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회의원 이성윤-138화 (138/300)

< 대통령의 끝은 왜... (1) >

박무혁 의원과 서용우 전 총리······ 두 사람에게 득이 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성윤에게 이득이니까.

‘지금 대한당의 이미지는 쓰레기야.’

대선 후보 경선이 문제가 아니다.

본선이 문제다.

지금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대한당은 처참하게 패배할 게 분명하다.

꿈에서도 그랬고 현실도 다르지 않다.

박무혁 의원과 서용우 전 총리, 두 사람 역시 패배의 가능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쓰레기를 치우고 깨끗한 모습을 보인다면?’

가능성이 조금은 올라갈 거다.

그럼, 꿈속의 미래가 또 바뀔 수도 있다.

꿈속에서는 민국당 후보인 도제성이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난세를 이겨 나갈 수 없는 자다.

혼란으로 치달은 대한민국에 악귀 이준대가 씨앗을 뿌리도록 만들어 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박무혁 의원이나 서용우 전 총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을 거다.

성윤은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머릿속에서 지금의 정세가 보이고 있었다.

권력자들의 파워 게임.

대통령의 마지막 발악.

그리고 성윤이 얻을 이득······.

성윤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귀에 댄다.

“이성윤입니다.”

* * *

그날 밤, 서안시에 있는 한정식집.

저수지가 시원하게 보이는 곳으로 상견례 장소로도 유명하다.

그곳에 검은색 차량이 멈춰 섰다.

박무혁 의원이 내린다.

그는 건물을 슥 살펴보고는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정우가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정우는 몸을 돌려 박무혁 의원을 안내했다.

2층으로 올라 예약한 방문을 열었다.

성윤과 서용우 전 총리가 보였다.

박무혁 의원과 서용우 전 총리는 조금 놀란 눈빛이다.

두 사람 모두 상대가 나타날 줄 몰랐다.

실내는 한순간에 얼어붙고 있었다.

성윤이 일어나 박무혁 의원에게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어.”

서용우 전 총리의 시선이 성윤에게 향했다.

그의 표정은 불편하다.

“이 의원······ 언질이라도 줬어야지.”

아직 박무혁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정계는 이미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뜨겁게 끓고 있었다.

즉, 두 사람은 경선 과정에서 싸울 사람.

앞으로 사나운 이빨을 드러낼 사이다. 그런 두 사람을 말도 없이 한자리에 앉게 하는 것은 분명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서용우 전 총리가 박무혁 의원과 만날 리 없었다.

그는 박무혁 의원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으니까.

성윤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박무혁 의원은 담담하다.

성윤과 만나며 돌발 행동을 한다는 것을 몇 번이나 봤다.

이런 일이야 대수롭지 않다.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서용우 전 총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계신 줄 몰랐습니다.”

서용우 전 총리도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슬쩍 웃는다.

“저도 그래요. 어서 앉으세요. 하하.”

웃음소리와 함께 인사말이 오갔지만 살얼음판을 오가는 것처럼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

어떤 말 한마디가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목을 찢어발길지 알 수 없어서다.

그렇게 박무혁 의원까지 앉으며 모두 모였다.

서용우 전 총리의 시선이 성윤에게 향했다.

“그래, 오라고 한 이유가 뭔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거다.

서용우 전 총리는 껄끄러운 자리에 계속 앉아 있고 싶지 않았다.

성윤은 큰 숨을 들이마셨다.

정계에 들어오고 이런 거물 두 사람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에서 변태 짓을 했던 강상원 의원, 그는 원로였지만 일선에서 손을 때고 ‘허허’ 웃음이나 짓던 사람.

그 전의 김대성 의원은 백형욱의 뒤에 있다가 일시적으로 몸값이 뛰었던 사람.

그들과 달리 이 두 사람은 현 시대의 강자 중 하나다.

지금부터 이 두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

“두 분 다 알고 계시는 일이니,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제 손에는 대통령의 사위 엄대필이 지나온 발자국이 있습니다. 그리고 엄대필을 통해 두 분을 저울질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엄대필은 경선의 킹 메이커가 되었다.

누구의 손에 들어가도 큰 무기가 될 거다.

성윤이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는 두 분의 사이를 박쥐처럼 오가며 계산기를 두들기지 않을 겁니다.”

인간은 목적과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동물이다.

그런데, 계산기를 두들기지 않겠다니······.

박무혁 의원이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이유는?”

“큰 그림을 그려 보고 싶습니다.”

성윤은 민국당과 대한당의 위치를 설명했다.

꿈속을 통해 본 것.

