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뜬 구름 잡기. - (1) >
***
그날 오후.
성윤은 당사에서 박무혁 의원을 만나고 있었다.
윤 회장을 만나기 전에 부탁할 것이 있어서다.
이런저런 말이 오가던 중 박무혁 의원이 입을 연다.
“이번에는 방식이 바뀌었네? 평소에는 숨어 있었잖아.”
“네?”
“최광주 시장.”
상대를 공격할 때 성윤은 언제나 수면 아래에 있었다.
박대철로 시작해서 일본 특사였던 강상원 그리고 최근 성희롱으로 얼룩진 원동현 비대위원장까지…….
성윤은 철저하게 모습을 숨기고 상대의 머리에 총구를 겨눴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직접 최광주 후보의 선거 캠프를 찾아가며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됐다.
“단번에 끝장내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상대가 살기 위해 난리를 쳤다면, 대한당 2중대라는 오명이 존재하는 신당으로서는 불리해진다.
그래서 단칼에 목을 잘라야 했다.
박무혁 의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 의원, 자네는 이번 일로 얻은 게 있고 잃은 게 있어.”
얻은 것은 힘이다.
지금껏 상대했던 사람들은 성윤을 피라미 취급했다.
하지만 현 서울 시장을 은퇴시키며 어설픈 애송이가 아님을 세상에 알렸다.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모든 행동이 언론에 노출되기 시작할 거다.
잃은 것은 안전이다.
지금껏 태풍이 몰아쳐도 성윤은 드러나지 않았다.
애송이가 거물을 박살 냈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각 당의 저격수들이 성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탄알을 장전하고 성윤을 노린다.
입맛을 다시며 단번에 성윤의 머리를 뚫어 박살 내고 싶어 한다.
적이 많아진 거다.
하지만 성윤은 담담했다.
“적이 없기를 바란 적은 없습니다.”
정치 바닥이 그렇다.
앞에서는 하하호호 웃지만 뒤로는 칼을 숨긴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곳에서 생존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적의 숫자는 많아진다.
“적이 많아져도 상관없을 수 있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잠시 생각해 봤지만 모르겠다.
“성종의 윤 회장 아저씨처럼 살면 돼.”
윤 회장의 생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지나온 길은 대단했다.
돈이 권력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 줬다.
고고한 정치인들이 고개를 숙였고 다른 기업의 회장들이 굽실거렸다.
그 이유는…….
“압도적인 강함이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발아래에 놓았지.”
“…….”
“내가 볼 때는 이성윤 의원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아.”
“제가요?”
“닮았거든.”
성윤은 윤 회장을 실제로 본 적이 없다.
텔레비전에서 본 게 전부다.
그런데, 닮은 구석이 있다니…….
박무혁 의원이 장난스레 웃는다.
“둘 다 제정신이 아니야.”
사람 앞에 두고 제정신이 아니라니.
박무혁 의원은 뭐가 즐거운지 모르지만 재미있다는 듯 쿡쿡쿡 웃는다.
“미쳤어, 두 사람 모두. 하하하하!”
성윤은 고개를 저으며 본론을 꺼냈다.
“윤 회장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박무혁 의원의 행동이 멈칫했다.
“윤 회장을?”
“네.”
“이 의원에게 연락할 거라고는 생각했어. 그 아저씨 성격에 이 의원을 지나칠 리 없으니까. 그런데 내 예상보다 빠르네…….”
“사후의 일을 부탁받을 것 같습니다.”
박무혁 의원의 눈가에 흥미가 돈다.
그가 다리를 외로 꼬으며 성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겠지. 그래서?”
“윤 회장이 저를 철저히 믿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죽기 직전까지 윤범성 부회장을 향해 어떤 행동도 할 수 없게 만들고 싶습니다.”
믿는다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의심도 의혹도 가지지 않는다.
한 번 믿기 시작하면 발등을 찍혀 비명을 지를 때까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박무혁 의원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믿게 만든다? 이유는?”
꿈속에서 본 미래.
성종 그룹의 회장이 된 윤범성 부회장은 정치인들에게 돈을 뿌렸다.
돈을 좋아하는 정치인들이 외면할 리 없었다.
냉큼 받아먹고 성종의 뒤를 봐줬다.
그는 그렇게 왕처럼 생활했다.
하지만 겉모습만 그랬다.
화려한 생활을 걷어 내면 악귀 이준대에게 흔들리는 ATM 기기였다.
