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과천선 배우님-16화 (16/200)

16.조연의 품격(1)

술자리.

도윤과는 거리가 먼 단어.

경영학과를 다니던 시절에야 곧잘 술자리를 가졌다.

외모 덕에 가만히만 있어도 소개팅이며 과 모임, 동아리 모임 등 도윤을 찾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배우가 되면서 달라졌다.

정확히는 갑자기 인기를 얻고 오만해지면서 술자리에서 도윤이 할 수 있는 말은 줄어들었다.

도윤이 아무리 비주얼이 좋든.

자신의 파트에서 최선의 연기를 펼치든.

이 바닥에서 오만한 신인 배우에게 좋은 분위기를 허락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도윤은-

“어머. 어머. 그래서? 세상에. 태정대 경영학과 다니다 왔구나. 엘리트네?”

“아닙니다, 선배님. 선배님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서울대 졸업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오호호. 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 하긴, 그때 내가 좀 날리긴 했지. 강의 끝나면 남자들이 우루루 몰려와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중 한 명, 원로 배우이자 이번 촬영에 참여한 배우들 중 가장 긴 경력을 지닌 옥주.

그녀를 향한 적당한 립서비스까지.

“비주얼만 봐서는 연기 좀 애매할 줄 알았는데, 아까 대사 치는 거 보니까 아주 휘어잡던데?”

“선배님께서 잘 받아주신 덕분입니다. 연기 잘하시는 선배님들 옆에 있으니까 저절로 그렇게 되네요.”

“어이쿠, 오늘 아주 후배 잘 만나서 호강하네, 호강해.”

앞으로 자신과 많은 대사를 주고받을 ‘진 과장’ 역의 태규를 향한 깍듯한 태도.

“최 배우님, 한잔 받아요. 오늘 고생 많았어요. 리딩에서 제일 눈에 띄었어.”

“감사합니다, 백제운 PD님. 열심히, 아니 잘해보겠습니다.”

“허, 신인이 잘해보겠다고 말하는 건 또 처음이네?”

제운은 허허 웃었다.

“근데 아까 리딩 하는 거 생각해 보면 어울린단 말이지. 확실히 잘해. 고마워요, 최 배우. ‘강 대리’ 역할 맡아줘서.”

오늘 리딩에서 PD에게 눈도장을 찍은 것도 모자라 확실하게 쐐기를 박기까지.

“전 작가도 같이 짠해요. 오늘 아주 최 배우한테 말 걸고 싶어서 난리도 아니더만.”

“제, 제가 언제요!”

“아니었어요? 난 또 오늘 하루 종일 최 배우만 바라보길래 그런 줄 알았는데.”

“그, 그건…….”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에 생동감을 부여해 준 도윤을 향한 작가의 호의적인 시선은 덤이다.

도윤은 자신이 기억하던 회귀 전의 과거와 완벽히 다른 미래를 만들어낸 것이다.

“아무튼 느낌 좋습니다. 오늘 다들 리딩 좋았어요. 뭐,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지만 드라마 촬영이라는 게 다 그렇죠.”

그리고 백 PD의 말에 지금까지 걸어오는 말에만 의례적으로 답하던 태주는 잠시 움찔했다.

모든 게 완벽할 수 없지만.

그 완벽하지 않은 요소가…….

자신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우연찮게 도윤과 눈이 마주쳤다.

PD 제운 바로 옆에 앉은 태주다.

그런 자신보다 먼 곳에 앉은 주제에.

그 누구보다 제운과 가깝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정말.

‘거슬려.’

주연은 주연인 사실 그 자체로 빛나고 주목받아야 한다.

<알고 있는가>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태주가 합류한 건 당연히 ‘주연’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 그 어떤 누구도 태주를 보지 않았다.

오히려 왜 저러냐는 듯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볼 뿐.

그게 모두 자신이 자초한 일이었지만.

태주는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저 새낀 진짜…… 내가 대본 좀 숙지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중국 가서 도대체 뭘 하고 온 거야?’

보다 못한 태주의 매니저 용석이 잠시 태주를 바깥으로 데리고 나갈까 생각했지만.

드르륵.

“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오, 다녀오라고. 혹시 알아보는 팬 만나면 이참에 팬서비스 확실하게 해주고!”

