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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천재가 되었다-192화 (192/202)

192화 의식이 남아 있었던 건가

경산마존이 손을 뻗었다. 그를 중심으로 웅대한 마력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수십 개의 가닥으로 나누어져 사방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에게 스며들었다.

‘강령술?’

강주혁은 인륜을 저버린 할아버지의 행동에 경악했다. 하지만 다행히 강령술은 아니었다.

위잉.

수십 개의 무기들이 동시에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허공섭물?’

강주혁은 다행이라고 여겼던 좀 전의 자신을 저주했다.

하나도 제대로 하기 힘든 걸 수십 개나 동시에 해 버렸다. 심지어 그것들 중에는 엄청난 크기의 도끼도 있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챙! 캉!

수십 개의 무기들이 동시에 날아들었다. 경산마존을 향해 돌진하던 다섯 사람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신태원과 권대호 같은 극강의 고수들조차 멈춰 서서 방어에 집중해야 할 정도로 모든 공격이 예리했다.

‘어떻게 저게 가능한 거지?’

뇌가 수십 개로 나누어져 있지 않은 이상, 저렇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쉭!

그때, 경산마존의 신형이 사라졌다.

캉!

경산마존은 김철수 바로 앞에서 나타났다. 김철수는 간신히 그의 검을 막았다. 늘 침착하던 얼굴에 짙은 당혹감과 공포가 드리워졌다.

신태원이 잠깐 멈춰 선 경산마존의 옆구리를 노리고 검을 내질렀다.

공중에 떠 있던 열댓 개의 검과 창이 동시에 신태원에게 날아들었다.

캉! 캉!

신태원은 다급히 검을 회수해 자신을 노리는 무기들을 쳐 내야 했다.

펑!

경산마존과 김철수의 검이 맞닿은 자리에서 섬광이 번쩍이더니 김철수의 검이 유리처럼 깨져 버렸다.

무극검이었다.

"으아아악!"

부서진 검의 파편들이 날아가 김철수의 얼굴에 박혔다.

김철수는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제가 가겠습니다!"

자신을 괴롭히던 무기들을 떨쳐낸 이윤철이 경산마존에게 돌진했다.

펑!

권대호가 귀멸축공보를 사용해서 경산마존의 뒤를 잡았다. 신태원과 강주혁도 협공을 위해 다시 덤벼들었다.

경산마존은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손을 하늘을 향해 뻗었다.

파아아앙!

허공섭물로 인해 공중에 떠 있던 수십 개의 무기들이 주인에게로 몰려들었다. 갑자기 경산마존을 중심으로 광풍이 불어 닥치더니 무기들이 소용돌이가 되어 그를 감쌌다.

서걱! 스걱!

"윽!"

"큭!"

경산마존을 치려고 접근하던 네 사람은 칼에 난도질을 당한 후 뒤로 몸을 빼야 했다.

"으으."

강주혁은 상처를 살폈다. 생각보다 상처가 깊었다. 허공섭물을 이용한 공격은 본체의 공격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공격들조차 강주혁의 호신강기와 강체를 손쉽게 뚫어 버렸다. 강주혁보다 더 튼튼한 호신강기를 가지고 있는 신태원과 권대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허공섭물만 쓰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무기를 예리하게 만드는 내공까지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이거 제자 앞에서 체면이 말이 아니군."

기술까지 써서 가장 깊이 파고들었던 권대호의 부상이 가장 심각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것이 전투는커녕 서 있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쿵!

"……죄송합니다."

이윤철 사장도 한쪽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우리 둘만 남았군."

신태원이 강주혁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죽음을 결심한 사람처럼 표정이 착 가라앉아 있었다.

"제가 뚫어 보겠습니다."

"방법이 있나?"

"정면으로 돌파해야죠."

"……?"

강주혁의 말에 신태원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저 무시무시한 칼날 폭풍에 뛰어든다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다른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신태원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대로는 모두 경산마존의 손에 죽어 나갈 뿐이다. 부상자들도 대부분 중상이라서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해야 했다.

"회장님, 위에서 공격해 주실 수 있겠습니다?"

신태원의 눈이 커졌다. 공중에서 공격해 달라는 건 비기를 써 달라는 말이니까.

강주혁이 파천제왕검의 비기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한 모양이었다.

"내 공격이 성공할 경우, 자네도 위험해지네."

파천제왕검의 비기는 공중에 뜬 상태로 강력한 낙뢰를 동반하는 검을 지상을 향해 투척하는 기술이다.

