많이 배웠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 너무 부끄럽지 말입니다.”

진짜다.

도윤은 유준의 연기를 보며 많이 배웠다.

대사를 칠 때 어미를 능숙하게 조절하는 방식이라든가.

능글맞은 연기를 펼치는 장면에서 시선 처리를 하는 색다른 방법이라든가.

유준은 미래의 스타 배우답게 확실한 재능을 지닌 배우였다.

“다음에 또 같이하자. 그때는 주연 대 주연으로.”

주연이라는 말에 흥분해 고개를 끄덕이는 유준.

“당연하지 말입니다! 선배님. 선배님이랑 꼭 같이하겠습니다!”

더없이 힘찬 모습이다.

하긴.

미래에 성공하는 걸 생각하면.

이런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고생했다. 도윤아.”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광섭까지.

도윤에게 중요한 조언을 건넨 원로 배우.

“감사합니다. 그리고 건강 꼭 챙기세요.”

“아직 말짱하다니까. 허허.”

광섭은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 주는 듯한 도윤의 모습에 미소를 띠었다.

“자. 오늘 촬영 종료 기념으로 회식 있습니다! 이따 안 오신 분 체크합니다! 제작사에서 한도 무제한으로 법인카드 주셨으니 오늘 한번 죽어봅시다!”

“우와아아아아!”

그때 마침 들려오는 조연출의 외침.

옆에 있던 창욱이 물었다.

“참, 저번에 보니까 술 좀 하는 것 같던데. 오늘 약속 비워놨지?”

도윤은 씩 웃으며 답했다.

“약속뿐일까요. 위장도 비워놨습니다.”

“좋아. 가자고.”

* * *

영화 촬영이 끝났다고 해서 곧바로 영화가 개봉하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촬영한 영상들을 편집하고, 영화를 홍보하고, 개봉 시기를 맞추는 등 수많은 절차가 남아 있다.

때문에 도윤을 비롯한 배우들도 이에 맞춰 일정을 소화했다.

오늘은 그 일정 중 하나, 예능 프로그램 <맛대결>의 녹화가 있는 날.

“형님.”

“어이구, 도윤이. 신수가 훤하네? 촬영 잘 마쳤어?”

그리고 도윤은 오늘 <맛대결> 촬영을 구경하러 온 차정수와 악수했다.

“그때 도와주신 덕분에요.”

“도와주긴 무슨, 네가 잘한 건데. 촬영장에서 죽여줬다면서? 이야기 다 들었다.”

메이킹 필름도 아직 안 풀었는데 소문이 어찌나 빠른지.

“참. 강 셰프가 극찬하던데. 자기가 가르칠 게 없었다고.”

“아닙니다. 셰프님한테 많이 배웠습니다.”

“솔직히 말해봐. 내 앞에서만 겸손한 거지?”

도윤은 그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빙그레 웃었다.

“여기들 계셨네요. 차 셰프님, 최 배우님.”

그때 다가온 강민혁 셰프의 모습에 정수와 도윤은 반가운 얼굴이 되었다.

“아이쿠, 차 셰프는 무슨.”

“왜요, 셰프 맞죠. 저한테는 셰픈데.”

“강 셰프님. 그간 잘 지내셨죠?”

“종영 파티 때 보고 대충 2주 만이죠? 좀 쉬었어요?”

“그냥저냥요.”

사실 못 쉬었다.

그간 영화 촬영을 핑계로 미뤄두었던 광고 몇 개를 촬영했고, 차기작과 관련해 대본들을 읽어보느라 도통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제가 우리 차 셰프님한테 들어서 대충은 아는데, 살살 좀 하세요. 그러다 몸 망가집니다? 30대 되고 40대 넘으면 훅 가요. 보세요, 여기 산 증인이 있잖아요?”

“설마 저 이야기하는 거예요?”

“어흠. 여기 다른 사람이 있나.”

“와. 너무하네.”

그런 와중에 둘은 꽤 친해 보였다.

도윤은 이 두 사람이 예전에 동업까지 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대배우와 스타 셰프의 조합이라.’

꽤, 볼 만했다.

하지만 오늘 여기 이 스타 셰프와 페어를 이루는 사람은 바로 자신.

“준비는 잘해 왔어요?”

“PD님이 보내주신 대본 숙지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재료가 나올지 몰라서 좀 걱정되네요.”

오늘 도윤이 출연할 파일럿 예능 <맛대결>은 주재료, 부재료를 무작위로 선정하고 페어를 이뤄 나오는 요리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걱정은요. 최 배우님은 잘할 겁니다. 제가 다 봤는데요 뭘.”

