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회의원 이성윤-121화 (121/300)

< 나쁜놈 VS 나쁜놈 -(2) >

* * *

오전 유세를 끝낸 진기성이 선거 캠프에 들어왔다.

캠프 구성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손뼉을 짝짝짝 쳤다.

“후보님, 축하드립니다!”

“승리는 확정이에요!”

지지율이 발표되었다.

1위, 민국당 진기성 55.6%.

2위. 대한당 오강민 21.1%.

3위. 진보당 이정용 11%.

2위 오강민과 34.5%의 차이.

수원 14선거구는 전통적으로 민국당이 강세인 지역이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압도적인 숫자다.

오강민이 무슨 짓을 해도 뒤집기는 힘들어 보였다.

진기성은 캠프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아침부터 좋은 소식을 들어서 그런지 기세가 등등하다.

분위기만 보면 대선에 나가도 이길 것 같다.

하지만 진기성은 웃지 않는다.

“시간이 없습니다. 회의하죠.”

그는 성큼성큼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았다.

선거 캠프의 주요 인물들도 빠르게 자리한다.

진기성은 오른쪽에 앉은 선대위원장을 향했다.

그러자 선대위원장이 입을 연다.

“대한당에서 거짓 선동을 준비할 것 같은데······ 대응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대응하지 않는다고요?”

진기성이 되물었다.

그러자 선대위원장이 볼펜을 빙글 돌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30% 이상의 차이······ 이번 선거 전략으로 ‘무대응’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대신 이런 것을 넣으려고요. ‘저쪽은 네거티브를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정책을 선전하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 시민들이 정책을 보고 판단했으면 한다.’ 이런 프레임요.”

지지율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전략이 성공하면 오강민은 이기고 싶어서 네거티브나 하는 더러운 놈이 된다.

맞은편에 앉았던 정책 총괄단장이 크크크, 웃는다.

“대한당 후보는 알아서 고꾸라질 겁니다. 공안 검사들도 옷 벗고 쫓겨난 세상인데,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밖에 기어 나오다니······. 미친 거죠.”

모두 여유롭다.

대한당 오강민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낙관론이 캠프를 지배하고 있었다.

진기성은 고개를 저었다.

“안일합니다.”

낮지만 위엄 있는 목소리였다.

그가 말을 잇는다.

“서안시 동구 이성윤 의원의 사례를 기억하세요. 다들 민국당이 승리할 줄 알았습니다. 믿었죠. 그런데, 결과가 어떻게 됐습니까?”

성윤이 처음 정치판에 얼굴을 내밀었을 때······.

민국당은 잔치를 열었었다.

서른도 안 된 애송이를 전략 공천한 대한당을 병신 취급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예상과 달랐다.

5선 의원 박광택이 박살났다.

대선을 꿈꾸던 전국구 안종기가 처참하게 깨졌다.

성윤을 무시하던 민국당은 거물을 둘이나 잃었다.

모두의 머릿속에 그 기억이 떠올랐다.

찬물을 쏟은 것처럼 분위기가 서늘해졌다.

진기성이 말한다.

“유권자 앞에서만 웃으세요. 그 외에는 웃지 마세요. 진정으로 웃을 수 있을 때는 승리하고 난 뒤입니다.”

“예!”

“선거는 이겨야 하는 겁니다.”

“예!”

모두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진기성의 시선이 선대위원장에게 향한다.

“전략 바꾸세요.”

“알겠습니다.”

“위원장께서 잘 쓰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어요.”

선대위원장이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시민 단체를 움직이는 것이라······ 돈이 좀 드는데요.”

“하세요. 이기면 다 해결됩니다.”

진기성이 원하는 것은 압도적인 지지율이 아니었다.

승리해서 손에 쥘 국회의원 배지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짓밟아야 한다.

그 시각, 성윤과 정우는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서안 시장 후보로 나선 정청호의 유세를 돕기 위해서다.

정우가 머리를 긁적인다.

“상황이 참 재밌어요. 우리는 임인희 후보가 이기기를 바라는데 정청호의 유세를 도와야 하잖아요.”

“그러게.”

“우리가 엑스맨이었어요, 흐흐.”

성윤은 라디오를 틀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뉴스와 언론은 재보궐선거가 일어나는 각 지역의 소식으로 시끄러웠다.

그중에서도 관심이 집중되는 사람이 오강민이었다.

군사정권 아래에서 안기부로 활동했던 이력.