현대를 살아가며 느낀 것.

그래서 경선이 끝나고 대선에 출마해도 지금 상태로는 민국당을 이길 수 없다는 것까지······.

“그래서 경선이 아니라 대선을 그려 보고 싶습니다. 지금 이 상태라면 대선의 결과는 뻔합니다. 여당이 아니라 야당으로 살아가겠죠.”

여당과 야당의 차이는 크다.

대통령은 인사권을 갖고 있고 여당은 그 권한에 붙을 수 있다.

그들은 각 주요 자리에 자신의 사람을 욱여넣는다.

그 사람들을 조종하며 이 나라를 지지고 볶고 삶으며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다.

하지만 야당은 인사권이 없다.

할 수 있는 일은 여당의 발목을 잡으며 어떻게든 존재감을 보이는 것이 전부다.

즉, 지금 누리는 권력이 절반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두 분의 경선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만들 것으로 예측됩니다. 전국적인 축제가 되겠죠. 대한당의 지지율을 올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설명한 후 성윤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엄대필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두 분에게 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성윤은 두 사람이 서로 싸우다 괴멸하는 일은 원하지 않는다.

박무혁 의원이나 서용우 전 총리, 모두 앞으로의 계획에 큰 도움이 될 사람이다.

성윤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두 사람의 얼굴에 웃음은 지워져 있었다.

차가운 얼굴로 성윤의 말을 해석하고 있다.

먼저 움직인 것은 서용우 전 총리였다.

그가 박무혁 의원을 향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술잔을 만지작거리던 박무혁 의원이 장난스럽게 웃는다.

“이성윤 의원이 지금 우리를 협박하고 있어요. 너희는 핵을 가지지 마라. 핵은 내가 갖고 있겠다. 핵 없이 싸워 봐라. 핵우산도 아니고······.”

이상한 쪽으로 해석되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

박무혁 의원은 성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리고 쥐고 있던 술잔을 성윤에게 넘긴 후 술병을 들어 술을 채운다.

냉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의원, 내가 엄대필을 비싸게 산다면?”

“······!”

옆에 서용우 전 총리가 있었다.

하지만 박무혁 의원은 거침이 없다.

자신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다.

서용우 전 총리는 순간적으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는 엄대필의 문제를 성윤에게 넘기려 했다.

자신이 손에 쥐는 것이 최선이지만 박무혁 의원의 손에 들어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성윤은 적어도 서용우 전 총리가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을 시간은 줄 테니까.

하지만 박무혁 의원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묘한 눈빛으로 민감한 문제를 들쑤셔 산불을 내려 한다.

성윤이 물었다.

“비싸게 산다니요?”

“자네가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알아. 하지만 물건의 값이 꼭 돈일 필요는 없지. 대통령이 가질 인사권의 지분도 괜찮고, 그게 아니면 청와대나 장관 자리도 좋아. 원하는 값을 말해 봐.”

“박무혁 의원! 지금 뭘 하는 겁니까!”

기어이 서용우 전 총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얼음이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실내는 긴장감이 채워졌다.

하지만 박무혁 의원의 표정은 변함이 없다.

“들으시는 대로 이성윤 의원이 가진 핵의 가격을 알아보는 중이에요.”

“가격을 알아보다니요! 대통령이 가질 인사권의 지분이라니요! 인사를 놓고 장사를 하자는 겁니까! 그게 대통령의 자리를 생각하는 사람이 할 말입니까!”

정치인 중에 재벌을 보며 ‘장사치’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기업에서 돈을 받아 집도 사고 차도 사면서 재벌을 한 수 아래로 깔본다.

자신은 고고한 척, 장사치는 쌍놈인 척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무혁 의원은 재벌의 아들이다.

서용우 전 총리는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마음에 두고 있던 ‘장사치’라는 말까지 흘렸다.

그만큼 한상국 대통령의 문제는 서용우 전 총리에게 민감한 일이었다.

박무혁 의원은 잔뜩 찌푸린 서용우 전 총리를 보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대한당은 지금 무너진 성이에요. 성벽부터 다시 쌓아야 해요. 직접 돌덩이를 주워 시멘트를 발라도 모자란데, 귀한 무기가 왔다면 발 벗고 나서서 손에 쥐어야죠. 저는 대통령이 되어도 그렇게 할 겁니다. 이 나라를 위하는 것이 있다면 체면 따위는 벗어 던질 거예요.”

지금 상당히 중요한 말이 나왔다.

박무혁 의원의 입에서 ‘대통령이 되어도’라는 말이 터졌다.

