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회의원 이성윤-136화 (136/300)

< 드러나는 발톱. - (3) >

* * *

뜨거웠던 바람이 서늘해졌다.

대선 주자들의 경선 출마 선언이 시작됐다.

민국당 후보들은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뤄 내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진보당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기회를 달라며 국민을 향해 절을 올렸다.

각 군소 정당도 들고 일어섰다.

그들은 한상국 대통령을 향해 자극적인 비속어를 던지며 국민의 시선을 끌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각 당은 대선 모드로 바뀌고 있었다.

하지만 대한당은 조용하다.

유력한 후보인 서용우 전 총리마저도 깃발을 세우지 않았다.

지지자들이 흩어졌고 지지율조차 민국당에게 밀리고 있어서다.

대한당은 이번 후보 경선을 통해 지지자를 규합해야 하는 목적이 있다.

그래서 그 시기를 계속해서 고민하는 중이다.

* * *

성윤은 대정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

이제는 알아보는 사람이 꽤 된다.

힐끗거리는 시선이 부담스럽다.

다행히 아이돌 그룹을 본 것처럼 달려드는 사람은 없었다.

사진을 찍자는 사람은 몇 있었지만......

인증 샷을 몇 장 찍어 준 후 로비의 직원에게 향했다.

“약속이 되어 있는데요.”

누구와 약속되어 있는지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직원은 기다렸다는 듯 곧장 답한다.

“2301호입니다.”

“감사합니다.”

성윤은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성윤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려왔다.

-이성윤 맞지? 그런데, 객실에 가는 거야?

-여자 만나나? 연예인?

-젊은 정치인이라 연애도 파격적으로 하는구나······.

‘절대 아닙니다!’라고 변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이 아니다.

속마음이다.

그냥 듣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 23층의 버튼을 꾹 눌렀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자 넥타이를 헐겁게 만들었다.

여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 낮은 더웠다.

23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띵’ 소리와 함께 열린다.

성윤을 기다리고 있던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허리를 굽힌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남자는 몸을 돌려 성윤을 안내했다.

복도의 양옆으로 덩치 큰 사내들이 쭉 도열해 있다.

성윤이 지나가자 일제히 허리를 굽힌다.

마치 조폭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2301호.

대정 호텔의 VVIP실이다.

한국에 오는 외국 관료들을 번번이 성종 호텔에 빼앗긴 후 작심하고 만들었다는 곳.

꿈속에서도 본 적이 없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의 손에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대낮부터 와인을 따라 마시고 있다.

그가 성윤의 발소리를 듣고 입을 연다.

“이성윤 의원?”

“처음 뵙겠습니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성윤을 향한다.

성윤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남자는 미소를 그린다.

잘 빗어 넘긴 머리, 그리고 금테 안경... 차가운 인상이다.

대정 그룹 부회장 박영훈이었다.

“반가워요. 앉으세요.”

그는 대정 그룹 박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며 그룹 내 모든 일을 총괄하는 사람.

그리고 박무혁 의원의 큰형이기도 하다.

성윤은 그가 가리킨 소파에 앉았다.

VVIP실이라 그런지 지나칠 정도로 호화스럽다.

미술에 조예가 없지만, 고풍스러워 보이는 그림들이 벽을 채웠고 금으로 만든 것 같은 접시도 보였다.

“진짜 금입니다. 통일 신라에서 금으로 된 밥그릇을 썼다고 하죠. 그걸 보고 우리의 전통을 알리기 위해 만든 겁니다.”

“아······.”

성윤은 다시 박영훈 부회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돈으로 기선을 제압하려 한다.

하지만 성윤은 주눅 들지 않았다.

돈이야 앞으로 벌면 되는 거니까.

박영훈 부회장도 성윤이 주눅 들지 않는 걸 알았다.

눈빛을 보면 꺾일 기색이 없다.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한다.

“갑자기 연락해서 당황스러웠나요?”

“조금 놀라기는 했습니다.”

성윤은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보다가 갑자기 대정 그룹 비서실의 전화를 받았다.

방금 한 말처럼 조금 놀라기는 했다.

대한민국 거대 재벌의 후계가 보자고 하니까.

하지만 거기까지다.

성윤은 가끔 박무혁 의원을 만난다.

