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회의원 이성윤-214화 (214/300)

< 비가 내리면. - (4) >

***

혼잡하기는 민국당도 마찬가지다.

각 의원과 당직자들이 비상사태를 외치며 당사로 들어오고 있었다.

휴일을 즐기며 손주와 놀아 주던 의원은 물론이고 오랜만에 연인을 만나 데이트를 즐기던 당직자까지…….

“몇 명 있다고 했지?”

“공장에서 농성하는 파업 참가자만 해도 사백 명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노조만 고립된 게 아니다.

공장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있다.

“산사태의 염려는?”

“……거기까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의원들은 계속해서 정보를 공유해 가며 회의실로 이동했다.

그들 대부분의 표정은 씁쓸하다.

‘젠장.’

재해가 일어나면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고립된 사람을 걱정해야 한다.

그게 인간이다.

그런데, 이들의 직업은 정치인.

이번 재해가 남은 대선 일정에 어떤 변수를 가져다줄지 고민하고 있다.

그런 자신이 쓰레기로 여겨진다.

‘미치겠네.’

의원들이 복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의자에 앉았다.

대기하고 있던 당직자가 입을 연다.

“아직 도착하지 않으신 분도 있지만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오후 3시 20분에 시작된 비는…….”

비가 폭탄처럼 쏟아지며 순식간에 하천의 물이 불었고 다리까지 삼켜 버렸다.

그야말로 재해…….

모두 숨을 죽이고 당직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구석에서 픽, 웃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지금 착한 척하는 거야?”

사람들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이동한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원로 의원 유원희이었다.

그는 오늘 농성 현장에 들어가 근로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눴다.

그 근로자들의 목숨이 위급하다.

하지만 유원희 의원은 그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어지는 말은 잔혹하기만 하다.

“늙은이가 한마디 하지. 자네들은 지금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어.”

유원희 의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급기야 회의실을 쩌렁쩌렁 울리기 시작했다.

“자네들은 지금 당장 알아봐야 해! 공장 주변 하수구에 문제는 없었는지! 공무원들은 똑바로 일을 했고 확인을 했는지! 기상청은 왜 이런 오보를 냈는지!”

“……!”

유원희 의원이 살벌한 눈동자로 모두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본다.

“그리고 대정 자동차야! 저 노조원들이 왜 저기에 있겠나! 모두 박무혁의 탓이야! 박무혁이 조금만 양보했다면 저들은 지금쯤 공장이 아니라 집에 있었겠지! 비를 맞으며 추위에 떠는 게 아니라 방에서 자식과 함께 뒹굴고 있었겠지!”

멍하니 유원희 의원의 말을 듣던 당직자가 다급히 주변을 살폈다.

문은 닫혀 있는지, 혹시 열려 있다면 그곳에 기자는 없는지 확인하는 거다.

다행히 없다.

유원희 의원의 폭탄 발언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비, 대한당과 신당에는 재해지만 우리에게는 가뭄을 씻겨 줄 단비야. 하수도 하나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대한당! 재벌의 이기심으로 가득한 박무혁! 그들이 원흉이야! 이번에 다 쓸어버려!”

그때…….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싸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모든 사람의 시선과 함께 유원희 의원의 눈동자도 목소리를 향해 틀어졌다.

도제성 의원이 보인다.

그가 옷깃에 묻은 빗물을 손으로 툭툭 털며 말한다.

“유원희 의원님,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유원희 의원이 껄껄 웃는다.

“도 후보…… 알면서 왜 그래? 우리는 야당이고 지금은 대선을 앞두고 있어.”

“대선요?”

“그래, 대선!”

유원희 의원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도제성 의원을 쏘아본다.

‘기회야! 기회가 있는데 놓치는 것은 병신이나 하는 짓이야! 도 후보, 넌 병신이 아니잖아? 권력욕으로 똘똘 뭉쳐 그 자리까지 올라갔잖아!’

도제성 의원이 웃기 시작한다.

그 웃음소리가 점차 커진다.

“하하하하!”

유원희 의원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그래…… 우리끼리 있을 때는 위선의 가면을 쓰지 않아도 좋아. 다 벗고 악마처럼 놀자고.’

그런데 도제성 의원이 뚝, 웃음을 거뒀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연다.

“나가시죠.”

“어?”

유원희 의원은 눈을 깜빡거렸다.

현실 파악이 잘되지 않아서다.

