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 꼬리 보다 뱀 머리. - (1) >
***
그 시각 서안시.
정우가 휴대폰을 귀에 댔다.
“의원님, 만났다고 합니다.”
수화기에서 성윤의 목소리가 흐른다.
-고생했어. 슬슬 움직여야겠네.
“10분 후에 나오세요. 모시러 갈게요.”
통화가 종료됐다.
정우가 앞을 바라본다.
서안시 부시장이 비굴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저는 살려주는 겁니까?”
“제가 살인자도 아니고... 걱정하지 마세요. 안 죽이니까.”
“그게 아니잖아요.”
“혹시, 받은 것 있어요?”
부시장은 강하게 손사래를 쳤다.
“아뇨, 십 원도 안 받았습니다. 아직은...”
성종 건설이 강정기 시장에게 접근한 것은 최근이다.
돈을 받은 것은 강정기 시장뿐이다.
정우의 시선이 테이블로 향했다.
사진 몇 장이 보인다.
부시장이 한 여인과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
향하는 곳은 호텔......
정우가 사진을 손에 쥐었다.
곧장 북북 찢는다.
조각조각 찢긴 사진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부시장은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냈다.
“집으로 돌아가세요.”
“네, 바로 가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겠습니다.”
부시장은 시장에게 임명되는 임명직이다.
하지만 그 역시 정치인이었고 앞으로의 승승장구를 기대하고 있었다.
성 스캔들은 치명적이다.
***
경기도 광주 한정식집.
강정기 시장이 욕망 가득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성윤만 막을 수 있다면 공유지 팔아먹은 돈을 꿀꺽할 수 있다.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차진중 의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저도 부탁이 있습니다. 시장께서 대한당을 흔들어 줄 수 있습니까? 소스는 드리겠습니다.”
대한당은 새로운 당대표 체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 권력이 뿌리내리기 전이다.
게다가 대표는 비주류.
민국당의 공격을 막지 못하면 주류들이 들고일어나 자근자근 씹어 갈길 거다.
그럼, 기회가 생긴다.
차진중 의원은 그 틈을 놓치지 않을 계획이다. 강정기 시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대한당 당대표를 건들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소스를 주신다면 우리 의원들에게 건네겠습니다. 성종 건설에서 후원도 해준다고 하니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강정기 시장의 확답에 차진중 의원의 안광은 불을 뿜었다.
대한당은 지금 불안하다.
시국이 불안해지면 간신배 같은 인간들은 어디에 붙어야 할지 고민한다.
그들을 손아귀에 넣으면 해 뜰 날이 찾아올 거다.
그럼, 권력의 풍요를 다시 맛볼 수 있다.
어쩌면 대권도 노려볼 수 있을 거다.
차진중 의원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비밀로......”
“당연합니다. 오히려 제가 부탁드립니다. 돈이 돈다는 소문이 돌면 똥파리가 끼어서......”
식사 자리가 끝났다.
강정기 시장과 차진중 의원 그리고 성종 건설 윤필중 부문장은 복도로 나섰다.
세 사람은 각자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하다.
강정기 시장은 수백억의 돈 잔치.
차진중 의원은 새롭게 얻을 권력.
그리고 윤필중 부문장이 품에서 봉투를 꺼냈다.
“아, 죄송합니다. 두 분의 협치에 감동을 받아서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후원금입니다. 나랏일 하시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윤필중 부문장은 넙죽 허리를 굽히며 봉투를 권했다.
강정기 시장과 차진중 의원은 고맙다는 말도 없이 봉투를 쥐어 품에 넣는다.
기업의 후원금은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세 사람은 주차장으로 나섰다.
뜨거웠던 열대야가 가시며 조금은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강정기 시장과 차진중 의원의 차가 떠났다.
떠나는 자동차를 향해 허리를 굽혔던 윤필중 부문장이 자세를 바로 했다.
그의 머릿속에 정우가 했던 말이 스쳤다.
-그런데, 부문장님... 국회의원이나 성종 사장단이 부문장님을 지켜줄 거로 착각하는 것은 아니죠? 그런 착각을 했다면 꿈 깨세요.
윤필중 부문장의 입술에 기름기 낀 미소가 걸렸다.
정우의 말을 들었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외면했던 사실......
일이 잘 못 되면 모든 걸 혼자 책임져야 한다.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을 거다.
쓰임이 끝난 사냥개의 결말은 뻔했다.
‘박정우 보좌관이라고 했지? 고맙네, 내 살길은 내가 찾아야지.’
