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일 1도라떼
<기적의 레시피> 촬영은 순조로웠다.
이제 도윤을 향한 의문의 시선도 완전히 사라졌고.
도윤은 촬영장에서 명실상부한 중심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도윤이 흔히들 말하는 ‘길들이기’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언제나 일찍 촬영장에 나오고.
촬영을 마치면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에야 밴에 올라 촬영장을 떠난다.
그러니-
모두가 예뻐라 할 수밖에.
“인성이 됐어. 요새 저런 친구 별로 없는데.”
“확 뜨면 배우병 걸리는 애들이 어디 한둘인가. 그 누구였더라. <김씨네 약국>에서 조연 맡았던 애. 이번에 주연 들어가니까 콧대 높아졌다는 소문 돌더라고.”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인사만 잘해도 상관없어.”
스태프들은 물론.
“도윤이는 항상 밝아서 좋아. 옥주가 칭찬한 이유가 다 있었네.”
“아닙니다, 선배님. 당연한 건데요.”
“그 당연한 거, 오래 가길 바란다.”
어지간해서는 젊은 배우들을 그리 좋게 보지 않는 원로 배우 ‘유광섭’조차 도윤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낼 정도였으니.
참고로 광섭은 <알고 있는가>에서 함께하며 서태주에게 윽박지르길 마다않던 태규보다 훨씬 더 무서운 성격이었다.
스태프들은 물론, 이창욱 감독도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아우라가 있다고 해야 할까.
물론 연기 경력만 무려 45년이 넘은 그의 경력 덕도 있을 테지만 말이다.
여하튼.
이제 1월 말.
새해 분위기가 서서히 사그라드는 가운데 <기적의 레시피>는 벌써 중반부 촬영을 진행 중이었다.
“자, 슛 들어갑니다. 스탠바이해 주세요! 거기, 조명 한 번만 다시 봅시다. 오케이, 그렇게 들어가고. 아주 좋습니다!”
늘 그랬듯, 효율을 추구하는 창욱답게 촬영장 분위기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고.
도윤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이 곧 칠 대사에만 집중하다가-
“레디- 액션!”
신호가 떨어지자 순식간에 분위기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너 진짜 뭐 하는 놈이냐?”
“아니, 믿어보라고 했잖아요?”
“허.”
현재 촬영 중인 씬은 마침내 울며 겨자 먹기로 ‘김두진’을 제자로 받아들인 ‘오민석’이 그의 천재성에 놀라는 장면.
“너, 이 요리는 어디서 배운 거야?”
“셰프님 TV에서 하는 거 보고요.”
“그걸 한 번 보고 따라 했다고?”
“되던데요?”
천재적인 재능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는 ‘오민석’과 능청스레 어깨를 으쓱이는 ‘김두진’.
하지만 곧.
“너 이 새끼가…… 니가 뭔데 내 칼을 만져!”
그런 천재성이 무색하게도 ‘오민석’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김두진’에게 불같이 화를 낸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너스레는 생각도 못 하고 움찔하는 ‘김두진’.
“요리를 배우고 싶어? 그래. 넌 천재니까 요리를 하고 싶겠지. 근데 말이야, 요리를 잘한다는 건 단순히 재료를 잘 썰고 알맞은 굽기로 스테이크를 구워내는 게 아니야. 최소한의 기본조차 없으면 주방에서 널 받아줄 것 같아? 착각하지 마. 요리를 배우러 왔으면 진지해지라고!”
그리고 도윤이 토해내는 ‘오민석’의 긴 대사에 촬영장이 일순 침묵으로 잠겨 들고, 이를 지켜보던 배우와 스태프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속으로 감탄한다.
‘호흡 죽이네. 딕션도 장난 없고. 연극하다 온 애도 아니라는데.’
‘재능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 거야?’
그리고 이 상황에서 유준은.
‘으으, 장난 아니신데 진짜로.’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켜버렸다.
도윤의 연기에 압도당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애드리브 좋네.’
그 모습이 마치 ‘오민석’에게 정말로 겁먹은 ‘김두진’의 모습처럼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이 장면은 시종일관 장난스럽던 ‘김두진’이 조금씩 진지해지는 계기가 되는 장면.
도윤의 연기가 본의 아니게 유준의 연기를 한층 높여준 셈.