아무리 당의 대통령 후보라 해도 원로를 무시할 수는 없다.

까딱하다간 당이 찢어질 수도 있는 미친 짓이니까.

그런데, 도제성 의원이 손으로 문을 툭툭 두드린다.

“나가세요.”

유원희 의원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도제성!”

도제성 의원이 저벅저벅, 유원희 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코앞에서 멈춰 선다.

“지금까지의 정치는 국민의 어려움을 외면했어요. 아니, 어려움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꾀하려 했죠. 그래서 이 나라가 이런 겁니다.”

“뭐?”

“제가 대통령이 되면 바꿀 겁니다. 어떻게 바꿀지는 지켜보시고…… 여기서는 나가 주세요.”

유원희 의원의 얼굴이 붉어졌다.

“도제성…… 그런 안일한 마음으로 청와대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네. 갈 수 있을 것 같네요.”

도제성 의원은 유원희 의원을 무시한 채 책상으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어색한 분위기가 회의실을 채운다.

한여름인데 서릿발이 내린 것같이 서늘하다.

하지만 도제성 의원은 유원희 의원을 향해 단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는다.

마치 그가 없는 것처럼 입을 연다.

“그쪽에 우리랑 연결된 시민 단체가 있나?”

엉거주춤 서 있던 당직자가 다급히 답했다.

“아, 네. 있습니다.”

“가까운 도당에 연락해서 구호 물품 준비하라고 해.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로 협조 요청하고.”

“네.”

도제성 의원의 시선이 각 의원들에게 향했다.

“일단 피해 수습에 대해서 초당적으로 협력하세요. 그 뒤에 공장 주변 하수구 문제와 공무원 과실, 기상청 오보에 대해 지적하시고요. 배에 구멍이 뚫렸으면 막는 게 우선입니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그 뒤에 할 일이에요.”

“네!”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답한다.

붉은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바보처럼 서 있던 유원희 의원이 몸을 돌린다.

‘씨발…… 도제성 저 새끼…….’

유원희 의원의 주먹이 꽉 쥐였다.

그가 이번 대선에 목숨을 거는 이유…….

그는 은퇴를 결정했다.

나이도 있고 국민이 그를 반기지 않는다.

그래서 총선이 돌아오면 조용히 물러날 생각이다.

그런데, 그가 은퇴한 시점에 다른 당이 정권을 잡고 있다면?

‘그것만은 막아야 해!’

그동안 저질렀던 나쁜 일이 다 뽀록날 수 있다.

뇌물을 받은 것부터 억대 연봉 협회장 자리에 사위를 채용한 것.

그리고 자신의 딸이 아파트 수십 채를 가진 복부인이라는 것 등등등.

내 잘못을 감추기 위해 남의 잘못을 끄집어내는 것은 정치권의 관행이다.

다른 당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도제성 저 새끼도 믿을 수 없어.’

어떻게든 도제성 의원의 얼굴에 엿을 던져 줘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리고 도제성 의원이 덤볐을 때를 대비한 히든카드 한 장을 손에 들어야 한다.

그래야 안녕한 삶을 계획할 수 있다.

그가 복도로 빠져나가며 휴대폰을 귀에 댔다.

“박영훈 부회장, 날세.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나?”

-말씀하십시오.

“노조 위원장에게 영상 하나만 찍어 달라고 말해 줘.”

-영상요?

유원희 의원이 원하는 동영상…….

노조 위원장이 이렇게 말하는 거다.

“도제성 의원이 파업을 요청했습니다. 한민당 박무혁 의원과 대한당 서용우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위해서죠. 저는 그 대가로 돈을 받았습니다.”

물론 영상의 내용은 거짓이다.

하지만 사람은 깨끗한 진실보다 자극적인 거짓에 귀를 기울이는 법.

사람들은 대통령의 변명보다 노조 위원장의 말에 더 신뢰를 가질 거다.

유원희 의원이 박영훈 부회장과 통화를 종료했다.

휴대폰을 품에 넣으며 고개를 틀었다.

살짝 열린 회의실의 문틈으로 도제성 의원이 보인다.

‘끝까지 까불어 봐.’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온 유원희 의원은 차를 타고 당사를 벗어난다.

여전히 하늘에서는 비가 쏟아지는 중이다.

유원희 의원이 빗소리를 들으며 수행비서에게 말한다.

“라디오 좀 틀어.”