윤필중 부문장은 몸을 돌렸다.
가게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간다.
눈빛이 서슬 퍼렇다.
“놓고 간 것 있으세요?”
카운터를 정리하던 사장이 윤필중 부문장을 반갑게 맞이했다.
윤필중 부문장은 고개를 틀어 복도 끝을 바라봤다.
CCTV가 보인다.
“아까 오신 분들... 나랏일 하시는 분이라 CCTV 저런 것 민감하거든요.”
“아, 지울까요?”
사장은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했다.
인적이 뜸한 곳에 있지만 메뉴 구성이 좋은 한정식집이다.
그래서 높은 사람들이 자주 오갔다.
이런 일은 익숙했다.
그런데, 윤필중 부문장이 품에서 USB를 꺼내더니 카운터에 턱! 올린다.
“지우기 전에 여기에 넣고.”
사장이 눈을 깜빡인다. “네?”
윤필중 부문장이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열 장을 착착착 꺼내더니 USB 옆에 놓았다.
“이건 갖고.”
잠시 후, 윤필중 부문장이 가게 밖으로 나왔다.
손바닥에 놓인 USB를 가볍게 던졌다가 받는다.
‘됐어.’
윤필중 부문장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다.
만족한 표정이다.
대리 운전기사를 기다리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일부러 복도에서 돈을 준 거야. 그래야 CCTV에 찍히고 날 버리지 않지. 한 배를 탄 거니까.’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내 목숨은 내가 간수해야지.’
입에서 나온 담배 연기가 허공에서 흩어진다.
자갈 밟히는 소리가 자박자박 들렸다.
대리 운전기사가 왔나 보다.
윤필중 부문장이 담배를 비벼 끄며 몸을 돌렸다.
“잠실로......”
윤필중 부문장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대리 운전기사라고 생각했는데.....
“이, 이성윤 의원?”
어둠 속에서 성윤이 나타났다.
희미하게 웃으면서......
“제 얼굴 아시나 봐요?”
“어, 어떻게.....”
“로비스트는 언제나 기록을 남기죠. 그래서 장부가 있나 하고 찾아왔어요.”
윤필중 부문장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선다.
“...장부요? 그런 것 없어요. 없어.”
그는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윤은 지나칠 정도로 침착하다.
손가락을 들어 그의 오른손을 가리켰다.
USB가 쥐어진 손이다.
“CCTV 영상은 챙기셨네.”
속마음을 듣고 한 말이다.
윤필중 부문장의 표정은 썩어들어갔다.
“어...어떻게.”
성윤이 운전석 문을 벌컥 열었다.
“타세요. 잠실까지 모셔드리죠. 술 드신 것 같은데, 운전하면 큰일 나요.”
윤필중 부문장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는 현실이다.
그런데 어두운 주변은 환상 같다.
무거운 발을 질질 끌며 뒤로 물러설 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누군가의 몸에 턱 막혔다.
뒤를 돌아보자 정우가 서 있다. “오늘 특이한 경험 하시겠네. 국회의원이 운전하는 차를 타는 게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도망갈 곳은 없다.
윤필중 부문장은 멍한 상태로 조수석으로 향했다.
운전석에 오르던 성윤이 정우에게 입을 열었다.
“기다렸다가 대리 기사님 오시면 상황 말씀드리고 택시비 드려.”
“알겠어요.”
성윤이 운전석에 앉았다.
윤필중 부문장의 눈에는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다.
“안전벨트.”
윤필중 부문장은 곧장 안전벨트를 한다.
성윤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USB.”
“이, 이건......”
“사건이 부문장님까지 가지 않도록 할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버티시면 저는 바로 검찰로 갈 거예요.”
성윤이 내비게이션에 손가락을 대며 말을 이었다.
“잠실에 가기 전 두 가지 경유지가 있어요. 검찰 그리고 성종 건설. 선택하세요. 대답하지 않으시면......”
성윤은 거침없이 중앙지검을 검색한다.
윤필중 부문장은 마른침을 삼켰다.
“의... 의원님?”
“출발합니다.”
“의원님!”
성윤은 그대로 액셀을 밟았다.
윤필중 부장의 눈이 벌겋다.
***
다음 날, 성윤과 정우는 차진중 의원의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얼굴이 따끔거릴 정도였다.
차진중 의원의 보좌진이 쏘아보는 눈길이......
그들은 보지 않는 척하면서 힐끔힐끔 성윤을 노려봤다.
대놓고 노려보는 사람이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성윤은 손목을 틀어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1시가 넘어간다.
