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회의원 이성윤-157화 (157/300)

< 눈이 올까 비가 올까. - (1) >

정한보가 어이없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웃음을 뚝 그친 후 분노한 눈동자로 성윤을 노려본다.

“지금 장난치나? 너 같은 애송이에게 뒤를 밟힐 정도로 허술하게 움직였을 것 같아!”

말이 반 토막이 됐지만 성윤은 상관 않는다.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글쎄요. 확인해 보면 알겠죠.”

“발자국이든 뭐든 찾아봐, 새끼야. 뭐가 됐던 너한테는 안 팔 테니까.”

“그것도 확인해 보면 되겠죠.”

“끝까지 건방을 떨고 있어? 미국에 있을 때 팔아 버렸어야 했는데. 괜한 걸음을 했네, 씨발.”

정한보는 할 말이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윤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를 향했다.

“나가면 후회하실 텐데요.”

“후회? 새끼야, 너 정도는 언제든 밟을 수 있어. 나, 대한당의 최고위, 특별위, 전략기획총장까지 한솥밥을 먹던 사람이야. 그런데, 내가 후회를 한다고? 운전이나 하던 새끼가 배지 달더니 보이는 게 없지? 미친 새끼.”

정한보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뚜벅뚜벅 문으로 향한다.

그의 손이 문고리에 닿았다.

그때, 성윤의 목소리가 그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오강민 의원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지난 국회에서 의원직을 지낸 정한보 변호사라고 있어요. 개인 비리를 비롯해 아내, 자식, 친척, 지인, 부모의 모든 것을 털어 주십시오. 아파트 다운 계약도 좋고 위장 전입도 좋습니다. 비리가 없다면, 얼굴을 들고 살 수 없도록 괜찮은 시나리오 하나 만들어 주세요. 얼마나 걸릴까요? 3일요?”

정한보는 쥐고 있던 문고리를 돌리지 못했다.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을 알고 있어서다.

‘오강민?’

그도 오강민에 대해서는 잘 안다.

안기부 출신에 성종 그룹 지라시 담당…….

정한보가 국회의원이었다면 오강민의 시나리오는 박살 낼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 그는 일개 변호사다.

성윤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를 악당으로 만들어 돌에 맞아 죽게 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정한보의 몸이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어 갔다.

머릿속은 탈출구를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마땅한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성윤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흘러들었다.

“한솥밥을 먹었던 최고위, 특별위, 전략기획총장과 친하다고요?”

“그, 그래!”

“그분들, 힘 있고 무섭죠.”

“알면 그만둬, 오강민에게 전화해서 멈추라고 해!”

겁먹은 개가 짓는 것처럼 정한보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와 달리 성윤은 조용히 웃으며 입을 연다.

“정한보 의원님, 미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모르시나 본데요. 지금 대한당은 난리가 났어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도 바쁘죠. 그런데, 거수기였던 의원님을 살펴 줄 만큼 여유가 있을까요?”

정한보는 치아가 부서질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도 지금 대한당의 상황을 잘 안다.

지금 그들은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중이다.

재야로 돌아간 전직 국회의원을 도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윤의 악마 같은 목소리가 다시 흐른다.

“4년 계약직의 힘을 알고 싶지 않다면 문에서 손 떼고 자리로 돌아와 앉으세요.”

정한보는 비참한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말 잘 듣는 개처럼 성윤의 맞은편으로 돌아와 의자를 빼고 앉는다.

방금 전의 호통을 치고 무시하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숙인 채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이준대라는 이름이 들려오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몰아세우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는 악귀 이준대와 거래하려 했다.

지금은 정한보의 사정을 봐줄 수 없다.

그가 가진 자료가 이준대에게 들어가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성윤의 입에서 느릿한 목소리가 흘렀다.

“가져오세요.”

***

대한당 의원들의 탈당은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콘크리트라 불리던 지지율은 15%가 무너졌다.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중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은 박무혁 의원에게 쏠렸다.

박무혁 의원의 뜬금없는 탈당, 기다렸다는 듯 터진 사건.

이어서 다른 의원들의 탈당 러시.

아직은 구심점을 잃고 무소속인 의원들이다.

