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과천선 배우님-21화 (21/200)

21.드디어 본방송

제작발표회 종료 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태주의 바보 같은 짓이 그리 크게 기사화되진 않았고, 반대로 도윤의 역대급 공약 덕분에 화제가 되었으니까.

물론 출연료 받은 거 커피값으로 다 나가겠다며 걱정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2만 잔, 3만 잔도 쏠 기세였던 도윤의 표정을 보면-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알고 있는가>, 포스터 5종 선공개!]

[최도윤, 강렬한 냉혈미로 시선 끈 포스터!]

[팬들 “포스터 대박!” 호평하며 드라마에 관심 드러내]

편집과 포토샵 작업을 마치고 공개된 <알고 있는가>의 포스터가 큰 관심을 끌며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었다.

여기에 제작사는 포스터로 높아진 관심 위에 드디어 예고편 영상을 공개하며 드라마를 기다리는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알고 있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법칙을.

99%.

대한민국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

그래서 이건,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다.]

자막으로 내레이션이 깔리고.

마침내 차례로 나타나는 배우들의 모습.

[저는…… 무슨 일을 하면 되는 건가요?]

-신입사원 신민재(서태주).

[일을 하고 싶습니까? 그럼 스스로 찾아서 하세요. 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영준 대리(최도윤).

[대충대충 하자. 열심히 해도 회사에서는 안 알아줘.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여기 중소기업이야. 살살하자고. 적당히 사는 게 뭐 어때서?]

-진성규 과장(신태규).

[열심히 해도…… 저는 왜 매번 커피만 타고 심부름이나 해야 하는 건가요? 제가 할 일이 이것뿐인가요?]

-신입사원 이선진(류해영).

그리고 마지막 배우까지 소개되었을 때 다시 깔리는 자막 내레이션.

[당신은 ‘알고 있는가’.

99%의 평범한 사람들이 보내는 치열한 일상을.

2013.08.14.xvN 11시 첫방송.]

공개된 예고편엔 기대하던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

-최얼음 연기 ㅗㅜㅑ;;

-잡아먹히고시프다...

-내 사수가 최도윤이면 24시간 풀근무 쌉가능;;

-저 얼굴로 갈궈주면 웃으면서 갈굼당할 수 있어...

-해영아 이제 꽃길만 걷자ㅠㅠㅠㅠㅠ

-태주오빠 너무 멋있다...

-진짜 커피 1만 잔 쏘는 거 아님?

-ㄹㅇ 쏠 것 같은데 ㅋㅋㅋㅋ

도윤의 역대급 공약으로 화제가 되고.

그 여세를 몰아 타이밍 좋게 기대감을 높여준 셈.

그리고 <알고 있는가>의 젊은 피는 함께 모여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역시, 도윤 오빠 이야기가 두 번째로 많네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생글거리는 해영.

“내 이야기는 별로 없어…….”

온통 태주와 도윤 이야기뿐인 댓글창에서 필사적으로 자기가 언급된 댓글을 찾는 선우.

“나는 예고편에 스쳐 지나갔어.”

체념한 듯한 석준.

“예고편이 뭐 중요한가요. 본방이 중요하죠.”

늘 그렇듯, 웃으며 이야기하는 도윤.

“도윤이 말이 맞지. 혹시 아냐? 본방에서 나 나오면 ‘납뜩이’처럼 친구 역할로 확 뜰지?”

“석준 형님은 가만 보면 희망 사항이 과할 때가 있어요.”

“선우야. 요새 내가 좀 덜 갈궜지?”

“왜, 석준 오빠 태주 선배랑 찍은 거 보면 난 재미있던데.”

낄낄대는 분위기 속에서 해영이 문득 태주를 언급했다.

“근데 아이돌 화력이 대단하긴 해요. 태주 선배 이야기가 반이네. 댓글이 무슨…….”

“팬덤에서 맨날 조공 오는 거 보면 답 나왔지. 괜히 제작비 이야기하는 게 아니야.”

“대단은 하지. 근데 좀 같이 어울리거나 적당히 굴면 좀 좋아. 맨날 그 모양이잖아. 제작발표회 때도 그렇고. 공약이 그게 뭐야. 자기 팬들을 왜 촬영장에 초대해? 들어보니까 PD님이랑 합의도 안 한 사항이라던데.”