수행 비서는 말없이 라디오 전원 버튼을 눌렀다.

비에 어울리는 음악 소리가 나올 줄 알았는데…….

-물이 아직 불어나지 않는 곳, 임시로 만들어 둔 다리를 이용해 마을 주민들이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철근만을 이용해 볼품없어 보이는 다리, 하지만 마을 주민에게는 동아줄과 같습니다.

유원희 의원의 눈이 찌푸려진다.

‘뭐야? 임시로 다리를 만들어 뒀어? 누가? 왜?’

리포터의 목소리는 계속된다.

-이 다리는 며칠 전, 박무혁 의원의 지시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박무혁 의원은 파업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했고 그 과정에서 늦깎이 태풍 등 혹시 모를 자연재해와 비상사태에 대비해 이 다리를 설치했다고 전했습니다.

유원희 의원의 미간이 콱, 일그러진다.

뒤통수를 세차게 맞은 기분이다.

‘이것 봐! 박무혁은 재해를 이용하고 있잖아! 아니, 돌파하고 있어! 그런데 도제성은……. 씨발, 초당적으로 도와주자고? 착해 빠져 가지고! 이러다간 대선에서 지고 말 거야!’

인간은 언제나 물과 싸워 왔다.

지도자는 기우제를 올리며 비가 오기를 기원했고 홍수를 대비해야 했다.

즉, 물을 다스릴 줄 아는 지도자는 절반을 먹고 들어간다.

그런데, 박무혁 의원은 이번 물난리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 같다.

‘여기서 신당이 잘해 내면…….’

이번 노조 파업은 오히려 플러스 점수가 되어 지지율을 높여 줄 거다.

‘지지율, 지지율!’

아직은 도제성 의원의 지지율이 높다.

하지만 신당은 이제야 캠프를 구성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언제 뒤쫓아 올지 모른다.

‘막아야 해. 하지만 어떻게?’

그가 눈동자를 굴리고 있을 때 리포터의 목소리가 다급히 울린다.

-박무혁 의원이 지금 막 나타났습니다. 우산도 쓰지 않고 비를 맞으며…….

이어서 박무혁 의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러분! 박무혁이 왔습니다! 나오세요! 나와서 이야기하세요! 안전이 우선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경청하고 전달하겠습니다!

그때, 유원희 의원의 휴대폰이 지이이잉, 진동을 울렸다.

박영훈 부회장이다.

-의원님…… 박무혁이에게 좋은 일만 시킨 것 같은데요?

“방, 방법이 없을까?”

***

쏴아아아.

나무가 우거진 소로 길…….

빗방울이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그곳에 검은 우비를 입고 하천을 건너 공장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이 보인다.

성윤이었다.

‘이게 무슨 짓인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진흙에 푹푹 빠진다.

한참 온 것 같은데 아직도 공장이 보이지 않는다.

성윤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밤 8시.’

꿈속을 기억하면 산사태가 일어나 창고를 덮치고 경비원 한 명이 사망한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창고가 이들의 취침 장소 중 하나다.

산사태가 일어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다.

공장에 가까워졌을 때 품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어, 정우야.”

정우는 노조 간부들의 뒤를 캐느라 전국을 누비는 중이다.

-설마, 장판교 장비 놀이 하는 것은 아니죠?

“어, 안 해.”

파업 현장으로 가는 중이라고 말하면 길길이 날뛸 거다.

그래서 대충 말을 돌렸다.

“찾았어?”

-아, 네. 그런 것 같아요. 노조 위원장 김두식. 아내가 아프네요. 그래서 병원비가 필요했는데…… 그 돈이 며칠 전에 뚝딱 나왔어요.

“출처는?”

-아직 미확인이에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대정 자동차 부사장 같아요.

“이유는?”

-제가 오늘 하루 종일 김두식의 아내가 입원한 병원에 앉아서 CCTV를 뒤졌거든요. 그런데, 대정 자동차 부사장의 비서가 들락날락했네요. 그것도 이틀 동안.

냄새가 난다.

박영훈 부회장이 대정 자동차의 부사장을 앞에 두고 달콤한 목소리로 유혹했을 거다.

“노조에게 파업을 요청해! 이 일이 성공한다면 자네 어깨에 날개가 달리는 거야!”

돈을 흔들며 대정 그룹의 고위직을 권했을 수도 있다.

