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과 다른 일. - (1) >
***
성종 건설 대표이사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성윤과 대화를 나눴던 이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표정을 보면 안다.
일이 틀어졌다는 거다.
대표가 눈살을 찌푸린다.
“무슨 일이야!”
“그, 그게 이성윤이......”
이사의 말을 들으며 대표의 표정은 완벽하게 구겨졌다.
“이 새끼야! 누가 성질대로 하래. 내가 무조건 숙이라고 했잖아!”
“그..그게 앞에서 1분마다 1천억씩 값을 올리니까, 저도 모르게 그만......”
대표의 손에 쥔 재떨이가 파르르 떨렸다.
이내 이사를 향해 던져졌다.
다행히 날아간 재떨이는 이사를 피해갔다.
애꿎은 벽에 쾅! 맞으며 산산이 조각난다.
“어디서 변명이야!”
“죄송합니다.”
이사는 황급히 허리를 굽혔다.
“죄송하다면 끝날 일이야!”
벼락같은 호통이 계속해서 내리쳤다.
성종 건설......
건설 붐이 있었을 때는 그룹 최고의 효자였다.
중동에 나가 돈을 벌어왔다.
진흙 위에 아파트를 올렸고 섬과 육지에 다리를 연결했다.
하지만 계속될 것만 같았던 건설 붐이 식었다.
그룹의 효자였던 성종 건설은 천덕꾸러기가 됐다.
탈세 또는 자금 세탁 등 구린 일의 창구로 이용될 뿐이다.
그리고 몰도바 은행을 이용한 자금 세탁......
성종 그룹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대표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범죄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탕 하고 다른 나라로 떠날 생각이었다.
이 소식이 성종 윤 회장에게 들어간다면.......
진짜 죽을 수도 있다.
대표의 눈동자가 다급하게 굴러갔다.
머릿속으로 해결점을 찾아봤지만 없다.
그때......
똑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비서가 들어왔다.
대표의 시선이 비서에게 향한다.
“왜!”
“이... 이성윤 의원이 찾아왔습니다.”
대표가 이사를 바라본다.
“함께 온 거야?”
이사가 고개를 절래 저었다.
“아, 아니요. 모르겠습니다.”
비서의 등 뒤로 검은 그림자가 섰다.
성윤이었다. “물건 값이 얼마가 됐는지 궁금해서 찾아왔는데요. 앉아도 될까요?”
성윤과 대표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봤다.
차가운 시선이 오갔고 불편한 기운이 사무실을 채운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성윤이었다.
“강정기 시장과 엮인 통장. 몰도바 은행을 통한 자금 세탁. 그리고 서안시 공유지. 얼마입니까?”
대표가 마른 입술을 핥으며 애써 침착하게 묻는다.
“가격은 파는 사람이 정해야죠. 구매자는 가격을 보고 살지 말지 고민하는 것이고요. 얼마를 원하십니까?”
“2조.”
“그럼 저희가 남는 게 없습니다. 상가와 아파트가 완판되었을 때 손에 쥘 수 있는 게 2조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전 가격을 정했을 뿐이에요. 고민하세요. 살지 말지.”
대표는 이사와 달랐다.
최대한 정중하고 저자세로 나간다.
뒷덜미가 잡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덕꾸러기가 된 후로 성종 그룹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한 것이 오래다.
하지만 주워들은 이야기가 있다.
성윤의 주변에 똥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는 것.
그러니까 권력의 냄새다.
대표가 눈알을 굴린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2조?’
성윤과 인연을 맺을 수 있는 돈으로 생각할 수 있다.
미래에 거물이 된다면 아깝지 않은 돈이다.
게다가 성윤은 그 돈을 자신의 주머니에 챙기려는 게 아니다.
정말로 국민에게 돌려주려 한다.
‘하지만......’
그룹에서 지탄 받을 게 분명하다.
1조면 살 수 있는 땅을 2조나 주고 샀다면 호구니까.
하지만 못할 일은 또 아니다.
분양가를 높이고 상업지역의 비중을 높이면 이득을 낼 수 있다.
건설이라는 게 그만큼 남는 장사다.
대표는 입술을 쓸었다.
‘일단 회장님께 소식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게 1번이야. 그래도 2조는 좀...... 퇴직금 챙기기 전에 대표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어.’
대표가 고개를 들었다.
“1조 5천억. 어떠십니까?”
“2조 1천억.”
“네?”
“말씀 안 드렸나? 그 땅은 지금이 제일 싸요.”
“의...의원님?”
성윤은 시계만 보고 있다.