그들이 박무혁 의원과 손잡고 창당을 할 것이란 소문이 여의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박무혁은 다 알고 있던 것 아닐까?

-알고 있었겠지. 그러니까 뜬금포 탈당 선언도 했던 거고. 그게 아니라 그냥 탈당한 것이면 하늘이 도운 듯.

-박무혁이 창당하려나? 창당하면 대한당은 표 갈리니까 울고 민국당은 웃을 것 같은데.

-창당? 박무혁이 창당한다고 통할까? 솔직히 대정 그룹 버프를 받은 거지 정치력을 검증받은 적은 없잖아?

-그건 모름. 지금 탈당한 의원들 다 모여서 창당하면 개돼지들이 지지할 수도 있을 것임. 대한당이 박살 났으니까 대안 찾는 사람들이 많음.

-그래도 창당은 다르지. 대한당이나 민국당과 달리 정통성이 없어. 창당했다가 박살 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박무혁이 창당한다는 소리도 안 했는데, 헛소리하지 말고 지켜보자. 창당한다면 이번 달 내로 결론 날 거니까.

그 시각, 성윤은 사무실에 앉아 박무혁 의원에게 온 전화를 받는 중이다.

“네, 의원님.”

-얼굴 좀 보지.

“네?”

성윤은 여전히 대한당이고 박무혁 의원은 탈당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박무혁 의원과 만나는 것이 기자들에게 걸리면 좋지 못한 소문이 퍼질 수도 있다.

-조용한 공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건물 하나 샀어. 지하 8층으로 오면 내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으니까 그것 타고 올라와. 지금 내 보좌관이 주소 보냈을 거야.

화면을 확인해 보니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확인했습니다.”

-그럼, 잠시 후에 보자고.

통화가 종료됐다.

성윤은 박무혁 의원이 보낸 주소를 검색해 봤다.

빌딩이 나온다.

1, 2, 3층에는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커피숍, 그 위층으로는 다양한 회사로 가득하다.

주소는 강남…….

성윤이 정우를 보며 물었다.

“이 빌딩, 얼마나 할 것 같아?”

“……100억은 넘겠죠.”

“그치?”

“진짜 다른 것은 다 모르겠는데, 이렇게 시원하게 돈 쓰는 것은 부럽네요.”

조용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이런 걸 서슴없이 살 수 있는 사람…….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

모르긴 몰라도 손가락에 꼽을 거다.

잠시 후, 성윤은 박무혁 의원과 마주 앉았다.

그는 한 층을 통째로 사용한다.

200평이 훌쩍 넘을 것 같다.

그런데, 인테리어를 하지 않았다.

시멘트 천장과 바닥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전선이 덜렁거리는 곳도 보였고 심지어 가구나 사무용품도 없다.

그저 테이블 하나와 의자 두 개.

쇼케이스 냉장고에 음료만 가득할 뿐이다.

박무혁 의원이 냉장고를 열며 말한다.

“커피? 콜라?”

“커피 마시겠습니다.”

그가 커피를 가져와 테이블에 놓았다.

“여기 분위기 어때? 나름, 신경 써서 골랐는데.”

“삭막한데요.”

“그럼, 잘 골랐네.”

공사판 같은 곳을 비밀 공간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뒤를 밟지 않는 이상 아무도 모를 거다.

박무혁 의원이 성윤의 앞에 툭 열쇠를 던진다.

성윤이 물끄러미 바라보자 박무혁 의원이 손가락으로 열쇠를 가리킨다.

“필요할 때 써. 도어 록은 귀찮아서 설치 안 했어. 그리고 보안 걱정도 하지 마. 전용 엘리베이터에 CCTV 없으니까 누굴 만나도 내 귀에 들어오지 않을 거야.”

“감사합니다.”

“여기서 여자 만날 일이 있으면 미리 이야기 해 주고.”

“네?”

“자네가 여자를 만나는데 내가 벌컥 문 열고 들어오면 서로 민망하잖아.”

아무것도 없는 삭막한 공간에서 누구를 만난다고…….

어쨌든, 성윤은 열쇠를 손에 쥐었다.

“잘 쓰겠습니다.”

이런 공간이 필요하기는 했다.

앞으로 하이에나 같은 기자들의 눈을 피해야 할 상황이 많아질 테니까.