인간의 욕망은 원초적인 법이니까.

“고생했어. 그럼, 계속 알아봐.”

-그런데…… 진짜 장판교 장비 하는 거 아니죠? 그 사람들 무서워요.

“안 해.”

성윤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통화 중 어느새 공장 앞에 도착했다.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우비의 모자를 타고 떨어지는 물줄기 사이로 파업 근로자 세 명이 보인다.

그들이 살벌한 눈동자로 성윤을 노려보고 있다.

그중 가운데에 선 남자가 낮은 음성을 내뱉는다.

“누구지?”

성윤이 모자를 뒤로 벗어젖혔다.

얼굴이 드러나자 남자들의 얼굴이 뻣뻣해진다.

왼쪽에 선 남자는 다급히 성윤의 뒤를 살핀다.

오른쪽에 있던 남자는 휴대폰을 꺼내 촬영을 시작했고…….

혹시 경찰이 함께 왔나 걱정되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혼자 왔습니다. 오동민 씨죠?”

“네?”

성윤을 쏘아보던 남자의 눈빛이 변한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사나웠던 눈매가 휘어지며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며칠 전, 성윤은 노조원의 명단을 확보했고 계속해서 읽었다.

그렇게 머릿속에 그들에 대한 정보를 새겨 넣었다.

이유는 단 하나.

이곳에 있는 사람을 모두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서다.

“대피하세요! 산사태가 일어나요!”라는 말로 모든 상황이 종결되면 좋겠지만 그럴 일은 없으니까.

성윤이 엷은 미소를 그렸다.

“김두식 위원장님을 만나 보고 싶습니다.”

국회의원이 위험한 구간을 지나 혼자 찾아왔다.

그것도 박무혁 의원의 최측근이라 불리는 이성윤 의원이다.

노조원들 대부분은 김두식 위원장과 대정 자동차 부사장의 비밀 회동을 모른다.

정말 임금 인상과 몇 가지 안건을 위한 싸움이라고만 알고 있다.

그래서 성윤이 해결 방안을 가지고 왔다고 생각했다.

“잠, 잠깐만요.”

오동민이라 불린 노조원이 떠나자, 성윤은 지붕 아래로 들어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려 하는데 성윤의 휴대폰이 진동을 울린다.

정우에게서 온 메시지다.

-부사장 비서가 인정했습니다. 착수금으로 2억, 일이 끝나면 3억 주기로 약속되었다고 하네요.

이제 위원장을 협박을 가장해서 설득한 후 산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사람들을 빼내면 끝난다.

꿈속과 달리 재산 피해만 있을 뿐, 인명 피해는 없을 거다.

아마도…….

여기까지 생각하던 성윤은 고개를 저었다.

방심은 금물이다.

마지막까지 긴장해야 한다.

그렇게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내뱉는데 불현듯 뭔가가 떠올랐다.

‘이왕이면…….’

성윤은 다시 휴대폰을 들고 박무혁 의원의 보좌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기자들을 임시 다리에 배치해 달라고.

“의원님? 위원장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어느새 노조원이 와 있었다.

성윤이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끈 후 몸을 돌렸다.

장비가 정지된 공장을 지나 사무실로 향했다.

곳곳에 선 노조원들이 적대적인 눈빛으로 성윤을 노려본다.

그리고 도착한 사무실…….

노조 위원장 김두식이 앉아 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거만한 눈길로 성윤을 보며 입을 연다.

“박무혁 의원님이 뭐라고 그럽니까?”

그는 성윤이 어떤 해결책을 가져와도 들어줄 생각이 없다.

애초에 순수한 파업이 아니라 성공하면 총 5억을 손에 쥐는 게임일 뿐이다.

그럼, 아내의 병원비는 물론이고 대출금까지 갚을 수 있는 돈이 들어온다.

그래서 잔뜩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데…….

“나가 주시겠어요?”

성윤은 여기까지 안내한 노조원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 사무실 문을 닫는다.

사무실에는 노조위원장과 성윤, 단둘만 남았다.

성윤이 손목시계를 보며 조용히 입을 연다.

“시간이 없으니까 본론만 말하죠.”

언제 산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

“부사장의 비서가 인정했어요. 그쪽에게 돈을 건넸다고요. 착수금 2억, 일이 끝나면 3억.”

노조위원장의 표정이 공손해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뭐, 뭐요?”

< 비가 내리면. - (4)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