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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202화 (완결) (202/202)

202화 다 끝났어요

블랙 드래곤과의 싸움에서 대부분의 내공을 소모한 강주혁은 신다은이 이때를 위해 남겨놓은 영약과 치유 물약을 받아 마신 후에야 간신히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완성된 사신무극검은 분명 무극검을 능가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열세인 부분이 바로 내공이다.

뛰어난 검술체계일수록 공격에 소모되는 내공을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 사신무극검 역시 다른 검술처럼 호흡을 통해 내공을 회복할 수 있고 그 속도도 매우 빠르다.

하지만 무극검처럼 무한에 가까운 내공을 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난감하네.’

좀 전에 교주의 허공섭물을 저지하느라 겨우 끌어모은 내공을 다시 소진하고 말았다. 내공을 다시 모으기 위해서는 도박이 필요했다.

"할아버지가 네놈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회장님의 파천제왕검 덕분이었지."

교주의 눈이 가늘어졌다.

"사신무극검을 완성에 필요한 마지막 한 조각은 파천제왕검이었다."

교주는 불신이 가득한 시선으로 신다은을 바라보았다. 믿기 싫어도 믿어야 할 것이다.

"네놈은 회장님의 생명을 앗아갔지만, 회장님의 유지까지 앗아가진 못했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강 씨 집안이든, 신 씨 집안이든, 내겐 똑같이 하찮은 버러지들일 뿐이다!"

교주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자신의 격을 드러냈다. 사이한 기운이 폭발하면서 주변에 있던 모든 걸 날려 버렸다. 교주를 중심으로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몸에 박혀 있던 검들이 녹아서 흘러내렸다. 뚫려 있던 구멍들도 빠르게 사라졌다. 육신이 뒤틀리면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악마의 그것 같은 뿔이 돋아났다.

지옥의 악귀 그 자체였다.

"저, 저건……."

헌터들은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부를 수도 없게 된 신대성을 보고 경악했다.

"뭐야?"

교주를 중심으로 검은 안개가 뿜어져 나와 주변을 뒤덮었다. 대낮인데도 주변이 짙은 어둠에 잠겼다.

"크크크, 경산마존 때는 확실히 불가능한 일이었지. 그 노인네는 끔찍할 정도로 발악을 해댔으니까."

경산마존은 지금과 같은 괴물이 아니었다. 실력은 괴물 같았지만 생긴 건 분명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놈은 다르다. 속까지 썩어 문드러진 아주 완벽한 그릇이지."

교주가 악마로 변할 수 있었던 건 신대성의 영혼이 그만큼 얼룩져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척!

강주혁은 자세를 고쳐 잡았다. 하지만 먼저 들어가지는 않았다.

"네놈은 특별히 아주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교주가 강주혁을 향해 돌진했다.

강주혁조차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빨랐다.

‘할 수 있다.’

강주혁은 정신을 집중했다.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죽어라!

교주는 첫 합부터 무극검을 사용할 것이다.

방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강력한 내공의 폭발. 권대호가 그랬던 것처럼 비슷한 수준의 내공으로 맞불을 놓아 폭발의 방향을 비스듬하게 트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었다.

하지만 강주혁에게는 또 다른 수가 있었다.

캉!

강주혁의 검과 교주의 검이 부딪혔다.

콰콰콰콰!

주변의 땅들이 비명을 질렀다. 찢어진 공기가 귀에 이명을 남겼다. 하지만 무극검 특유의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교주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갔다.

"에잇!"

교주가 다시 광포하게 검을 휘둘렀다.

캉! 캉!

강주혁은 그 검을 모두 받아냈다. 여전히 내공을 동원한지 않는 순수한 검과 검의 충돌처럼 보였다.

콰쾅!

하지만 그 대신 주변의 땅들이 모두 파괴되고 있었다. 교주는 무극검을 쓰고 있었다. 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으로.

하지만 강주혁을 집어삼켜야할 힘은 이상하게도 그 주변만 할퀴고는 사라져 버렸다.

"네놈!"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기는 법."

강주혁은 무극검을 막은 것이라 그것에 담긴 내공을 흡수하는 식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무극검과 동일한 원리로 공격이 닿는 지점에 내공을 집중한 후 상대의 내공을 동화시켜서 빨아들이는 식이었다.

사신무극검의 완성으로만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그리고 이것이 사신무극검이 무극검을 능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캉! 캉! 캉!

공격이 지속될수록 강주혁은 잃어 버린 내공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내 힘은 무한하다."

"그 무한한 힘 고맙게 받지."

"네놈의 잔재주는 높이 사주마. 하지만 네 검도 그럴 수 있을까?"

