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과천선 배우님-38화 (38/200)

38.파급효과(1)

흔히들 이야기한다.

성공한 배우들은 화려한 삶을 살지 않는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좋은 집.

돈이 없으면 떠올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취미.

비싼 물건도 아무렇지 않게 ‘FLEX’하는 시원시원한 모습까지.

그래서 도윤 역시 그렇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도 있었다.

<그대 내 품에>에서 허당 악역 ‘김형찬’으로 안방 시청자들의 눈길을.

<알고 있는가>에서 차갑고 깐깐한 ‘강영준 대리’ 역으로 2‧30대에게 인기를.

그리고 <기적의 레시피>에 전격 주연으로 발탁되어 관심을 모으기까지.

성공가도를 달리는 괴물 신인의 모습이기에 도윤 역시 그럴 듯한 집에서 꽤 나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선배님은 보통 촬영 끝나고 뭐 하십니까?”

“나? 그냥 집 가서 대본 좀 보다가 자는데.”

도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사도 그냥 필요에 의해서, 원래 살던 자취방이 회사와 거리가 꽤 있어서 정산받은 김에 옮긴 것에 불과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좋은 집에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이사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할까?

물론 도윤에게도 욕망이라는 게 있고.

갈망이라는 게 있다.

다만.

가장 중요한 하나에 올인할 뿐.

“그럼 취미는 없으십니까?”

“취미? 글쎄.”

물론 취미도 없었다.

자기 전에 다른 드라마나 영화 좀 보면서 분석하는 게 취미라면 취미겠지만.

그냥-

“연기하는 게 더 재미있어서.”

도윤이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진짜였다.

10년을 기다려와서 그럴까.

도윤은 그냥 연기가 재미있었다.

촬영장에서 카메라 앞에 설 때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오케이사인이 떨어지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낀다.

“역시, 그래야 이렇게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실 수 있는 거군요. 하나 또 배웠지 말입니다.”

물론 유준은 늘 그렇듯, 도윤에 대한 과도한 존경심 덕인지 그런 모습 덕분에 도윤이 이렇게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는 거라 착각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형. 그래도 쉴 때 좀 쉬세요.”

보다 못한 성호가 제발 좀 쉬라고 할 만큼 ‘연기 중독’인 게 문제라면 문제.

커피를 사러 갔다 돌아온 성호는 다소 피곤해 보이는 모습에도 쉬기는커녕 대본만 붙잡고 있는 도윤의 모습에 한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맨날 그렇게 대본만 보고 계시고. 저처럼 게임을 하시든가. 아니면 잠이라도 주무시든가. 다른 배우들은 컷 사인만 나면 차에 가서 잔다는데…… 에휴.”

도윤이 연기, 연기, 연기. 오로지 연기에만 매달리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성호다.

<그대 내 품에> 촬영 중간부터 사람이 갑자기 머리라도 맞은 건지 확 바뀌더니, 그때부터는 연기에 미친 듯이 매달려 자나 깨나 대본만 보고 있었으니.

아니, 잘 시간까지 줄여가며 대본만 볼 정도.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지.’

물론 선은 지키고 있다.

광섭의 조언을 기억하고 있기에.

“역시, 저도 본받겠습니다.”

도윤은 성호에게서 커피를 받아들고 피식거렸다.

“넌 잘될 거다.”

“선배님…….”

감동한 유준.

아닌 게 아니라, 진짜 잘 될 테니 빈말은 아니다.

“아, 저 스탠바이하러 가겠습니다! 선배님, 이따 뵙겠습니다!”

“그래.”

도윤은 깍듯하게 허리를 숙이고 뛰어가는 유준을 바라봤다.

참, 저렇게 깍듯한 녀석도 드물 것이다.

물론 도윤이 이렇게 유준에게 존경받는 데엔 다 이유가 존재한다.

부지런한 배우.

겸손한 배우.

연기 잘하는 배우.

거기에 친절하기까지 한 배우.

유준뿐만 아니라 촬영장 내의 스태프와 다른 배우들도 다 인정하는 사실.

특히나.

“야! 다시 흔들어 와. 핫팩 다 식었잖아! 그리고 내가 차에 히터 틀어놓으라고 했냐, 안 했냐? 이제 아주 날로 먹지? 매니저라는 새끼가 밥만 쳐 축내고!”

