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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201화 (201/202)

201화 지금까지는 그랬지

강주혁은 자신의 브레스를 막아낸 인간들을 보고 얼이 빠져 있는 블랙 드래곤을 향해 도약했다.

드래곤이 가장 무력한 순간은 브레스를 사용한 직후. 탈력감 때문에 몸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강주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블랙 드래곤의 미간까지 날아간 그는 남아있는 내공을 끌어내어 기술을 펼쳐 보였다.

현무칠연격(玄武七聯擊).

피부에 닿기만 해도 심장까지 얼어붙게 만들 것 같은 냉기가 칼날을 따라 피어올랐다.

강주혁은 냉기를 머금은 쌍검을 연달아 휘두르면서 공중에서 칼춤을 추었다.

크아아악!

같은 곳에 가해진 여섯 번의 연격. 비늘이 얼어붙어서 하얗게 변했다.

파각!

그리고 일곱 번째 공격이 작열하는 순간, 미간에서 피가 왈칵 뿜어져 나왔다.

지금껏 한 번도 공격당하지 않은 부위였으나 강주혁의 예리한 검은 비늘을 뚫어 버렸다.

크아아아!

블랙 드래곤은 목을 크게 휘저으면서 머리를 뒤로 뺐다.

척!

강주혁은 지상에 착지했다. 또다시 돌풍이 불어 닥쳤다.

붕! 붕!

블랙 드래곤이 다시 날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는 브레스를 쓰는 게 아니라 달아나기 위해서였다.

"발리스타!"

강주혁이 암석지대 외곽을 향해 외쳤다. 그곳에는 초대형 발리스타가 설치되어 있었다.

"발사!"

발리스타 사수들을 지휘하고 있는 남궁천이 소리쳤다.

석궁화살은 전봇대만 한 철심.

촤르륵.

철심의 끝에는 쇠사슬이 걸려 있었고, 쇠사슬의 끝은 바위에 감겨 있었다.

사수들은 강주혁이 미리 얘기해 준 대로 블랙 드래곤을 노린 게 아니라 그 위로 넘겨 쏘았다.

철심은 강력한 물리피해를 줄 수 있지만, 내공을 실을 수 없기에 블랙 드래곤의 비늘을 뚫을 수 없었다.

하지만 비행을 방해할 수는 있었다.

쾅!

드래곤을 넘은 발리스타 화살이 반대편 암석에 꽂혔다. 화살에 걸려 있던 쇠사슬이 블랙 드래곤의 날개와 몸뚱이에 걸쳐졌다.

크아아아!

블랙 드래곤은 위로 날아오르려다 말고 비틀거렸다.

충분히 힘이 빠진 후에 썼기에 쉽게 끊어내지 못했다. 아마 처음부터 저걸 사용했으면 단번에 끊고 날아올랐을 것이다.

"공격!"

헌터들이 재차 공격을 감행했다. 블랙 드래곤은 몸부림을 치면서 저항했다. 수세에 몰리긴 했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여전히 대부분의 공격이 비늘을 뚫지 못했다. 하지만 강주혁의 공격은 아니었다.

탁!

블랙 드래곤이 다른 헌터들에게 정신이 팔린 틈에 강주혁은 다시 머리를 향해 도약했다.

크아아아!

강주혁이 머리에 달라붙자 위기의식을 느낀 블랙 드래곤이 머리를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강주혁은 비늘 사이의 틈에 손을 집어넣고는 떨어지지 않게 버텼다.

크아아!

블랙 드래곤은 머리를 번쩍 들더니 그대로 땅에다가 찧었다.

쾅!

"큭!"

강주혁은 돌바닥과 부딪히는 순간, 백호금강갑을 사용해서 충격을 완화했다.

엄청난 무게를 가진 블랙 드래곤의 머리가 짓누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강주혁의 몸은 으깨지지 않았다.

크아아아!

블랙 드래곤은 다시 머리를 들어 올렸다. 또 한 번 헤딩으로 머리에 붙은 강주혁을 찍어 버리려는 것 같았다.

강주혁이 한 템포 빨랐다. 머리를 들어 올리는 순간 팔을 뻗어 미간으로 옮겨간 강주혁은 현무칠연격으로 생긴 상처에 멸마검을 쑤셔 넣었다. 아주 작은 상처였지만 검 한 자루가 들어가기에는 충분했다.