당연히 성종의 경쟁력은 약해졌고 대한민국의 경제도 점차 나락으로 향했다.
그건 막아야 한다.
“윤 회장, 참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피땀 흘려 만든 회사를 훔쳤고 기술을 빼돌렸죠. 하지만 부귀영화를 누렸습니다. 정치권에 상상할 수 없는 돈을 꽂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뒤를 윤범성 부회장이 이을 겁니다.”
“…….”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앞으로도 뇌물을 줄 테고 정치인들은 받겠죠. 대한민국이 윤범성이라는 개인의 손에 쥐락펴락되는 세상, 그런 악습은 뿌리 뽑고 싶습니다.”
“계획은 있나?”
“네.”
성종 회장의 자리에 정기화 실장이 오르면 가능하다.
정기화 실장은 성윤의 손바닥 위에 올라와 있으니까.
박무혁 의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이런 말을 꺼낸 것은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거지?”
“윤 회장에게 환심을 사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선물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대정의 계열사 하나만 주십시오.”
윤 회장은 언제나 1등을 원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병석에 누운 후 대정이 그 자리를 위협한다.
어느새 성종의 턱밑까지 쫓아왔다는 평가가 많다.
이럴 때, 대정의 계열사 하나를 부숴 준다면 윤 회장에겐 기쁜 선물이 될 거다.
“그러지.”
박무혁 의원은 대정의 사람이다.
하지만 대정의 계열사를 박살 내는 것에 어떤 미련도 없어 보인다.
시원하게 대답하며 인터폰을 눌렀다.
그러자 곧바로 보좌관이 들어왔다.
“대정병원의 의료사고에 대해 조사한 것을 가지고 와.”
“네?”
보좌관은 힐끗 성윤을 향했다.
‘또 뭔가 있구나…….’
성윤이 나타나면 뭔가 일이 벌어진다.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
하지만…….
“의원님, 대정병원의 일은 아직 확정된 게 없습니다. 아직 음모론일 뿐이라…….”
“괜찮아. 가져와.”
“알겠습니다.”
보좌관은 더 말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박무혁 의원의 시선이 성윤에게 향했다.
“나도 확신하는 자료는 아니야. 의료사고, 숨기기 시작하면 검찰도 찾기 힘드니까. 하지만 윤 회장은 작은 사고를 크게 부풀릴 힘이 있어. 뻥! 하고 터뜨릴 거야.”
병원의 이미지는 기업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생명을 다루는 장소고 사람들은 병원만큼은 깨끗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돈을 받아먹는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터지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역시 동반 추락하게 된다.
박무혁 의원이 낮게 웃었다.
“대정과 성종의 싸움이라……. 재밌겠어.”
***
성종 병원의 지하 주차장에 성윤이 탄 차가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성윤은 적막한 주차장을 바라본다.
‘또 왔네.’
꿈속에서 사망했던 곳이다.
오고 싶지 않았지만 또 서게 됐다.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며 많은 생각이 오간다.
‘여기…….’
꿈에서 봤던 상황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늙은 성윤이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
노인의 눈은 시뻘겋다.
입으로는 이준대에 관한 저주를 퍼붓고 있다.
복수에 눈이 먼 악귀 같다.
‘괴물을 잡으려면 괴물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던데…….’
성윤은 한숨을 내뱉으며 늙은 자신을 바라봤다.
어느새 늙은 성윤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독기로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쏘아본다.
세상의 모든 것을 저주하며 그 분노를 악귀 이준대에게 쏟아 내고 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의 문이 스르륵 닫힌다.
‘탕!’
성윤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날의 총성이 다시 귓가를 울린다.
‘젠장.’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떨쳐 내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악에 받힌 눈빛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계속 생각하면 성윤 역시 악귀가 될 것 같다.
‘안 돼.’
정치는 사람이 싸우는 곳이다.
괴물은 설 자리가 없어야 한다.
‘그런 미래만큼은 막아야 해.’
성종 그룹은 미래를 바꿀 첫 단추가 될 거다.
꿈과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면 악귀 이준대의 정치자금을 채워 줄 기업.
하지만 현실에서는…….
잠시 후, 성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경호원으로 가득한 복도를 지나자 윤 회장이 입원한 병실이 보인다.
문 앞에는 건장한 남성 두 명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이성윤입니다.”