“물론이죠.”

도윤이 잠시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리를 비우자 곧이어 태주도 일어나 그 뒤를 따랐다.

용석이 바로 태주에게 다가갔다.

“태주야.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형, 미안한데 비켜.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태주의 표정은 싸늘했다.

“너 지금 뭐 하냐?”

“화장실 가고 싶다고. 비키라고.”

“너 지금 이러는 거, 너한테 정말 안 좋…….”

“여기 선배님들이랑 스태프들 다 있는데 우리 한번 다 같이 개망신당해 볼까? 형, 내 성질 알잖아.”

용석은 결국 태주의 팔을 놓았다.

태주는 그대로 포차 문을 거칠게 열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리고 이 용석 외에 이 광경을 유일하게 목격한 민주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까닥거렸다.

“흐응. 마치 적벽대전이 벌어지기 전의 분위기 같은데.”

“응? 무슨 대전요?”

옆에 있던 성호는 이 누나가 또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게 있어. 한쪽이 아주 크게 털리는 전투.”

“엥?”

“민주 씨. 무슨 일 있어요?”

그때 함께 자리하고 있던 다른 매니저들 중 한 명이 물었다.

그러자 민주는 곧바로 고개를 돌리곤 고개를 저었다.

“아뇨. 별일 없어요.”

“그나저나 민주 씨는 아까부터 이야기만 듣고 있던데, 어차피 우리 앞으로 계속 볼 사인데 민주 씨 이야기 좀 해주세요.”

“맞아요. 저 민주 씨, 아니 민주 언니 이야기 궁금해요! 아까 저한테 우리 태규 오빠 커피 뭐 좋아하냐고 물어보러 왔을 때 패션 보고 완전 놀랐잖아요. 센스 대박.”

“되게 시크한 것 같은데, 혹시 취미가 뭐예요? 혹시 바이크 타요? 아니면 서킷 가서 드라이브?”

민주는 그런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들을 돌아보며 살며시 허리를 굽혀 그들과 거리를 좁혔고.

“혹시 다들 삼국지 좋아하세요?”

자신의 취미를 전혀 망설임 없이 드러냈다.

* * *

쏴아아아아아.

쏟아지는 물줄기에 손을 넣은 도윤은 찌르르한 찬물의 감각에 눈을 깜빡거렸다.

시작이 좋다.

자신이 기억하던 회귀 전의 모습과는 천지 차이.

하지만 다시 말하면 시작에 불과한 것.

이제 막 첫 리딩이 끝난 거고, 앞으로 포스터 촬영과 본 촬영 등 온갖 일정들이 수두룩하게 남아 있다.

눈도장을 찍을 기회도 많지만.

반대로 말하면, 아직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끝나기엔 이르다는 것.

‘하지만 이제는 다르지.’

도윤은 이번 <알고 있는가> 촬영에서 자신의 모든 것들을 쏟아낼 작정이다.

거기에 더해.

이번 촬영에 합류한 목표를 이룰 자신감도 충분했다.

그리고 마침 기회도 찾아왔다.

“아, 최 배우님. 아까 나가신 게 화장실에 가신 거였네요.”

저기 저, 가증스럽게 웃고 있는 녀석.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선배님은 무슨. 형이라고 불러요. 우리 앞으로 대사도 많이 치고 그래야 하는데, 다른 선배님들 없는 데선 그렇게 해요.”

“그래도 제가 어떻게 건방지게. 전 아직 ‘신인 배우’라서요.”

신인 배우.

그 단어에 태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넌 그런 신인 배우가 캐릭터를 분석할 동안 주연씩이나 돼서 뭘 했냐?

지금 자격지심이 서서히 피어나고 있는 태주의 귀에는 분명히 그렇게 들렸다.

“아. 그렇죠. 신인 배우. 아까 리딩 때 신인치고는 잘하던데.”

“선배님들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아까 커피 돌리는 거 보니까 센스도 좋고.”

“저희 매니저가 요즘 일을 잘해서요.”

겸손한 듯 보이나.

단 한마디도 밀리지 않는다.

태주는 당황했다.

적당히 굽히고 설설 길 줄 알았는데.

눈앞의 이 기분 나쁠 정도로 잘생긴 녀석에게선 전혀 그럴 기미가 안 보인다.