하지만 서용우 전 총리는 그 말을 흘려 넘겼다.

이맛살을 구기며 입을 연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겁니까?”

“명분이나 체면에 얽매이지는 않겠다는 겁니다.”

박무혁 의원은 평소의 무심한 표정으로 서용우 전 총리의 말을 받았다.

그리고 성윤을 바라본다.

이제 대답을 하라는 것이다.

“가격이나 말해 봐.”

“······이번은 제 생각을 따라 주셨으면 합니다.”

아무리 비싼 값을 치른다고 해도 팔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다.

박무혁 의원은 느긋하게 미소를 짓는다.

“자네가 만들어 놓은 장기판의 장기짝이 되라는 건가?”

“죄송합니다.”

“그것도 재밌겠네. 그렇게 하지.”

박무혁 의원은 엉덩이를 떼고 일어섰다.

그가 서용우 전 총리를 향해 말한다.

“얘기가 끝났으니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후발 주자가 먼저 출발한 사람을 이기려면 놀고 있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요.”

서용우 전 총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박무혁 의원과 악수한다.

“방금······ 실언한 것은 죄송합니다. 언제 출마 선언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좋은 경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무혁 의원이 성윤을 바라봤다.

“배웅 안 해 주나?”

방에 서용우 전 총리를 남겨 두고 성윤은 박무혁 의원을 배웅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서용우 전 총리는 흔쾌히 허락했다.

박무혁 의원이 성윤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자네가 출마할 나이가 됐다면, 이번 대한당의 대선 주자는 자네였을 거야.”

“그런 큰 꿈은 없습니다.”

“난 자네가 지금처럼만 성장했으면 좋겠어. 괘씸할 정도로 약았고 적당히 정의롭고······. 하지만 서민을 위한다며 흉내만 내는 정치인들과는 다르니까.”

“네?”

욕인 것도 같고 칭찬인 것도 같고······.

애매한 말이었다.

박무혁 의원이 픽 웃으며 말한다.

“지금처럼만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말은 진심이야.”

“감사합니다.”

“대통령······ 이왕 노려 본 것 처절하게 싸울 거야. 그때 내 앞을 자네가······.”

말을 하던 박무혁 의원이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는 표정이다.

“나중에 보지.”

그는 차에 올랐다.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어쩐지 그의 뒷모습이 조금은 쓸쓸해 보였다.

문득 꿈속에서 봤던 박무혁 의원이 떠올랐다.

다음 대선에 나갔던 박무혁 의원.

그때는 무슨 마음으로 출마했을지 궁금했다.

그럼, 지금 그가 어떤 생각으로 출마를 하는지 예상할 수 있었을 거다.

성윤은 멀어지는 박무혁 의원의 자동차를 조용히 바라봤다. ‘처절하게 싸운다고?’

그 상대가 자신의 아버지가 있는 대정 그룹일까?

아니면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다는 걸까······.

* * *

며칠 후······.

“이게 말씀드린 작전주입니다.”

파란색 조명이 인상적인 룸살롱이었다.

엄대필은 고급스러운 양복을 입은 양아치와 함께 있었다.

지난 번 만났던 사람이 아닌 또 다른 양아치다.

그가 국회의원과 만난다는 소문이 이미 돌았다.

눈치 빠른 사기꾼들이 다 몰리고 있었다.

한상국 대통령은 그에게 절대 뇌물을 받지 말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부뚜막에 올라갔다.

돈이 깔려 있는 것을 봤는데 쉽게 내려오기는 어려웠다.

‘오늘만······. 이번이 마지막이야!’

병신 같은 생각을 하며 오늘도 유혹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이 작전주를 어떻게 하자는 건데요?”

“적당히 가격을 올린 후 소문을 낼 겁니다. 4차 산업이 어쩌고저쩌고 전문 용어 몇 개 섞어 주면서 미래의 유망주라고 하면 멍청한 놈들이 들어올 테니까요.”

“그리고요?”

“몰리면 1차로 털어 낼 겁니다.”

엄대필은 팔짱을 끼며 골치 아픈 표정을 지었다.

양아치가 계속 말한다.

“개미가 떨어져 나가면 가격을 다시 올릴 겁니다. 붙어 있던 몇몇 개미는 돈을 벌겠죠. 그런데, 그 소식이 오징어 다리 같은 거죠. 개미들이 냄새를 맡고 또 달라붙을 겁니다. 그럼, 또 털 거예요. 올렸다 내렸다. 그렇게 딱 다섯 번만 털고 올리고 하면, 최저 10배.”

전형적인 사기다.

엄대필은 고개를 저었다.