“죄송하지만 잠시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성윤은 고개를 끄덕인 후 팔을 양쪽으로 벌렸다.
몸에 지닌 쇳덩이는 죄다 바구니로 옮겨졌다.
휴대폰에서 벨트까지.
혹시나 있을 녹음기 또는 무기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검색이 끝나자 사내가 고개를 숙인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문이 열렸다.
혼자 쓰는 병실인데 참 거대하다.
고급 호텔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박물관에서나 볼 것 같은 그림이 벽에 붙어 있다.
누워 있던 윤 회장이 몸을 일으켰다.
그가 자신의 환자복을 손으로 툭툭 치며 능글맞게 웃는다.
“옷차림이 이래서 미안합니다. 허허허.”
“괜찮습니다.”
성윤은 윤 회장을 살폈다.
환자복은 어쩔 수 없지만 머리나 외모는 신경 썼다.
성윤을 만나며 최소한의 예의를 지킨 거다.
게다가 그는 어린 성윤을 앞에 두고 반말을 찍찍 내뱉지 않는다.
“앉아요.”
성윤은 침대 옆에 의자를 꺼내 앉았다.
윤 회장이 슬쩍 웃으며 성윤을 바라본다.
“내 남은 시간이 짧으니 인사말 나눌 시간도 부족하네요. 빙빙 돌리지 않고 여쭙겠습니다. 우리 젊은 의원님에게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요? 알아보니까 돈도 있고 권력도 있고. 여자 빼고는 다 가진 것 같던데?”
윤 회장이 정치인을 상대하는 법이다.
상대가 필요한 것, 거부할 수 없는 것을 찾는다.
그리고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찔러준다.
그게 돈이든 여자든 권력이든 뭐든.
그것은 마약과 같다.
중독된 자는 무릎을 꿇고서라도 마약을 원한다.
그럼, 아무리 거물이라도 옭아맬 수 있다.
윤 회장은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성윤도 그런 삶에 익숙하다.
나이는 어리지만 꿈속에서 온갖 협잡질로 목숨을 연명해 왔다.
“필요한 것은 없습니다. 평소 회장님을 존경해 왔는데 이렇게 얼굴을 뵙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입발림을 먼저 던졌다.
그리고…….
“처음 인사드리는 자리라 작은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성윤은 윤 회장이 필요한 것을 먼저 던지기로 했다.
“선물요?”
“회장님께 오렌지 주스나 과일을 드리면 손이 민망할 것 같아서 고민 좀 했습니다.”
성윤은 들고 온 서류를 윤 회장에게 건넸다.
박무혁 의원에게 받은 대정병원 의료사고 의혹이다.
서류를 확인하던 윤 회장이 기분 좋게 웃는다.
“무혁이가 준 겁니까?”
많은 걸 꿰뚫고 있는 노인이다. 굳이 속일 필요는 없다.
“네.”
어차피 대정병원 의료사고 의혹은 물고를 트기 위한 장치다. 아쉬울 것은 없다.
윤 회장이 기분 좋게 웃는다.
“무혁이 그놈은 항상 제 형을 못마땅해했어요. 결혼도, 이혼도 박영훈이 모략질을 했으니까요.”
몰랐던 거다.
‘결혼과 이혼에 박영훈이 있었다고?’
꿈속에서 봤던 미래, 박무혁 의원은 정계를 은퇴했었다.
그리고 성윤은 그 이유를 찾는 중이다.
단 하나의 단서도 소중하다.
‘알아봐야겠어.’
지금은 윤 회장에게 집중할 때다.
윤 회장이 서류를 옆으로 치우며 말한다.
“대정의 박 회장도 병원에 있죠?”
“아, 네.”
“무혁이의 장난질에 놀아 줘야겠어요. 숨이 멎기 전까지 그 인간의 자식들이 싸우는 걸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테니까요. 박영훈이가 쓰러지면 병석에 누웠던 박 회장이 벌떡 일어나겠네요, 허허허.”
윤 회장은 즐겁게 웃으며 물컵을 손에 들었다.
입을 축인 후 성윤을 본다.
“총명한 분이니까 내가 만나고자 한 이유를 예상할 겁니다. 내가 죽으면 참 시끄러워질 거예요. 아직 승계 작업이 끝나지 않았고 주변 정리를 못 했으니까요.”
“혼란스러워지겠죠.”