“칼 잡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 기본기 안 갖추면, 제자고 뭐고 없어. 아니, 기본도 못 갖춘 놈한테 내가 알려줄 건 없어.”
“…….”
“칼 안 잡고 뭐 하고 있어!”
“예, 예에!”
다급히 칼을 잡는 ‘김두진’.
“다시!”
그리고 칼을 잡기 무섭게 떨어지는 불호령.
이 장면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마치 살벌한 주방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고.
“컷. 좋습니다. 다시 바스트 앵글로 따겠습니다.”
때문에 감독 창욱의 표정은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이 봤다면 꽤 놀랄 만큼 시종일관 밝았다.
물론 배우가 지속적으로 NG를 내거나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누구보다 무서운 표정을 짓곤 했지만, 딱 한 가지 경우에서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오케이. 좋네요. 이대로 갑시다. 최 배우는 점점 더 좋아지네요.”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바로 지금처럼 도윤이 촬영할 때.
“박 배우도 잘했습니다. 방금 압도당하는 연기, 기대 이상이었어요.”
“가, 감사합니다! 감독님!”
그리고 첫 작품임에도 창욱의 눈에 들어 중요 조연을 차지한 유준 역시, 서서히 창욱의 마음에 들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선배님이셔!’
여기에 유준 스스로 방금 자신의 연기는 모두 도윤 덕이라 생각하며 도윤에 대한 존경심이 무럭무럭 자라나기까지.
“선배님! 고생하셨습니다!”
“어, 너도 고생했어. 좋더라.”
“다 선배님 덕분이지 말입니다!”
깍듯한 후배의 모습에 도윤이 피식거리던 것도 잠시.
“그건 뭐냐?”
“아, 이거 요새 제가 중독됐지 말입니다. 헤헤.”
도윤은 유준이 매니저에게서 받아든 커피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도라떼. 완전 유명하지 말입니다. 저 요새 이거 1일 1도라떼 실천 중이지 말입니다.”
“…….”
그래도 광고 모델이라고 차마 너무 달아 나는 안 먹는다라고 할 수도 없고.
유준은 도라떼를 홀짝거리며 결국 몸을 부르르 떨었다.
미뢰가 마비되는 이 감각.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건.
서서히 이 도라떼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메뉴다웠다.
“캬아. 씬 마치고 마시는 커피는 역시 최고지 말입니다.”
‘과거의 나는 정말 미친놈이었구나.’
새삼 드는 생각.
이딴 걸 하루도 안 거르고 몇 잔씩 꼬박꼬박 마셨다니.
사건이 안 터졌든 실수를 일찍 깨달았든 아마 얼마 가지 않아 몸이 망가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폐암이 뭐야.
그전에 당뇨로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도윤은 양심상 슬며시 조언했다.
“단 거 너무 마시지 마라. 중독되면 힘들다.”
“옙, 알겠습니다!”
참 말 잘 듣는 녀석이다.
“그런데 선배님, 혹시 오늘 끝나고 일정 있으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일정? 아니. 없는데.”
“그럼 시간 괜찮으시면 저랑 술 한잔하시지 말입니다. 제가 쏘겠습니다!”
도윤은 그 말에 잠시 유준을 바라보았다.
회귀 전의, 막 데뷔한 시절의 자신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촬영장의 다른 배우들과 친해지고는 싶은데 방법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그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그 뒤로 확 뜨면서 그런 마음가짐 따위 순식간에 잊고 개차반처럼 굴긴 했다만.
그래서 마치 강아지처럼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바라보는 유준의 모습을 차마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래. 그러자.”
“아싸! 감사합니다!”
“대신 술값은 내가 낸다.”
“아닙니다, 선배님! 그래도 제가 마시자고 한 거니까…….”
“그렇다고 후배 지갑 털어서 뭐 하겠냐. 나 돈 많아.”
유준이 그 말에 감동받은 사이-
‘아 씨, 벌써 마시고 있네. 어떻게 전해주지? 매니저한테 대신 전해줄까?’
먼발치, 매니저를 시켜 회심의 음료를 준비한 형진은 울상을 지었다.
‘아니, 근데 카페인 든 거는 안 마신다면서? 저건 또 뭐야? 그새 취향이 바뀌었나?’
결국.
“아, 빨리 좀 사오라니까!”