“2조 2천억.”
대표의 시선이 이사에게 향했다.
이사는 시선을 피한다.
그가 당했던 게 험한 건설바닥에서도 보기 힘든 막무가내였으니까......
성윤이 말한다.
“이 자료, 성종 윤 회장님께 들어가면 값이 얼마가 될까요? 궁금해지네요.”
“......!”
선택지는 없었다.
대표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다.
“...사겠습니다.” 성윤이 빙긋이 웃었다.
“좋은 결정 하셨어요.”
대표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입에서는 한숨만 흐른다.
그의 앞에는 성윤이라는 이름의 악마가 앉아 있었다.
작은 먼지 하나 손에 쥐고 회사를 집어삼키는 악마......
하지만 여기서 그냥 물러나면 장사꾼이 아니다.
“저희로서도 회사의 사활을 거는 큰돈입니다. 하지만 그 돈을 내는 만큼 의원님과 인연을 맺고 싶습니다.”
“청탁만 아니면 제 사무실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특약 사항을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대표의 눈이 찌푸려진다.
이미 성윤은 원하는 것을 모두 손에 쥐었다.
그런데, 또 뭐?
성윤이 입을 연다.
“어려운 것은 아니에요. 제가 조만간 일본에 넘어가는데 소식통이 필요해요. 성종 건설의 자회사 중에 성종 엔진이라는 곳이 있더라고요. 일본에 법인을 낸 회사. 잠시만 빌려주세요.”
“일본 법인이요?”
“네.”
성종 엔진은 일본 정계와의 정경 유착에 도가 튼 회사다.
그들을 활용하면 많은 방법을 계획할 수 있다.
그렇게 성윤의 일본 방문은 착착 준비되는 중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변수는 있는 법이다.
그 시각, 청와대.
집무실에는 서용우 전 총리와 채정학 대표가 마주 앉아 있었다.
서용우 전 총리가 의외라는 눈빛으로 채정학 대표를 본다.
“같은 의미로 오신 것 맞죠?”
“아, 네.”
이 두 사람도 성윤의 일본 특사 이야기를 들었다.
국민은 모르는 일이지만 이번 특사는 청와대의 보복이다.
일본에 가서 뻘짓이나 하고 오라는......
서용우 전 총리는 전당 대회 때 박상혜 의원이 만든 꽃뱀에 걸려 곤욕을 치를 뻔했다.
그때 성윤이 도와줬다.
이번 일을 통해 성윤에게 빚을 갚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채정학 대표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이제 막 당대표가 되었다.
대한당을 하나로 모으는 것에 힘을 써야 한다.
그런데, 성윤의 일본 특사를 반대했다가는 자기 사람을 끌어안는다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 하나로 모여야 할 대한당이 또 갈릴 수 있었다.
채정학 대표가 찻잔을 손에 들었다.
“지금 이성윤 의원이 특사로 가는 것은 어떤 이점도 없어요. 나이도 어린 재선 의원, 게다가 당직도 맡고 있지 않지요. 일본에서는 자기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외교는 감정싸움이 아니에요. 교활하게 해야죠. 지금 대통령님의 결정은 감정의 표출일 뿐입니다.”
서용우 전 총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왔고요. 그런데, 대통령님이 오시기 전에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괜찮겠습니까?”
“말씀하세요.”
“이성윤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채정학 대표의 손에 들린 찻잔이 가늘게 떨렸다.
서용우 전 총리가 말을 잇는다.
“김대성, 백형욱...... 추측하자면 이성윤이 보궐선거로 나왔던 그 지역의 박대철까지 모두 이성윤의 손에 무너진 것 같아요. 이번 전당대회에서 오대민과 박상혜를 섭외한 것도 이성윤이고요.”
채정학 대표가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누군가는 이성윤을 길들일 수 없는 늑대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고성능 오토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브레이크가 고장 난......”
서용우 전 총리는 채정학 대표의 눈빛을 살핀다.
이성윤이라는 이름의 오토바이. 자신이 타고 싶었다.
통제할 수 없다고 해도 고속으로 달리면 누구도 쫓아오지 못할 테니까.
심각한 표정의 채정학 대표를 보며 묻는다.
“이제 오토바이에서 내리실 겁니까?”
채정학 대표가 고개를 저었다.
“주진만 원내대표에게 제 마음을 보인 적이 있어요. 이성윤이 무섭다고요.”
채정학 대표는 성윤의 능력을 직접 경험했다.
성윤은 채정학 대표의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려 당대표로 만들어 냈다.
