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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200화 (200/202)

200화 안 끝났습니다

순식간에 여섯 명이 전투불능이 되었다.

그들 중 절반은 임원이고 절반은 부장이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회피나 방어도 못해보고 무너져 내렸다.

"이 망할 도마뱀이!"

하지만 이보다 더 한 수라장도 헤쳐 나온 권대호였다.

"다친 사람 치료해!"

명령을 내린 권대호는 드래곤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귀멸축공보를 이용해 단숨에 머리 근처까지 날아간 후 내공을 실은 주먹을 날렸다.

퍽!

한국 제일의 권사가 날린 주먹이 블랙 드래곤의 옆통수에 꽂혔다. 블랙 드래곤의 머리가 옆으로 살짝 틀어졌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크아아!

블랙 드래곤은 입을 쫙 벌려서 공중에 떠있는 권대호를 집어삼키려고 했다.

권대호는 재빨리 귀멸축공보로 빠져나갔다. 아니, 그렇게 했다고 생각했다.

붕.

블랙 드래곤은 백 미터에 가까운 덩치가 무색할 정도로 날렵한 몸놀림으로 한 바퀴를 돌더니 꼬리를 휘둘렀다.

꼬리는 정확하게 권대호가 옮겨간 곳으로 날아들었다.

‘아뿔싸!’

권대호가 몸을 보호하고 위해서 방어자세를 취한 순간, 강주혁이 그의 앞으로 끼어들어서 날아오는 꼬리를 대신 막았다.

"큭!"

권대호는 강주혁의 등 뒤를 받쳐주었다. 두 사람은 뒤로 날아가 암석에 처박혔다.

"으으으."

두 사람은 인상을 쓰면서 몸을 일으켰다.

꼬리의 충격은 강주혁이 기술을 써서 대부분 상쇄했다. 암석에 부딪히는 충격은 권대호가 호신강기를 써서 완화했다.

"괜찮으십니까?"

"등이 쑤시는구나. 너는 어떠냐?"

"죽을 맛입니다. 방패도 못 쓰게 되었군요."

강주혁은 우그러진 방패를 보면서 울적한 표정을 지었다.

절대 파괴되지 않는 방패라면서 자랑을 해대던 방패였는데 지금은 고철이 되어 버렸다.

"보통 놈이 아니다. 몸조심하거라."

"스승님도요."

"가자."

"네."

두 사람은 다시 블랙 드래곤을 향해 돌진했다.

* * *

블랙 드래곤의 압도적인 공격력과 맷집에 헌터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전투력 차이가 워낙 커서 수적 우위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블랙 드래곤이 앞발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서너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근처에 있다가 발에 부딪히기만 해도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블랙 드래곤에게는 없는 것이 헌터들에게 있었다.

"공 팀장님, 이쪽이에요!"

"네! 이사님!"

공허진이 강주혁의 명령에 따라 사망자들에게 달려갔다. 그녀 외에도 스무 명의 S급 힐러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시선을 끄는 동안 힐러들이 죽은 사람들을 살려내는 식으로 전투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버티면 이긴다.’

강주혁은 회귀 전에 이 싸움이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일생일대의 전투였기에 세밀한 부분까지 잊지 않았다.

"무리하게 공격하지 말고 적당히 자극만 해요! 패턴을 익히는 게 최우선입니다!"

헌터들은 강주혁의 명령대로 소극적으로 공격하면서 회피에 집중했다.

예상대로 피해가 줄어들었다. 다치거나 죽은 사람에게는 곧장 힐러가 달라붙었다. 그동안 나머지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시선을 끌었다.

그런 식으로 싸우자 전투의 양상이 달라졌다. 블랙 드래곤은 계속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으나 그것들이 결정적인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부활을 막으려면 시체를 훼손해야 하는데 다른 헌터들이 악착같이 달려들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틈이 없었다.

그리고 싸움이 지속되자 블랙 드래곤도 무의식적으로 동작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눈에 익자 헌터들이 공격을 당하는 일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공격할 때 꼭 흔적을 남겨요! 그 흔적을 보고 같은 곳만 계속해서 때리는 겁니다!"

헌터들의 공격은 블랙 드래곤의 오러 스킨은 뚫어도 비늘은 뚫지 못했다. 하지만 비늘에 그을리거나, 긁힌 자국을 남길 수는 있었다. 다음 헌터는 그 자국을 우선 적으로 공격했다.

블랙 드래곤도 항상 격렬하게 움직이는 건 아니었다. 숨을 고를 때만큼은 움직임이 둔해졌다. 헌터들을 그때를 노려 자국이 남아있는 곳들을 집중 공략했다.

‘뚫릴 때도 됐는데.’

강주혁은 부상병이 남긴 투창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비늘이 우그러진 부분을 향해 힘껏 던졌다.

푹!

투창의 날이 박혔다. 깊게 박히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비늘을 뚫은 것이다.

"먹혔다!"

"비늘이 뚫렸다!"

계속되는 싸움에 기진맥진해진 헌터들이 함성을 질렀다.

크르르.

블랙 드래곤은 귀찮다는 듯이 몸을 흔들자 박혀있던 투창이 툭하고 빠져나왔다.