사람들의 분노를 한곳으로 모으기에 충분했다.

-수원 14선거구의 대한당 오강민 후보의 선거 유세 현장 앞에서 후보 탈퇴를 요구하는 시민 단체의 집회가 열렸습니다. 오강민 후보는 시민들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라디오를 듣던 성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세현장 바로 앞에서 시민 단체가 시위를 벌여?’

턱을 쓸었다.

잠시 생각을 하다가 정우에게 시선을 틀었다.

“진기성 선거 캠프 명단 구해 둔 것 있지?”

“가방에 있어요.”

성윤은 몸을 틀어 뒷좌석에 있는 정우의 가방을 들었다.

안에 있는 서류를 꺼내 진기성 선거 캠프의 명단을 찾는다.

눈으로 죽 훑었다.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아······.’

진기성 선거 캠프의 선대위원장이다.

정치적 목적이 있는 시민 단체와 손잡고 온갖 협잡질을 다 하는 사람이었다. 성윤은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김미선 기자의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누른다.

“수원 14선거구요, 오강민 후보 연설 현장에 있는 기자가 있나요?”

-아, 있죠.

“시민 단체가 나와 있다고 하는데 어느 곳인지 알 수 있을까요?”

-잠시만요.

짧은 시간이 지났다.

다시 김미선 기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동난 청년회라고······.

예상은 확신이 됐다.

알고 있던 시민 단체다.

진기성의 선거 캠프 선대위원장과 손잡은 곳.

성윤은 김미선 기자와의 통화를 종료했다.

그리고 곧장 오강민의 번호를 찾았다.

-네, 의원님!

“라디오로 들었어요. 앞에 시민 단체가 시위를 벌인다고요?”

-하하, 네······. 제 잘 못이죠. 괜찮습니다. 예상하던 일입니다.

오강민은 난처하게 웃었다.

수화기 너머로 시민 단체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사퇴하라! 사퇴하라!

성윤이 입을 열었다.

“진기성 측에서 보낸 시민 단체입니다.”

-네? 시민 단체를 보내요?

“잘 쓰는 수법이거든요. 시민 단체를 보내서 상대 후보를 난처하게 만드는 겁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죠. 대응법을 생각하셔야 할 거예요.”

-아······ 감사합니다.

오강민은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상대의 전략을 알려 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니까.

성윤이 입을 열었다.

“진기성은 지금 고고하게 앉아 손가락이나 움직이며 지시를 내리고 있을 겁니다. 오강민 씨가 해야 할 일은 진기성을 똥밭으로 끌고 와야 하는 겁니다. 같이 더러워지면 역전의 기회가 있어요.”

-알겠습니다.

오강민의 목소리가 강하게 들렸다.

통화가 종료됐다.

정우가 성윤을 보며 묻는다.

“오강민이 이길 수 있을까요?”

“글쎄······ 흠집이라도 내주면 고마운 것이고 이기면 기적이고.”

* * *

오강민은 팔짱을 낀 채 생각에 빠져 있었다.

‘진기성이 보낸 시민 단체?’

그의 시선이 시민 단체로 향했다.

그들은 피켓을 들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오강민은 사퇴하라! 사퇴하라!”

평범한 시민 단체였다면 넙죽 엎드려서 사죄했을 거다.

하지만 상대 후보의 계략이라면 말이 다르다.

오강민의 옆으로 정책 단장이 다가왔다.

“후보님? 연설하셔야 합니다.”

“잠시만요. 5분만······.”

오강민은 다시 생각에 빠졌다. 머릿속에서서 성윤이 했던 선거가 스친다.

‘이럴 때 이성윤은 어떻게 했더라?’

성윤은 거대 정치인과 싸워 이겼다.

그의 선거는 극적이었고 배울 점이 많았다.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오강민은 차량의 뒤편으로 몸을 숨겼다.

아무도 볼 수 없는 구석에 서서 휴대폰을 귀에 댄다.

“어, 나야.”

그가 데리고 있는 조직원이다.

-네, 사장님.

“이쪽에 사람 좀 보내.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놈으로.”

-네.

“그리고 박 기자에게 연락해서 이쪽으로 오라고 해.”

오강민은 몇 가지 지시를 더 내린 후 통화를 종료했다.

그리고 낮게 숨을 내뱉는다.

‘진기성을 똥밭으로 끌고 내려오라고? 그래, 할 수 있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유세 차량으로 올라갔다.