거물이었던 백형욱 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김대성 의원을 구속시켰다.
아군일 때는 듬직하다.
하지만 적이 되었을 때는 끔찍하다.
이 바닥은 오늘의 친구와 내일의 적이 달라진다.
언제 적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그래서 성윤이 두려웠다.
자신은 성윤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채정학 대표가 말을 잇는다.
“제 말을 들은 주진만 원내대표가 화를 냈습니다. 이성윤이 무서운 것은 권력에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라면서요. 그 욕심 버리고 왜 정치를 했는지, 그것만 기억하면 무섭지 않을 거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또 말했죠. 제가 욕심을 가지면 자신의 손으로 제 목을 쳐 버린
다고.”
“아......”
서용우 전 총리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순간 채정학 대표가 부러웠다.
이성윤을 데리고 있어서가 아니다.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주진만이라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채정학 대표가 계속 말한다.
“주진만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이성윤이 바꿀 나라가 기대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미 기득권이 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죠. 브레이크가 고장 난 이성윤이 계속 달릴 수 있게 도로를 닦아 줄 겁니다. 돌도 치워주고 아스팔트도 깔아주고.”
그들의 대화가 멈췄다.
집무실의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비서실장과 함께 한상국 대통령이 들어왔다.
이른 레임덕에 몸부림치고 있지만 그래도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채정학 대표와 서용우 전 총리가 허리를 굽혔다.
“무슨 일로 두 사람이 찾아왔을까?”
한상국 대통령이 겉옷을 벗자 비서실장이 받아 들었다.
그가 자리에 앉으며 두 사람을 둘러본다.
“한 시간 후에 회의가 있어. 빨리 끝내지. 말해.”
먼저 입을 연 것은 서용우 전 총리다.
“이성윤의 일본 특사를 재고해 주십시오.”
한상국 대통령의 눈매가 날카롭게 휘어진다.
“다른 이야기를 하지.”
하지만 이번엔 채정학 대표가 말한다.
“이성윤을 보내는 것은 외교의 결례입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외교에 관해서는 당이 뭐라 할 사안이 아니야. 그리고 강상원 의원과 끝난 이야기야.”
한상국 대통령은 강상원 의원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 말은 당대표보다 강상원 의원을 높게 친다는 말이다.
즉, 완벽한 무시.
하지만 반론할 수 없다.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다.
“대통령님, 국가 간의 일입니다. 아직 이성윤 의원이 나설......” 한상국 대통령이 채정학 대표를 한심하게 바라본다.
“그럼, 채정학 대표. 자네가 갈 텐가? 자네라면 체급이 되잖아?”
채정학 대표는 머뭇거렸다.
입술만 달싹인다.
특사... 독이 든 성배다.
최근 역사 문제로 국민의 감정이 격해지고 있다.
사과를 받으면 일본은 또 번복할 거라며 사과를 구걸했다고 손가락질할 거다.
아무것도 못 하면 세금으로 관광 다녀왔냐며 욕을 할 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욕먹는 자리.
채정학 대표는 마른침을 삼켰다.
한상국 대통령이 희미하게 웃는다.
그는 채정학 대표를 잘 알고 있었다.
비주류는 이유가 있다.
국민을 위하지만 유약하다.
단호하지 못하고 판을 뒤집을 줄 모른다.
“대신 갈 것이 아니라면 조용히 있어.”
***
그날 저녁.
성윤은 서초구에 있는 백숙집에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서울과 서안시를 몇 번이나 오가는지 알 수 없었다.
앞에는 아홉 명의 아저씨들이 보인다.
대한당과 민국당의 초선 의원들이다.
관계가 애매하다.
성윤은 재선이지만 이제 2년 차.
이들은 초선이라 1년 차.
게다가 성윤의 나이가 어리다.
그래서 서로는 최대한 예의를 갖춘다.
술이 한잔 두잔 돌았다.
취기가 올랐을 때, 민국당 초선 의원이 입을 연다.
얼굴이 하마처럼 생겼다.
“이성윤 의원님, 지난번 폭탄 기자회견 아주 감동 받았습니다. 여당에서 정부를 공격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하하하하!”
대한당 초선 의원이 눈을 흘긴다.
“우리가 정부의 나팔수도 아니고... 잘 못 한 것이 있으면 까는 게 대한당이에요.”
다시 술잔이 돌았다.
이들을 모이게 한 것은 성윤이다.
십 년 후에도 살아남은 의원들.
그중에서도 정의롭고 깨끗했던 사람들이다.
지금 국회는 흙탕물이다.