남들 다 보는 앞에서 저렇게 매니저에게 욕을 해대는 데다, 표정만 봐서는 조인트라도 깔 기세인 ‘주형진’ 덕분인지.

“누구랑 참 달라.”

“할 거면 남들 안 보는 앞에서 하지.”

“최도윤은 매니저랑 스타일리스트 잘 챙겨주던데, 쟤는 왜 저러냐?”

생각지도 못한 반사이익을 얻기까지.

도윤은 들려오는 형진의 고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형, 그거 들었어요?”

“뭐.”

“저기 주형진이라는 배우 있잖아요, 스태프들한테도 막 대한다던데요.”

새삼 놀라울 것도 없는 이야기.

실제로 회귀 전 도윤이 기억하는 주형진은, 그런 짓들을 반복하다 결국 언론에 갑질 배우로 폭로당해 온갖 비난 속 자숙을 택한다.

그 뒤로 복귀하긴 했지만, 이후로는 뭐가 꼬여도 단단히 꼬인 건지 애매한 배역만 전전하다 결국 대중들에게 잊히게 되는 배우.

쉽게 말해.

지금이 자신도 모르는 전성기라고 해야 할까.

‘뭐. 내 알 바 아니지.’

서태주 같은 녀석이나 대뜸 와서 시비라도 걸면 모를까.

첫 리딩날 한번 대화한 그 이후로 형진은 오히려 도윤과 친해지지 못해 안달이었다.

“하여간 배우라고 꼭 저렇게 하는 놈들이 있어요. 우리 형처럼 매니저한테도 잘해주고, 응? 그러지는 못할망정.”

성호는 들으라는 듯이 조금 큰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도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성호야.”

“네?”

“요새 형이 소홀했지?”

“무슨 말…….”

성호에게는 단 거 싫어하고, 까탈스럽고, 무표정일 때 무서운 담당 배우였다.

도윤은 성호가 건네줬던 커피잔을 살짝 흔들었다.

섬뜩하게 웃으면서.

“내가 도라떼 안 마신다고 했냐, 안 했냐.”

성호가 움찔했다.

성호가 사 온, 지금은 도윤의 손에 들린 일회용 커피잔에 박힌 ‘커피앤탑’ 로고.

“그, 그게요.”

“납득시켜 봐.”

“저, 저도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사 온 게 이거냐?”

성호는 절대 골탕 먹이려던 게 아니라는 듯, 얼른 덧붙였다.

“그, 그게요. 이제 제가 매장 가면…….”

“가면?”

“제 얼굴 보자마자 도라떼부터 제조하던데요.”

그 말인즉슨.

이번엔 자기 탓이 아니라는 건데.

어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는가?

“그거야 네가…… 자주 시켜서 그런 거 아닐까?”

“어, 생각해 보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 근데요! 형 광고모델이라서 도라떼 안 마실 거라고 거절하기가…….”

참 구구절절했다.

“3초 센다.”

“형, 제가 일이 생겨서!”

쌩하니 도망가는 성호.

도윤은 그 뒷모습에 피식거리다 도라떼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매니저가 사 온 거라고.

도윤은 아직 입도 안 댄 뜨거운 도라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아까부터 옆에 있던 민주에게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아시잖아요. 저 이거만 마시는 거.”

그러나 민주는 손에 든 캔음료를 흔들었다.

솔잎이 큼지막하게 인쇄된 ‘솔잎의 눈’.

도윤이 기겁했다.

“넌 진짜 취향이…….”

“취향, 존중해 주세요.”

더없이 단호한 민주의 말.

“그래, 미안.”

그러던 그때.

멀지 않은 곳.

촬영장 구석, 쪼그려 앉은 채 어딘가 모르게 우울해 보이는 스태프가 도윤의 눈에 띄었다.

‘주변 사람을 챙겨라.’

이럴 때 어울리는 조언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타이밍이 좋아 보이는 건 확실하다.

도윤은 도라떼를 들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새삼 천사 같은 표정을 지으며.

* * *

스태프들이 겪는 촬영장에서의 고충은 상당한 편이다.

엄청난 노동 시간, 무거운 촬영 장비,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몸.

만약 자신이 막내 스태프라면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몸이 되어버린다.

지금 여기 있는 ‘박시영’처럼.

“죄송합니다! 조금만 지나갈게요!”

“죄송합니다! 잘 챙기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입에는 ‘죄송합니다!’를 달고 살고, 고개는 언제나 땅과 가깝다.