그가 등장하자 기다리고 있던 봉사자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오강민! 오강민! 오강민!”

그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반대편에 있는 시민 단체의 목소리는 더 컸다.

“염치가 있다면 당장 후보를 사퇴하라!”

“사퇴하라! 사퇴하라!”

“군부독재를 그리워하는 대한당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죽어! 제발 죽어! 이 개새끼야!”

오강민은 그들을 상관 않고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유권자 여러분! 오강민입니다! 저를 당선시켜 주십시오! 지금껏 이 지역의 지난날을 뒤돌아보십시오. 달라진 게 있습니까? 민국당은 입으로만 떠들었습니다. 당선된 후에는 나 몰라라 했습니다. 제가 당선된다면······!”

시민 단체의 목소리는 비명처럼 커진다.

“뻔뻔한 새끼야! 얼굴에 철판 깔았냐!”

“지옥에나 가!”

오강민이 포기하지 않고 연설을 이어 가자 시민 단체의 행동은 다음으로 넘어갔다.

지나는 시민들에게 오강민 사퇴 서명을 받기 시작한다.

바로 앞에서 보란 듯이······.

“오강민은 어떤 죄도 없던 사람을 고문했어요. 그런데 뻔뻔히 국회의원 선거에 나왔어요.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수원 14선거구는 전통적으로 민국당이 강세다.

대한당을······ 그것도 오강민에게 실드를 쳐 줄 사람은 많지 않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를 무시하는 거죠!”

시민들은 오강민의 사퇴를 촉구하는 문서에 자신의 이름을 거침없이 적었다.

오강민이 있는 곳을 보며 침을 뱉는 사람도 보인다.

기자들의 숫자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제 카메라만 스무 개 정도다.

시민 단체의 간부가 모자 쓴 남자에게 속삭였다.

“기자들 모였으니까······ 이제 슬슬 저쪽으로 가 봐. 몸싸움이 일어날 것 같으면 바로 구해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끝나면 돈 좀 만질 수 있을 거야.”

모자 쓴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남자는 모자를 푹 눌러쓴다.

그리고 서명용지를 손에 들고 이동한다.

향하는 곳은 오강민의 선거운동을 돕는 봉사자들이다.

그중에 얼굴이 가장 착해 보이는 20대 중반의 봉사자 앞에 섰다.

“서명 좀 부탁드립니다.”

서명 용지를 내민다.

큼지막하게 ‘오강민 후보 사퇴’라고 적혀 있다.

봉사자가 눈을 깜빡인다.

“네? 제가요?”

“대학생인가요?”

“아, 네.”

“안기부에 있던 사람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온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설마,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죠? 대학생이라 그때 시절을 몰라서 그러시는 것인가요?”

봉사자는 시선을 피한다.

먼 산만 바라본다.

“서명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흘렀다.

똥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가까이 다가와 카메라를 들이민다.

그러자 모자 쓴 남자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역사에 죄를 짓는 겁니다! 억울하게 죽어 간 사람을 생각하세요! 무고한 국민을 고문하고 폭행했던 사람이 선거에 나왔잖아요!”

“······.”

“연예인들도 과거의 잘못이 드러나면 은퇴하거나 자숙해요. 그런데, 국회의원 후보에 나온 사람이 안기부였어요! 그것도 고문하는 곳에 있었다는 소문이 파다해요! 왜, 이런 사람을 지지하는 겁니까! 쪽팔리지 않습니까! 씨발!”

가르치듯 훈계하는 목소리에 봉사자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카메라가 찰칵찰칵 그 모습을 담는다.

그 모습을 오강민이 보고 있었다.

그는 연설을 이어 가면서 모자 쓴 남자와 봉사자를 살핀다.

‘개새끼들······.’

성질 같아서는 잘근잘근 씹어 죽이고 싶었다.

‘당해 보지도 않은 새끼들이······.’

오강민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때······.

어디선가 계란이 던져졌다.

‘팍!’ 소리가 들리며 죄 없는 봉사자의 얼굴에 질질 흘러내렸다.

봉사자는 눈을 깜빡인다.

자신이 뭐에 맞았는지 모르는 눈치다.

얼굴을 만져 보니 계란 흰자가 미끌거린다.

‘어······?’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시작이었다.

봉사자를 향해 계란이 마구잡이로 던져졌다.

“죽어, 새끼야!”