때문에 태주는 주도권을 잡으려고 일단 되는 대로 이야기를 꺼냈다.

“캐릭터 분석은 어떻게 해요? 한 수 배우고 싶은데. 저랑 같이 의논하면 좋을 것 같네요. 앞으로 같이 대사 많이 칠 텐데.”

하지만.

“선배님께서 그런 걸 물어보시니까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전 그냥 열심히 한 것뿐입니다.”

당연하다는 듯 돌아온 대답에 태주는 자신이 쓸데없는 말을 꺼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넌 나 같은 신인 배우도 열심히 하는 캐릭터 분석을 대충 해오지 않았느냐.

결국 도윤은 신인 배우이자 후배로서 겉보기엔 전혀 문제가 없는, 깍듯한 대답만으로 응수했고.

‘하, 시발.’

태주는 본전도 못 찾은 셈이 되었다.

그리고 도윤은 속으로 히죽 웃었다.

‘백날 해봐라.’

내가 넘어가나.

그때도 태주는 저랬다.

자신보다 도윤이 주목받기 시작하자 일부러 친근하게 굴며 접근했다.

그때 한창 오만으로 가득하던 도윤은 자신의 허영심을 잔뜩 채워줄 것만 같은, 화려한 삶을 사는 아이돌 그룹의 리더 태주와 금세 가까워졌다.

그게 함정으로 가는 길인 줄도 모르고.

‘멍청했지.’

회귀 전, 사건 이후 다시 만난 태주는 도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냥, 주제에 관심 좀 끄니까 그 꼴이 보기 싫더라고.’

조연 주제에 주연인 자신보다 인기를 끄는 꼴을 참아줄 수 없었다는 것.

그래서 한 사람의 인생을 그렇게 망가뜨렸냐고 되물었지만.

‘난 내 앞에 장애물이 있는 게 너무 싫어. 거슬리는 것도 싫고. 그래서 치운 것뿐인데, 너는 좀 억울했나 보다. 그치?’

자신을 절망시키는 대답만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나보다 돋보였기 때문에.

그래서 거슬려서.

‘근데 이제는 아니거든.’

하지만 도윤은 회귀했고,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물었다.

“근데 선배님. 손은 좀 괜찮으십니까?”

정확히는 태주의 ‘약점’을 살짝, 아주 살짝 건드려 주었다.

“뭐?”

“아까부터 자꾸 긁으시던데, 어디 불편하신가 해서요.”

태주는 황급히 손을 뒤로 숨겼다.

그 반응만으로도 도윤은 확신할 수 있었다.

“아, 그. 저번에 연습하다 다쳐서요. 별거 아닙니다.”

“너무 긁으면 덧납니다. 포스터 촬영 전에는 나아야 할 텐데, 걱정이네요.”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을 연기하는 도윤.

태주는 당황한 나머지 그 모습에 넘어가고야 말았다.

“다, 당연하죠. 하, 하하. 별거 아닙니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태주는 경계심을 드러냈지만 동시에 호의적인 마음도 품기 시작했다.

‘얘 봐라?’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지만, 그런 녀석이 자신에게 호의를 품은 것 같아서 느낌이 묘하다.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도윤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럼, 저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운 것 같아서요.”

그리고 태주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그대로 등을 돌려 화장실을 나섰다.

씨익.

화장실을 나온 도윤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지금쯤 멍한 표정을 짓고 있을 태주를 향해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시작이야. 기대해.’

그리고 도윤이 포차 안으로 다시 들어가려 할 때였다.

“아! 최도윤 배우님!”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익숙한 사람들이 보였다.

배우들이다.

그것도 도윤과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들.

옹기종기 모여 뭘 하나 싶더니 담배를 물고 있었다.

“최도윤 배우님! 야호! 여기요!”

여주인공이자 입사 동기 ‘이선진’ 역을 맡은 류해영.

“‘강 대리’님! 여깁니다!”

‘신민재’의 입사 동기이자 개그 캐릭터인 ‘강석민’ 역을 맡은 주선우.

“최 배우님, 담배 안 피우세요?”

마지막으로 ‘신민재’의 동네 친구인 ‘박민우’ 역의 황석준.

모두들 오늘 리딩에서 이미 인사를 나눈 사람들이다.

