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회의원 이성윤-129화 (129/300)

< 욕심내지 않고 모종 심기. - (3) >

짐 레이너가 마른 입술을 핥으며 중얼중얼 댄다.

“900만... 900만...”

그의 시선이 다시 성윤에게 닿았다.

귀찮음이 가득했던 눈빛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커피나 홀짝이며 할 이야기가 아니네요? 제 사무실로 가죠. 거기서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짐 레이너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일어섰다.

성윤도 따라 웃었다.

하지만 속은 다르다.

‘저울질해?’

성윤은 짐 레이너의 속마음을 들었다.

그는 이미 1000만 달러를 제안받았다.

사인하기 직전이다.

그때 성윤이 나타난 거다.

성윤의 제안은 900만 달러.

짐 레이너에게는 1000만 달러나 900만 달러나 상관없다.

100억이나 112억이나.... 12억의 차이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약관을 원한다.

그래서 경합을 통해 더 좋은 조건을 끌어내려 한다.

탐욕스러운 인간이다.

사무실은 작았다.

여섯 명이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는 데 사무실이 꽉 찬 것 같다.

가까운 미래에 2~300조의 가치를 지닐 회사로 보이지는 않았다.

짐 레이너는 자신의 방으로 성윤을 안내했다.

갖가지 책이 널브러져 있고 책상 위에는 정돈되지 않은 문서가 제멋대로 놓여 있었다.

짐 레이너가 자신의 책상 앞에 의자를 놓으며 민망한 듯 입을 연다.

“앉을 곳이 없죠?”

“아, 괜찮습니다.”

두 사람은 의자에 앉았다.

짐 레이너가 깍지를 끼고 입을 연다.

“질문 하나만 하죠. 비행기를 타고 여기까지 온 이유가 뭐죠? 제 연구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습니까? 한국에 제 연구가 알려져 있나요?”

바다 건너에 있는 한국에서 자신을 찾아왔다는 게 흥미로운 모양이다.

“하나씩 대답하죠. 한국에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AI하면 구글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니까요.”

“아, 네.”

조금은 실망한 눈치다.

성윤이 말을 이었다.

“저도 우연히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확신했죠. 레이너 사가 후발 주자지만 선두 주자를 넘을 수 있다고요.”

짐 레이너가 다시 눈을 반짝인다.

“어떤 점에서?”

성윤은 정치나 하던 사람이다.

이 회사가 엄청나게 성장한다는 것만 알고 있다.

꼬치꼬치 캐물으면 밑천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는 범위에서 대답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을 읽는 AI... 귀사는 미리 준비했죠. 다른 회사에 비해 더 많은 빅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요. 그게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정에서부터 자동차, 애완동물... 어느 분야에도 어울릴 것이다. 저는 이렇게 판단했어요.”

짐 레이너가 만족한 미소를 그린다.

하지만 잠시였다.

그가 컵을 손에 쥐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전 이성윤 씨가 우리 기술에 관심을 주신 게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투자 제안을 받았어요. 그것도 천만 달러.”

짐 레이너는 ‘천만 달러’를 강조했다.

영어를 못 알아들을 것을 염려해서 느리고 정확한 발음으로......

900만 달러의 가치를 낮추기 위해서다.

저울질이 시작된 거다.

그가 말을 이었다.

“저는 기술을 현실화할 돈만 있으면 됩니다. 방금 그쪽이 말한 것처럼 우리 기술은 사회 전반에 적용될 것이 확실해요. 많은 돈을 벌겠죠. 그 돈을 많은 투자자와 나누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성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투자를 제안받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짐 레이너가 저울질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 사실을 아는 이상 최대한 짐 레이너에게 맞춰 주는 척, 성윤 자신에게 유리한 조율을 할 생각이다.

성윤이 입을 열었다.

“어떤 투자를 제안받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 물론이죠. 다른 곳에 알리면 안 되지만 이성윤 씨에게는 괜찮을 것 같아요. 제 연구를 인정하고 여기까지 와 주신 분이니까요.”

짐 레이너는 어떻게든 더 좋은 조건을 받아 낼 생각이다.

성윤이 말을 안 했어도 은근슬쩍 보여 줄 것이었다.

그가 입에 발린 소리를 하며 서류 봉투를 꺼내 건넸다.