재벌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연락했습니다.”

성윤은 그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예상하고 있었다.

당연히 박무혁 의원의 출마 가능성 때문이다.

그게 아니면 성윤을 부를 이유가 없다.

당 대표도 재벌 후계를 만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성윤도 궁금한 게 있었다.

‘들릴까? 아니면?’

박무혁 의원의 속마음은 거의 듣지 못했다.

이따금 ‘재밌네.’ 같은 쓸데없는 소리를 들었던 게 전부다.

그래서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 형제에게는 어떨지······.

성윤은 상대의 속마음을 듣는 능력에 온 힘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강상원 의원은 왜 보냈습니까? 특사로 일본까지 함께 갔던 사이잖아요?”

“······네?”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 쑥 들어왔다.

박영훈 부회장이 빙긋이 웃는다.

“우리도 정보통이 많아요. 아마, 성종 다음이 우리일 겁니다. 국정원이고 뭐고 우리에 비하면 한 수 아래죠. 놈들은 월급과 사명감으로 일하지만 우리에게 정보란 목숨 같은 거니까요. 어쨌든, 여러 상황을 종합해 봤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죠. ‘벼랑 끝에 매달린 강

상원의 손가락을 밟은 사람은 이성윤 의원이다.’라고.”

질문을 하는 척 자신의 정보력을 과시하는 거다.

돈으로 기선을 잡지 못 했으니 이번에는 힘으로 제압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성윤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제가 뭐라고 원로 의원님을 밟을 수 있겠어요?”

박영훈 부회장은 찌를 듯한 눈빛으로 성윤을 관찰한다.

표정 하나, 입술 하나, 모든 것을 눈에 담아서······.

그가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정말입니까?”

“네.”

“하긴... 생각해보면 그런 비효율적인 일을 할 리가 없죠. 강상원을 옆에 두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니까요. 어차피 몇 년 있으면 은퇴할 양반, 그동안 옆에 두고 가지고 놀았겠죠. 그 사람이 가진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요.”

그는 효율이라는 단어를 이상한 곳에 붙이며 성윤을 관찰했지만 어떤 것도 찾아낼 수 없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성윤은 그의 얼굴을 보며 꿈속에서 봤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업적을 뛰어넘어 가장 훌륭했던 회장으로 남고 싶은 욕망이 컸다.

그리고 그 과정은 더러웠다.

인건비를 줄이고 자동차의 원가를 절감하고······.

그 성격은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의 입이 다시 열렸다.

“박무혁 의원이 내 동생인 것은 알고 있을 겁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무혁이가 사람을 부르는 놈이 아닌데, 이성윤 의원은 가끔 부른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럼, 묻죠. 무혁이가 대선에 출마할 것 같습니까?”

본론이 시작됐다.

하지만 성윤이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제가 알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들은 것을 묻는 게 아니에요. 옆에서 무혁이를 보고 느낀 것을 묻는 겁니다.”

“박무혁 의원이 그런 말을 쉽게 내뱉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요?”

“네.”

박영훈 부회장은 느긋하게 등을 기댔다.

그는 성윤을 무시하고 있었다.

동네에서 굴러먹던 거지새끼가 운 좋게 국회의원이 되어 앉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완벽히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영훈 부회장도 성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성윤은 아직 어리다.

그것은 큰 단점이다.

박영훈 부회장이 언론을 통제하고 정계에 입김을 넣고 검찰을 움직이면 성윤이 쌓은 성은 모래성처럼 무너뜨릴 수 있다.

쥐었던 권력은 허상처럼 사라질 거다.

무거운 적막 끝에 박영훈 부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혁이에게 그런 기미가 보인다면 연락을 주세요. 사례는 하겠습니다.”

“사례요?”

“제가 거추장스럽게 포장하는 말을 싫어해서요. 뭐가 좋을까요? 혹시 돈이 필요한가요? 그럼, 아파트 몇 채 드리겠습니다. 거기서 살고 싶지 않으면 팔면 됩니다. 우리가 사겠습니다. 세금도 우리가 물고요.”

듣기만 해도 수십억이다.