박무혁 의원이 의자에 느긋하게 등을 기대며 말을 잇는다.

“분위기도 달아오른 것 같은데, 슬슬 창당 선포해야지.”

“네.”

“그 전에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뭐가 좋을까?”

“생각해 둔 게 있으신가요?”

“한민당 어때? 대한당과 민국당의 중심을 잡기에는 딱 좋은 이름 같은데.”

성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손에 쥐었다.

당명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좋은 이름을 가진 것보다 좋은 정책을 펼치는 게 중요하니까.

박무혁 의원도 비슷한 생각인가 보다.

당명을 대충 생각해서 정한 것 같다.

박무혁 의원이 깍지를 끼며 입을 연다.

“좋아, 그럼 이름은 한민당으로 하고. 언제 탈당할 거야? 성골과 공신으로 대접받으려면 처음부터 같이 하는 게 좋지 않아?”

그런 것에는 관심 없었다.

어린 나이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손가락질이나 받을 거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탈당은 조금 시간을 두겠습니다.”

“이유는 주진만 원내 대표?”

“네.”

주진만 원내 대표는 성윤을 아껴 준 사람이다.

말없이 떠나는 배신감을 안겨 주고 싶지 않았다.

박무혁 의원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다음 질문. 의원들의 비리, 언제 터뜨릴 거야?”

“창당을 선언하면 대한당의 지지율이 상승할 겁니다.”

여론조사 기관의 발표를 보면 대한당의 지지율은 15%가 무너져 14.8%로 집계됐다.

지지자들이 대한당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윤은 대한당의 지지율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대한당의 지지자들은 의원님의 창당을 두려워할 겁니다.”

박무혁 의원은 대한당 출신이다.

그의 창당은 대한당의 지지율을 뺏어 오는 것이다.

대한당에 있어서는 민국당과 다른 최악의 대항마가 탄생하는 거다.

“지지자들은 대한당에 실망한 것이지 떠난 게 아닙니다. 대한당이 정말로 무너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찾아오면 언제 외면했냐는 듯 결집할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결집될 것 같을 때마다 의원들의 비리를 던져서 와해시키겠다?”

성윤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하나씩 던지면 내성이 생길 겁니다. 작은 비리는 관행으로 여기며 눈감아 줄 수도 있죠. 그래서 한 번에 던질 겁니다. 대한당의 와해보다는 신당이 자리 잡을 시간 확보가 목표입니다.”

“좋아, 그렇게 해 봐. 이번에도 기대할 테니까.”

“네? 기대요?”

“이 의원의 생각대로 판이 흐를지 아니면 이번에는 다른 흐름을 보여 줄지, 기대돼.”

박무혁 의원은 빙긋이 웃는다.

“저도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뭐든.”

“박영훈 부회장님과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성윤이 사방팔방 뛰고 있을 때 박무혁 의원도 편히 지내던 것은 아니다.

그는 재계와 싸우는 중이다.

그의 대선 도전을 재벌 총수들이 우려하고 있으니까.

성윤이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다면 박무혁 의원은 지옥에서 싸우는 중이다.

그런데, 박무혁 의원은 느긋하다.

“대통령이 되면 미국과 러시아의 대통령, 일본의 총리, 중국의 주석을 상대해야 해. 난 그런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야. 그런데, 물건이나 파는 장사치에게 당할 수는 없잖아? 그럴 능력과 배짱이면 출마하지 말아야지. 안 그래?”

박무혁 의원은 온몸에서 자신감이 넘친다.

확실히 난세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가 쭉 기지개를 켜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상견례는 언제 할 거야?”

성윤이 섭외한 사람들은 아직 박무혁 의원의 정체를 모른다.

그만큼 신중하고 비밀스럽게 접근했기 때문이다.

“곧 날짜 잡겠습니다.”

성윤은 다시 서안시로 향했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정우가 고개를 틀어 성윤을 본다.

“그런데, 보좌진에게는 언제 알릴 거예요?”

최대한 비밀스럽게 움직이는 중이다.

그래서 보좌진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케이크 사 들고 가면 충격을 덜 받으려나?”

“소고기를 사 줘도 충격 받을걸요?”