교주가 악마처럼 웃어 보였다. 교주의 지적대로 멸마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내공의 통로로 사용되면서 내구도가 급격히 줄어들어 버린 것이다.

서리꽃은 현무검을 쓰기에 최적화된 명검이지만 교주를 상대하기에는 적절한 무기가 아니다. 무극검과 충돌하는 순간 다른 검들처럼 깨져 버릴 것이다.

어떻게든 멸마검으로 버텨야 했다.

"강 이사!"

그때, 이윤철이 검을 휘두르면서 끼어들었다. 김철수도 함께 했다.

챙! 캉!

교주는 두 사람을 상대하느라 뒤로 잠시 물러나야 했다.

기습을 당해서 잠깐 수세에 몰렸을 뿐 금방 공세로 돌아올 것이다. 압도적인 차이가 있으니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주혁 씨."

신다은이 강주혁 근처로 다가왔다.

"준비하세요. 오래 버티진 못할 거예요."

"알겠어요. 다은 씨도 조심하세요."

신다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교주를 향해 달려갔다.

강주혁은 철철 흘러넘칠 정도로 많은 내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공격하는 대신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영혼까지 벨 수 있는 검은 준비 없이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검을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강주혁은 신다은과 동료들을 믿었다. 그들이라면 교주를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강주혁이 본격적으로 기술 준비에 들어가자 청명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주변을 뒤덮고 있던 검은 안개들이 조금씩 밀어냈다. 강주혁 주위만 환해지기 시작했다.

"저놈을 죽여라!"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교주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주혁 씨를 지켜요!"

신다은이 헌터들에게 명령했다. 그들은 방진을 만들어 강주혁을 에워쌌다. 부상자들도 방진 안으로 옮겨졌다.

이미 발리스타가 있던 외곽은 몬스터들로 인해 무너진 지 오래였다. 남아 있는 헌터들은 강주혁을 겹겹이 에워싼 후 항전을 벌였다.

서걱!

"으악!"

"사장님!"

김철수와 함께 교주를 상대하던 이윤철이 쓰러졌다.

무극검을 맞지는 않았지만 교주가 허공섭물로 조정하는 검에 베인 것이다.

김철수는 무극검을 막다가 검이 파괴되는 바람에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싸우고 있었다.

"죽어라!"

교주가 이윤철의 심장을 노리고 검을 내질렀다. 하지만 팔을 완전히 뻗기도 전에 검로를 틀어 검을 위로 쳐올렸다.

콰지직!

김철수와 이윤철이 시선을 끄는 동안 공중으로 도약한 신다은이 뇌기를 머금은 검을 교주의 정수리를 향해 던지려고 한 것이다.

파천제왕검의 비전절기. 교주는 신다은을 향해 검을 뻗어 무극검으로 맞받아쳤다.

쾅!

하지만 신다은은 뇌기를 머금은 검을 던지려다 말고 그냥 옆으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무극검은 허공만 찢어놓았다.

무극검의 여파가 사라지자마자 또 하나의 신형이 교주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이거나 먹어라!"

신다은에 이어 곧바로 도약한 남궁천 사장이었다.

콰지직.

남궁천의 검이 벼락이 되어 교주의 정수리를 찍었다.

"으아악!"

벼락이 교주를 집어삼켰다. 신다은에게 낚여서 무극검을 써버린 교주는 미처 방어하지 못하고 직격으로 맞고 말았다.

척!

신다은에 이어 지상에 착지한 남궁천 사장이 그녀를 보고 씩 웃어 보였다.

"제대로 한 거 맞니?"

"네. 완벽했어요."

완벽한 시간차 공격. 신다은이 속임수 동작으로 무극검을 사용하게 만든 후 남궁천이 이어서 공격을 한 것이다.

지난 한 달 동안, 남궁천은 신태원이 알려주지 않은 파천제왕검의 비전절기를 신다은에게 배웠다.

두 사람을 이어준 건 강주혁이었다.

"해치웠나?"

이 정도로 쓰러질 교주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으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자 기대를 하게 되었다.

"아마 아닐 거예요."

신다은은 검을 고쳐 잡은 후 검은 안개 속을 눈여겨봤다.

"이 사장, 괜찮나?"

남궁천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물었다.

"견딜 만하네."

이윤철은 김철수의 부축을 받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크크크크."

벼락을 맞고 쓰러져 있던 교주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신태원의 파천제왕검은 경산마존의 이성을 되찾아주었으나 남궁천의 검은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인상적인 발악이었다."

교주가 검을 치켜들었다. 검은색의 검기가 칼날을 감쌌다. 완전히 감싼 후에도 끊임없이 길어져 그 길이가 거의 10미터에 이르렀다.