“읽어 보세요.”

성윤은 봉투를 열어 서류를 펼쳤다.

눈이 크게 떠졌다.

‘25%? 미친!’

천만 달러는 한국 돈으로 약 112억 원이다.

그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지분의 25%만 요구하다니.

그것도 이런 작은 회사에......

미래를 알고 있는 성윤도 40% 이상을 요구할 생각이었다.

‘뭐지?’

성윤은 서류를 빠르게 읽기 시작했다.

약관의 모든 것이 짐 레이너에게 유리하게 작성되어 있다.

이 회사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제안......

‘그런데 또 저울질한다고?’

장사꾼의 돈에 대한 욕망은 바다보다 깊다고 한다.

그렇다 해도 짐 레이어는 돈에 미쳐 있는 새끼다.

성윤의 눈동자는 마지막으로 향했다.

이런 투자를 제안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름을 본 순간 온몸에 소름이 쭉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Lee Jun Dae.

‘이준대......’

성윤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졌다.

이런 곳에서 이준대의 이름을 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다.

꿈속을 기억하면 이준대는 대한민국을 씹어 삼킬 악귀다.

그와 대적하던 사람들은 교통사고와 자살로 위장되어 세상을 떠났다.

이준대는 평범한 정치인과 생각이 달랐다.

정치인은 적을 제거할 때도 명분을 찾는다.

왜 그 사람을 제거해야 하는지, 어떤 비리가 있는지,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지 그 과정을 고민한다. 하지만 이준대는 다르다.

-그 사람만 없으면 되는 간단한 문제잖아? 왜 어렵게 생각해? 국민의 설득은 나중에 하는 거야. 어차피 다 잊어 버려.

그 말과 함께 문제가 되는 사람을 치워버렸다.

그렇게 그는 대통령이 되었고 헌정 사상 최악의 독재자가 되었다.

지금은 발톱을 숨긴 채 미국에서 투자 회사를 운영하는 중이다.

‘미치겠네.’

성윤의 시선이 짐 레이너에게 향했다.

‘짐 레이너... 네가 이겼다.’

상대가 이준대다.

그의 뒷주머니에 돈이 꽂히는 것만큼은 막고 싶었다.

그래서 지분을 10% 이하로 내리더라도 이 회사에 투자하기로 생각했다.

10%여도 이득은 본다.

그때......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짐! 이건 아니잖아!”

“또 왔어? 그냥 가!”

성윤의 시선이 방 밖으로 향했다.

짐 레이너가 어색하게 웃는다.

당황한 표정이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업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하잖아요. 뭐, 그런 거죠.”

하지만 짐 레이너의 속마음은 달랐다.

온갖 욕설이 퍼부어지고 있다.

그리고......

‘기술을 빼돌렸다고?’

짐 레이너가 가진 원천 기술...

그것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밖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는 남자의 것이다.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남자는 짐 레이너에게 기술을 빼앗겼고 서럽게 울고 있다.

“짐 레이너! 제발!”

짐 레이너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성윤 씨, 잠시만...”

그는 성윤을 남겨둔 채 밖으로 떠났다.

성윤은 팔짱을 낀 채 생각에 빠졌다.

주변의 모든 속마음을 들으면서 그리고 꿈속에서 봤던 미래를 떠올리면서......

성윤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올랐다.

기억나는 게 있었다.

이준대가 투자자로 있던 시절 어느 AI회사에 장난을 쳤다던 이야기.

아마 밖에서 우는 남자일 것이다.

‘이준대가 돈을 못 벌게 하는 것... 그것보다는 투자했다가 손해 보는 게 더 괜찮겠네.’

잠시 후, 짐 레이너가 다시 들어왔다.

목이 타는지 컵에 든 음료를 벌컥벌컥 마신 후 입을 연다.

“자리를 비워서 죄송합니다. 사업이라는 게 이렇잖아요.”

“아, 괜찮습니다.”

짐 레이너가 성윤의 표정을 살피며 묻는다.

“그럼 다시 시작하죠. 이 조건에 맞추기는 어렵겠죠?” 성윤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하지만 며칠 정도 검토할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꽤 큰돈이 들어가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귀사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이틀이면... 기다릴 수 있습니다. 저도 이성윤 씨에게 투자받고 싶네요.”