강주혁은 무극검을 시전했다.

펑!

블랙 드래곤의 몸이 들썩였다. 높이 쳐들었던 머리가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강주혁은 머리가 지상에 떨어지기 직전, 몸을 날렸다.

쿵!

드래곤의 거체가 주저앉자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블랙 드래곤은 혀를 빼문 채 피눈물을 흘렸다. 몸을 몇 번 움찔거리긴 했으나 그것도 이내 멎었다.

정확하게 뇌가 있는 곳에 무극검을 맞았다. 뇌가 터져버렸기에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헉, 헉."

블랙 드래곤이 완전히 침묵하는 것을 본 강주혁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내공도 체력도 완전히 바닥이었다.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흙먼지가 자욱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조심해!"

그 먼지 속에서 살기가 얼핏 느껴진다고 느낀 순간, 바로 앞에 갑자기 신대승이 나타났다.

푹!

강주혁이 다시 검에 손을 가져가는 순간, 신대승의 명치에서 검은색의 칼날이 튀어나왔다. 그 칼날은 강주혁에게 닿기 직전에 멈췄다.

"……피, 피해. 이 등신아."

신대승이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 말했다. 상처 부위가 검게 물들어 있었다.

무극검으로 인한 상처.

‘……왜?’

강주혁은 충격을 받았다. 한때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신대승이 자신을 지키려고 몸을 날린 것이다.

‘신 팀장님 때문인가.’

강주혁은 신유정을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 신대승은 그런 강주혁을 위해서 자기 몸을 내던진 것 같았다.

"아빠!"

신유정을 돌보고 있던 신수정이 비명을 질렀다. 헌터들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경악했다.

"버러지 같은 놈이 명줄도 길구나."

강주혁을 찌르려다가 신대승의 몸을 꿰뚫은 사람은 예상대로 신대성이었다.

신대성의 몸을 잠식하고 있던 교주가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이, 이 새끼가……."

신대승은 몸에 박혀 있는 칼날을 맨손으로 잡은 채 자기 검을 번쩍 들었다.

자기 몸을 꿰뚫어서 뒤에 있는 신대성을 공격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신대성이 한 발 빨랐다.

쾅!

신대성의 칼날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신대승의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으악!"

신대승의 몸에 구멍을 낸 폭발은 강주혁까지 덮쳤다. 블랙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해서 힘을 소진한 강주혁은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뒤로 튕겨져 나갔다.

* * *

"주혁 씨!"

신다은이 강주혁을 향해 달려 나갔다.

"아빠!"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신대승은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때가 왔다! 형제들이여!"

신대성 아니, 교주가 외쳤다. 목소리가 천지를 뒤흔드는 것처럼 울려 퍼졌다.

"마존을 위하여!"

"새로운 세상을 위하여!"

헌터들이 교주의 부름에 호응해 갑자기 아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장시간의 전투로 지칠 때로 지쳐 버린 헌터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변절자들은 이 순간을 위해서 일부러 체력을 비축해 둔 것 같았다.

"몬스터다!"

"포위당했다!"

암석지대 외곽 쪽에서 미노타우로스와 오거 같은 대형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그 수가 지역 전체를 포위할 만큼 많았다.

블랙 드래곤의 존재감 탓에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죽어!"

아버지의 죽음으로 눈이 돌아간 신수정이 앞뒤를 가리지 않고 교주에게 덤벼들었다.

교주는 손을 뻗었다. 그러자 검이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아……."

주인에게서 벗어난 검이 오히려 주인을 난도질했다.

스걱! 서걱!

"으악!"

신수정이 피를 뿌리면서 쓰러졌다.

"아, 아버지 도대체 왜……."

신태훈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완전히 얼이 빠져 있었다.

교주는 악마처럼 웃더니 검을 휘둘렀다.

"태훈아!"

캉!

신태양이 끼어들어서 교주의 검을 막았다.

펑!

"컥!"

하지만 이어지는 무극검은 막을 수 없었다. 엄청난 내공이 터져나가면서 검과 주인을 함께 날려 버렸다.