도윤과 친해지려 했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애꿎은 형진의 매니저만 불똥을 맞았다.
* * *
<기적의 레시피>.
입봉작 <스파이의 정석>에서 500만 관객을 동원한 감독 이창욱의 신작.
그 예고편이 드디어 공개되자 상당한 반응이 뒤따랐다.
-와 진짜 찍고 있었네 ㄷㄷㄷ
-최도윤 비주얼 ㅁㅊㄷㅁㅊ
-와 강대리가 주방 간 느낌인 줄 알았는데 아예 다름;;; 연기변신 뭐임?
-최도윤 옆에 나오는 애는 신인인가? 귀엽다
-와 예고편만 봐도 장난없다;;; 최도윤 발성 무엇 ㅋㅋㅋㅋ
-예상 댓글: 대충 내가 최도윤 제자였으면 바로 때려쳤다
대부분은 기대감 가득한 반응.
<그대 내 품에>와 <알고 있는가>로 상당한 팬층을 확보한 도윤이고, 비록 첫 주연 영화지만 예고편만 봐도 기대감을 자아낼 만큼 도윤이 연기한 ‘오민석’ 카리스마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기적의 레시피> 촬영은 어느덧 후반부였다.
촬영은 짧게.
편집은 길게.
촬영장에서만큼은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이창욱이었기에 촬영 속도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었고, 덕분에 배우들은 빡센 일정을 소화하느라 입에 단내가 날 지경이었지만.
결과물에 대한 기대만큼은 충분히 품을 수 있었다.
[해영: 오빠, 살아 있는 거 맞죠?]
[선우: 형님 요새 통 톡방에 뭘 안 올리시네]
[석준: 니들은 촬영하면서 톡할 시간도 있구나, 부럽다.]
덕분에 <알고 있는가>에서 함께했던 3인방은 도윤에게 제발 생존 신고 좀 하라며 아우성칠 정도였다.
[도윤: 미안. 정신없어서.]
[해영: 부럽다. 이창욱 감독님 되게 잘 찍으신다면서요. 나도 나중에 꼭 이창욱 감독님 작품 해야지!]
[선우: 나도!]
[도윤: 선우야, 근데 입대 날짜는 알아봤냐?]
[선우: ……형님 너무하십니다.]
[선우: (펑펑 우는 오피치 이모티콘)]
[석준: 빨리 가면 좋다. 난 데뷔하고 다녀와서 고생 좀 했지.]
[선우: 저 결심했어요. 드라마 마치고 포병 지원할 거예요.]
[석준: 기어이 네가 미쳤구나.]
[도윤: 그냥 연예병사 가라. 그게 속 편해.]
[선우: 그래도 전 형님 따라 당당하게 다녀올래요! 남자의 로망! 전 연예병사 따위로 치사하게 군대 다녀오지 않겠습니다!]
[석준: 나 연예병사였는데]
[주선우 님이 채팅방에서 퇴장했습니다]
[황석준 님이 주선우 님을 채팅방에 초대했습니다]
[석준: 어딜 도망가]
[선우: 죄송합니다 ㅠ 근데 저 진짜 연예병사 말고 다른 데 갈 거예요. 취사병은 어때요? 요리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도윤은 톡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취사병이 어디 요리하러 가는 보직인가.
주방에서 노동하는 보직이지.
하여튼 사서 고생하려면 뭔들 못하겠는가.
국방부 관계자 웃는 소리가 벌써 들려오는 것 같은 이 느낌.
‘그래도 뭐, 잘하고 있다고 하니.’
현재 도윤의 추천을 받아 본 <그 남녀의 방식> 오디션에 합격한 후 한창 촬영 중인 선우.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으로 보건대 선우는 입대하기 전 나름대로 대중들의 기억 속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 추천해 주길 잘한 듯했다.
“아, 최 배우. 여기 있었네요. 곧 스탠바인데 미안해요.”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셰프 강민혁이었다.
“아닙니다. 근데 아직 안 가셨네요?”
“아. 주형진 배우 지도가 좀 오래 걸려서요. 이거, 장면에 맞게 가르치려니까 쉽지 않네요.”
민혁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어갔다.
“저번에 말한 예능 있죠? 그거 날짜 잡혔어요. 그래서 다시 물어보는 건데…… 괜찮겠어요? 혹시 부담되면 안 나와도 되는데.”