당연히 지상에 있게 될 강주혁도 낙뢰에 맞게 될 것이다.

"저는 괜찮습니다. 어떻게든 저자를 막는 게 우선 아닙니까."

강주혁은 생각했다.

할아버지와 놀랄 만큼 닮았지만, 할아버지는 아니다.

설사 할아버지 본인이라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은 누구도 용서할 수 없다.

그런 존재를 처단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다치거나 죽는 건 감수할 수 있었다.

"……알겠네."

강주혁의 굳은 결의를 확인한 신태원이 검을 고쳐 잡았다.

"시작하겠습니다."

강주혁은 땅에 발을 디디고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 발에 내공을 집중했다.

기회는 한 번뿐.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간다.’

강주혁이 칼날의 폭풍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칼날이 닿으려는 찰나, 백호맹돌격을 사용했다.

가속도가 붙으면서 일시적으로 땅속으로 스며든 강주혁은 칼날의 일부를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지면 위로 올라왔을 때에는 백호금강갑을 사용했다.

캉! 캉!

호신강기로도 막지 못했던 칼날이 피부를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경산마존도 그걸 인지하고는 무기들을 강주혁에게 집중했다.

덕분에 신태원이 공중에서 파고들기가 수월해졌다.

"윽!"

몇몇 공격은 백호금강갑을 뚫고 들어왔다. 게다가 지속 시간도 거의 끝난 상태.

그런데도 강주혁은 내공의 성질을 백호검에서 청룡검으로 전환시켰다.

"큭!"

백호검의 기술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체내의 내공을 전환시켰더니 역류가 일어났다. 속이 뒤집히면서 입으로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강주혁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촤아악!

바로 그 순간, 칼날의 폭풍이 걷히면서 경산마존의 내지른 검이 날아들었다. 백호맹돌격을 사용한 직후라서 속도를 늦출 수도 없었다.

칼끝이 정확하게 강주혁의 미간을 노렸다.

‘제기랄!’

절체절명의 순간, 경산마존은 움찔하더니 검을 옆으로 틀었다.

‘어째서?’

경산마존은 몸을 뒤로 빼는 것과 동시에 검을 위로 쳐올렸다. 하늘에서 신태원이 벼락을 머금은 검을 던졌다.

쾅!

신태원이 던진 검과 경산마존이 휘두른 검이 공중에서 격돌했다.

파천제왕검의 비기와 무극검이 공중에서 격돌한 것이다. 강렬한 섬광에 눈이 멀어 버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강주혁은 지체하지 않고 청룡강림검을 사용했다.

시간차 공격.

강주혁이 처음부터 생각해 뒀던 방법이었다. 강주혁이 백호검의 기술들을 이용해 경산마존의 공격을 견디면서 접근한다. 경산마존은 당연히 강주혁에게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 틈에 신태원이 공중에서 파천제왕검의 비기를 사용한다.

광범위한 영역에 낙뢰를 떨어뜨리는 비기의 특성상 지상에 있는 강주혁이 위험해진다.

하지만 강주혁이 청룡강림검을 사용해서 하늘로 솟구쳐 버린다면 낙뢰를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신태원의 공격에 이어서 공격을 가함으로써 경산마존의 철통같은 방어를 뚫을 수 있을 것이다.

콰지직!

뇌기에 감싸인 강주혁은 빛처럼 빠른 속도로 하늘로 솟구쳤다.

쾅!

공중에 멈춰서는 찰나, 강주혁의 옆으로 내공의 폭풍이 스쳐 갔다. 경산마존이 사용한 무극검의 여파였다.

지상에서는 낙뢰가 떨어진 흔적이 없었다. 하늘에도 그런 기운이 없었고.

‘……졌구나.’

파천제왕검의 비기가 무극검에 의해 파훼당해 버린 것이다.

원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멈출 수도 없었다.

콰지지직!

벼락 그 자체가 된 강주혁은 데몬의 흑검과 함께 지상으로 떨어졌다.

‘아니?’

지상에 닿기 직전, 강주혁은 경산마존이 두 팔을 벌린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방어를 하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히 공격을 기다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서걱!

강주혁의 대검이 경산마존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푸악!

검은 피가 솟구치더니 두 개로 나누어진 몸이 허물어졌다. 경산마존 주위를 귀신처럼 떠돌던 무기들도 일제히 땅에 떨어졌다.

‘의식이 남아 있었던 건가.’

강주혁은 자신을 죽일 수 있었는데도 공격을 물렸다. 그리고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데도 공격을 몸으로 받아 냈다.

