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소 호흡기. - (4) >
***
김대성 의원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바로 검찰에 끌려간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은 헌법 44조에 의해 바로 체포되지 않는다.
과정을 거쳐야 가능하다.
체포동의안을 제출해야 하고 국회는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그리고 해당 국회의원의 체포에 관한 표결이 이뤄진다.
문제는 이것 역시 세력 싸움이고 분위기를 탄다.
체포에 관한 표결은 무기명 투표다.
누가 동의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국민이 눈을 뜨고 감시하지 않으면 국회의원들은 체포를 동의하지 않는다.
항상 싸우는 국회의원이지만 동업자 의식과 제 식구 감싸기는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김대성 의원은 매우 바쁠 거다.
언론사 대표를 만나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야 했다.
최대한 많은 국회의원을 만나 체포 동의안에 동의하지 말라고 부탁도 해야 한다.
김대성 의원이 떠난 공간은 적막했다. 아니 서먹했다.
기자들이 눈치를 보며 한두 명씩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의원들도 엉덩이를 들썩인다.
성윤이 젓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헤집어 놓은 회를 집으며 말했다.
“앉으세요.”
낮은 음성에 모두의 시선이 성윤에게 옮겨졌다.
성윤이 회를 집어 먹으며 말한다.
“음식 놔두고 왜 일어나세요? 지금도 못 먹고 사는 애들이 있어요. 음식 쓰레기를 만들지 말아야 하죠. 그건 죄니까.”
이들은 성윤이 검사와 함께 온 것을 봤다.
김대성 의원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검찰과 끈이 닿아 있다는 것을 은근히 내비친 거다.
물론 박무혁 의원의 도움을 받은 것이지만 이들이 거기까지 알 수는 없다.
한 의원이 입을 연다.
“이성윤 의원, 지금 화풀이를 하자는 건가?”
“앉으세요.”
성윤은 엎어진 잔을 들어 세웠다.
그리고 조용히 술을 따른다.
의원들은 엉거주춤 자리에 앉았다.
지금 그들은 성윤이 가진 카드를 모른다.
자존심이 상해도 기다려야 했다.
그때, 다시 문이 열렸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봐도 놀란다고 모든 사람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들어온 사람은 정우다.
정우가 성윤의 앞에 두툼한 서류를 내려둔다.
성윤이 젓가락을 놓고 서류를 펼쳤다.
높낮이 없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의원님, 은행에서 0% 대출받으셨네요?”
“어?”
“그리고 박 의원님, 3D 유아 교구를 만드는 벤처 회사에 정책 연구비를 몰아줬네요? 그런데, 이 벤처 회사는 유령 회사네요? 벤처 회사 대표가 조카사위 맞죠?”
박 의원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성윤은 상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비리를 입에 올렸다.
그들의 죄가 속옷 한 장 없이 까발려졌다.
그때마다 그들은 지옥처럼 어두운 눈빛으로 성윤을 쏘아본다. 성윤은 서류를 탁 덮은 후 잔잔한 눈빛으로 그들과 마주 봤다.
그리고 비뚜름하게 웃는다.
“앞으로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성윤의 목소리엔 어떤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온기도 없고 냉기도 없었다.
하지만 의원들에게 성윤의 목소리는 귀를 씹어 먹을 듯 무섭게 들려왔다.
성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을 향해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성윤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가게에서 나온 성윤은 우산을 폈다.
“의원님?”
김미선 기자가 아직 안 가고 기다리던 중이다.
그녀가 성윤의 옆에 섰다.
“무슨 일이에요?”
성윤은 물끄러미 김미선 기자를 바라봤다.
김대성 사건, 특종은 특종이다.
지금껏 그녀가 도와준 것을 생각하면 특종 하나쯤은 주고 싶었다.
하지만 위험할 수 있다.
그녀가 소속된 한동일보는 대한당과 오랜 시간 손을 잡은 언론사다.
그리고 그 유착관계에 김대성 의원이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
특종을 냈다가 사장단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을 수도 있다.
“선택하실래요?”
“네?”
“펜대가 진짜 부러질 수도 있는데......”
그 시각, 가게 안.
성윤은 떠났지만 방에는 어떤 소리도 흐르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한 의원이 ‘끄음.’ 불편한 기색을 냈을 뿐이다.