그리고 화제가 태주 쪽으로 넘어가며 선우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해영도 마찬가지.

단순히 내외하는 걸 떠나 서서히 불안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었으니까.

두 사람이 태주가 단역들에게 신경질적으로 굴고 몇몇 스태프들에게 강짜를 부리는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거기다 컷 사인 떨어지면 바로 차에 들어가니까 뭐 대화할 시간이 있나요.”

도윤은 태주 이야기가 나오자 변화하는 석준의 표정을 감지했다.

참고로 석준과 태주는 같은 소속사.

“석준 오빠, 같은 소속산데 태주 선배 왜 그러는지 알아요?”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묻는 해영.

석준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뜬 이후로부터 그랬다고 들었어. 파트가 달라서 나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매니저도 꽤나 고생하는 걸로 알고 있고.”

정확히는 모른다는 말치고는 꽤 정확한 말.

이 바닥에 뜬구름 잡는 루머가 많다지만 같은 소속사의 배우가 하는 말이니 흘려들을 수준도 아니다.

연예인병.

뭐, 흔하다면 흔한 병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게 선을 넘었다는 것이겠지.

‘그런 놈이지.’

그리고 지금까지 태주 이야기에 입을 다물고 있던 도윤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석준의 입에서는 아직 가장 중요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왜 컷사인이 나면 바로 차에 들어가는지.

왜 촬영을 마치면 가장 먼저 다급히 복귀하는지.

그리고 왜 여전히 손의 상처가 아물지 않아 분장팀을 고생시키는지도.

‘곧 모두가 알게 되겠지.’

도윤은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태주가 조급함에 자신의 비밀을 조금씩 흘리기 시작하는 그 순간들을.

회귀 전에는 아니었다.

도윤은 오만했고, 태주는 그런 도윤의 오만함과 허영심을 채워주며 촬영장의 왕으로 군림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입장이 달라졌다.

태주는 촬영장에서 모두의 눈총을 받고 있고.

도윤은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때문에 태주는 더더욱 조급해질 것이다.

주연임에도, 전혀 주연 같지 않은 스스로의 모습 때문에.

“근데 오빠,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이런 와중에 해영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며 도윤에게 물어왔다.

“혹시, 무슨 커피 드세요?”

“커피?”

“왜 있잖아요, 저번에 제가 실수로 제 건 줄 알고 오빠 커피를 마셨는데 너무 맛있는 거 있죠. 그래서 물어봐야지, 물어봐야지 했었거든요. 아, 커피보다는 라떼에 가까웠던 것 같은데.”

해영이 물어오던 그때였다.

똑똑.

휴게실 문이 열리고 성호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아, 형. 커피요.”

실로 훌륭한 타이밍.

“유당 없는 우유랑 바닐라 시럽 네 번 펌핑했고 거품 잔뜩에 휘핑 한가득. 마지막으로 너무 뜨겁지 않게. 맞죠?”

뿌듯하게 이야기하는 성호의 모습에 도윤은 한숨을 쉬었다.

“왜 그걸 매번 내 앞에서 일일이 읊냐?”

“외운 게 아까워서 그렇죠.”

“참 고맙다, 그치?”

“아시면 됐어요.”

슬슬 손봐줄 쿨타임이 돌아왔나.

도윤은 성호에게서 커피를 받아들곤 곧장 해영에게 내밀었다.

“이거, 네가 궁금해하던 커피.”

“우와! 감사해요! 근데 오빠 주문 되게 복잡하게 하시네요.”

그때 성호가 얼른 그 말을 받는다.

“복잡하기보단 까탈스러운 쪽에 가깝죠.”

“쓰읍.”

“가, 갈게요!”

도망치듯 나가는 성호.

그리고 해영은 도윤의 커피, 그러니까 과거 꼬장의 상징이었던 특제 커피를 받아들고 한 모금 맛보더니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였어! 완전 내 입맛. 대박. 오빠, 나중에 저 이거 레시피 알려주세요!”

“성호한테 물어봐. 난 못 외웠거든.”

저 레시피를 좋아하는 녀석이 회귀 전의 자신 말고도 또 있었다니.

세상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최도윤 배우님? 아. 여기 계셨네요.”

그때 연출부 스태프 한 명이 문을 열더니 도윤에게 다가왔다.