"계속 공격해! 우리도 뚫어보자!"

하지만 그 한 번의 공격으로 헌터들은 용기를 얻었다.

휙! 휙! 휙!

블랙 드래곤이 갑자기 날갯짓을 하자 엄청난 광풍이 불어 닥쳤다. 날아오던 화살들이 모두 반대로 날아가 버리고 마법들도 굴절되었다.

"조심해!"

헌터들은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밀려갔다. 무게가 가벼운 사람들은 아예 뒤로 날아가 버렸다.

"발리스타!"

"아직 안 됩니다!"

권대호는 준비한 발리스타를 사용하려고 했으나 강주혁이 말렸다.

"힘을 더 빼야 합니다. 지금 쏘면 장비만 부서집니다."

권대호는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티아메트급 블랙 드래곤과 싸워본 경험자지만 강주혁은 아니다.

"알겠다."

하지만 권대호는 고개를 끄덕여줬다. 제자에게 뭔가 다른 뜻이 있다고 여긴 것이다.

평소에 쌓아온 신뢰가 아니었다면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광역 브레스예요! 모두 바위 뒤로 숨어요! 블랙 드래곤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저항력 물약 먹어라!"

강주혁과 권대호가 사람들에게 명령했다. 사람들은 서둘러서 암석 뒤로 숨었다. 그리고 준비해 온 물약을 들이켰다. 잠시 동안 화염저항력을 극대화시켜 줄 것이다.

콰아아아아아!

블랙 드래곤이 공중에 뜬 상태로 지상을 향해 숨결을 토해냈다.

폭포처럼 쏟아진 화염이 넓게 퍼져나가면서 일대를 완전히 뒤덮어 버렸다.

"으아아악!"

바위 뒤로 몸을 숨겨 직격으로 맞는 건 피했지만 그래도 용의 숨결은 쉽게 견딜 수 있는 불이 아니었다.

헌터들은 자신들이 가진 모든 보호 수단과 치료 수단을 총동원하면서 버텨야 했다.

"끝났다!"

잠시 후, 끔찍했던 불지옥이 끝났다.

쿵!

블랙 드래곤이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

"앗, 뜨거!"

"제기랄!"

헌터들은 곧장 공격을 재개하려고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지상에 남아 있는 잔열이 상급헌터들조차 견디기 어려울 만큼 강했던 것이다. 암석이 녹아내려서 용암 웅덩이가 생긴 곳들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암석지대라서 불이 붙을 만한 것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주변이 숲이었다면 이 일대는 불바다가 되었을 것이다.

"잠깐 기다려요!"

강주혁이 제자리에서 도약했다. 한 손에는 멸마검이 다른 한 손에는 신다은에게 받은 <서리꽃>이라는 검이 들려 있었다.

신대길이 젊은 시절에 사용하던 명검으로 냉기속성을 강화해 주는 검이었다.

강주혁은 공중에 뜬 상태로 두 검을 번갈아 가면서 휘둘러 수십 개의 검강을 뽑아냈다. 검강은 흩어지면서 눈꽃으로 변했다.

강주혁을 중심으로 서리폭풍이 휘몰아쳤다.

현무설화참(玄武雪華斬).

공중에서 냉기를 머금은 검강을 날려 지상의 적들을 얼려 버리는 광역공격기술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이 없는 곳에만 썼다.

척!

강주혁이 지상에 착지했다.

"됐습니다!"

숨결의 여파로 남아있던 잔열이 모두 사그라졌다. 오히려 서늘한 냉기가 감돌았다.

"엣취!"

신다은이 갑자기 기침을 터뜨렸다. 헌터들은 그걸 보고는 피식 웃었다. 경직된 분위기가 잠시 누그러졌다.

좀 전까지만 해도 화마에 시달렸는데 지금은 감기에 걸릴 걸 걱정해야할 지경이었다.

"움직여야 몸에 열이 난다. 감기 걸리기 싫으면 모두 공격해!"

권대호가 헌터들을 다시 몰아세웠다.

"와아아아!"

헌터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블랙 드래곤을 향해 돌진했다.

* * *

전투는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영력이 없어요!"

"물약! 물약 가진 사람!"

힐러들의 영력도 보급품도 서서히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블랙 드래곤도 눈에 띄게 지쳐 보였다. 덩치가 큰 만큼 에너지 소모도 컸던 것이다. 그리고 몸 여기저기에 생채기들이 생겼다. 강주혁의 말대로 한곳에 공격을 집중한 결과였다.

크아아아!

상황이 자기 뜻대로 풀리지 않아서인지 블랙 드래곤이 격노를 터뜨렸다. 고막이 터져나갈 것 같은 울음소리에 헌터들이 비틀거렸다.

쾅! 쾅! 쾅!

블랙 드래곤이 헌터들을 향해 돌진했다. 지금까지는 수세를 고수하면서 다가오는 헌터들만 상대했는데 갑자기 공세로 전환한 것이다.

"조심해요!"

헌터들은 몸을 피하려고 했으나 블랙 드래곤의 공격은 빠르고 집요했다.