이 바닥에서 고작 1년 조금 넘은 성윤이 십 년 넘게 굴러먹은 의원들의 머리 꼭대기에 섰다.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0% 대출을 받은 의원이 입을 연다.
“어떻게 할까요?”
“씨발, 어쩌긴 뭘 어째? 당분간은 저 새끼 손에 놀아나야지.”
“적당한 것 하나 만들어서 털어버리면 안 될까요?”
이들에게 죄는 짓는 게 아니다.
만드는 거다.
벤처에 불법 투자한 의원이 손을 저었다.
“팩트 싸움 벌어지면 우리가 불리해. 지금은 원하는 대로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
덩치가 큰 의원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들겼다.
“아니, 김대성 의원님은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원내대표님의 교통사고와 관련된 거라니요!”
0%대 대출을 받은 의원이 손으로 입을 훑는다.
“청부?”
“설마, 미치지 않고서야 원내대표를 교통사고 내라고 청부를 한다고? 마피아야?”
“그게 진짜라면......”
모두의 얼굴이 푸르죽죽 변한다.
영화나 소설보다 더한 사건이 벌어지는 곳이 국회다.
영화가 그냥 커피라면 현실은 T.O.P다. 만약 김대성 의원이 진짜 또라이 짓을 했다면, 그를 계파의 수장으로 모시고 있는 이들 역시 병신이 된다.
그럼, 그들이 누리고 있는 권력도 먼지처럼 사라질 수 있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휴대폰을 들고 기사를 검색했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은 멎었다.
현실 부정을 하며 헛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오는 말은 똑같다.
“씨발......”
[단독. 대한당 주진만 원내대표 교통사고 김대성 의원이 청부.]
병실의 문이 ‘달칵’ 열렸다.
주진만 원내대표의 병실이다.
누워 있던 주진만 원내대표가 몸을 일으킨다.
“왔나?”
성윤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가 들고 온 음료를 침대 옆에 내려뒀다.
“드세요.”
“뭘 이런 것을 사와? 술이나 사 오지.”
주진만 원내대표는 농담을 지껄이면서도 웃지 않는다.
성윤의 시선이 침대에 놓인 주진만 원내대표의 휴대폰으로 향했다.
화면에는 김대성 의원의 기사가 올라 있다.
“보셨네요.”
성윤의 말에 주진만 원내대표가 씁쓸하게 웃는다.
“옛말 틀린 게 없어. 술친구는 술이 깨면 친구가 아니라더니......”
그가 원내대표를 달 수 있었던 힘은 김대성 의원에게 있었다.
원내대표 선거 전에 김대성 의원이 많은 의원을 끌고 계파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주진만 원내대표의 시선이 성윤에게 향했다.
“이 의원, 내가 점집을 찾는 이유 아나?”
“글쎄요.”
“사람보다 귀신을 믿을 수 있어서야. 이 세상이, 이 바닥이 참 그래.”
성윤이 의자를 빼내 앉았다.
“이 바닥... 바꾸고 싶습니다. 그래서 원내대표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내 도움?”
“이대로 두면 김대성 의원의 체포 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
이틀 후, 오후 2시 30분.
국회는 어수선했다.
세 시에 시작될 김대성 의원 체포동의안에 관한 본회의 때문이다.
각 당은 김대성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당론으로 결정하지 않았다.
의원들의 개인 의사를 존중한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삼삼오오 모인 의원들은 수군대고 있었다.
“어떻게 할 거야?”
“어제 김대성 의원이 찾아왔는데, 증거 없는 모함이라고 하던데?”
“모함? 누가 김대성 의원을 죽이려는 거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음모론까지 만들면서......”
그들의 시선이 민국당으로 향했다.
대한당이 볼 때 이런 일을 할 곳은 민국당뿐이 없다.
그런데, 민국당 의원들도 적잖게 당황한 표정이다.
그들이 알기에 김대성 의원은 원내대표의 계파다.
그깟 권력욕 때문에 청부 교통사고까지 냈다니 믿을 수 없었다.
그들도 속삭이고 있었다. “당대표님은 뭐라고 하셔?”
“일단 김대성을 끌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던데?”
“끌고 가? 왜?”
“대한당에 폭탄이잖아. 김대성이 있으면 지지율 깎아 먹기 딱 좋지.”
“아.”