어쩌면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던 의식이 강주혁을 알아본 것인지도 몰랐다. 생각에 거기에 미치자 강주혁은 몹시 서글퍼졌다.

"쿨럭!"

등 뒤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신태원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회장님!"

강주혁은 신태원에게 달려갔다. 자세히 보니 팔 한쪽이 없었다.

"애썼네."

신태원은 강주혁을 보고는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 * *

경산마존이 교주를 쫓아서 게이트에서 멀어진 직후, 신대성은 곧장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경산마존이 나타났던 바위로 갔다.

바위가 무너진 자리에서 지하로 들어가는 동굴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신대성은 주변을 살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부비트랩 같은 걸 설치해 놨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침략자를 막는 다른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똑. 똑.

종유석에 매달려 있다 바닥으로 떨어진 물방울들이 큰 울림을 자아냈다.

동굴 안이 무척 어두웠기에 신대성은 야광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쪽 벽을 이루는 거대한 암석에 룬 문자들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드디어.’

신대성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 순간을 위해서 인내해 왔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그동안 견뎌야 했던 오욕을 되갚아 줄 때가 온 것이다.

‘이럴 때가 아니지.’

신대성은 주머니에서 팬과 메모장을 꺼냈다. 기억할 내용이 있으면 비서에게 말하면 되기에 메모장을 들고 다니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일을 위해서 특별히 챙겨 왔다.

"후우."

신대성은 심호흡으로 들뜬 가슴을 진정시킨 후, 한 글자 한 글자씩 받아쓰기 시작했다.

"제기랄."

야광석의 빛이 암석의 전체를 비추기에는 턱없이 약했다. 받아 적을 부분을 일일이 비춰 가면서 써야 해서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작업이 거의 끝날 때쯤이었다.

"받아 적는 건 다 끝났습니까?"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온 탁한 목소리에 신대성은 검을 뽑아 들면서 일어섰다.

교주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살아 있었군."

신대성은 내심 경산마존이 교주를 죽여 버리기를 바랐다. 자신이 그룹을 차지하더라도 계속해서 협박을 해 댈 놈이었으니까.

교주가 자신과 경산마존의 질긴 악연에 대해서 여러 차례 말했고 경산마존이 동굴에서 벗어난 것도 교주 때문이었으니 절대로 교주를 놓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교주는 살아남았다. 참으로 질긴 생명력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그 노인네는 죽어서도 여전하더군요. 때마침 헌터들이 도착하지 않았으면 정말로 죽을 뻔했습니다."

"아버지가 의심하지 않았나?"

경산마존을 상대로 시간을 끌 정도의 실력자가 비서 행세를 하고 있으면 분명히 정체를 의심했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회장님이 오실 때쯤에는 한 방 맞고 죽은 척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전장이 옮겨진 후에 자리를 떴으니 절대 모를 겁니다. 작업은 끝났습니까?"

"거의 다 끝났다."

"서두르십시오. 전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릅니다. 경산마존이 돌아오면 우리도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알고 있다."

신대성은 작업을 마무리한 후 몇 번에 걸쳐서 틀린 글자가 없는지 확인까지 했다. 하나라도 틀렸다가는 익히다가 주화입마에 걸려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끝났다."

"나가시죠."

두 사람은 서둘러 동굴 밖으로 벗어났다.

"잠깐만 뒤에서 기다리십시오. 우리 흔적을 지워야 합니다."

신대성이 자리를 피하자 교주가 빠른 속도로 허공에 손짓했다. 그의 마력이 땅으로 스며드는 게 느껴졌다.

콰콰쾅!

강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동굴 주변의 땅 전체가 뒤집어졌다.

주변에는 교주에게 죽은 헌터들의 시신들도 있었다. 시신들이 훼손되고 땅속으로 사라지는 데도 교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신대성 역시 말리지 않았다.

"어떻습니까? 한바탕 싸운 흔적처럼 보이십니까?"

시전을 끝낸 교주가 이마의 땀을 훔치면서 씩 웃어 보였다.

"그런 것 같군."

교주의 말대로 격렬한 전투가 일어나 주변의 모든 걸 파괴한 것처럼 보였다.

동굴 입구나 그걸 막고 있던 바위는 땅에 묻혀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마 조사 차원에서 한 번쯤 이곳에 다시 오게 될 겁니다. 말을 잘 맞춰야 합니다."

"알고 있다."

"이만 가시죠."

두 사람은 서둘러 던전을 벗어났다. 이 장소가 영원히 비밀로 남게 되기를 바라면서.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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