짐 레이너는 탐욕스럽게 웃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성윤은 짐 레이너는 악수했다.

서로 잔잔히 미소를 그리면서......

짐 레이너는 이성윤과 이준대라는 두 한국인의 돈 지랄에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성윤은 짐 레이너를 통해 이준대에게 엿을 먹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성윤은 짐 레이너의 사무실을 벗어났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로 향하지 않는다.

성윤은 계속해서 울던 남자의 속마음을 듣고 있었다.

그 소리를 쫓아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계단에 주저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은 남자를 찾았다.

“Hey!”

남자가 무릎에서 얼굴을 떼고 성윤을 향한다.

눈물 콧물 범벅이다.

성윤이 빙긋이 웃었다.

“커피 한잔할까요?”

***

“아직 특허를 뺏기지는 않았다는 거네요?”

“하지만 짐 레이너가 AI를 성공하게 되면 저는......”

남자의 이름은 제임스.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초반으로 보인다.

찢어진 청바지에 낡은 티셔츠 한 장을 걸치고 있다.

그는 짐 레이너와 함께 동업을 시작했었다.

그는 기술자였고 짐 레이너는 탁월한 장사꾼이었다.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기술의 성공이 가까워지며 토사구팽 당했다.

흔한 일이었다.

성윤이 커피를 내려두며 입을 열었다.

“투자를 받으면 짐 레이너보다 더 빨리 만들 수 있습니까?”

“네. 당연하죠.”

확신에 찬 대답이다.

그가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제가 기획했던 거예요. 그리고 저와 함께 쫓겨난 사람들이 있어요. 짐 레이너는 혼자만 돈을 벌려고 우리를 쫓아 냈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핵심 인력이에요. 지금 그 회사에 있는 사람들도 괜찮지만... 애초에 프로그램이라는 게......”

프로그램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일장 연설이 시작됐다.

한국말로 해석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어쨌든 더 빨리 완성할 수 있다는 뜻.

속마음을 들어봐도 확신에 차 있다.

성윤이 손을 저었다.

“세 가지. 약속해 주시면 투자하겠습니다.”

“세 가지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제임스 씨는 기술적 능력은 있지만 경영에 대한 능력이 부족하네요. 전문 경영인을 제가 추천하겠습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요?”

목소리가 조심스럽다.

성윤은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죠. 제임스 씨가 지분 방어를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임스는 마른 입술을 핥으며 다시 입을 연다.

“그리고요?”

“짐 레이너와 대화를 해보니까 가장 먼저 자동차에 접목하고 싶어 했어요.”

“...어려울 걸요?”

경영을 모르는 제임스도 잘 알고 있다.

자동차 회사와 계약하기란 쉽지 않다.

자동차는 안전이 우선이니까.

AI의 실험 대상이 되고 싶은 회사는 없었다.

하지만 성윤은 미래를 알고 있다.

이들이 만들 AI 때문에 자동차 사고가 있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었다.

“대한민국에는 괜찮은 자동차 회사가 있어요. 원한다면 연결해 줄 수 있습니다.”

박무혁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설득할 자신은 있었다.

제임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연결해 줄 수 있다고요?”

성윤은 자신의 직업을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제임스를 비롯해 짐 레이너 역시 돈 많은 투자자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한국의 자동차 회사와 15년 독점 계약. 자동차 회사 역시 위험성을 무릅쓰고 계약하는 거예요. 그 정도는 양보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투자에 자동차 회사까지 연결해 준다니... 무릎 꿇고 계약해도 모자라다.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 가지라고 하셨죠? 마지막은 뭐죠?”

“한국에 법인을 만들어 주십시오. 그리고 실직적인 업무는 한국 법인이 주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파격적인 혜택을 주겠습니다.”

제임스는 눈을 깜빡인다.

성윤이 내민 제안은 어떤 것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가 더듬더듬 물었다.

“...도대체 직업이 뭐죠?”

***

제임스는 생각해 본 후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계약은 거의 확실하다.

남은 것은 세부적인 내용이다.

호텔로 돌아온 성윤은 푹신한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오늘 만난 두 사람을 떠올렸다.

성공이 확실한 짐 레이너.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의 제임스.

성윤은 불확실한 미래를 선택했다.