솔직히, 강민혁은 차정수 이래로 이렇게 요리에 재능 있는 배우는 처음 만나봤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자신의 가르침을 마치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이해력’.

‘아깝다, 아까워. 배우만 아니었어도 제자로 키우는 건데.’

민혁은 입맛을 다시다 도윤을 격려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우리가 이길 겁니다.”

그리고 은근히 전의에 불타는 민혁의 얼굴을 본 도윤은.

‘아하.’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이유를 곧장 깨달았다.

“아이고! 로건 킴 셰프님!”

“우와. 로건 킴이다.”

스타 셰프 강민혁.

그리고 그 강민혁과 항상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 오며 꽤 재미난 볼거리를 자주 만들어냈던 로건 킴 셰프.

그가 바로 오늘, 이 파일럿 프로그램 <맛대결>에 출연하는 것이다.

정수는 로건 킴의 거대한 체구에 놀라 중얼거렸다.

“실제로 보니까 풍채 한번 좋네.”

“저거 다 지방이에요.”

기다렸다는 듯이 디스를 시작하는 민혁.

“성질도 더러워선. 얼씨구? 카메라 앞이라고 웃는 거 봐라. 무슨 제사상 돼지도 아니고.”

예전부터 사이가 참 안 좋았던 모양이다.

“싫은 티 너무 내는 거 아니야?”

“그야 뭐, 진짜 싫으니까요. 쟤는 유학 시절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요. 체구는 저런 놈이 얼마나 얍삽한지 몰라요.”

그렇게 말하며 갑자기 결연한 눈빛으로 도윤을 바라보는 민혁.

“우리, 오늘 꼭 이깁시다.”

갑자기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 * *

“자,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하이…… 큐!”

녹화는 간단한 근황 토크로 시작되었다.

“하하, 파인다이닝 운영도 하고 후학 양성도 하고, 여기저기 방송 출연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죠.”

“어유, 바쁘게 사시네요. 근데 요새 가게 장사가 잘 안 되신다는 소문이…….”

“하하, 저희 가게는 예약제라서요.”

물론 근황 토크를 가장한 두 스타 셰프의 불꽃 튀는 설전이 이어졌다.

웃음 띤 얼굴 뒤로 치열한 참호전이 펼쳐지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덕분에 PD는 둘의 라이벌 기믹을 살릴 생각에 환호하면서도 분위기가 다소 과열될 때마다 편집점을 잡느라 애를 써야 했다.

“자자. 잠시 끊고 가겠습니다. 조금만 천천히 진행합시다. 이러다 이거, 마이크 터지겠네, 터지겠어. 허허.”

그래도 표정은 마냥 좋았다.

‘뭐, 뽑을 건 많겠네.’

어차피 파일럿 프로그램이라 부담도 없다.

못 돼도 본전, 잘 되면 고정 편성.

그래도 아직은 전자 쪽의 가능성이 높다.

파일럿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흔치는 않으니.

PD는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되면 좋고, 아님 말고.’

하지만.

그래도 되는 쪽이 최고다.

자신이 개발한 파일럿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되는 것만큼 좋은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이런 가운데 셰프들의 근황 토크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차례는 자연스럽게 게스트들에게 넘어갔다.

“자, 그럼 이제 게스트분들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먼저, 로건 킴 셰프님의 파트너로 나오신 ‘도진우’ 아티스트?”

“안녕하세요, 가수 도진우라고 합니다!”

도진우.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솔로 가수이자 로건 킴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나 친해진 사이.

“요새 아주 행복하실 것 같습니다. 신곡 <너의 이유>. 그야말로 차트를 순식간에 점령해 버렸죠?”

“하하, 운이 좋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신 덕에…….”

그리고 오늘 요리 프로그램에 나온 게스트답게 상당한 요리 실력을 지닌 사람이기도 했다.

“도진우 아티스트, 듣기로는 로건 킴 셰프님께 요리를 직접 배우셨다구요?”

“예, 그렇습니다. 첫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나고 제가 요리에 매력을 느끼게 됐죠. 그래서 로건 킴 셰프님에게 한참을 매달려서…….”

“안 된다는 걸 어찌나 붙잡아서 아주 진땀을 뺐습니다. 하하하. 그런데 좀 일찍 가르칠 걸 그랬어요. 실력이 아주 대단하거든요. 오늘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당연하다는 듯 오늘 승리를 확신하는 로건.

“그럼 도진우 아티스트께서는 요리를 취미로 몇 년 정도 하신 건가요?”