“지 사장, 이건 좀······.”

“변호사님께는 어떤 피해도 없을 겁니다. 아시잖아요. 이런 일이 수사를 해도 흔적 찾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혹시 걸린다 해도 책임지고 옥살이 할 바지도 이미 구해 놨습니다.”

“그래서 제가 뭘 하면 됩니까?”

“조만간 바지와 만날 때, 어깨나 두들겨 주시면 됩니다.”

대통령의 사위가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 형량이 줄어들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이 노후 준비를 위해 작전주의 뒷배에 서 있다고 착각해서다.

하지만 엄대필에게 죄는 없을 거다.

만약 수사가 타고 올라온다 해도 “아는 사람을 통해 만났어요. 사업을 한다기에 열심히 하라고 어깨나 두들겨 줬습니다.”라는 말이 통할 거니까.

엄대필이 중얼거렸다.

“10배?”

“그건 최소고요. 거품이 한계에 올랐을 때 빠질 겁니다. 변호사님도 지금 좀 넣으십시오. 그럼, 반드시 돈을 벌 겁니다.”

그 말은 최소 10배를 손해 볼 사람이 있다는 거다.

전 재산을 빼서 넣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들은 모두······.

엄대필이 낄낄 웃었다.

“아버님께 말씀드려서 한강 다리에 경찰들을 배치해야겠네요.”

그 시각, 룸살롱의 주차장으로 검은색 차량이 멈춰 섰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차에서 내린다.

그 숫자가 스무 명이 넘는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당연히 룸살롱이다.

입구에 서 있던 웨이터가 그들을 막아섰다.

“지금 뭐 하는 겁니······.” 하지만 그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가장 앞서 있던 사내의 한마디.

“청와대.”

웨이터는 몸을 틀어 길을 터줬다.

영화에서나 조폭이 청와대를 막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개겼다가 큰일 난다.

그들은 가장 구석에 있는 문을 확 열었다.

양아치와 대화를 나누던 엄대필의 눈동자가 커진다.

“누, 누구야!”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청와대 출입증을 보였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하셔서 직접 왔습니다.”

엄대필의 인상이 구겨진다.

다급히 휴대폰을 찾아 꺼냈다.

무음으로 해 놨는데 부재중 통화가 열 통이 넘게 왔다.

모두 비서실장에게 온 거다.

“젠장.”

하지만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이대로 끌려가면 어떤 욕을 처먹을지 알 수 없었다.

떨리는 손은 갈팡질팡한다.

그때, 그의 휴대폰에 발신 번호가 떴다.

또 비서실장이다.

“엄, 엄대필입니다.”

-당장 들어오시랍니다.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저승사자 같았다.

엄대필은 꾹 눈을 감았다.

그리고 엄대필이 떠났다.

그 자리에는 양아치만 남았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가 휴대폰을 귀에 댄다.

“김 검사, 여기가 서초동인데······ 주식으로 장난치는 놈을 잡았어.”

그리고 잠시 후, 청와대.

한상국 대통령의 손바닥이 엄대필의 뺨을 ‘쩍’ 소리가 날 정도로 때렸다.

엄대필의 뺨에 한상국 대통령의 손자국이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지금 엄대필은 아픔을 느낄 틈도 없었다.

그대로 납작 엎드린다.

“죄송합니다.”

한상국 대통령의 얼굴은 흉악한 도깨비 같았다.

“정치를 배우라고 했더니 못된 짓이나 하고 돌아다녀!”

“죄송합니다!”

그의 앞으로 비서실장이 섰다.

“그놈은 검찰에 넘겼습니다.”

한상국 대통령이 납작 엎드리고 있는 엄대필을 발로 툭툭 찬다.

“이놈도 넘겨.”

물론 협박이다.

그가 기소되면 대통령 역시 잡음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엄대필은 울면서 외쳤다.

“한 번만,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 * *

그 소식이 성윤의 귀에 들어갔다.

정우가 휴대폰에 들어온 사진을 성윤에게 보인다.

“경찰인지 경호원인지는 확인 못 했지만 청와대 사람인 것은 확실해요. 룸살롱 웨이터에게도 그렇게 말했다고 하고요.”

성윤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한상국 대통령이 최악의 수를 뒀네.”

“네.”

성윤이 정우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한동일보 회장님 뵈러 가자.”

이런 일은 일개 기자가 어떻게 못한다.

적어도 언론사의 사장이 나서야 한다.

하지만 성윤은 회장과의 연줄이 있다.

정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시작인가요?”

“어.”

< 대통령의 끝은 왜...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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