“3부 씬 넘버 38 촬영 스탠바이해 주세요. 그리고 서태주 배우…… 아, 또 차에 있겠구나.”

들릴 듯 말 듯한 한숨을 쉰 스태프.

“아무튼 10분 뒤에 스탠바이 들어갈게요. 준비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도윤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해영과 선우가 응원했다.

“오빠, 잘하고 와요.”

“형님, 역시 파이팅입니다. 그래도 태주 선배가 형님은 좋아하는 것 같던데.”

도윤은 둘의 말에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듯, 씩 웃으며 답했다.

“다녀올게. 다녀오겠습니다, 선배님.”

“어, 그래. 고생하고. 태주가 혹시 뭐라 해도 그냥 넘겨.”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대기실을 나선 도윤은 마침 차에서 나오던 태주와 마주했다.

“선배님, 예고편 영상 보는데 댓글에 온통 선배님 이야기뿐이던데요.”

다시 시작되는 밑작업.

“하하. 별거 아니야. 그보다 도윤 씨 이야기도 많던데?”

그것도 모르고 띄워주니 바로 화색을 보이는 태주.

“선배님에 비하면 아직 멀었죠.”

“에이, 이번에는 인기 좋던데. 댓글이 반반이야.”

그 말에 도윤은 태주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공약이 좋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죠.”

“뭐?”

“공약이요. 제가 좀 허무맹랑한 공약을 걸었잖아요.”

공약.

그 말에 태주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기사화가 크게 되진 않았지만, 안 그래도 시청률 7%를 넘으면 팬들을 초대하겠다고 제멋대로 공약을 내거는 바람에 욕을 먹은 차.

그런 와중에 도윤이 공약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태주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하지만.

“그, 그런가? 하하.”

도윤의 저 웃는 얼굴에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 * *

제작발표회.

그리고 <알고 있는가>의 3부 촬영이 끝난 가운데.

<알고 있는가>의 PD 제운은 아름과 함께 <악마의 세계> 1부를 감상한 뒤.

“생각보다 별론데?”

“제가 잘못 본 거 아니죠?”

기대 이하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배우들이 배역이랑 따로 노는데.”

“유정연 선배님 스타일이랑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이게 과연 황선욱과 유정연이라는 스타 PD, 스타 작가가 결합한 결과물이 맞나 싶었다.

화면의 퀄리티, 화려한 출연진, 황 PD 특유의 세련된 구도는 분명 눈에 띄지만…….

나머지 모든 것이 문제였다.

왜 범인에 집착하는지 알 수 없는 남주인공.

첫 화 내내 비명만 지르는 여주인공.

도대체 여기서 왜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는 몇몇 조연과-

배역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연기의 배우들까지.

“황 PD랑 의견 안 맞아서 맨날 다툰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게 진짜였네.”

“정말요? 황 PD님이랑 정연 선배님이랑 싸웠다구요?”

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에고가 강하잖아. 이 바닥에서 최고인 둘이 붙었는데, 안 싸우는 게 더 이상할걸? 지금 아마 황 PD나 유 작가 둘 다 머리 터질 거다. 지금까지 해온 방식이 있는데 양쪽이 서로 너무 다르니까.”

“저는 되게 잘될 줄 알았는데…….”

“사실 아직은 모르지. 이제 고작 1화니까.”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반등의 기회가 몇 번 정도는 존재한다.

처음엔 망할 것 같던 드라마가 입소문을 타고 상승기류를 타는 건 생각보다 드물지 않은 일.

물론.

처음부터 망한 드라마는 대부분 끝까지 망한다.

“그래도 지상판데 시청률 9퍼센트는 좀 놀랍긴 하네. 아무리 첫방이라지만 둘이 뭉쳤으니까 기본 15퍼센트는 먹고 갈 줄 알았는데.”

약 14%로 시작했다가 클로징 무렵 9%로 시청률이 추락해 버린 <악마의 세계>.

제운의 말마따나, 네임밸류에 걸맞지 않은 성적.

제운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우리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편성 시간대도 다르고, 어디까지나 참고만 하는 거니까.”

“그래도 좀 놀랍긴 하네요.”

“우리 드라마만 신경 쓰자고. 우리도 이제 곧 방영이잖아?”

아름은 그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저 못 자겠어요.”

“처음엔 원래 다 그래. 유 작가도 자기 작품 처음으로 방송되는 날 눈이 시뻘게져 가지고는…….”