그나마 이창욱 감독은 불필요한 노동을 혐오하는 쪽이고 스태프들을 가급적 배려하는 편이라 좀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어디 촬영장의 막내가 쉴 틈이 있기야 하겠는가.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네.’

박시영은 정말 눈썹이 휘날려라 촬영장 여기저기를 오가며 각종 잡일과 심부름을 하고 장비를 날라대고 있었다.

영화 촬영장엔 흔치 않은 여자, 그것도 막내 스태프지만 시영은 오히려 이를 악물었다.

조금씩,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면 자신도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영화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그런 꿈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따가 분장팀 가서 도구 챙겨오고, 연출팀 가서…….’

그렇게 박시영이 정신없이 다음 할 일을 생각하며 뛰던 그때.

퍼억.

“아, X발.”

순간 무언가 탁 부딪치는 느낌과 함께 옆에서 욕설이 들려왔다.

박시영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하…… 아침부터 진짜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드네. 야, 너 뭐냐? 앞에 안 보고 다녀?”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보이는 건 배우 주형진이었다.

“이제는 하다하다 별 시답잖은…….”

시답잖은.

그 말에 시영의 눈이 부르르 떨리던 그때.

“형님, 이만 가시죠. 이러다 스탠바이 늦습니다.”

“하 X발. 어이, 거기. 막내지? 운 좋은 줄 알아. 가자.”

형진은 씹어뱉듯 중얼대더니 똥 밟았다는 표정으로 시영을 홱 지나쳐 버렸다.

그리고 남겨진 시영은 모욕감에 몸을 떨었다.

분명 부딪친 건 잘못이지만.

그런 말을 들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주변엔 이걸 본 사람도 없었고.

애초에 원인 제공은 자신이 했다는 생각에 시영은 그냥 고개만 떨군 채 터덜터덜, 걸었다.

“시영아, 무슨 일 있냐?”

“아, 아니에요. 그냥 오늘 정신이 없어서.”

“그래? 표정 안 좋은 것 같은데.”

그나마 같은 팀 소속 스태프가 시영을 걱정해 줬지만, 시영은 굳이 아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후폭풍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따지고 들 수도 있지만, 그냥 자신 때문에 촬영장이 시끄러워질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게 뭐 있어.’

시영은 그런 생각 속에서 얼추 일을 마무리하고 세트장 구석으로 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엉덩이를 깔고 등을 살짝 기대던 그때였다.

“응?”

이쪽으로 다가오는 한 사람의 모습.

자세히 보니…….

‘최도윤?’

자신이 아는 그 최도윤이 맞았다.

심지어 웃고 있었다.

환하게.

시영은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원래대로면 일어날 것도 없지만, 방금 형진과 부딪치며 겪었던 일 때문인지 꼬투리라도 잡힐까 겁났다.

물론 도윤은 시영이 본 배우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친절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

그래서인지-

세상 환한 표정으로 다가온 도윤이 인사를 건네고 불쑥 내민 커피잔에 시영은 당황해 버렸다.

“어, 그…….”

“항상 고생 많으세요. 이거 드시고 힘내세요.”

“아…….”

사양하고 말 것도 없이 시영의 손에 커피잔을 쥐여준 도윤.

그러면서 멋쩍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제 매니저가 실수로 커피를 좀 많이 사 와서요. 어쩔까 하다가 매번 평소에 열심히 하시던 게 생각나서…….”

“아…… 너무 감사해요. 자, 잘 마시겠습니다.”

“네, 오늘도 힘내세요.”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꾸벅 숙이는 도윤의 모습에 시영도 덩달아 고개를 꾸벅 숙이고.

“이거…… 진짜지?”

멀어지는 도윤과 손에 들린 ‘도라떼’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 * *

촬영은 계속 이어지고.

흐름은 아주 순조로웠다.

처음에는 이창욱 특유의 빡빡함에 적응하지 못하던 배우들은 다른 촬영장보다 훨씬 일찍 마무리되는 모습에 오히려 전투적으로 나섰고.

도윤은 그중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씬에서 NG 없이 촬영을 이어가는 유일한 배우였다.

물론 NG를 잘 안 내는 배우는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도윤처럼 완벽하게 대본을 숙지하고 어떤 돌발 상황에서든 부드럽게 상황을 이어가는 배우는 드물다.

예컨대.

‘무슨 신인이 저래. 한 15년은 연기한 것 같은데.’