피투성이가 된 형을 본 신태훈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으아아아아아!"

신태훈이 교주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교주는 귀찮다는 듯이 검을 휘둘렀다.

펑!

무극검에 맞은 신태훈의 몸이 풍선처럼 터져 버렸다.

"미, 미친……."

헌터들은 감히 교주에게 덤빌 생각을 못 했다.

"마석훈 네 이놈!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끝장을 내주마."

이번에도 분위기를 가져온 건 권대호였다.

항상 특유의 보법으로 순간이동을 하든 다니든 그였지만 이번에는 그냥 달려서 교주에게 덤벼들었다.

강주혁을 도와 블랙 드래곤의 브레스를 막느라 내공을 대부분을 소진한 탓이었다.

"오랜만이외다."

교주는 여유 있게 웃으면서 권대호를 맞이했다.

쾅! 쾅!

교주의 검과 권대호의 주먹이 공중에서 부딪혔다. 검과 권이 부딪히는 자리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안구가 터질 것처럼 강한 빛이었다.

공략회사의 사장들조차 차마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으아아아!"

두 사람은 속도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몸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공방을 주고받았다.

언뜻 보기에는 호각. 하지만 권대호의 입에서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슬슬 끝내지."

검을 휘두르던 교주가 검을 쥔 채로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두 사람의 주먹이 격돌했다. 주변에 있던 헌터들이 뒤로 날아갔다.

"큭!"

권대호 역시 피를 뿜으면서 뒤로 날아갔다.

"선생님!"

이윤철이 권대호에게 달려가고 김철수가 교주를 막아섰다.

하지만 먼저 덤벼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난 괜찮네."

권대호는 금방 상체를 일으켰다. 하지만 자기 힘으로 일어나지 못했다. 오른팔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근육이 모두 터져 버린 것이다.

"천하의 종로투왕도 세월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교주가 이를 드러내면서 웃었다.

여기에 있는 헌터들 중 최강자 두 명이 모두 쓰러졌다.

교주는 여전히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변절자들은 기세를 올려가면서 헌터들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바깥쪽에는 수천 마리의 상급 몬스터가 있었다.

절체절명의 상황.

"오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교주가 손을 뻗었다. 죽거나 다친 자들이 남긴 무기들이 일제히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블랙 드래곤과의 전투를 대비해서 준비해 둔 예비무기들까지 합치자 그 수가 수십에 이르렀다. 그것들의 끝이 헌터들에게 향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들이여, 모두 죽어라."

교주가 손을 움직였다. 그러나 무기는 움직이지 않았다.

"음?"

공중에 떠 있는 수십 개의 무기가 덜덜 떨렸다. 헌터들을 향해 있던 칼끝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수십 개의 칼끝이 가리킨 것은 교주 자신이었다. 교주의 흔들리는 시선이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저벅. 저벅.

강주혁이 교주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지만, 기세와 눈빛은 굳건했다.

"오늘 죽는 건 우리가 아니라 네놈이다."

강주혁이 손짓하자 공중에 떠 있는 모든 무기가 교주에게 날아갔다.

촤아악! 캉!

교주는 호신강기를 펼치는 동시에 검강을 날려서 날아오는 무기들을 떨쳐냈다.

푹! 푹!

"큭!"

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아 모든 무기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무극검을 남발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내공을 가지고 있었고, 그걸로 호신강기를 전개했는데도 막지 못한 것이다.

"큭!"

몸에 열댓 개의 검이 꽂힌 교주가 무릎을 꿇었다.

‘무극검을 사용했는데…… 어째서?’

강주혁이 무극검으로 블랙 드래곤을 죽이는 것을 보고 행동을 개시했다.

모든 내공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당분간 제대로 싸울 수 없어야 했다. 블랙 드래곤의 내공을 흡수하더라도 전부 회복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무기를 동시에 조정할 수 있는 건 무극검의 전매특허였다. 강주혁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잊었나 보군. 사신무극검의 뿌리가 무극검이라는 걸."

강주혁이 교주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교주는 어째서인지 그와 눈을 마주치는 게 두려웠다.

"……사신무극검은 미완성이다."

"지금까지는 그랬지."

신다은이 다가와 강주혁 옆에 나란히 섰다. 교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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