성윤이 대답을 하지 않자 그가 계속 말한다. “돈이 싫으면 우리 회사가 있는 곳으로 지역구를 옮기시겠습니까? 나이가 젊으니까 구선, 십선 할 때까지 꽃길을 깔아 드리죠. 어쩌면 청와대에 들어갈 레드 카펫도 준비해 드릴 수 있어요.”

재벌이 정계를 침식했다고 하지만 도가 지나친 말이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말한 박영훈 부회장이 조용히 웃는다.

그리고 지금과 다른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그런데, 말한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습니다, 이성윤 의원님······.”

“······!”

“한배를 탈 수 없다면 그 배를 침몰시켜라. 제가 배운 방법입니다.”

입 밖으로 내뱉은 모욕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

나이 차가 있다고 하지만 박영훈 부회장은 성윤과 같은 시대를 살아갈 사람이다.

그가 재계를 주무르고 있을 때 성윤 역시 권력을 쥐고 있을 거다.

여기서 밀리면 끝까지 병신 취급을 받는다.

성윤이 빙긋이 웃었다.

“다급한가 봅니다?”

순간 박영훈 부회장의 미간이 일그러진다.

성윤은 상관 않고 말을 잇는다.

“박무혁 의원이 대선에 나가 덜컥 당선되면 첫 번째 타깃이 대정 그룹이 되나요?”

“이 의원, 무혁이는 대통령이 될 수 없어요. 대정이 막고 성종이 가시를 뿌리면 이겨 낼 사람은 없으니까요.”

성윤이 비웃듯 입을 열었다.

“선거를 치러 보지 않아서 모르시나요? 대통령이 될 사람은 그런 물리력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민심이 만들고 천심이 선택하죠. 돈으로 민심을 얻고 천심에 선택받을 수 있었다면 세계 역대 대통령은 모두 재벌이었게요? 베팅 다시 하세요, 제 마음이 흔들릴 수 있게.”

박영훈 부회장은 싸늘한 눈으로 성윤을 쏘아봤다.

평범한 사람이 그 앞에 앉았다면 오금을 저렸을 거다.

하지만 성윤은 꿈속을 통해 수십 년을 경험했다.

정상에 가까이 다가간 적도 있었다.

재벌의 눈빛이 두렵지 않았다.

박영훈 부회장이 입을 열었다.

“지금 싸움을 하자는 겁니까?”

“먼저 시작한 것은 부회장님입니다.”

“대정과 싸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습니까?”

“다치겠죠. 부러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부회장님······ 90년대에 존재하던 대기업 100개 중에 지금 몇 개나 살아남은 것 같습니까? 저도 만만치는 않을 겁니다. 그런 말이 있죠? 검찰이 옷 벗을 각오를 하면 단 한 사람은 어떻게든 박살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 국

회의원은 어디까지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대정도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박영훈 부회장의 미간이 좁혀졌다.

눈으로는 천천히 성윤을 살핀다.

‘이성윤이 가진 권력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지?’

정보통들은 이구동성으로 차세대 권력자로 성윤을 꼽았다.

하지만 정확한 실체를 파악한 정보통은 아직 없다.

지금 박영훈 부회장은 박무혁 의원과의 일도 복잡한 상황이다.

전력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성윤과 멱살 잡고 싸울 수는 없었다.

박영훈 부회장이 갑자기 크게 웃는다.

“이거 제대로 한 방 맞았습니다. 미안해요. 내가 이성윤 의원의 감정을 상하게 했나 봅니다. 앞으로 100년 200년 갈 수 있는 기업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세요.”

성윤도 한발 물러섰다.

그의 속마음을 들으며 대응했지만 여기서 더 나갔다가는 피곤해지기만 한다.

자리에서 일어서 허리를 굽혔다.

박영훈 부회장이 성윤과 악수하며 입을 연다.

“무혁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많아요. 대통령이되면 대정만 밀어 줄 게 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선에 나간다면 크게 다칠 수도 있어요. 전 무혁이가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니까 무혁이에게 대선에 대한 시그널이

오면 연락 주세요. 직접 물어볼 수도 있지만 무혁이 성격이 그렇잖아요? 가족에게도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 형이 돼서 꼬치꼬치 묻기도 그렇고요.”

박영훈 부회장은 좋은 형인 척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마음은 다르다.

박무혁 의원이 대선 출마를 꿈꾸는 순간 박살 낼 생각이다.