“부담은요. 오히려 좋은 기횐데요.”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네요. 그럼, 상세한 내용은 톡으로 보내줄게요. 우리, 같이 잘해봅시다.”
도윤은 민혁이 내민 손을 맞잡았다.
‘예능. 좋지.’
기다린 세월이 너무 길어서일까.
사실 마음 같아서는 어디든 그냥 다 나가보고 싶다.
하지만 그게 또 어디 현실적으로 막 결정할 문제는 아니니.
여하튼.
예능은 예능이고-
지금은 다시 카메라 앞에 설 때다.
“최 배우님, 지금 스탠바이 들어갈게요.”
“아, 지금 가겠습니다.”
도윤은 휴대폰을 옆에 있던 성호에게 맡겨두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자, 슛 들어갑니다. 레디…… 액션-!”
후반부.
‘오민석’이 키운 제자 ‘김두진’과 함께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장면.
라이벌이자 자신이 레스토랑에서 쫓겨나도록 뒷공작을 벌인 ‘배종석’과 한판 승부가 벌어지는 장면이기도 했다.
그리고 ‘오민석’이 쫓겨난 후 꿈에도 그리던 헤드셰프 자리를 차지하고 승승장구하다 ‘오민석’을 제대로 짓밟기 위해 ‘배종석’은 오늘도 함정을 준비했다.
“아, PD님. 무슨 말씀이신지 알잖아요. 적당히. 아시죠? 이거 생방도 아니고 편집하면 딱인데.”
“그래도…….”
“어이쿠, 우리 PD님. 이거 끝나고 조만간 새 프로 하신다면서? 거기 제가 고정으로 딱 나갈 수도 있는데.”
결국 ‘배종석’의 제안을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이는 요리 프로그램 메인 PD.
그리고 ‘배종석’은 슬그머니 ‘오민석’을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다 ‘오민석’이 다가오자 아무것도 아닌 척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아니, 이게 누구야! 우리 오 셰프 아닌가? 그간 잘 지냈어? 이야. 주방 떠나니 신수가 훤해졌어?”
“주방 떠난 적 없는데.”
“아이고, 까칠하게 또 왜 이러실까? 마음 좀 곱게 쓰자. 그러니까 주방에서 그 난리가 났지. 안 그래?”
히죽히죽.
한 대 치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표정에 ‘오민석’의 눈썹이 순간 꿈틀거리지만.
“그래? 내가 아는 거랑 좀 다른데.”
“뭐?”
“들은 이야기가 있거든. 나 말고 다른 누가 요리에 장난질한 걸 봤다 하더라고.”
무표정하게, 섬뜩한 얼굴로 곧장 되받아치자 이번에는 되려 ‘배종석’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든다.
“그래서 물어보는 건데, 혹시 알아? 내가 기억하기로…… 그때 내가 요리 만들고 테이블까지 나갈 때 네가 한번 봤던 걸로 기억하거든.”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 내가 무슨 장난이라도 쳤다 이거야?”
“이상하네.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그냥 물어보는 거야.”
그리고 싱긋, 웃는 ‘오민석’의 모습에 ‘배종석’은 혼이 나간 듯 멍해진다.
‘배종석’이 아는 한 ‘오민석’은 저런 미소를 절대 짓지 않는다.
하지만.
주방에서 쫓겨난 뒤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한 ‘오민석’은 그가 아는 까탈스럽고 타협 따윈 절대 하지 않는 셰프와는 너무도 달랐다.
덕분에.
‘미소 한번 소름 끼치네. 얘 진짜 3년 차 맞아?’
도윤의 연기를 코앞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던 ‘배종석’ 역의 형진은 몸서리를 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을 지경이었다.
‘암, 장수 그 새끼 말 듣고 더 안 가길 잘했지. 이놈은 무조건 뜬다.’
그리고 떠올려 보는 예상.
아무리 봐도.
도윤을 처음 만난 그날.
역시, 거기서 더 건드리지 않았던 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전에.
“컷, 컷. 다시 갑니다. 주 배우, 집중하세요. 동선 틀렸잖아요. 요새 어디 안 좋은 일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가겠습니다.”
“촬영장에서는 연기만 생각하세요. 요새 늘어지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주 배우.”
형진은 언젠가부터 점점 늘어가기만 하는 자신의 NG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