신당의 성공은 불가능에 가깝다.

검증되지 않은 신당의 깃발로는 다음 총선에서 낙마할 가능성도 커진다.

그럼, 보좌진은 직업을 잃고 백수가 되는 거다.

소고기로 때울 일이 아니다.

성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보좌진한테는 네가 말해.”

“네? 제가요?”

“어. 그게 보좌관이 할 일이잖아? 아니면 네가 원내 대표님께 찾아갈래?”

“억지 논리인 것 아시죠?”

성윤이 정우의 눈을 피해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정우는 중얼대기 시작한다.

“악덕 고용주…….”

“미안.”

***

어두운 밤이었다.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0% 대출을 받았던 공대출 의원과 그 계파 그리고 김선희 사무총장의 계파.

모두 대한당을 탈당한 자들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전화를 받고 이곳에 왔다.

그래서 자신들이 왜 한자리에 앉아 있는지 모른다.

그저 눈치만 보고 있다.

어색한 공기를 뚫은 것은 공대출 의원이다.

그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혹시…… 신당 때문에 모이신 것 맞습니까?”

김선희 계파 출신의 의원이 기다렸다는 듯 답한다.

“공 의원님, 혹시 신당의 집주인이 누군지 아십니까?”

가장 궁금하던 거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다.

“……모르십니까?”

“네.”

이렇게 많은 국회의원들이 모여 있는데 아무도 모른다니…….

허탈한 공기가 공간을 채웠다.

벤처 의원이 턱을 문지르며 말한다.

“예상인데요, 혹시 박무혁 의원이 아닐까요?”

모두의 시선이 벤처 의원에게 집중됐다.

벤처 의원이 마른입술을 핥으며 말을 잇는다.

“박무혁 의원의 창당은 정치권만이 아니라 네티즌도 예상하고 있잖아요? 가장 먼저 탈당했고 신당에 관한 소문이 솔솔 올라오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사전에 박 의원과 접선한 분이 있습니까?”

이번에도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

이들은 성윤 또는 정우만 만났으니까.

하지만 집주인이 박무혁 의원이었으면 하는 기대는 크다.

박무혁 의원과 함께하면 떨어지는 떡고물을 넘어 제2의 정치 전성기를 맞이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의 눈빛이 기대로 가득 찰 때 체크 와이셔츠를 입은 의원이 찬물을 끼얹었다.

“박 의원은 아닐 겁니다. 혹시나 해서 박 의원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창당할 사람이 아니니까 낌새가 있지는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박 의원은 정계가 아니라 재계 인물을 만나는 중이에요. 창당을 생각했다면 정계를 만났겠죠. 언론에 나오는 박 의원의 창당은 헛소문일 겁니다.”

다시 적막해졌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집주인에 관한 생각만 가득하다.

많은 사람의 얼굴이 스치지만 딱히 떠오르는 인물은 없다.

“……혹시 이성윤이 집주인은 아니겠죠?”

의원들이 크게 웃는다.

“에이, 그건 말도 안 되죠.”

“맞아요. 이성윤이 당을 만들 정도로 까불기는 어렵죠.”

“이성윤의 이름으로 창당하면 그냥 무소속으로 있을 겁니다. 어차피 다음 총선에 당선 못 될 것, 편히 지내다가 은퇴해야죠.”

시끌벅적한 가운데, 한 의원이 조용히 말한다.

“최근에 이성윤이 박무혁 의원과 만난다는 소식을 들은 분이 있습니까?”

“어?”

그 말에 모두 휴대폰을 들고 기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흔적이라도 잡히면 박무혁 의원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기사를 뒤져 봐도 두 사람이 함께 실린 적은 없다.

그들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 나온다.

“없네요…….”

설마 했던 기대가 역시나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때, 미닫이문이 드르륵 열렸다.

모든 의원들의 시선이 문으로 향한다.

성윤이 들어왔다.

하지만 의원들의 시선은 그 뒤로 이동한다.

그 뒤에 선 남자…….

“다들 오랜만입니다.”

모여 있던 의원들이 입을 떡 벌리고 눈만 깜빡인다.

“박, 박 의원?”

박무혁 의원이었다.

< 눈이 올까 비가 올까. -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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