하지만 성윤은 감정을 숨긴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야기가 나오면 전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맞잡은 손에 힘이 꽉 들어간다.

“고마워요. 이 의원만 믿겠습니다.”

성윤은 몸을 돌렸다.

그러자 박영훈 부회장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가 차가운 시선으로 성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 *

“박영훈 부회장이 그런 말을 했다고?”

그날 밤, 성윤은 박무혁 의원을 만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속을 뻔히 아는 박영훈 부회장보다 속을 모르는 박무혁 의원이 더 신뢰가 갔다.

오늘 있었던 일을 그대로 내뱉었다.

더하지도 않고 빼지도 않은 채.

그런데, 이상한 점은 하나 있다.

박영훈 부회장은 박무혁 의원을 칭할 때 ‘무혁이’라는 정다운 호칭을 사용했다.

하지만 박무혁 의원은 타인을 대하듯 그를 부른다.

성윤의 이야기를 들은 박무혁 의원이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얼굴을 보면 예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성윤을 향해 고개를 틀었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장난스러운 표정이다.

“박영훈 부회장이 왜 지금 당장 나를 공격 못 하고 대선 출마만 기다리는 줄 알아?”

“아뇨.”

생각해 보니 박영훈 부회장의 성격이라면 지금 당장 멱살 잡고 싸워도 모자라다.

박무혁 의원이 느긋하게 웃는다.

“박 회장님이 형제끼리 싸우지 말라고 했어. 그래서 싸우면 유언장 내용이 바뀌지.”

“아······ 그게 무서운 건가요?”

“계열사가 왔다 갔다 하니까.”

다루는 돈 단위가 다르다.

그래서 이유를 들어도 그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기는 힘들었다.

박무혁 의원이 잔에 얼음을 넣어 흔든다.

달그락달그락 소리와 함께 작게 입을 연다.

“박영훈 부회장이 사례로 청와대까지의 꽃길을 이야기했다고?”

“아, 네.”

“난 뭘 줘야 하나······. 시계 하나 사 줄까?”

“아뇨.”

“그럼, 이거 찰래?”

자신의 손목에 있는 것을 풀고 있다.

8천만 원짜리 시계다.

성윤은 철저하게 거부의 손을 흔들었다.

저런 걸 차고 있다가는 부담스러워서 밖에 나가지도 못한다.

“생각해 보고 얘기해. 이것저것 줄 수 있으니까.”

박무혁 의원이 씩 웃으며 술잔을 입에 댔다.

그리고 잔을 내려 두며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진지한 표정이다.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어떤 거요?”

“엄대필······ 나를 위해 쓸 수 있을까?”

성윤의 눈이 꿈틀거렸다.

엄대필을 손아귀에서 데리고 노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단 네 명이다.

정우, 서용우 전 총리, 오강민 그리고 룸살롱의 마담 설미혜.

앞의 세 사람이 입을 나불거리고 돌아다니지는 않는다. 그럼, 남은 것은 설미혜다.

그녀는 정보를 사고파니까.

‘이 정보도 판 거야?’

성윤의 시선이 천천히 박무혁 의원에게 향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일단 시치미를 땠다.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박무혁 의원이 빙긋이 웃는다.

“자네와 엄대필이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가 국회에 파다해. 그런데, 최근 엄대필이 양아치들을 만나며 손을 벌리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어. 내가 더 말해야 하나?”

형이란 인간은 추론을 통해 성윤이 강상원을 보내 버린 것을 알고 동생은 성윤이 엄대필을 가지고 논다는 것을 예측하고······.

성윤은 오늘을 토대로 지금껏 했던 일을 평생 반성하기로 했다.

조금 더 신중하고 은밀히 움직여야 한다고.

박무혁 의원이 풀었던 시계를 손목에 감으며 말을 이었다.

“공짜는 아니야. 값을 치르지. 시계 따위는 아닐 거야. 자네가 진짜 원하는 것을 주도록 하지.”

성윤은 한숨을 내뱉었다.

엄대필을 원한다는 것은 서용우 전 총리를 견제하겠다는 뜻이다.

그럼 지금 하는 말의 의미는 뻔하다.

“의원님, 대선에 나갈 생각이십니까?”

< 드러나는 발톱. -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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