“미친! 돈 준다고 저런 새끼의 선거운동을 도와? 이게 천민자본주의야!”

“쪽팔린 줄 모르는 개 같은 새끼들!”

봉사자는 무방비 상태로 계란을 맞고 있었다.

팍! 팍! 팍!

봉사자는 눈을 감았다.

‘뭐지?’

억울했다.

선거운동을 도우면 용돈 좀 준다고 해서 나왔다. 그뿐이다.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계란이 더 날아오지 않는다.

‘끝났나?’

봉사자는 눈을 살짝 떠봤다.

큰 등이 보인다.

봉사자의 앞에 오강민이 서 있었다.

오강민은 하던 연설을 멈추고 봉사자를 지키기 위해 다급히 내려왔다.

그리고 그 앞에 서서 계란을 맞고 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봉사자를 향했다.

“미안해요, 늦게 내려와서.”

오강민의 양복은 무수히 많은 계란에 맞아 허옇고 노랗게 변해 있었다.

오강민의 옷에서 질질 흐르는 계란을 보며 봉사자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왈칵 흘렸다.

억울했던 감정이 터진 거다.

오강민이 씁쓸하게 웃으며 시민 단체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가 외친다.

“돌은 제게 던지십시오! 모두 제가 끌어안고 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역사의 죄인입니다! 그래서 나왔습니다! 잘못된 역사를 되돌리고 싶습니다!”

기자들이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플래시가 쉬지 않고 터졌다.

시민 단체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바보가 아니라면 상황이 역전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야? 어떤 새끼가 계란을 던졌어?’

계란을 던지는 것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눈동자를 움직여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하지만 모두 모르는 눈치다.

‘일단 철수. 지금은 아니야.’

시민 단체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오강민의 눈동자는 먼 곳에 선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를 향했다.

눈이 마주치자 사내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오강민은 그를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했어.’

그는 오강민의 부하였다.

오강민이 주먹을 쥐면 계란을 던지라고 지시받았다.

‘이제 다음 작업에 들어가.’

부하는 정중히 허리를 굽힌 후 자리를 떠났다.

오강민은 성윤의 선거를 기억하며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이 시답잖은 시나리오가 통했다.

[오강민 후보, 봉사자 대신해 계란 세례. 돌은 내게 던져 주세요.]

[오강민 후보, 계란 던진 분들의 처벌 원치 않아.]

[시민 단체의 도 넘은 행동. 오강민 후보의 봉사자에게 사퇴 서명 종용.]

[민국당 진기성 후보가 오강민 후보의 유세 장소에 시민 단체를 보냈다는 의혹!]

* * *

그날 밤, 성윤과 정우는 서안시 사무실 옥상에 있었다.

난간에 캔 맥주를 올려두고 마시는 중이다.

정우는 휴대폰을 통해 기사를 읽고 있었다.

그가 휴대폰을 내려두며 성윤을 향한다.

“여론이 꿈틀대고 있어요. 이러다가 진짜 이기는 것 아니에요?”

“이겨?”

“진흙탕 싸움은 오강민이 전문이잖아요. 진짜 더러웠던 시대에 실무진으로 있었으니까요.” 성윤이 슬쩍 웃으며 캔 맥주를 입에 댔다.

“진기성은?”

“아직은 때가 덜 타서 진흙탕 싸움엔 약할 것 같은데요.”

“처음부터 괴물도 있는 법이야.”

“처음부터 괴물요? 지금 의원님 이야기하는 거예요?”

“됐다.”

성윤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흐릿한 연기가 허공으로 흩어진다.

성윤이 다시 입을 연다.

“진기성의 선거 캠프에서 사람 하나 영입해 봐. 진기성이 무엇을 하고 어떤 짓을 했는지 세세하게 기록할 수 있는 사람.”

오강민이 진기성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오강민이 사나운 이빨을 숨기지 않고 달려들면 진기성도 난처할 거다.

선거 기간은 길다.

싸워야 하는 순간은 온다.

고고하게 있으려 해도 멱살을 잡고 쌍욕을 내뱉으며 바닥에 뒹굴어야 할 거다.

그럼, 몸에 먼지가 묻는 것은 세상의 이치다.

성윤은 진기성의 몸에 묻을 먼지를 탈탈 털어 손에 얻을 생각이었다.

혹시라도 이기면 더 좋은 것이고······.

< 나쁜놈 VS 나쁜놈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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