하지만 류해영, 주선우, 황석준의 눈빛은 처음과 달랐다.

도윤이 리딩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연기력과 술자리에서의 활달하고 센스 넘치는 모습에 다들 호감을 품은 것이다.

“아, 저는 요새 안 피우려고 노력 중입니다.”

도윤은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황석준이 막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탁, 치이이익-

석준이 연기를 한 모금 내뿜곤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후우. 준비성이 좋은데요?”

도윤은 담배는 끊었을지언정 라이터는 계속 가지고 다녔다.

이렇게 써먹을 데가 있으니까.

“나, 누군지 알죠?”

“예. 황석준 선배님.”

“역시.”

도윤은 씩 웃는 석준을 바라보며 빠르게 기억을 떠올렸다.

이 셋은 <알고 있는가>의 청춘들.

도윤은 회귀 전 이들과 딱히 좋은 관계를 맺은 적이 없었지만, 이들의 관계와 미래 정도는 대강 알고 있다.

주목받는 신인 연기자이자 도윤만이 아는 미래에선 이번 <알고 있는가>를 통해 상당한 인기를 얻게 되는 해영.

연극을 하다가 스카우트되어 단역으로 시작, 활달한 연기와 친숙한 마스크로 주목받은 배우이자 이들 중 가장 어린 선우.

마지막으로 이 셋의 리더격 인물이자…….

최근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주목받기 시작한 배우.

“아무튼 선배님들 계셔서 이야기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되네요. 최도윤 배우 인기가 워낙 많아야죠. 황석준입니다. 잘 부탁해요.”

“최도윤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는 류해영이요!”

“주선우입니다!”

셋 다 성격 좋고, 이번 드라마를 통해 깊은 인연을 맺으며 이후 사적인 모임도 자주 가지게 되는 걸로 알고 있었다.

참고로 선우와 해영은 원래 같은 소속사.

그래서 둘은 원래부터 친한 것 같았다.

석준은 이번 드라마 들어 둘과 친해진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 그룹의 인원이 아마 넷이 될지도 모르겠다.

“말 편하게 해요. 앞으로 계속 볼 텐데.”

“맞아요. 경력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셋 다 기다렸다는 듯이 물어오는 모습.

단 하루 만에 도윤의 평가가 바뀌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요.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전 좋습니다.”

“그럼 도윤이라 부를게.”

“저는 형님이라 불러도 되겠죠?”

“난 오빠! 왜냐하면 스물두 짤이거든요!”

오른손가락 두 개와 왼손가락 네 개를 펼치고 볼을 부풀린 해영의 모습에 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얘 또 귀여운 척이네.”

“오빠, 귀여운 걸 귀엽다고 왜 말을 못 하니?”

“난 거짓말은 못…… 아! 또 꼬집었어!”

둘은 서로 상당히 친해 보였다.

여하튼 공교롭게도 이 셋의 배역은 모두 태주가 맡은 주인공 ‘신민재’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 캐릭터들.

하지만 그 세 명과 지금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정작 배역상 큰 교집합이 없는 도윤이었고.

“서태주 선…….”

오히려 이들과 어울리고 있어야 할 태주는 외부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이쪽을 한번 바라보더니 포차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됐어. 뭐하러 불러.”

석준의 제지에 해영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네? 왜요? 아까 보니까 태주 선배도 담배 피우던데.”

그리고 도윤은 흥미를 느꼈다.

같은 소속사의 석준이 보인 태주에 대한 반응.

“오늘 PD님한테 좀 깨졌잖아. 나름 불편할 거야.”

“그런가. 하긴, 아까 술자리에서도 말이 없던데요.”

뭔가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혹시 화장실에서 별일 있었던 건 아니지?”

석준의 말에 도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없었어요.”

별일.

있기야 있었다.

앞으로 재미있을 거라는 경고를 던졌지.

태주가 알아들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지난 삶, 회귀 전과 달리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킨 건 확실해 보인다.

그러니 이대로 쭉, 자연스럽게 가면 그만이다.

회귀 전 태주가 도윤에게 했던 ‘장애물’이라는 말처럼.

도윤 역시 서태주를 그냥 하나의 장애물로 취급하고-

지나가면 그만이다.

자신의 목표는 복수가 아니라.

연기를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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