헌터들은 내공으로 만들어진 거검을 보고는 완전히 질려서 뒷걸음질 쳤다. 저건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검이다.

"끝내주마."

"조심해요!"

교주가 거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퍼퍽!

검에 닿은 헌터들은 비명도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소멸해 버렸다.

그들 모두 최소 부장직급의 실력자였지만 교주의 검은 그런 걸 따지지 않았다.

겁에 질린 헌터들은 교주의 검이 닿지 않을 만큼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등 뒤에는 강주혁이 있었다.

"물러서지 마라! 이러나저러나 죽는 건 마찬가지다! 죽을 거면 희망을 위해 죽어라!"

몸을 추스른 권대호가 일어나 호통을 쳤다.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렸지만 거동이 상당히 불편해보였다. 오른팔은 여전히 쓸 수 없었다.

그럼에도 권대호는 제자 앞을 떠나지 않았다. 주변은 온통 어둠과 죽음뿐. 하지만 제자만큼은 홀로 빛을 밝히고 있었다.

신다은도 권대호와 나란히 섰다. 그러자 강주혁을 버리고 물러났던 헌터들은 다시 돌아와 그를 에워쌌다.

"그래. 이러나저러나 죽는 건 마찬가지지."

교주는 비소를 흘리면서 걸어왔다. 손에는 여전히 검은 거검을 들고 있었다.

"궁지에 몰린 쥐새끼들이 용기만 가상하군."

교주가 거검을 들어 올렸다. 저걸 내려찍으면 권대호와 신다은은 물론이거니와 강주혁까지 도 두 쪽이 날 것이다.

"죽어라!"

거검이 단두대의 칼날처럼 떨어졌다. 권대호와 신다은이 함께 호신강기를 전개하려는 찰나, 제자리에서 꼼짝 않고 있던 강주혁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캉!

그리고는 교주의 거검을 막아냈다.

"……네놈이."

청명한 기운이 강주혁의 검을 따라 흘러내리며 밝은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또 덧없는 술수를 부리는구나."

교주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모두 물러서요!"

강주혁은 교주의 검을 받아내면서 말했다.

쾅! 쾅!

강주혁은 교주와 합을 나누면서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10미터가 넘는 거검과 맞붙는데도 강주혁의 검은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쾅!

검을 쳐내면서 거리를 좁혀나간 강주혁은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교주와 가까워졌다.

"네놈이 아무리 발악을 해도 그 따위 검으로 승패를 뒤집을 수는 없다!"

교주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그의 말대로 이미 금이 간 멸마검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으아아아!"

교주는 방어를 포기하고 자신의 몸을 내어주면서 검을 휘둘렀다. 강주혁은 공격을 하는 대신에 방어에 치중했다.

쾅!

교주의 검을 막아내는 순간 멸마검에서 금이 갔던 부분이 깨졌다. 하지만 교주의 기대와는 달리 검은 부러지지 않았다.

철 조각이 떨어진 자리에 새로운 검이 나타난 것이다. 금이 간 부분은 그저 도금에 지나지 않았다. 칼날 안에 또 하나의 칼날이 더 있었던 것이다.

"익숙한 검이지? 안 그래?"

강주혁은 씩 웃었다. 멸마검의 뼈대가 되었던 봉마검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할아버지가 쓰셨고, 아버지를 거쳐 내게 전해진 검이다."

교주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그의 검을 감싸고 있던 검은 검기가 옅어졌다. 봉마검이 그것을 빨아들인 것이다.

헌터들을 분쇄해 버리던 거검이 완전히 사라졌다.

"사신무극검 비전절기."

강주혁이 그 상태로 자세를 잡았다.

"으아아아!"

당황한 교주는 다시 한번 무극검을 쓰려고 했다.

"파천제왕검(破天帝王劍)."

강주혁 역시 최후의 검술을 펼쳤다.

번쩍!

섬광과 함께 교주의 검이 사라졌다. 검을 쥐고 있던 오른팔과 머리의 절반도 사라졌다. 피 대신 검은 액체를 콸콸 쏟아졌다.

"……나, 나는 돌아올 것이다."

"사신무극검은 영혼을 벤다."

강주혁은 휘둘렀던 검을 회수해 다시 들었다.

"아, 안 돼!"

강주혁의 말뜻을 이해한 교주가 절규했다.

서걱.

강주혁의 검이 신대성의 목과 교주의 영혼을 함께 베었다.

* * *

교주의 사망과 함께 상황이 종결되었다. 변절자들은 투항하고 정신을 차린 몬스터들은 달아났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신대성의 정체를 확인했다.