“그래요. 그럼, 이 나라의 경제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성종의 주가가 떨어지면 코스피도 흔들려요. 우리 계열사 하나가 흔들리면 서민들이 배를 곯아야 해요.”
윤 회장의 눈빛이 또렷해진다.
그가 계속 말을 잇는다.
“국민들을 배불리 먹이자고 시작한 일입니다. 난 그런 미래가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기업은 항상 국가의 경제를 고민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이성윤 의원님이 우리 부회장과 같은 배를 탔으면 합니다. 내 뜻을 곡해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국가를 위한 일입니다.”
국가를 위하기는 개뿔…….
영원한 ‘성종 공화국’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다렸던 말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행이에요. 젊은 의원님이라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작은 도덕적 관념에 얽매이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거든요.”
“그래서…… 선물은 하나만 가져온 게 아닙니다.”
“……?”
“명동에 숨겨 둔 지분이 있으시죠?”
처음으로 윤 회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측근은 물론 자식에게도 말하지 않은 극비…….
물론,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약 10년 후에 악귀 이준대가 윤범성 부회장을 길들이기 위해 끄집어낸 것.
그러니까 성윤 역시 꿈속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잠시 말이 없어졌던 윤 회장이 천천히 입을 연다.
“……아니라고 하면 믿겠습니까?”
“아뇨, 회장님 앞에서 이렇게 말을 꺼낼 정도면 저도 나름의 확신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윤 회장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후계 작업의 마지막 퍼즐이 어긋나고 있기 때문이다.
성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소문을 들었습니다. 홍서진, 오진호, 강영군…….”
성윤의 입에서 이름이 줄줄줄 흘렀다.
모두 성종 그룹의 실세이자 윤범성 부회장의 사람들이다.
즉, 성윤이 회장에 올리려는 정기화 실장과는 반대되는 사람들.
‘그리고 대한민국의 경제를 지옥으로 빠뜨린 원흉들!’
지금도 그들은 많은 죄를 짓고 있다.
성종이라는 성역이 없었다면 진작 검찰에 끌려갔을 사람들이다.
그렇게 열댓 명의 이름이 거론됐다.
윤 회장은 바짝 마른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성윤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 말씀드린 사람들이 회장님의 쌈짓돈을 궁금해한다고 들었습니다. 첩보라 확신은 없지만 가능성은 높을 겁니다.”
윤 회장은 자신의 사후를 걱정한다.
그리고 그 걱정 속에 성윤이 말한 이름이 들어 있다.
그들이 언제 숨겨 둔 발톱을 꺼내 자신의 아들 윤범성 부회장을 공격할까 전전긍긍해한다.
게다가 젊은 정치인의 헛소리로 치부하고 지켜보기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명동에 숨겨 둔 지분이 드러날 정도라면…….’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윤 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손님을 앞에 두고 실수를 했네요. 그래, 선물을 받았으면 답례를 해야겠죠?”
윤 회장이 인터폰을 꾹 눌렀다.
문이 열리고 정기화 실장이 들어온다.
정기화 실장의 표정은 초조하다.
안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모르니까.
성윤이 윤 회장으로 갈아탔을지 아니면 계속해서 자신을 지지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그가 불안한 눈빛으로 성윤을 살폈다가 윤 회장을 향했다.
“부르셨습니까?”
“민국당 서울 시장 후보가 오항로지?”
“아, 네.”
“민국당에 내 돈을 받아 집을 산 놈이 몇이나 되나?”
“네?”
“연락해서 오항로 그놈 먼지 좀 털어 달라고 해. 그 먼지는 신문사에 전하고. 오항로를 1면에 올리라고 말해.”
성종 윤 회장이 오항로를 찍었다.
정기화 실장이 잠시 머뭇거리며 입을 연다.
“민국당에서 싫어할 겁니다. 지금 도제성 후보가 대권에 가장 유력한데…….”
“도제성이 모르게 해. 그게 자네가 할 일이야. 그리고 민국당은 대정에서 빨대를 꽂았다며? 그럼, 우리는 신당에 도움을 줘야지.”
“알겠습니다.”
정기화 실장이 고개를 숙인 후 병실을 떠났다.
윤 회장이 성윤을 보며 빙긋이 웃는다.
“난 박무혁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원치 않아요. 하지만 신당에서 서울 시장이 나오는 것 정도는 이해할 수 있죠. 그래, 더 필요한 게 있습니까?”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거다.
< 뜬 구름 잡기. -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