블랙 드래곤은 헌터들을 따라가면서 계속해서 앞발을 휘두르고 아가리를 벌려댔다. 헌터들은 계속해서 몸을 날려가면서 피해다녔다.

콰직! 콰쾅!

블랙 드래곤의 격렬한 움직임에 강진이 일어난 것처럼 바닥이 부서지고 땅이 가라앉았다.

광역 브레스를 막아줬던 바위들도 모래성처럼 부서져 버렸다.

퍼걱!

"아악!"

집요하게 헌터들을 추격하던 블랙 드래곤이 마침내 팀 하나를 따라잡았다.

바위도 종잇장처럼 찢어 버리는 발톱에 맞은 헌터들이 피를 뿜으면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곤 돌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유정아!"

쓰러진 헌터들 중에는 신유정도 있었다. 그녀는 두 다리가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바닥에 처박혔다.

기절한 건지 움직이지도 않았다.

크아아아아!

블랙 드래곤이 숨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전방 브레스예요! 피해요!"

강주혁은 블랙 드래곤의 머리움직임만 보고 브레스의 종류를 예측했다.

전방 브레스는 스치기만 해도 녹아 버릴 정도로 공격력이 강하고 오래가는 대신에 공격범위가 상대적으로 좁다.

쓰러진 헌터들을 구하려고 달려가던 힐러들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헌터들을 구하려다가 자신들도 녹아버리게 생겼으니까. 가족인 신대승과 신수정조차 움직일 생각을 못했다.

"강 이사님!"

하지만 강주혁은 망설임 없이 신유정과 헌터들 사이로 뛰어 들었다.

‘현무빙옥검(玄武氷獄劍).’

그리고 땅속에 두 검을 꽂아 넣었다.

콰콰콰콰콰!

땅에서 하늘을 찌를 것처럼 끝이 날카로운 얼음덩어리들이 솟구쳤다.

검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튀어나온 얼음은 벽처럼 앞을 가려주었다.

원래는 바닥에서 솟구치는 얼음으로 적의 빈틈을 노리는 공격용 기술이지만 지금은 방어용으로 사용했다.

콰아아아아아!

그 순간, 숨을 충분히 들이마신 블랙 드래곤이 브레스를 뿜어냈다.

콰앙!

용의 숨결과 현무검이 만들어낸 방패가 격돌했다. 냉기와 열기가 부딪힌 자리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강주혁의 바람대로 얼음의 벽은 금방 녹아내릴 것처럼 흔들거리면서도 숨결을 막아냈다. 하지만 벽에서 계속해서 물이 흘러내렸다.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으아아아아!"

강주혁은 검에 내공을 불어넣으면서 버텼다. 조금이라도 밀리는 순간, 몸이 녹아 버릴 것이다.

"저도 갑니다!"

그 때, 누군가 강주혁 뒤로 뛰어들었다.

대현그룹 박종근 회장의 장손인 박종민이었다. 강원설귀의 손자답게 그 역시 얼음 마법의 대가였다.

"죄송하지만 이사님 앞에는 못 서겠습니다. 저는 마법사라서 물몸이거든요."

박종민이 너스레를 떨면서 손을 뻗었다.

빙벽을 따라 녹아내리던 물방울들이 다시 굳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버텨라!"

뒤이어 들어온 권대호가 강주혁의 등에 양손을 얹었다.

엄청난 내공이 몸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들이 체내를 휘감자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엄살 부리지 말고 집중해! 이것도 못 하면 내 제자가 아니다!"

강주혁은 정신을 집중해 권대호에게 넘겨받은 내공을 검으로 옮겼다.

콰콰콰콰콰!

흔들리던 빙벽 뒤로 또 하나의 빙벽이 솟구쳤다. 그런데도 열기는 뒤쪽까지 전해져 강주혁의 상의를 불태우고 피부를 그을리게 했다.

"유정아!"

신대승과 신수정도 빙벽 안으로 뛰어들어서 신유정과 부상자들을 들쳐 매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버텨라! 이대로 물러서면 우리가 죽는다!"

권대호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부상자들이 빠져나갔지만 기술을 접는 순간, 셋 다 숨결에 휘말려 꼼짝없이 죽을 것이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윤철 사장과 김철수 주무관도 뛰어들었다.

두 사람도 강주혁에게 내공을 보탰다. 강주혁의 입에서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정신이 어질어질했지만 어금니를 꽉 깨물고는 버텼다.

"힘이 빠지고 있다!"

영원과도 같았던 몇 초가 지나자 열기가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쨍그랑!

숨결이 끝나는 동시에 강주혁의 빙벽도 유리처럼 깨져 버렸다.

당혹감.

블랙 드래곤의 얼굴에 처음으로 경멸감이 아닌 다른 표정이 나타났다.

어떻게 이 하찮은 미물들이 자신의 가장 강한 공격을 막아냈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

"끄, 끝났다……."

강주혁을 제외한 네 사람은 티아메트급 블랙 드래곤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다리의 힘이 풀려서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안 끝났습니다."

하지만 강주혁은 아니었다. 자세를 고쳐 잡은 그는 지축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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