“어머, 선배님이요?”

“그래. 자기 새끼 같은 작품인데 오죽하겠어.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먹어. 잘될 거야.”

느낌은 나쁘지 않다.

편집하면서 몇 번을 돌려본 완성본이 훌륭하다는 데엔 아름도 동의했으니까.

물론 이렇게 말하는 제운도 완성된 테이프를 넘길 때는 손이 벌벌 떨었지만.

‘잘 되겠지.’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건 제운에게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지상파 방송사 파업 도중 퇴출당하고 케이블 방송사 산하 스튜디오로 입사, 밑바닥에서 건져 올린 마지막 기회였으니까.

‘우리 드라마만 생각하자, 우리 드라마만.’

그리고 며칠 뒤.

드디어 그날이 다가왔다.

<알고 있는가>의 첫 방영 날.

<알고 있는가> 촬영에 참여한 사람들은 업계 전통대로 첫 방송을 다함께 감상하기 위해 한 장소에 모였다.

배우 및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일동.

PD, 작가 및 스태프 일동.

수십 명도 거뜬히 넘는 사람들은 오늘 대관한 포차에 저마다 자리를 잡고 숨을 죽이며 광고가 흘러나오는 TV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각기 앞에 술잔도 놓여 있고 안주도 하나둘 테이블을 채워가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 하나 젓가락을 들지 않았다.

“어우, 분위기 살벌한데요.”

“이릉대전(夷陵大戰)이 벌어지기 직전 같은데.”

“누나, 제발 비유 좀.”

“난 좋은데.”

이런 와중에 심드렁하게 답하는 민주와 진짜 삼국지를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성호.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정말 전투가 벌어지기 일보 직전의 분위기였으니까.

“아, 시작한다.”

그리고 누군가 무심코 내뱉은 말에 분위기는 더더욱 정적으로 잠겼고-

마침내.

[제1부]

[연출: 백제운/극본: 전아름]

<알고 있는가>의 첫 방송이 시작되었다.

씬 넘버 1.

카메라는 연신 불안해하며 면접을 기다리는 ‘신민재’를 비춘다.

미세하게 떨리는 다리를 클로즈업하는 카메라.

다시 장면을 바꿔 바싹 마른 입술을 비추고 풀샷(Full-shot)으로 신민재의 모습을 잡아주다 “면접자분들 이동하시겠습니다!”라는 직원의 외침과 함께 장면 전환.

‘좋아. 나쁘지 않았어.’

태주는 첫 장면을 장식한 자신의 모습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옆에 있던 용석도 마찬가지.

대사 하나 없었지만 면접을 기다리던 취준생의 긴박감을 그런대로 잘 드러낸 것 같았다.

하지만.

태주의 환호는 바로 다음 장면부터 무참히 부서졌다.

[아침부터 또 시작이네요. 사장님이 또 일 치신 겁니까?]

[내 말이. 하여간, 이놈의 회사 계속 다녀야 하나 싶다.]

[어제까진 잠잠했는데요.]

[난들 아냐? 인사팀에서 일정 공유 개판으로 하는 거 어디 하루 이틀이야?]

[이번에는 어디랍니까?]

[영업부. 보나 마나 이만춘 부장 그 양반이 또 징징거렸겠지.]

다음 장면에서 드러난 최도윤은…….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다.

단순히 비주얼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 막 출근한 직장인의 나른함과 숨가쁨.

알 수 없는 이유로 부산스러운 회사 분위기에 대한 약간의 경계심.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별 피해를 주지 않는 일임을 알아채자 금세 관심을 거두는 듯한 디테일까지.

‘역시, 최도윤이야.’

‘형님이 최고라니까.’

‘어떻게 저렇게 감정을 쉽게 담아내지?’

흔히들 이야기한다.

배우가 아무리 감정을 잘 담아내도, 시청자나 관객이 알아보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직장 경험이 있는 이들은 지금 TV에서 흘러나오는 최도윤의 ‘강영준 대리’ 연기가 얼마나 섬세한지 절절하게 느끼고 있었다.

툭툭.

가볍게 그냥 내뱉는데도 전달되는 이 강렬함.

때문에 제운은 제작발표회 날, 도윤이 내걸었던 공약을 떠올리며 설마 했다.

‘이거 진짜…… 시청률 10% 넘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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