교주는 블랙 헌터 잔당을 시켜 드래곤 레이드 일정에 맞춰 신대길을 암살하려고 했으나 그것마저도 실패하고 말았다.

강주혁은 김철수에게 얘기해 유덕현을 블랙 드래곤 공략에서 제외시켰다. 그리고 유덕현에게 신대길의 신변 보호를 부탁했다. 유덕현은 윤정석, 주선우와 1부 3팀 사람들을 데리고 신대길을 경호했다. 암살자들은 경호팀과의 교전 중에 모두 사망했다.

헌터 관리국은 교주의 존재와 신대성과의 관계를 공표했다. 교주와 계약관계에 있던 사람들은 자유의 몸이 되자 자수를 했다. 신태원을 죽인 사람이 교주였다는 것도 밝혀졌다.

블랙 드래곤과 교주를 죽인 강주혁은 한국을 구한 영웅이 되었다. 그가 태원그룹의 대주주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안타깝게도 블랙 드래곤에게서 회중시계는 나오지 않았다. 모든 비극이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가 교주를 막겠다는 강주혁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끝났어요?"

신다은이 게이트 바깥으로 나오는 강주혁에게 물었다. 그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가도 되는데."

신다은은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옷 더러워지는 건 저 하나로 족해요."

강주혁은 정장에 묻은 먼지를 손으로 툭툭 털어냈다. 그는 무극검 구결이 새겨진 바위를 부수고 나오는 길이었다.

할아버지에게조차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사신무극검을 완성한 강주혁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세상을 어지럽히던 무극검은 사라지고 그 자식인 사신무극검만 남게 되었다.

"갈까요?"

"네."

두 사람은 마을을 가로질러 언덕을 천천히 올라갔다. 가는 길에 강주혁은 신다은의 손을 슬며시 잡았다. 신다은은 자연스럽게 강주혁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헌터 그만두는 거 아쉽지 않아요?"

"그만둘 생각 없어요. 언젠간 꼭 복귀할 거예요."

강주혁은 툴툴거렸다. 현재 그의 공식직함은 태원그룹 부회장이었다. 동시에 회장의 예비사위이기도 했다.

신대길은 강주혁에게 미국 MBA로 유학을 다녀올 것을 권했고, 강주혁도 이를 받아들였다. 헌터로서는 더 이상 위로 올라갈 경지가 없는 강주혁이었지만 경영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많았다.

시험에 합격하는 즉시, 신다은과 함께 유학길에 오를 예정이었고 다녀온 후에는 신대길에게 그룹 업무를 본격적으로 배울 것이다.

사실상 태원공략에서의 생활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검을 안 들고 다니는 주혁 씨 모습이 상상이 안 되긴 하네요.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요. 웨이브 데이가 되면 회사에서 알아서 주혁 씨를 찾을 거니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요."

벌써부터 몸이 근질근질한 강주혁은 그 날이 오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회사사람들한테 얘기 안 할 거예요?"

"뭐를요?"

신다은은 무슨 얘기인지 알면서도 딴청을 피웠다.

"안다정 팀장님의 정체."

강주혁이 놀리듯이 말했다.

신다은은 체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요즘도 열심히 안다정 행세를 하면서 1부 3팀을 이끌고 있었다.

강주혁이 떠난 이후로 1부 3팀은 명실공이 태원공략 최고의 팀이 되었다. 공허진이 이끄는 1부 2팀이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었고.

덕분에 공략 1부 부장인 유덕현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유 부장님이나 공 팀장이 진짜 서운해 할 텐데……."

안다정은 사람들이 받게 될 충격과 그로 인한 비난(?)이 두려워서인지 정체공개를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다.

"우리 결혼식 때 밝힐게요."

"네?"

"결혼식 날 안다정 모습으로 하객들 앞에 서는 거예요."

"……웨딩드레스는요?"

"입고 나와야죠."

"……."

"그리고 하객들 앞에서 목걸이를 벗는 거예요."

"그, 그건 좀……."

신다은은 그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는지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강주혁은 그런 그녀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아는 안다정과는 달리 신다은에게는 좀 엉뚱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두 사람은 어느덧 언덕 정상에 이르렀다. 쌍둥이처럼 꼭 닮은 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심어져 있었다. 그사이로 강주혁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마을과 건너편의 게이트가 내려다보였다.

이곳은 한때 청룡검 비급이 묻혀 있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두 개의 묘가 있었다. 하나는 이장한 아버지의 묘였고 다른 하나는 할아버지의 묘였다.

두 사람은 몸가짐을 가지런히 하고는 묘 앞에 나란히 섰다.

"다 끝났어요."

강주혁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말했다.

-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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