그런데, 차진중 의원은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
“드세요.”
단정한 복장의 인턴이 테이블에 찻잔을 내려놓는다.
정우가 성윤의 귀에 속삭인다.
“독을 타지는 않았겠죠?”
“여기 대한민국이야......”
“그래도요.”
정우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찻잔에 코를 대고 킁킁거린다.
성윤이 인턴에게 물었다.
“차진중 의원님은 언제쯤 오실까요?”
“금방 오실 거예요.”
찬 바람이 쌩쌩 분다.
성윤이 차진중 의원과 정면으로 붙은 적은 아직 없다.
하지만 이들은 두 사람이 적대적인 관계라는 것을 알고 있다.
차진중 의원의 보좌관이니까.
잠시 후, 차진중 의원이 들어왔다. 그가 고압적인 눈빛으로 소파에 앉은 성윤을 내려다본다.
“무슨 일이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차진중 의원의 눈에 비웃음이 걸렸다.
“마침 잘 됐어. 나도 할 말이 있었거든. 들어와.”
차진중 의원은 성큼성큼 방으로 향했다.
성윤이 일어서며 정우에게 말했다.
“5분이면 끝날 거야. 차 마시고 있어.”
“안 마실래요. 독 탔을지 모른다니까요.”
적진이다.
모든 사람이 노려보고 있다.
하지만 정우는 끝까지 여유를 잃지 않고 농담을 지껄인다.
성윤은 정우의 어깨를 토닥인 후 차진중 의원의 방으로 향했다.
차진중 의원이 재킷을 벗어 둔 후 소파로 걸어왔다.
성윤의 맞은편에 앉으며 타이르는 식으로 입을 연다.
“서안시 시의회에서 한바탕했다고?”
“소문이 빠르네요.”
“당은 달라도 강정기 시장이 정치 선배야. 예의를 갖춰야지.”
성윤이 양복에 꽂힌 국회의원 배지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철모르고 어린 제가 국회의원이 된 이유가 뭘까요? 뽑아준 이유는 뭘까요? 방금 생각해봤는데, 예의 갖추라고 뽑아준 것 아닌 것 같네요. 나라 바꾸라고 뽑아준 거죠. 제가 예의를 갖출 상대는 국민입니다.”
“교과서에 박힌 이야기하지 마.”
“강정기 시장은 통장 채우기에 급급해요. 그런데 예의를 갖춰야 하나요? 아니면, 의원님도 강정기 시장과 함께 돈을 받았나요?”
차진중 의원이 벼락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건방지게!”
“받았나 보네.”
차진중 의원이 박차고 일어났다.
성윤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멈춰. 멈추지 않으면 너 다쳐. 세상에 네 것 같지? 아니야. 내 모든 힘을 다해 너를 박살 낼 거야. 네 뒤에 있는 당대표? 원내대표? 지랄하지 마. 네가 불구덩이에서 타 죽어도 못 막아주니까.”
차진중 의원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노려봤다.
성윤은 상관하지 않고 조용히 입을 연다.
“국민이 투표를 해서 국회의원을 뽑은 이유는 보신하라는 뜻이 아니에요.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해 달라는 거죠. 그런데, 불구덩이에 들어갈 게 무섭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뭘 할 수 있을까요?”
“이성윤!”
“흥분하지 마세요. 진짜 돈 받아먹은 것 같잖아요. 아니, 이미 받아먹었나?”
차진중 의원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져 나왔다.
협박으로 넘어갈 것 같지 않자 분노가 치솟아 오르는 중이다.
“너 내가 무섭지 않니?”
“저도 언젠가 의원님처럼 신념이 꺾이지 않을까... 그건 무섭습니다.”
차진중 의원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그렇게 바보짓 하면 누가 알아주지?”
“국민이요.”
“...이 새끼야, 아무도 안 알아줘.”
“그럼, 의원님이 알아주겠죠.”
성윤이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차진중 의원의 눈썹이 꿈틀댄다.
USB가 불안하게 보였다.
“결정하세요. 기회를 드리죠.” “결정? 기회?”
“차진중 의원님 그리고 의원님과 함께하는 다른 아홉 분. 제 밑으로 들어와야겠습니다.”
성윤이 테이블에 놓인 USB를 손가락으로 툭 쳤다.
작은 USB가 주르륵 차진중 의원의 앞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한다.
“USB가 하나라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수백 개는 복사해 뒀으니까요. 물리적으로 절 막을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잘 못 되는 순간 그 USB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은 세상에 공개될 겁니다.”