“약 2년 정도입니다.”

“와우, 사실 저희가 도진우 아티스트 페이스북 사진을 몇 개 가져와 봤거든요. 그런데 방금 2년 정도 배웠다고 하신 것치고는, 사진 속에 보이는 요리들 퀄리티가 장난이 아닙니다.”

그리고 MC가 준비한 사진을 띄우자 방청석 쪽에서는 사진 속의 화려한 퀄리티에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로건은 민혁 쪽을 도발적인 눈빛으로 바라봤다.

어떠냐.

내 파트너 실력이.

그러나 민혁은 그런 모습에 피식피식, 콧방귀만 뀌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차례는 도윤 쪽으로 넘어갔고.

“자, 그럼 강민혁 셰프님 쪽 게스트 소개를 안 할 수가 없겠군요. 요새 아주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는 배우죠? X본부, <알고 있는가>로 연기대상 신인상에 빛나는 최도윤 배우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도윤입니다.”

“아, 솔직히 살짝 의외입니다. 로건 킴 셰프님은 노래뿐만 아니라 요리 쪽에도 나름대로 활동하신 분을 데리고 나오셨는데, 강민혁 셰프님이 오늘 게스트로 함께하신 분은…….”

민혁 쪽에는 의문스러운 시선이 뒤따랐다.

“혹시 이번에 찍으신 영화 <기적의 레시피> 홍보차 나오신 건 아니시죠? 듣기로는 요리사 주인공을 연기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그리고 이어지는 MC의 짓궂은 질문.

여기에 로건이 기다렸다는 듯 보탰다.

“제가 알기로 강민혁 셰프님이 <기적의 레시피> 촬영 자문을 담당하셨다고 하던데, 혹시 거기서 요리를 살짝 배우셨기 때문에 오늘 게스트로 함께하신 건 아닌가, 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쉽게 말해-

그냥 영화 홍보나 하러 나온 건 아니냐.

요리랍시고 영화 찍으면서 칼질 좀 해본 걸로 뭘 어쩌겠다는 건지.

뭐 이런 의미였다.

그러나 민혁은 웃고 있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도윤의 요리 실력을 아는 사람은 딱 둘 뿐이다.

강민혁 자신.

그리고 차정수.

‘깜짝 놀라지나 마라. ’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도윤이 입을 열길 기다리는 상황.

이런 가운데.

도윤은 질문을 던진 MC 쪽을 바라보며 슬며시 웃더니-

“예. 실은 영화 홍보하러 온 거 맞습니다.”

전혀 예상지 못한 대답을 꺼냈다.

방청객들은 물론이고 그 직설적인 대답에 심사위원, 로건 킴, 도진우까지 놀란 것도 잠시.

“어, 혹시 제가 잘못 대답했나요……?”

갑자기 순진무구한 얼굴로 되묻자 MC가 웃음을 터뜨리며 적당히 포장했다.

“하하, 역시 의외의 대답을 보여주시는 최도윤 배우님이네요! 예능 첫 출연 맞으시죠? 거침없습니다!”

PD의 입꼬리도 씩, 말려 올라갔다.

‘저러다 깨지면 그림 좋게 나오지. 음, 이미지를 어떤 식으로 가볼까. 머리 빈 느낌? 아니면 백치미? 마스크가 워낙 좋아서 갭 차이에서 오는 느낌이 죽여줄 것 같은데.’

벌써부터 그려지는 시청자 반응.

<알고 있는가>에서 지적이고 까탈스러운 ‘강 대리’ 역으로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가 저런 반전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말할 필요도 없이 뜨거운 반응이 일 것이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PD는 재빨리 작가에게 무전기로 지시했다.

“1번 프롬프터에 문자 띄워. 백치미를 강조하는 쪽으로 질문하라고.”

그리고 곧장 MC만이 볼 수 있는 프롬프터에는 ‘방금 같은 느낌의 질문 계속 유도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떠올랐고.

“그럼 오늘 꽤 떨리실 것 같습니다. 오늘 상대 파트너로 나오신 분께서는 평소 요리에 취미가 깊으신데요, 혹시 오늘을 위해 따로 준비한 게 없을까요?”

“없습니다. 재료를 무작위로 선택한다고 들어서요.”

PD는 ‘없다’라는 도윤의 대답에 다시 씩 웃었다.

‘망해도 화제성은 확실히 챙기겠는데.’

상상되기 시작했다.

도윤이 요리 대결에서 패배하고, 저 순진무구하면서도 잘생긴 신인 배우가 울상을 짓는 장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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