깨끗한 물 한 방울이 떨어져도 흙탕물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계속해서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
‘꿈속에서는.......’
이 사람들이 힘을 합치지 못했다.
하지만 힘을 합치면 작은 물방울이 아니라 물줄기가 될 수 있다.
흙탕물을 치우고 미래는 걷잡을 수 없이 변할 거다.
하마처럼 생긴 민국당 의원이 입을 연다.
“그런데, 의원님. 딱히 가입한 모임이 없으신 것 같은데, 이 자리에 있는 사람끼리 모임을 만들면 어떻겠어요?”
“모임이요?”
“네! 당과 이념에 상관없이 진짜 민심을 위하는 사람들이요. 때로 이념으로 부딪치겠지만 계속 토론을 하면서 장점을 찾아가는 거죠. 어때요?”
그가 술잔을 움켜쥐었다.
강한 눈빛으로 성윤을 바라본다.
초선이라 전문성은 부족하지만 열정만큼은 뜨거웠다. 다른 의원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저도 찬성합니다. 모임 이름은 뭐가 좋을까요?”
이미 결정되는 분위기다.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자기들끼리 이름을 만들고 있다.
“민심을 위하는 사람의 줄임말로 민위사?”
“너무 노티나지 않아요?”
“내 나이가 오십이 넘었는데 노티가 안 나면 이상한 거지.”
“그럼, 대한당과 민국당의 초선이 합쳤으니까 대민초!”
“그건 더......”
보좌관들은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고 있었다.
의원들의 입에서 줄임말 대잔치가 나오자 정우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튼다.
성윤이 간절한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 마... 제발......’
하지만 정우는 성윤을 외면한다.
“줄임말이라면 서안시 동구 국회의원 이성윤의 보좌관 박정우가 진리죠.”
의원들의 시선이 정우에게 향했다.
정우는 자신을 바라보는 초롱초롱한 눈을 마주하며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그릇에 담긴 닭을 젓가락으로 들었다.
“먼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가벼운 퀴즈 하나 내겠습니다. 이 닭이 몇 살이게요?”
“닭? 삼계탕이면 보통 6개월 정도 아닌가? 모르겠는데......”
다들 고개를 갸웃거린다.
인터넷으로 토종닭 육계를 검색하는 보좌관도 있다.
그때, 정우가 나직이 입을 연다.
“닭살.”
떠들썩하던 장소에 정전이 온 것처럼 정적이 왔다.
성윤은 고개를 숙였다.
정우가 부끄러웠다.
제발 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으핫핫핫!”
의원들이 웃기 시작한다.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탕탕탕 치는 사람도 있다.
“닭살이래! 닭살! 푸하하하하!”
지금껏 외면받던 개그가 통하자 정우의 어깨에는 힘이 꽉 들어갔다.
눈빛은 자신을 얻었다.
“그럼, 다음 문제!”
성윤은 한숨을 내뱉으며 주변을 살폈다.
이곳에 모인 의원은 아홉 명.
성윤이 현재 손에 쥔 의원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스물여덟 명이 된다.
성윤은 힘을 얻고 있었다.
앞으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국감, 일본, 강상원 의원 같은 거물과의 싸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이준대, 진기성 같은 악귀들......
판을 바꾸지 않고는 이길 수 없다.
그래서 힘을 얻기 위해 사람들을 모았다.
성윤은 주먹을 쥐었다가 펴며 다짐한다.
‘변하지 말자. 변하지 말자.’ 쉽지 않은 다짐.
하지만 노력할 거다.
성윤의 시선이 다시 의원들에게 향했다.
의원들은 정우의 아재개그에 배를 잡고 웃는 중이다.
모임의 이름을 정하는 것은 이미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성윤의 옆으로 대한당 초선이 다가왔다.
그가 술병을 들며 묻는다.
“그런데, 일본에 간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네.”
성윤은 간단히 답했다.
초선의원의 표정은 심각해진다.
의도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지이이잉.
성윤의 휴대폰이 진동을 울렸다.
발신번호는 채정학 당대표다.
‘시간이 늦었는데......’
채정학 당대표는 예의가 있다.
늦은 시간에 전화하지 않는다.
' 무슨 일이지?'
성윤은 방을 벗어나 복도로 나갔다.
“이성윤입니다.”
-어, 나야.
음성을 들으니 술을 약간 마신 것 같다.
“네, 말씀하십시오.”
-일본은 내가 가게 됐어.
“네?”
-자네가 벌써 비행기 타고 일본에 갈 급은 아니지. 하하하하!
< 예상과 다른 일. -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