성윤은 무심히 말했다.
하지만 차진중 의원의 표정은 불편해진다.
“이게 뭐지?”
“보세요.”
차진중 의원은 노트북을 열고 USB를 꽂았다.
문서 하나와 동영상 파일 하나.
그가 동영상 파일을 클릭했다.
어젯밤 한정식집의 복도를 걷는 모습.
흰 봉투를 받는 모습.
서둘러 문서를 클릭했다.
성종 건설 뇌물 장부다.
그의 입술이 꽉 다물어졌다.
테이블에 놓인 주먹이 파르르 떨린다.
성윤의 목소리가 차진중 의원의 귀에 쑤셔 박힌다.
“민국당 강정기 시장과 내통했네요. 성종 건설에서 돈을 받았고요. 쁘락치 노릇을 했을지도 모르니까 당에서는 버림받고 검찰에서는 환영받겠네요.”
차진중 의원의 날카로운 시선이 성윤을 쏘아본다.
“누구야. 누가 이걸......”
“누군지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지금 중요한 것은 내 앞에 꿇을 것인가 아니면......”
성윤의 손가락이 창가를 가리켰다.
“벼랑으로 뛰어내릴 것인가.”
“지금 협박하는......”
“협박은 그쪽이 먼저 했어요. 무릎 꿇는 쪽을 선택했다면 당대표님께 전화해서 항복 선언하세요. 앞으로 말 잘 듣겠다고 꼬리치고요.”
“이성윤!”
차진중 의원이 피를 토할 듯 외친다.
“상황 파악 못 하시네.”
싸늘한 눈빛에 차진중 의원의 표정이 굳는다.
뭔가 이상했다.
성윤이 튀는 국회의원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저 인기에 목매다는 경험 없는 놈으로만 봤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놈처럼 보인다.
그리고......
‘왜, 박무혁이 떠오르는 거지?’
그가 멍하니 있을 때 성윤이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밀어 넣었다.
성윤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차진중 의원의 귓가를 울린다.
“제가 준비하는 법안입니다. 지금까지 많이 해 먹었으면 이제 좋은 일 하세요.”
차진중 의원은 주먹을 파르르 떤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고개를 서류로 향한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다문화 가정과 다자녀 가정의 혜택 비교.
‘이...이건!’ 차진중 의원이 놀란 얼굴로 성윤을 본다.
“이, 이걸 하겠다고?”
“네. 적어도 치우침 없이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다 끝장날지도 몰라!”
“불구덩이도 안 무섭다니까요.”
성윤은 몸을 돌려 방을 나선다.
차진중 의원은 다시 서류로 시선을 파묻었다.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린다.
밖으로 나온 성윤은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이제 열여덟 명의 의원이 손에 들어왔다.
비리로 얼룩진 더러운 새끼들이다.
하지만 거수기로 쓸 수 있다.
그리고 쓰임이 끝나면......
“강정기 시장에게 연락할까요?”
밖으로 나온 성윤의 옆으로 정우가 붙었다.
성윤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
이제 강정기 시장을 꿇릴 시간이다.
***
강정기 시장은 차진중 의원과 달랐다.
USB의 동영상과 장부를 봤어도 오리발을 내민다.
“봉투요? 받았어요. 그런데, 이거 돈 아니에요. 오해받기 딱 좋네요.”
“그럼, 뭔데요.”
“그래, 그래요. 그거예요. 그거!”
“그게 뭔데요.”
성윤이 한심한 눈으로 강정기 시장을 바라봤다.
그는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한다.
“분양 정보! 맞아요. 분양 정보. 성종 건설에서 이번에 분양하는 오피스텔이 있거든요.”
답답한 소리가 이어졌다.
성윤이 머리를 쓸어 넘긴다.
“시장님...... 이거 기자 손에 들어가면 주유소에 불붙은 것보다 더 활활 타오를 겁니다.”
강정기 시장의 표정이 변한다.
“이성윤 의원, 민국당과 전면으로 싸울 생각입니까?”
하다 하다 안 되니까 이제 민국당의 깃발을 팔고 있다.
성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비리를 감싸주는 당이라면 무섭지 않네요. 그리고 감싸줄 것 같지도 않고요.”
“감싸주지 않는다고? 네가 어떻게 알아.”
이제는 말이 반 토막이 났다.
성윤은 한숨을 내뱉으며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강정기 시장에게 건넸다.
“받아 보세요.”
< 용 꼬리 보다 뱀 머리. -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