변하지 않는 미래에 안주할 수는 없었다.

미래가 변하지 않으면 언젠가 악귀 이준대가 세상을 집어삼킬 수도 있으니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 현관문이 열리고 정우가 들어왔다.

성윤이 상체를 일으켜 정우를 향했다.

“찾았어?”

정우는 세진의 엄마를 찾으러 갔었다.

“아, 네.”

그런데, 정우는 몹시 기분이 나빠 보인다.

“왜? 무슨 일 있었어?”

“하......”

무거운 한숨이 흘렀다. 성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정우가 입을 연다.

“경찰에 두 번이나 잡혔어요.”

“잉? 경찰?”

“제 얼굴이 어디를 봐서 범죄자죠? 이건 외교 결례예요. 인종차별이라고요!”

정우의 시선이 거울로 향했다.

그가 인상을 구기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잘생겼잖아요!”

“잘생겼다니... 그건 아니야.”

“의원님이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죠!”

“너한테는 해도 돼.”

한참 흥분해서 날뛰던 정우가 진정한 것은 삼십 분 정도가 지났을 때다.

그가 테이블에서 의자를 빼내 앉으며 입을 열었다.

“세진이 엄마는 찾았고요.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남자랑 팔짱 끼고 다니는 중이에요. 도망가도 찾을 수 있게 사람 붙여두고 왔어요.”

“고생했어.”

“의원님은요? 백억 쓰고 왔어요?”

성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백억을 쓰러 간다고 했었다.

백억이 누구 집의 개 이름도 아니고......

정우는 믿지 않는 눈치다.

지금도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양말을 벗는다.

성윤이 대답했다.

“어. 썼어. 정확히 말하면 아직 쓴 것은 아니고 기다리는 중이야.”

“흐흐, 도대체 뭘 하시려고 백억을 편의점에서 담배 사듯이 말해요?”

“회사에 투자.”

양말을 벗던 정우의 행동이 멈췄다.

표정은 삐뚤어진다.

장난이 아닌 것을 알게 된 거다.

“회사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 투자? 백억을?”

“응.”

“몽땅?”

“십억 정도 남기고 올인할 생각이야.”

정우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의원님!”

“들어봐. AI 회산데......”

성윤은 열심히 설명했지만 정우에게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왜 그러세요? 상의라도 해주시지!”

“상의하면 반대할 것 같아서.”

정우는 이제 답답한 표정으로 가슴을 팡팡! 치고 있다.

꼭 마누라 같다.

잔소리가 이어진다.

어쩌고저쩌고......

성윤은 몸을 틀어 창밖을 바라봤다.

뒤에서는 정우의 구시렁대는 소리가 쉬지 않고 들린다.

성윤의 휴대폰이 진동을 울렸다.

성윤은 다급히 휴대폰을 귀에 댔다.

제임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시간에도 짐 레이너는 연구를 하고 있을 텐데... 오래 생각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요. 이성윤 씨의 제안을 받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내일 뵙죠.”

성윤이 통화를 종료하며 정우를 향해 몸을 돌렸다.

정우는 여전히 울상을 지으며 쉬지 않고 구시렁대고 있다. “앞으로 돈 들어갈 때가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데 그 돈을 올인하면... 그러다가 잃으면 어쩌시려고. 돈 관리는 송주현 비서관과 내가 하니까 잘 모르셔서 그러나... 정치에 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데......”

성윤이 말을 툭 던졌다.

“내기할래?”

정우가 눈을 깜빡인다.

“내기요?”

“지금 투자할 돈이 내년에 얼마가 될지. 30만 원 내기.”

“안 해요.”

이미 정우는 30만 원을 뜯겨본 경험이 있었다.

성윤은 조용히 웃으며 휴대폰을 귀에 댔다.

오강민에게 전화를 거는 거다.

한국은 지금 오후.

성윤은 오강민을 통해 미국에 있을 정보통을 움직이려 한다.

그래서 제임스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탈탈 털 생각이다.

큰돈을 투자하는 일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한다.

통화 연결음을 들으며 성윤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가 한눈에 들어온다.

‘잘하면 미국의 먹거리를 우리나라로 가져올 수도 있겠어.’

< 욕심내지 않고 모종 심기. -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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