조연출의 감상처럼, 신인 배우 도윤은 마치 베테랑처럼 보였다.

방금도 그렇다.

아직 돌발상황에는 서툰 유준이 갑작스레 발생한 소음에 당황해 대사를 까먹은 반면.

“정신 못 차려? 내가 방금 한 말 못 들었어? 움직이라고!”

도윤은 오히려 그 상황을 ‘김두진이 당황한 것’으로 가정하고 연기를 이어갔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소음이 너무 컸던 탓에 그 씬은 써먹을 수 없었지만-

“방금 봤어?”

“좋네.”

보고 있던 스태프들과 이쪽을 힐끗대던 다른 배우들은 도윤의 임기응변에 감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아, 죄송합니다. 다시 갈게요.”

임기응변은커녕 NG를 내고도 당당한 배우도 있었다.

물론 너무 심하게 죄송해하는 것보다는 얼른 감정을 잡고 NG 없이 가는 게 더 낫다지만…….

“아, 진짜 오늘 안 되네. 죄송합니다. 다시 가겠습니다.”

“미치겠네. 하, 죄송합니다. 다시 가보겠습니다.”

이어서도 몇 번의 NG 끝에 결국 창욱이 슬레이트를 들고 있던 스태프에게 손짓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 배우. 집중합시다. NG만 벌써 몇 번째입니까? 대본 숙지를 안 하는 건가요?”

“죄, 죄송합니다.”

이쯤 되자 형진도 돌아가는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제야 고개를 꾸벅, 숙이고 집중했다.

그제야 창욱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진다.

“오케이. 이걸로 갑시다. 더 하긴 힘들 것 같네. 고생했습니다, 주 배우.”

물론 말이 오케이지, 더 이상 나아질 구석이 없다는 거나 다름없었으나.

“가, 감사합니다.”

형진은 헤실헤실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스태프들의 표정은 당연히 곱지 않았다.

‘에이 씨, 살벌들 해라. 거 NG 좀 몇 번 날 수 있지…….’

형진이 속으로 구시렁대며 차로 향한 그사이.

“최 배우님. 준비해 주세요. 이거, 죄송합니다. 많이 늦었네요. 앞 씬에서 NG가 많이 나서.”

“아닙니다. 오히려 대본 더 볼 시간도 있고, 좋은데요.”

환해지는 스태프의 얼굴.

그리고 그 옆에선 성호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태프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번 느끼는 건데, 참 친절하신 것 같습니다. 저번에 저희 막내도 챙겨주시고.”

“막내요?”

도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영이요. 아, 이름을 모르실 수도 있겠구나. 저번에 최도윤 배우님이 커피 주고 갔다고 되게 감동하던데.”

“아!”

“우리 막내가 그거 받고 펑펑 울었대요. 고마워서. 근데 숫기가 없어서 고맙다고 말은 못 하고. 그래서 제가 대신 전해드렸어요.”

스태프는 빙그레 웃은 뒤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사이 성호가 다가와.

“무슨 일 있어요?”

“아. 그냥. 신기해서.”

“뭐가요?”

“아니다.”

“에이, 싱겁게. 참. 이거 보세요.”

“뭔데?”

“민주 누나가 알려준 건데, 카페에 형 미담 올라왔어요.”

성호가 건넨 휴대폰엔 도윤의 팬카페, ‘달달한도라떼’의 게시글 하나가 떠 있었다.

[최도윤 배우님께 감사드립니다.]

“민주 누나가 게시글 맨날 하나하나 체크하는 데 형 보여주라고 해서요. 스태프가 직접 올렸나 봐요.”

도윤은 잠시 말없이 게시글을 바라봤다.

아주 조심스럽게 쓰인 감사의 글.

커피 한 잔에 이렇게 따뜻함이 전해질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어서 언급되는 촬영장에서의 도윤이 보여준 착하고 친절한 행동들.

‘나한테는 별거 아닌 행동이었는데.’

그냥.

회귀했고.

다시는 그런 일들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에서 우러나온 행동.

물론 스태프에게 커피를 준 행동에는 약간의 사연이 있었지만, 도윤은 그게 그리 대단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저 모르는 사이에 이런 미담이나 만드시고.”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래도요. 제가 그 스태프였어도 감동했을걸요.”

도윤은 적당히 흘려들었다.

아무렇지 않게 한 그 행동이, 어떤 일을 불러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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