“반대를 눌러도 국민은 무기명이라 누가 누른지 몰라. 그럼, 우리를 욕하겠어? 대한당이 제 식구 감쌌다고 하겠지.”
“그럼, 일단 찬성표 던지는 척하면서 반대해?”
“쉿, 왔다. 왔다.”
의원들의 시선은 모두 한곳으로 집중됐다.
김대성 의원이 굳은 표정으로 오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터뜨린다.
김대성 의원이 한껏 억울한 목소리를 높인다.
“존경하는 의원님들! 전 정치음모에 빠졌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 음모로 구속된다는 것은 역사에 부끄러움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 자리에 있는 의원님들의 이름이 부끄러운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카메라 셔터가 다시 눌러진다.
플래시가 번쩍인다.
[본회의장에서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본회의가 개의되겠습니다. 의원 여러분께서는 회의장에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피커 소리에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들어섰다.
생방송으로 돌아가는 카메라가 각 의원의 표정을 잡았다.
회의장엔 묵직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의석을 정돈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회의를 개의하겠습니다.”
의장이 의사봉을 세 번 두들겼다.
그리고 대한당과 민국당의 의사 진행이 시작됐다.
대한당에서는 원내대표 대리를 맡은 강상원 의원이 자리에 섰다.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대한당은 김대성 의원 체포 동의안 처리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않고 각 의원의 결정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강상원 의원은 대권에 욕심이 없다.
가늘고 길게 오래 해 먹는 것이 삶의 목표다.
그래서 어디에서도 욕을 먹지 않기 위해 중립에 섰다.
민국당 원내대표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그들은 대한당에 폭탄이 남겨지길 바라고 있었다.
범죄를 저질러 올라온 체포 동의안에도 각각의 목적이 존재했다.
김대성 의원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많은 의원을 만났다.
돈을 주며 씨앗을 뿌렸다.
당론이 없다면 김대성 의원의 손을 들어줄 거다.
‘부결될 거야.’
그렇게 각 당의 의사 진행 발언이 끝났다.
이어서 체포 동의 요청 이유 등의 과정이 지나간다.
의장이 입을 열었다.
“이 안건과 관련되어 신상 발언 신청이 있습니다. 김대성 의원 나오셔서 발언해 주십시오.”
김대성 의원이 넥타이를 고쳐 매고 의원들이 앞에 섰다.
그리고 인생 최대의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마이크 위치를 조절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존경하는 국회의장님,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대한당 김대성입니다. 지난달 주진만 원내대표가 교통사고가 났었습니다. 우리 모두 안타까운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교통사고를 청부했다고 합니다. 아니, 청부
했다고 해도 그 과정은 졸속입니다. 검찰은 피고인의 말만 듣고 어떤 증거 하나 없이 저를 범인으로 몰았습니다.”
김대성 의원은 구구절절 변명을 이어갔다.
“저는 증거를 인멸할 아무런 능력도 힘도 없습니다!”
그의 입에서 정치적 음모이며 검찰과 국회의 힘겨루기라는 말이 이어진다.
의원들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여야의 암묵적 동의가 이뤄지는 중이었다.
역대 국회 체포 동의안 제출은 50건이 넘어간다.
하지만 가결된 것은 고작 10건이 조금 넘는다.
나머지는 부결되거나 폐기되었다.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켜 민주주의가 살아 있고 진실이 있음을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김대성 의원이 천천히 허리를 굽힌다.
본회의장에는 기자들의 셔터 누르는 소리만 들려왔다.
허리를 편 김대성 의원이 굳은 표정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성윤이 앉은 자리를 스친다.
“이성윤, 지금 웃어. 본회의가 끝나면 넌 웃지 못 할 거니까. 너의 능력은 인정하지. 그런데, 능력보다 권력이야.”
“정치는 사실을 가공해 낸 쪽이 이기고 법은 증거 쥔 쪽이 이긴다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이건 법 싸움인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하나 가르쳐주지. 법도 정치야.”
김대성 의원은 무서운 눈빛을 쏘아대며 성윤의 옆을 지나쳤다.
다음으로 안건 관련 질의 과정이 이뤄졌다.
국회의원도 똑같은 사람이다.
법은 국민을 평등하게 본다.
하지만 국회의원을 체포하기까지의 과정은 길고 어렵다.
“이것으로 질의를 종결할 것을 선포합니다. 이 안건은 국회법 112조 제5항에 따라 무기명 투표로 표결하겠습니다. 국회법 114조 제2항에 따라 간표 의원을 지명......”
이제 투표가 시작된다.
김대성 의원은 느긋한 미소를 그리며 성윤의 뒤통수를 과녁처럼 쏘아보고 있었다.
그는 투표가 가결되면 성윤을 어떻게 씹어 먹어야 할지 궁리하는 중이다.
그는 힘이 있다.
언론도 국회의원도 주변에 많다.
마음만 먹으면 성윤을 짓밟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일이 가결되면 웬만한 비리쯤이야 우스워진다.
그럼, 성윤이 가진 자신의 비리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대성 의원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저 새끼는 불안 요소야. 놔둬서는 안 돼. 자라나는 새싹일 때 뿌리까지 뽑아버려야 해.’
의장의 말은 이어지고 있다.
“간표 의원은 박숭찬 의원, 이현형 의원......”
그때, 본회의장의 문으로 휠체어가 들어왔다.
기자들이 수군댄다.
“야, 야! 저기!”
본회의장 전체를 넓게 잡고 있던 카메라가 빠르게 휠체어를 향했다.
본회의장에 있던 모든 의원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간표 의원을 호명하던 의장의 말이 멎는다.
주진만 원내대표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가 의장 앞에 선다.
“존경하는 의장님, 절차에 어긋나는 것은 알지만 제가 몸이 불편해서 이제야 왔습니다. 자유발언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시겠습니까?”
“자유발언이요?”
“3분이면 됩니다.”
지금 본회의는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다.
주진만 원내대표는 이 사건에 깊게 관련된 자다.
의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다시 의사봉을 손에 든다.
김대성 의원의 얼굴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지금껏 본회의는 그의 계획에 맞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주진만 원내대표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왜...왜?’ 예상과 계획이 모두 어긋난 상황.
방금까지 피어 있던 엷은 웃음꽃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주진만 원내대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의 가족을 만났습니다. 그 아들이 같은 병원에 있었거든요. 거기서 저는 충격적인 말과 증거를 봤습니다. 누군가가 1억 5천을 건넸답니다. 감옥에 다녀오면 1억 5천을 더 주겠다고 약속했답니다. 그 돈은 현금으로 주고받았고 그 돈을 준 사람
은......”
주진만 의원이 확! 팔을 뻗었다.
손에는 USB가 들려 있다.
“CCTV 영상에 담겼습니다. 김대성 의원의 비서관이었습니다.”
김대성 의원이 초조하게 넥타이를 고쳐 매고 옷매무새를 만진다.
그러다가 초조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쾅!’ 책상을 치며 일어섰다.
튀어나올 것 같은 눈동자가 벌겋다.
“모함입니다! 모함이에요! 난 내 비서관에게 그런 일을 지시한 적이 없어요!”
발악이 시작됐다.
성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걸어 위로 올라갔다.
이제 게임은 끝났다.
본회의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아무리 의원들의 동업자 의식이 강하다 해도 부결시킬 수 없다.
여기서 부결시키면 국민이 들고일어난다.
그럼, 이 사건으로 방탄 국회가 흔들릴 수 있다.
의원들에게는 자기 밥그릇이 가장 중요하다.
자기 밥그릇이 위협되는 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다.
이번엔 성윤이 김대성 의원의 옆을 스쳤다.
“면회는 안 가요.”
“이런 개새끼가!”
김대성 의원의 고개가 성윤을 향해 홱 돌아갔다.
눈동자에 살기가 넘치다 못해 뚝뚝 떨어진다.
그리고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의원들이 김대성 의원의 몸을 붙잡는다.
“왜 그래요!”
“아 좀! 이거 생방으로 나간다고!”
그들은 김대성 의원이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른다.
배후에 성윤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 없으니까.
김대성 의원도 핏덩이에게 당했다는 게 드러나면 쪽팔렸는지 뒷이야기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저 뒤로 질질 끌려가며 피를 토할 듯 외친다.
“너 이 새끼 이리와! 죽여 버릴 거야! 이 개새끼야!”
김대성 의원은 번뜩한 눈동자로 침까지 흘리고 있다.
성윤이 그 앞으로 저벅저벅 다가갔다.
그 모습은 전국에 생방송으로 전파를 타고 있었다.
< 산소 호흡기. - (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